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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6 홍콩 한인마트 에이치 몰(H Mall)

8월 10일에 홍콩으로 와서 21일 자가격리를 마치고 9월 1일에 출근한 지 3달이 넘었네요. 제 주변에는 피치 못하게 불효자식이 되신 분들이 계십니다. 부모님께서 병환이 있으시지만,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2년 동안 찾아뵙지 못해 괴로워하는 분이 제 주변에도 있습니다. 직장인은 1년 치 휴가를 모조리 끌어다 써도 한국과 홍콩에서의 총 자가격리 기간을 맞출 수 없습니다. 게다가 2021년 12월 5일 0시를 시작으로 홍콩은 한국 또한 홍콩 비거주자 입국 금지국 명단에 추가했습니다. 이제 홍콩에 본디 거주하지 않는 여행객 등은 다시 홍콩을 방문하는 일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홍콩 거주민들은 한국에서 홍콩으로 입국 시,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21일 자가격리를 해야만 합니다. 제가 8월에 입국할 당시에는 접종 완료자는 14일만 자가 격리하면 되었지요. 결국 올해 중순보다 말에 더욱 기준이 강화된 셈입니다. 홍콩은 마음만 먹으면 한국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제 친구도 오전에 홍콩으로 출발해서 오후 회의를 마치고 저녁에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2년이 넘게 아픈 부모님을 찾아뵙지도 못하는 먼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지요.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1/12/1113537/ 

각설하고, 저는 며칠 전부터 짜장면이 그렇게 먹고 싶었습니다. 사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겠지만, 저는 숙소에서 어떤 음식도 조리하지 않습니다. 장기간 체류하는 숙소인데 음식을 해먹을 경우, 벌레가 꼬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호텔에서는 생수 이외에는 어떤 것도 두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의 생활 바운더리 안에서는 컵라면 형태로 나온 짜장면을 팔지 않습니다. 제법 많이 들쑤시고 다녔는데도 그렇습니다. 결정적으로 야마우 테이 역 근처에 있던 한인마트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게 제일 저의 뼈를 때립니다. 여하튼 저는 그래서 홍콩 내에서 제법 유명한 한인마트를 방문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사실 글을 쓰는 지금에는 집 근처 침사추이 한인마트를 가보았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홍콩의 유명 한인마트인 H몰( H Mall)을 방문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당시에는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하여, 12월 6일 월요일에 퇴근하자마자 냉큼 지하철을 잡아타고 왐포아 역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렇게 A 출구로 나와서 조금 걸어야 합니다. 여기서 '조금'이란 정말 조금입니다. 200m가 채 되지 않는 거리입니다. 

왐포아 역은 녹색 MTR 마지막 역입니다. 쇼핑센터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구역입니다. 저는 평소에 항상 걸어서 퇴근하기 때문에, 이렇게 퇴근길 지하철 속에서 치여 본 것은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제가 방문하고자 하는 <에이치 몰>은 <트레저 월드> 다시 말해 보물 세계 '어딘가에' 있습니다. 초행자가 찾기 쉽지 않습니다. 꽤나 헤매다가 간신히 방향을 잡아서 이동합니다. 

가다 보니, <찜냄비>라는 한국 레스토랑이 보입니다. 호오, 상호가 아주 직관적입니다. 

메뉴판을 보면, 홍콩에 사는 한국인이 그리워하는 것 또는 홍콩에 사는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광고사진을 아주 잘 찍었네요. 기회가 되면, 다음에 한 번 방문해보고자 합니다. 

아, 드디어 에이치몰에 도착했습니다.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습니다. 

양옆으로 촘촘하니 가게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놓칠 우려가 있습니다. 여하튼 저는 한국말이 가게 밖으로까지 쏟아져 나오는 이곳에 입장했습니다. 

홍콩에 오래 살다 보면 당기지 않을 수 없는 즉석식품들이 즐비합니다. 

칼로리가 높은 술안주 위주의 메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국인들이 가득한 마트에서 이렇게 사진을 찍으려니 쑥스럽습니다. 

이제 냉장고는 충분히 돌아보았으니, 짜장면이 있는지 한 번 볼까요? 

두둥! 그렇습니다. 저 한편에 제가 좋아하는 '튀김우동'과 '짜파게티 범벅'이 가득합니다. 역시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메뉴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코너입니다. 저로서는 저렇게 코딱지만 한 크기의 '범벅'을 사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가 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택할 수밖에 없는 짜장면입니다. 하여, 튀김우동과 짜파게티 범벅을 각각 3개씩 구매합니다. 침사추이 한인마트도 가 볼 예정이라 많이 사지는 않았습니다.  


후훗, 기껏해야 컵라면 6개를 샀는데, 이게 뭐라고 콧노래가 나옵니다. 얼마 전에 맛 칼럼리스트라는 정체 모를 직업을 가지신 황교익 씨가 부자는 치킨을 먹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SK 최태원 회장은 자신이 '교촌 마니아'라면서 사진까지 올렸습니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출소한 뒤 자택에 가장 먼저 배달된 음식이 치킨이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영국 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접하신 분들은 아마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 또한 막걸리나 파전을 먹고 자지러지는 광경을 기억하실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에 대한 호불호는 경제적 변수로 인해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로서는 고가의 홍어탕보다 1천 원 정도 하는 짜장 범벅이 더 먹고 싶었다는 이야기 외엔 달리 할 것이 없습니다. 

에이치몰을 나오니, 바로 옆에 태국 음식 마트인 <어바웃타이>가 있습니다. 내친김에 들르기로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간식거리가 잔뜩 있고, 규모 또한 에이치몰보다 훨씬 큽니다. 아니, 화장품을 비롯한 기본적 생활 도구들이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이야, 닉쿤에 이어 드디어 <블랙핑크>의 태국인 멤버인 '리사' 또한 태국 광고 모델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블랙핑크> 중에서 리사를 제일 좋아합니다. 제가 본디 태국 마니아이기도 하지만, 리사의 춤 솜씨는 잘 춘다는 것을 떠나서 한국 댄서들과 정말 느낌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나 유럽 댄서들과도 또 느낌이 다릅니다. 사진을 내려 찍어서 다소 짧게 나왔지만, 리사는 팔다리가 기이할 정도로 가늘고 깁니다. 그래서 춤사위가 아주 시원시원하지만, 그러면서도 또 매우 가늘고 유연하며 동양적인 면이 있어서 팔다리가 긴 서양 댄서들의 거칠고 파워풀한 동작과는 또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걸그룹 전문가였던 제가 그쪽에 관심을 끊은 지가 이제 4년이 넘었지만, 그래도 <블랙핑크> 기사가 자주 떠서 흥미를 잃고 있지는 않습니다. 리사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왐포아 역에서 제 호텔까지는 2.5km 정도 됩니다. 걸어서 갈까 생각하다가, 라면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그렇게까지 걸어 다니고 싶지는 않아서, 지하철을 탑니다. 종착역에서 타니 사람이 없어서 한적하여 매우 좋습니다. 귀가하여 밀린 빨래를 셀프 빨래방에서 해결하고, 내일 짜장면을 먹을 수 있겠다는 기쁨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다음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빈 손으로 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짜장면의 저주에라도 걸린 것일까요. 호텔 객실을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께서 하나 슬쩍하시는 것은 아닌가 참으로 불경하고 한심한 생각을 하며, 홍콩 독거노인은 하루 업무를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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