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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9] 강릉 강문해변 머슬비치 방문기

강릉 세인트 존스 호텔 앞 머슬 비치 탐방기

안녕하세요, 알이즈웰입니다! 2023년 9월 8일 금요일, 이제 모든 대학교가 개강했고 저 또한 강의로 인해서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6시에 끝나는 강의 이후 동료와 함께 학교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다시 개인 업무를 보고 나서 귀가 길에 올라 노원역에서 내리니 저녁 10시였습니다. 노원역 근처 헬스장에 가서 11시까지 운동을 하고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러면서 자꾸 머리를 떠나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 8월 말, 강릉 강문해변에 새로이 오픈한 "머슬비치"입니다. 아시다시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머슬비치는 미국 캘리포니아 베니스 해변에 자리하고 있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cb_y_pxgpZM

그런데 한국을 대표하는 오픈 보디빌더인 이승철 선수가 강릉 세인트존스 호텔 사장에게 건의해서, 드디어 한국에도 야외 헬스장과 철봉 및 다양한 운동 시설을 갖춘 "머슬비치"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머슬비치와는 달리, 무료개방이고요. 강릉시로부터 허가를 얻는데 3년이 걸렸다는, 포기할 뻔했다는 전설의 머슬비치입니다. 심지어 여름이 다 끝난 지난 8월 말에 오픈했습니다. 6월쯤 오픈했으면 아마 하조대 서피비치 못지 않게 핫했을텐데 말이지요. 사실 하조대 서피비치 내에 자리한 "스트롱 비치"는 HDEX라는 의류회사가 소규모로 운영하는 홍보 부스라서, 매우 조그마합니다. 반면에 강문 해변의 "머슬비치"는 프로 보디빌더의 조언 등을 참조해서 제대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운동을 좋아하는 생활체육인으로서 구미가 당기기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대한민국 날씨는 희한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흔히 7월과 8월에 여름 휴가를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일단 대자연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1년을 12개월로 나눈 뒤, 다시 6월에서 8월까지를 여름으로 정해버렸기 때문이죠. 대자연 입장에서는 여름이건 가을이건 전혀 관심이 없지만 말이지요. 하지만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7월과 8월이고, 학생 기간을 끝낸 직장인들 또한 학생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우리에게 여름 휴가는 7월과 8월 사이에 가야만 하는 것이죠. 그런데 생각해 봅시다. 일단 7월은 휴가 가기에 적절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 동안은 7월 내내 태풍과 장마가 몰아쳐서 휴가는커녕 대규모 인명 피해만이 잇따랐지요. 도저히 휴가를 갈 분위기가 아닙니다. 그러면 8월은 어떨까요? 8월은 과연 태풍과 장마의 영향이 적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습도"가 높아서, 그냥 밖에서 움직이기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김치가 되어 버립니다. 단순히 기온이 높은 것은 문제가 안됩니다. 피부를 끈적이게 하고 숨이 턱턱 막히게 하는 습도가 문제이지요. 그런데 신비롭게도, 8월 마지막주 정도 되면 그 때부터 습도가 뚝 떨어집니다. 다시 말해 태양은 여전히 뜨겁지만 습도가 낮기에 활동하기에 부담이 없죠. 아니, 오히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여름 날씨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9월 초 날씨가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지금이죠. 여름 사나이인 저는 얼마 전에도 양양을 다녀왔는데, 여전히 한국의 여름 핫플레이스를 출퇴근길에 검색하는 손놀림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이제 개학했으니 더 이상 긴 여행은 불가능하지만 말이죠. 그런데 저는 강릉 머슬비치의 존재를 9월 8일 금요일에서야 알게 되었던 겁니다. 바로 아래 영상을 보고서 말이지요. 보디빌더 장성엽, 김강민, 그리고 맨몸운동의 달인인 이준명 님이 보이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gzN_fjHaSXM

