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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410 홍콩 센트럴 커먼그라운드

밤 늦게까지 넷플릭스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이어서 보고 나니,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일단 샤워를 마친 뒤에 가방을 메고 홍콩시티대학으로 나섭니다. 일요일만큼은 제가 읽고 싶은 책이나 영상을 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 글을 좀 쓰고 난 뒤, <선비의 나라, 한국유학 2천년>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2학기에 있을 성균관대학교 학부 수업 준비용입니다. 프리미엄 초컬릿 드링크를 마시고 난 뒤에도 배가 고파서, 결국 학생식당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합니다. 

태국의 방콕 길거리에서 먹음직한 볶음면에 닭죽입니다. 한국보다는 다소 짠 죽이지만, 그래도 아침에 속을 든든하게 해주는 데에는 그만입니다. 홍콩 로컬들은 아침에 이와 같은 죽(콘지)을 즐겨 먹습니다. 이제 아침 일과도 어느 정도 해결했겠다, 날씨도 미칠 듯이 좋겠다, 다시 센트럴로 출발합니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따가울 듯한 햇살입니다. 한국에서는 초여름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멋진 날씨입니다. 제 센트럴 지역 일정은 변함없이 <데카트론> 매장에서 시작합니다. 저기서 왼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빅토라이 피크 하이킹 코스가 나옵니다. 하지만 오늘은 직진입니다. 

다시 어저께 왔던 거리로 돌아왔습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어제 방문했던 그 카페를 가고자 합니다. 저는 꽂히면 어느 정도 질릴 때까지 계속 하는 성격이라, 오늘도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가게 밖에 상호도 표시하지 않은 곳이라니요!

오늘은 제가 어제 앉았던 자리가 아닌, 머리 위로 시원한 나무 그늘이 내려앉은 "불편한"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11시 쯤에 이미 자리가 가득찼습니다. 적어도 밖에 앉아야, 제가 어제 앉았던 명당을 기회가 나면 부리나케 낚아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앞에 앉은 두 여인의 영어가 너무도 부드럽고 듣기 좋아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영수증을 보고서야 이 가게 이름이 <커먼 그라운드 common ground>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 카페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이 거의 없습니다만, 일단 그 가운데 하나를 링크해 봅니다. 아니, 링크는 둘째 치고 쟁반마저 가져다주지 않아서 저렇게 위태롭게 마실 수밖에 없는게 실화입니까! 그래도 이게 "홍콩"스러운 맛입니다 이제 9개월 가까이 살면서 이리저리 부지런히 돌아다니다 보니, 저 정도는 즐겁게 감수할 수 있습니다. 손님이 조심해서 마시면 되죠, 뭐. 

https://blog.naver.com/dl2e/220542314448

다행히 제가 찜했던 명당을 차지하고서 브런치를 즐기던 멋진 홍콩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그리고 저는 <커먼 그라운드>가 오히려 12시가 되어서야 약간 한산해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오전에는 브런치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커먼 그라운드에서 브런치가 아닌 차만을 즐기실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여하튼 저는 자리를 옮겨 제 아지트를 세팅했습니다. 

제 앞에 앉아 있는 팔다리가 길쭉하고 잘생긴 청년의 앞에는 한국어를 못하는 검머외로 추정되는 여성이 앉아 있었습니다. 뭐, 제가 타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일은 전혀 없으니, 잘못된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홍콩, 특히 센트럴에서 보는 서양인들은 뚱뚱한 체형이 거의 없습니다. 다들 자기 관리가 대단합니다. 홍콩의 선남선녀는 이쪽에 다 있는 듯합니다. 제가 사는 구룡반도에는....없습니다. 5시간이 넘게 앉아 독서했는데, 게이 커플이 2쌍 제 옆에 앉아서 키스를 나누다 자리를 떴습니다. 허허, 한국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니, 여기서 또 많이 봐둬야지요, 뭐. 저는 개인의 성적 취향에 대해 전혀 부정적인 시각이 없습니다. 

여자 친구와 전화를 하러 일어선 김에 사진을 하나 남겨봅니다. 그녀는 언니들과 함께 한국에서 벚꽃을 즐기고 있습니다. 홍콩에서는 벚꽃이나 유채꽃 등이 한껏 핀 광경을 즐기기 어렵습니다. 4계절이 뚜렷하고 상대적으로 국토가 넓은 한국은 참으로 즐길 것이 많기도 합니다. 

오후 4시가 넘어가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서양인들이 계단과 근처를 가득 메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국과는 달리, 여기는 "개판"입니다. 다들 반려견 한 마리씩은 데리고 옵니다. 아주 드물게 지나다니는 홍콩 경찰들도 별다른 이야기가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간사함을 느낍니다. 사실 홍콩은 매우 좁은 데다가 풍경들이 유사해서, 제가 새롭게 볼 만한 것들이 더 없습니다. 그만큼 제가 부지런히 다녔습니다. 그런데 아직 7월 9일 출국할 때까지 무려 3개월이나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여기를 떠나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를 초청해주신 홍콩시티대학의 김성문 교수님, 그리고 저와 함께 연구실을 공유하는 대학원생들은 정말로 좋은 사람들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신경 쓸 일도 적고, 또 굉장히 성격이 개방되어 있는 저는 오히려 여기서 그냥 이렇게 지내는 편이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홍콩에 와서 얻어가려 했던 많은 것들이 코로나로 인해 무산되어서, 코로나 시국이 해제되기까지 1년 더 있는 편이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미 결정은 난 것이고, 이제 후회 없이 여기서 부지런히 지내다가 또 귀국해야겠지요. 여러분들이 보시는 이와 같은 배낭여행자 거리 풍경이 저의 favorite입니다. 아직 3개월씩이나 남았으니, 주말에 또 부지런히 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곳은 <윙 리 스트리트>라고 적혀 있네요. 하지만 그건 옆골목이고, 실제 주소는 Shing Wong street입니다. 

https://www.facebook.com/Commongroundhk/

저는 그동안 왠만한 섬은 다 섭렵했는지라, 남은 3개월 동안 배낭여행자 분위기를 내는 카페에서 주로 주말 시간을 보낼까 합니다. 혹시 제 브런치를 읽고서 이곳을 찾았다가 빡빡머리가 인상을 쓰고 책을 읽는 광경을 보면, 말을 거셔도 좋습니다. 해치지 않으니까요. ^^ 여기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가, 저는 다시 홍콩시티대학으로 돌아와서 맥도날드 프렌치 프라이와 맥주 한 캔으로 저녁 식사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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