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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6 홍콩 케이프 디아길라 여행  

Cape d'Aguilar Marine Reserve 

2021년 10월 16일, 홍콩 하이킹족(윤진, 희성, 주강)은 간단하게 홍콩 케이프 디아길라 마린 리저브(Cape d'Aguilar Marine Reserve)를 여행하기로 했습니다. 사전 정보를 위해 유튜브를 검색하니, 주로 헬퍼로 일하시는 필리핀 아주머니들의 후기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흠. 홍콩 현지인들은 잘 방문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것대로 좋은 일이지요. 샤우 케이 완 역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ape d'Aguilar Marine Reserve Cape d'Aguilar Marine Reserve Cape d'Aguilar Marine Reserve   

길 건너편에서 고소한 빵 굽는 냄새가 거리를 넘어왔지만, 저는 꾹 참았습니다. 16:8 간헐적 단식 패턴을 가급적 지키기 위해서였지요. 요즘 엄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지만, 그래도 지키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7시 반에 만나기로 했는데 우리 멤버는 약속을 매우 잘 지킵니다. 그런데 윤진 형의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이후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하루 한 끼밖에 먹지 못한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슬림한 몸매가 아이돌 급으로 말랐습니다. 케이프 아길레라는 매우 쉬운 코스이기 때문에, 별 무리 없이 다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A3 출구 바로 옆에 있는 미니버스 정류장에서는 섹오 비치와 빅웨이브 비치로 가는 버스가 대기 중입니다. 기사 양반께서 빨리 타라고 손짓하십니다. 사실 저도 저 두 해변을 먼저 방문해보고 싶었습니다. 드래곤스백 트래킹을 포함해서 말이지요. 하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합니다. 

외길이라서 그런지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걷기가 매우 좋습니다. 환경보호구역인지라, 물도 공기도 숲도 아주 깨끗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어서, 우리는 무리하지 않고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 

이렇게 흔적을 남긴 뒤, 마지막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자, 이렇게 우수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해 봅니다. 

아! 그런데 알고 보니 잘못 왔습니다!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우리의 목적지가 있었지요. 외길이라며 자신만만해했던 제가 다 민망합니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서 이번에는 제대로 도착합니다!

사실 여기는 동영상을 찍어야만 제맛입니다. 왜냐하면 저 좁은 구멍 사이로 쉴 새 없이 강하게 파도가 몰아치기 때문입니다. 그 장면을 지켜보노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더군요. 

추억은 항상 소중합니다. 나이 드니, 남는 건 사진밖에 없더군요. 

희성 형이 뒷짐을 지고 파도를 지켜봅니다. 두 아이의 가장이자 홍콩에서 열심히 금융 업무에 매진 중인 그는 과연 저기에 서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일까요. 머릿속에 항상 장난칠 생각밖에 없는 철없는 40대인 저와 윤진 형은 초코바를 까먹으며 잡담을 이어갔습니다.


이번에는 X9번 버스를 타고 다시 사이케이완 역 쪽으로 향합니다. 

이대로 헤어질 수는 없겠지요. 윤진 형이 사는 곳은 사이 케이 완 역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타이 쿠 역 근처입니다. 그곳 또한 멋진 해변 산책로를 지녔습니다. 마치 해운대에 홍콩을 끼얹은 듯한 느낌입니다. 세 명이서 다리를 쭉 뻗고 앉아 브런치를 즐긴 뒤 헤어졌습니다. 타이 쿠 역 근처에도 항구(피어)가 있는데, 제가 처음 들어보는 섬으로 떠나는 배들이 제법 있다고 합니다. 다음 기회에 도전해 볼 것을 약속하며, 오늘은 이만 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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