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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2 여름과 중국 이야기

여름입니다, 여름! 홍콩은 이미 여름입니다. 4월 초이지만, 낮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입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여름이 4월 초에서부터 7월 초까지, 그러니까 제가 이 곳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7월에 귀국하면 저는 또 다른 느낌의 기분좋은 여름 속에서 살게 되겠지요. 부산 해운대의 <해운대 아파트>에서 태어나 <해운대 고등학교>를 졸업한 저는 머릿속부터 발끝까지 여름과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자부"라는 것은 다른 지역보다 제 고향을 높게 평가하는 배타적 태도가 아닙니다. 저는 그냥 제 고향 부산을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겨울 바다도 운치가있습니다만, 저는 아무래도 여름과 여름 해변이 좋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는 다케노우치 유카타가 주연하고 풋풋한 신인인 히로스에 료코가 출연하는 <비치 보이스>(1997)이고, 제 노래방 18번은 무한궤도의 덜 알려진 명곡 <여름 이야기>입니다. 제 일본드라마 입문작은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썸머 스노우 summer snow>(2000)입니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불가능한 엔딩에 충격을 받은 뒤, 코마츠 에리코(小松江里子) 작가를 원망하며 몇 년을 일드 속에서 헤매었는지요? 그리고 팬들의 성화에 못이겼을까요, 동일한 작가가 3년 뒤 <모토카레(옛 남자친구)>(2003)라는 드라마에서 도모토 쯔요시와 히로스에 료코를 앞선 작품과 동일하게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합니다(죄송합니다, 스포했습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썸머 스노우>야 보란듯이 여름드라마입니다만, <모토카레>에서도 여름 땡볕에 열심히 일하는 백화점 직원 도모토 쯔요시의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일본의 여름 청춘 영화 하면 <워터 보이즈>도 빼놓을 수 없지요. 그러고 보니, 일본 여름 영화 및 드라마 특집을 한 번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본 게 그리 많지는 않지만, 여름과 열정을 좋아하는 마음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홍콩남이니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TCDI0k37tyQ

<비치 보이스> 몰아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6c32E_4hq6s

<신해철의 무한궤도 "여름 이야기">

https://www.youtube.com/watch?v=DuV5_UmYzC8

<썸머 스노우> 몰아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2fsDB68dMig

<모토카레> 몰아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0AIG4PPZzQk

<워터 보이즈> 한번에 보기 

평소에는 6시 40분쯤에 사무실에 들어오지만, 오늘은 조금 늦잠을 가서 7시 10분에 출근했습니다. 제 정식 출근시간은 9시 반입니다만, 어차피 재택근무 중인데 가장 일하기 좋은 곳이 사무실이어서 나오는 것이니, 무슨 시간에 구애를 받겠습니까. 사실 어젯밤에 뜬금없이 <랑화일타타>라는 중국드라마에 꽂혀서, 늦게 잠이 들었습니다. 수영선수의 사랑을 담은 드라마인데, 특별한 것이 없으면서도 풋풋한 것이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결국 저는 기질적으로 항상 여름과 무더위, 해변과 수영, 여름 과일과 열정, 청춘과 사랑 등등의 키워드에 끌리는 것 같습니다. 모두 소위 말하는 "어른스러운" 키워드는 아니네요. 


