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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09 빅토리아 피크 하이킹  

오랜만에 여러분을 다시 찾아뵙습니다! 2월 초 전후로 갑작스레 폭증한 홍콩 내 오미크론 사태로 인해서, 홍콩은 저녁 6시 이후에는 죽음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인구 1백만 명 당 사망자 수는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병실이 모자라 시신과 오미크론 환자가 같은 병실에 머무는 사태까지 터졌습니다. 올해 6월 30일까지 임기 예정인 캐리 람 행정장관(최고통치권자)은 작년까지 코로나 사태를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방어하며 연임을 노렸었으나, 2022년 초에 터진 fifth wave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서 연임을 포기했습니다. 올해 말 3 연임을 앞둔 시진핑께서 방역 파탄의 책임을 스스로 질 수야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적당한 선에서 꼬리를 잘라야겠죠.


그러면 홍콩의 향후 정치적 일기 예보는 맑음일까요, 흐림일까요? 캐리 람 행정장관의 후임으로, 베이징의 시진핑 정부가 사랑해 마지않는 "존 리" 전 보안국장이 유력합니다. 그는 현재 홍콩의 이인자인 정무사 사장(총리)이며, 과거에는 한국의 행안부 장관에 해당하는 "보안국장"을 역임했습니다. 아래 링크한 기사 내용에 잘 나오지만, 그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보안국장 자리에 있으면서 각종 민주화 시위 탄압 및 진압을 진두지휘했고, "중국 베이징 정부에 애국심을 보이는 자만이 출마 자격이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국가보안법 통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을 진두지휘했던 전두환 씨가 대통령이 되는 것과 흡사합니다. 물론 존 리조차도 베이징의 꼭두각시임을 모르는 홍콩인은 아무도 없습니다. 홍콩에서의 제 근무 계약기간은 7월 8일까지입니다. 홍콩에서 일주일 동안 존 리 행정부의 치하에 살아야 합니다. 이번 상하이 봉쇄에서도 보셨겠지만, 중국은 바로 다음날 어떤 조치가 시행될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유사국가입니다. 아무쪼록 제가 출국하는 7월 8일까지, 존 리가 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405/112694192/1


지난달인 3월에 일일 확진자가 최대 6만 명을 넘어섰던 홍콩이지만, 4월 9일 현재에는 2천 명대로 내려왔습니다. 그것도 홍콩이 전 시민을 대상으로 자발적 전수조사를 시작한 이후의 수치입니다. 대한민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놀라운 속도로 확산세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비록 홍콩의 노약자 백신 접종 비율이 낮아서 사망자가 여전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적지 않게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는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보입니다. 홍콩은 확산세가 계속 이와 같은 추세로 잦아들 경우, 4월 21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은 저녁 6시 이후에 모든 식당 영업 금지이지만, 21일 이후에는 저녁 10시까지 한 테이블에 4명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1월 초에 홍콩에 거주 중인 친구들과 조니 워커 블루를 따기로 계획했었는데 불행히도 지금까지 얼굴조차 보지 못했습니다. 4월 말까지는 함께 양주를 기울일 수 있을까요?

https://newsis.com/view/?id=NISX20220408_0001826717&cID=10101&pID=10100


4월의 홍콩은 이미 여름 날씨입니다. 대부분 시민들이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길거리에 쏟아져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일단 날씨가 확 풀리면 시민들의 활동이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저 또한 오랜만에 빅토리아 피크 하이킹을 나섰습니다. 토요일인 오늘만큼은 사무실에 가지 않기로 합니다.

 

센트럴 역 D2 출구를 나와 데카트론이 보이는 건널목을 건넌 뒤 왼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이와 같은 장소가 보입니다. 이제 이 길을 따라서 쭉 올라가면 빅토리아 피크까지 갈 수 있습니다. 시각을 보니, 9시 32분이네요.

한국과는 다른 이색적인 풍경이 계속 이어집니다. 하지만 사진과는 다르게 경사가 상당합니다. 사실 빅토리아 피크에 도착할 때까지 이와 같은 경사로가 이어지므로,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초행자는 쉽게 지칠 수 있습니다.

세인트 존 성당으로 들어서지만, 진입을 막아놓았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오프라인 예배는 금지입니다. 왼쪽 길로 빠져나와서 다시 위로 위로 향합니다. 지금 제가 업무상 <양수명 전집>의 일부를 번역 중인데, 20세기 중국의 저명한 철학자인 양수명은 중국인에게 "향상심(위로 향하고자 하는 마음)"이 부족함을 통탄합니다. 하지만 그는 유럽인의 향상심만으로는 위대한 국가를 이룰 수 없고, 고명한 도덕심이 오히려 더욱 윗단계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문득 제가 홍콩(절대 중국이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리가 사랑했던 홍콩)에 살다 보니, 2018년 전인대에서 "국가 주석의 지위는 최대 10년(2연임)까지만 가능하다"라는 규정을 없애고 종신 집권의 길을 연 시진핑 주석의 향상심도 떠오르네요. 물론 중국 정치 일각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보이지만, 3연임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701100017&ctcd=C07  


세인트 존 성당을 빠져나오면 다시 급경사로가 이어지는데, 저기 고가도로 아래에 토끼굴이 하나 보입니다. 산책자께서는 반드시 이 토끼굴을 통과하셔야만 합니다. 그래야 홍콩 동물원 및 식물원과 연결되어 빅토리아 피크로 오를 수 있습니다.

홍콩 동식물원은 도심 가운데 위치해 있으며, 동물원이라기보다는 그냥 잘 가꾸어진 공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가끔 여기에 와서 명상이나 독서를 즐기곤 하지만, 오늘은 등산이 목표라서 재빨리 통과하기로 합니다.

한국 동물원에서는 보기 힘든 조류들이 꽤나 보입니다. 역시 새는 색깔이 화려해야 보는 맛이 나죠.

동물원을 통과해서 "퀸즈 가든"을 지나칩니다. 비록 경사가 심하지만, 이 주변의 분위기를 저는 꽤나 좋아합니다.

자, 이제 본격적인 등산로가 나왔습니다! 이제 다시 죽어라고 오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30분도 안 되는 거리라서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경사가 급하고 날씨가 습해서 땀이 많이 납니다.  

휴, 겨우 빅토리아 피크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또 <빅토리아 갤러리> 옥상에 올라가서 풍경을 감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빅토리아 갤러리>의 스타벅스는 항상 편안한 분위기가 좋습니다. 오늘은 가지 않기로 합니다.

항상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멋진 풍경입니다.

저 높은 곳의 으리으리한 저택에는 누가 사는 것일까요?

<빅토리아 갤러리>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빅토리아 피크 풍경입니다. 오른편 중앙에 보면 위로 향하는 도로가 보이지요? 저쪽으로 걸어올라 가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보통 저기까지 방문하는 편인데, 오늘은 그냥 센트럴 주변의 한산한 오후를 즐기기 위해 하산하기로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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