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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2 침사추이 한인거리 방문

오늘은 2021년 12월 12일 일요일입니다. 숙취를 견디며 간신히 기말고사 채점을 마치고 나니, 더 이상 사무실에 있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7시가 조금 넘어 사무실을 나섭니다. 침사추이에 가서 시원하게 바닷바람을 쐬고 싶습니다. 조던 역까지 걸어가는 길에 귀여운 술잔 두 개를 구매했습니다. 홍콩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 컵에 앞으로 따뜻하게 데운 사케를 따라 마실 생각입니다. 어묵도 좀 사놓아야겠군요! 사무실 책상 위에 놓고 보니 흐뭇합니다. 

본디 침사추이 바닷가를 거닐 계획이었습니다만, 걷다 보니 그냥 한인 거리를 쓱 지나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너츠포드 테라스가 소재한 골목으로 발을 돌립니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기다, 충격적인 카페를 발견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두리안 랜드>입니다. 규모가 꽤 크고, 사람들이 많이 방문했습니다. 이래 봬도 미슐랭 가이드에 3년 연속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다행히 두리안 냄새가 카페 밖으로 흘러나오지는 않았습니다만, 잘 관리된 두리안 선반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내친김에 메뉴를 좀 살펴봅니다. 

메뉴를 다 촬영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저는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이야, 정말로 두리안에 대한 애정이 지극한 카페였습니다. 두리안 커피에 라떼에 소이빈 밀크에 스무디에 이 정도는 예상했습니다. 한국에도 두리안 전문 카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두리안 치즈 타르트에 두리안 누들에 두리안 푸딩에 두리안 빵에....정말로 이 사람들은 두리안에 미쳤구나! 제가 두리안 하면 떠오르는 태국을 여러 번 방문했지만, 이렇게 두리안을 아끼고 사랑하는 카페를 보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대림동에 있는 두리안 카페에 대한 후기 하나를 링크하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aquafood/222540879265

저는 많이 망설였습니다. 들어가서 맛을 볼까, 말까. 사실 <두리안 랜드>이지만 두리안이 들어 있지 않은 음료도 판매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16:8 간헐적 단식 중이라, 저녁 9시가 넘어서 식사하는 일은 가급적 삼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발걸음을 돌립니다. 주말에 한 번 놀러 와서 온갖 두리안 향에 취한 상태로 여기에서 책이나 좀 읽어야겠습니다. 홍콩의 카페들은 대부분 좁아터졌는데, 여기는 침사추이 구석에 박혀 있는 대신 제법 공간이 넓어 좋습니다. 


한인 거리를 거닌다고는 하지만, 제가 입장해서 먹을 일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데다가, 맛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차라리 한인 마트에서 밀키트를 사서 데워 먹는 편이 낫습니다. 여하튼, 오랜만에 고향의 정취를 느낄 겸 해서 어슬렁어슬렁 걸어 봅니다.  

2021년 말에 침 차 추이에서 가장 핫한 한국인 식당이라면, <달인 포차>가 아닌가 합니다. 규모가 상당히 큰 레스토랑인데도 일요일 저녁에 젊은이들로 가득합니다. 바로 옆에는 <서래갈매기>가 보입니다. 

'물냉면'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한성입니다. 사실 김밥천국처럼 없는 메뉴가 없습니다. 

규모가 다소 작습니다만, 그래도 나름 분위기가 있는 <쌀보리쌀>입니다. 

<쌀보리쌀>은 친절하게 한글 공부까지 시켜줍니다. 

유명한 고깃집인 <남대문>입니다. 무려 3호점까지 있습니다. 

<마이도>는 한식과 일식을 모두 팝니다만, 상호는 한글로만 표기되어 있습니다. 음식도 대부분 한식입니다. 

<남대문> 2호점과 3호점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이지만, 손님들이 제법 있습니다. 

왜 동대문이나 서대문은 없고 전부 <남대문>인지 의문스럽습니다. <남대문 프라자>는 반찬 가게입니다만, 그 외 인스턴트 제품들도 많이 팔고 있습니다. 

 침사추이 대로변에서 골목들을 들여다보다 <고구려-한국요리>라는 네온사인을 보면 한인거리 입구를 제대로 찾은 셈입니다. 

침사추이에세 제법 유명한 쇼핑센터인 <킴벌리 플라자>입니다. <퍼시픽 커피>가 소재하고, 홍콩의 실내 포장마차인 <무이키> 또한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기는 언젠가는 꼭 가볼 겁니다. 홍콩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포장마차이니까요. 

거리를 빠져다오다 보니, 너츠포드 테라스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입니다. 침사추이의 '작은 유럽'이라고 불리는 너츠포드 테라스를 저는 단 한 번 술을 마셔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센트럴의 소호나 란콰이펑의 분위기가 더 좋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너츠포드 테라스의 <올 나잇 롱 All night long>에서 라이브 퍼포먼스를 본다는 것을 까먹었네요. 조만간에 가서 메탈 음악을 좀 즐겨야겠습니다. 제 소중한 일요일 저녁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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