오전에는 연구원으로서의 제 업무인 <양수명>의 글 번역에 집중합니다. <동서 문화와 철학>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20세기 중국 철학자인데, 사실 홍콩에 오기 전까지는 그가 쓴 글을 읽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중국 철학자 - 양계초나 양수명- 들의 저작들 - 아직 한국에 전혀 소개되지 않은 - 을 읽다 보면, 공통적인 느낌이 하나 있습니다. 이들이 진정 제 목숨도 돌보지 않고 자기 나라를 위해 헌신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100년 뒤인 지금의 중국 철학자들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첫째, 20세기 초 중국 철학자들은 자신의 전공이 무엇이든 유학의 영향권 하에 있었고 실제로 유학자였습니다. 자신이 유교를 경멸하면서 도교나 불교, 서양철학에 심취하더라도, 그들은 결국 유학자였습니다. 그렇다면 20세기 초에서 유학자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국의 개혁적인 유학자들은 결코 고루한 예법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약육강식과 승자독존의 사회진화론적 전쟁터에서도 "윤리와 도덕"이 지고의 가치여야 한다는 마지막 끈을 절대로 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학자"입니다. 물론 그들도 때로는 많이 흔들리고, <한비자>와 <손자병법>의 세계로 달음질치려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지막 순간에는 절대로 금수의 영역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20세기 유학적 중국철학자와, 100년이 지난 21세기 초 중국철학자의 차이입니다. 참으로 외람되지만, 저는 오늘날 저명한 중국학자들이 유학자라고 여겨지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베이징으로부터 거대한 펀딩을 받으며 "제한적인" 주제로 연구 중인 저명한 중국인 학자들은, 20세기 초 기준으로 보면 넘지 말아야 할 유학적 마지노선을 자주 넘습니다. 즉 "중국몽"을 달성하기 위해서, 도덕과 윤리보다 힘과 돈을 앞세워도 된다는 애매한 태도가 자주 보입니다. 여기서 제가 애매하다고 한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인들은 절대로 돈과 권력과 무력이 도덕과 윤리보다 훨씬 중요해! 라고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대신 공자 아닌 것을 공자로 포장해 가르치고, 예가 아닌 것을 예로 바꾸어 강요합니다. 공자와 맹자가 가장 경계했던 "사이비"가 바로 오늘날 중국의 현실이죠. 마치 "민주 없는 더불어민주당," "국민 없는 국민의힘," "정의 없는 정의당" 같은 존재가 바로 오늘날의 중국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씁쓸하네요. 남의 나라이야기가 아닌 것 같으니. 여하튼 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간단합니다. 20세기 초 중국의 학자들이 21세기 중국 학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았다면, 수염을 뜯으며 울부짖었을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만, 언론과 학문의 자유가 제한된 21세기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반드시 학자를 탓할 수만도 없습니다. 그나마 제가 사랑하는 현대 중국학자가 있으니, 바로 첸리췬(钱理群=전리군, 1939~)입니다. <모택동 시대와 포스트 모택동 시대>는 문학적 아취가 넘쳐 흐르는 명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글의 제목은 여름 내음을 물씬 풍기는데, 제 마음은 현학적인 전장에 머물러 있군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다시 현실 속으로 돌아옵니다. 


홍콩의 제 숙소는 깨끗하고 잘 갖춰져 있지만 너무도 좁습니다. 책상이나 취사 도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지요. 그런고로 저는 한국요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어저께는 쇼핑몰에서 돼지고기를 사서 구워먹으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결국 돼지고기는 오늘의 브런치인 "신라면"에 들어가는 운명에 처했습니다. 

허허, 찍어놓고 보니 더욱 초라하군요. 그래도 돼지고기 기름이 잔뜩 밴 육수에 라면을 끓이니 국물 맛이 꽤나 좋았습니다. 라면만으로는 부족한 육류도 섭취하고요. 양수명 번역을 끝낸 뒤, 12시에는 기독교 세계로 들어갑니다. 조나단 존슨 목사님, 그리고 산업은행 동기인 우희성 형과 함께 <요한복음> 바이블 스터디를 합니다. 조나단 존슨 목사님의 경우, 홍콩 뱁티스트 대학교에서 동양 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철학자기이도 합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바쁜 삶을 사시는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화요일 점심시간을 쪼개 1시간 동안 스터디를 할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오늘도 배운 점이 매우 많았는데, '비둘기(dove)'에 대한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요한복음 1장 32절에는 세례 요한의 다음과 같은 증언이 보입니다. "나는 성령이 비둘기같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이분(예수) 위에 머무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한 창세기 8장에서는 방주를 타고 떠돌던 노아가 '비둘기'를 보내 물이 빠진 땅을 찾는 장면이 나옵니다. 우리는 흔히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이라고 보지만, 기원년 전후에도 과연 유대 지방에서 비둘기가 그와 같은 의미를 상징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와 같은 황당한 질문에 대해서 깔끔한 대답이 즉석에서 나오기를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제가 나중에 성경에서 '비둘기'를 검색해 보니 구약과 신약을 통틀어 40 군데 이상에서 비둘기가 검색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긍정적인 때도 있었고, 부정적인 때도 있었습니다. 비둘기는 때로는 겁쟁이나 유약함을 상징하기도 했으니까요. 저는 홍콩의 비둘기가 한국의 비둘기와 다르게 생겼으며, 특히 뚱뚱하지 않고 날렵하다는 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국의 비둘기는 오죽하면 '닭둘기'라고 불리겠습니까! 한편으로 저는 '도브(dove)' 브랜드를 매우 좋아하여, 지금 제 호텔의 비누와 바디샴푸가 모두 도브 제품입니다. 다음 번엔 "<성경>에 보이는 비둘기"라는 짧은 글을 써볼까 합니다.  광화문 피맛골에서 비둘기 꼬치구이를 팔았던 것은 비밀입니다. 제가 그것을 먹어보았을까요? 그것도 비밀입니다! 


본디 본격적으로 여름 산책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브런치 사진 업로드에 계속 실패합니다. 이러면 또 흥이 가십니다. 아무래도 산책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여름을 좋아하니, 1년 내내 여름 분위기 속에서 살 방법은 없나 심각하게 고민이 되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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