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20409 홍콩 센트럴 케밥, 베이크 하우스 등

빅토리아 피크 하이킹을 마치고 하산한 저는 서둘러 홍콩 소호 거리로 향합니다. 예술가들을 보기 위해서? 아니요, 제가 좋아하는 <케밥 하우스>를 방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습니다. 민망하게도 가게 이름이 그냥 <케밥 하우스>입니다. 11시부터 5시까지는 일부 메뉴를 할인해서 제공합니다. 음료 하나가 무료로 제공됩니다. 황당하게도 제가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네요. 별 수 없이 지난번 사진을 쓸 수밖에 없겠습니다. 

저는 항상 그렇듯이, <Chicken Donor Roll>을 주문하고 콜라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착석합니다. 

요런 냉장고에서 마음에 드는 음료 하나를 꺼내서 마시면 됩니다. 

굉장히 초라해보입니다만, 생각보다 양이 많습니다. HKD 50에 김밥스러운 저 친구 두 덩이와 펩시 콜라 한 캔이면 점심으로 든든합니다. 

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view입니다. 제가 사진을 얼마나 못 찍는지 이번에도 실감했습니다. 이 곳은 정말로 배낭여행자 스타일의 케밥 레스토랑입니다. 서양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은데, 위생적으로는 딱 배낭여행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입니다. 만약 깔끔함을 원한다면 이곳을 오면 안 됩니다. 하지만 낮시간에도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편히 대화할 수 있으며, 특히 밤 시간에는 배낭여행자들의 아지트나 다름없습니다. 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4월 21일 이후 주말에는 이곳을 꽤나 자주 방문할 것 같습니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주변에는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맛집들이 즐비합니다. 그 중에서도 개점한 지 1년이 넘도록 대기열이 끝이 없는 곳이 하나 있으니, 바로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베이크 하우스>입니다. 하지만 혹자는 제게 묻겠지요. 아니, 사진으로 보니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줄이 길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그렇습니다. 저는 이곳을 수도 없이 지나쳤지만, 항상 저기 갈색 벽돌 건물까지 이어지는 대기열 때문에 여기서 에그타르트 사먹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https://blog.naver.com/polarisgo43/222144779143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대기열이 딱 저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시험삼아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이 테이크아웃 형식의 빵집은 정말로 좁은 실내에 기가 막힌 배치를 통해 다양한 빵을 판매합니다. 정말 홍콩스럽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아하! 저기 녹색 쿠키가 보이시나요? 제 브런치를 읽으시는 독자께서는 제가 말차(녹차) 음료나 과자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아실 것입니다. 점심도 배불리 먹었겠다, 다양한 빵을 먹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저 "맛차& 화이트 초컬릿 쿠키"는 먹지 않을 수 없잖아! 

요런 계산대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가면 됩니다. 파란 쇼핑백에 정성스레 쿠키 하나를 담아서 줍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10개 이상씩 사가는데 달랑 쿠키 하나만 사려니 다소 민망합니다. 


이제 제가 언젠가 소개시켜드렸던 그 벽화 골목으로 이동합니다. 사실 소호 거리에 벽화 골목은 꽤나 여러 군데 있습니다. 그 중에 오늘은 제가 평소에 반드시 방문하고자 마음먹었던 카페가 소재한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골동품을 파는 옛스러운 가게들도 있습니다. 사실 홍콩의 분위기는 서양인들이 다 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로 이 카페입니다. 사진으로 찍으니 또 별 것 없어 보이네요. 사실 이 카페는 가게 안이 아닌 이 골목 주변을 모두 둘러보아야 분위기가 살지요. 저기 왼쪽 상단에 한 젊은 여성이 독서 중입니다. 저는 바로 저 좌석에 앉고 싶었기 때문에, 저 테이블 근처에 있는 계단에 무작정 앉았습니다. 아니, 계단에 앉으면 어떻게 하냐고요? 

다들 그냥 저렇게 앉아서 이야기하고 노트북하고 그렇게 놉니다. 이게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홍콩 분위기지요. 저 또한 동일한 계단에 앉아서 <베이크 하우스>의 녹차 쿠키를 씹으면서 망중한을 즐겼습니다. 그러면 맛은 어떻냐고요? 홍콩 사람들이 그렇게 길게 줄을 서고 한국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인 이 곳 <베이크 하우스>의 빵맛은 어떻냐고요?  저야 제 입맛을 기준으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지요. 제가 보기에는 그냥 쏘쏘입니다. 빵은 한국빵이 진짜 맛있습니다, 여러분!!!! 같은 값이면 차라리 이태원 <패션 5> 빵이 훨씬 더 맛납니다. 특히 남성 분들께서는 블로그에서 찬양하는 맛집 잘 안 가시죠? 현명한 겁니다. 그래도 한 번쯤은 기념 삼아 방문하시면 좋습니다. 아, 드디어 제가 노리는 자리에 앉아 있던 그녀가 무릎담요를 털며 일어났습니다. 이제 제가 앉아야 할 차례입니다. 

저는 우롱차와 유리컵 하나를 들고 착석했습니다. 카페 안에는 물과 냅킨이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우롱차를 들고 사람들을 구경하면 되겠습니다. 저는 책을 들고가지 않았는지라, 인터넷으로 데이비드 고긴스의 <Can't hurt me>를 읽었습니다. 제가 짧은 유튜브 영상에서 접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된 어린 시절을 살았고, 불굴의 의지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인물이지요. 어릴 때 아버지에게 폭행 당하고 흑인으로서의 인종차별...그 외에도 그가 겪은 일들이 제 가슴을 무척이나 아프게 했습니다. 아울러 제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아직 한국에는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독자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ubKQnOzsVg


"공수레 full수거"로 유명한 혜민 스님은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을 내서 높은 인지세 수입을 올렸습니다.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멈춰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무려 이 카페 영업시간이 종료될 때까지 5시간 이상을 머물렀는데, 그 동안 제 옆 테이블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갔습니다. 대부분이 연인이었는데, 게이 커플도 2쌍이나 되었습니다. 이런 장면은 제가 바삐 길거리를 걸어가면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없는 것들이지요. 제가 진정 바라는 여유와 편안함, 제가 태국의 카페에서 느꼈던 그 분위기, 말하자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시원한 테라스에 앉아서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여기에는 있었습니다. 

4월 9일 현재, 홍콩은 저녁 6시에 모든 레스토랑이 영업을 중단합니다. 그런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5시 35분인데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서양인들이 계단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사는 구룡반도에서는 6시면 모든 상황이 종료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니, 6시가 넘어도 센트럴의 이런 아기자기한 골목에는 오히려 보란 듯이 서양인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홍콩 경찰도 서양인들에게는 관대합니다. 그들이 저렇게 마스크를 쓰지 않고 6시 이후에 술을 마시고 있어도, 지나가는 경찰은 모른 척 합니다. 뭐, 그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생각은 없고, 저도 다음 토요일에는 저녁에서 "센트럴 야장"을 한 번 깔까 고민이 들었습니다. 여하튼 6시면 영업이 종료되기 때문에, 저는 짐을 정리해서 카페를 빠져나왔습니다. 다시 서구화된 홍콩이 아닌 본연의 홍콩 세계로 발을 들였습니다. 오늘은 한국도 기온이 20도를 넘었으며, 벚꽃 축제가 성황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천지를 뛰노는 생기가 활발해지고 생활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저도 활기를 받아 앞으로 다시 홍콩에 머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꾸준히 즐거운 글을 쓰고자 마음 먹으며, 호텔로 들어섭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20409 빅토리아 피크 하이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