금요일 저녁 10시, OHP(오버헤드프레스)와 사레레(사이드 래터럴 레이즈)로 어깨를 혹사하면서도, 머리 속에서 강릉 "머슬비치"가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물론 내년 여름에 가도 됩니다. 뭐, 1년 뒤에 간다고 해서 갑자기 그 시설이 폐쇄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제 촉으로 볼 때, 내년에는 아마 운동기구에 손을 대기도 어려울 정도로 붐빌 것입니다. 게다가 아직은 학기 초라 제게도 토요일 하루 정도 당일치기로 다녀올 여유 정도는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너무 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그냥 고속버스 예약 버튼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금요일 저녁, 아무 생각 없이 귀가하여 푹 잠들었지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어찌나 배가 고픈지, 샤워 후 16:8 간헐적 단식 리듬을 깨고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시계를 보았지요. 7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음...아무래도 가야겠습니다.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습니다. 당일치기로 다녀와야 하는 것은 확실한데, 일요일에 갔다가는 귀경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그래서 결정합니다. 준비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몸만 가면 됩니다. 냉큼 일어나서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리고 떠납니다. 다행스럽게도 동서울 종합 터미널에서 9시 1분 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이동합니다. 강릉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시내버스 206번을 타고 이동하여 "초당분수공원" 정류장에서 하차합니다. 저 멀리, 세인트존스 호텔의 특이한 경관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까지 걸어가는 길이야 논밭이죠.

하지만 습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따가운 햇살로 인해 기분이 한껏 솟아오릅니다. 그래, 바로 이거지! 서둘러 얼굴과 팔에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른 뒤, 힘차게 머슬비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본디 머슬비치의 끝자락에 자리한 짐(gym)부터 먼저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날씨는 1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끝판왕 맑은 날씨였습니다. 바람은 무척이나 선선하고, 바다는 눈부시게 푸르렀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지는 광경을 따라가며 야외헬스장에 입성했습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뉴텍이라는 운동기구 제작회사에서 무료로 기증한 수십억원 대의 운동기구들이 부위 별로 빠짐없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제 예상과는 달리, 영상을 찍고 있는 일부 운동유튜버 외에는 사람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좋아!  

저는 노원역 근처의 오래된 헬스장에서 평소 운동하고 있습니다. 매우 넓은 공간에 기구들이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고 관장도 무척이나 친절합니다. 저는 매일 즐겁게 운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제가 사용해보지 않은 기구들을 가지고서 운동해보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물론 너틸러스, 해머 스트렝스, 싸이벡스 등 고가의 외국산 머신에 미칠 바는 못되지만, 그래도 이런 새 머신들로 운동하는 기분은 정말 끝내줍니다. 게다가 드높은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를 눈에 가득 담고 운동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야 뭐, 젊은 분들처럼 우람하게 몸을 가꿀 생각이 전혀 없는 40대 생활체육인이기 때문에 고중량을 들다가 다칠 위험도 없습니다. 이제부터 저 귀여운 장난감들을 좀 가지고 놀아볼 시간입니다. 저만의 짧은 "헬캉스(헬스+바캉스)" 시작이네요! 

뭐, 제가 운동하는 사진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듯합니다. 기구들 가운데에서 저와 맞는 것도 있고 맞지 않는 것도 있었는데, 저의 경우에는 가운데 저기 팔 벌린 기구(이름 모릅니다)와 인클라인 벤치프레스 머신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체 운동은 하지 않았고요. 오히려 덤벨과 바벨을 가지고서 바다를 바라보며 프리웨이트를 계속 했습니다. 정말,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정면에서 맞으면서 운동하는 그 기분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여기에는 아예 상의를 탈의하고 영상을 찍는 남성 유튜버들과 크루들이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들은 목적이 분명했겠지요. 아마 조만간 멋지게 편집된 영상들이 인스타와 틱톡, 유튜브에 올라올 듯합니다. 하지만 저는 거의 2시간 가까이 혼자서 왔다갔다 하면서 운동만 했습니다. 솔직히 그곳에서 한 번에 3시간 있으라 해도 얼마든지 있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제가 강릉에 마음먹고 운동하러 온다면, 하루에 2번 2시간씩 총 4시간, 아니 저녁에 2시간까지 해서 6시간 동안 여기와 야외 철봉에서 전신 운동을 하고 갈 듯합니다. 운동에 미친 사나이가 아니라, 저 하늘과 저 바다가 그렇게 아름다웠습니다. 

영상을 찍다가 잠시 쉬는 친구를 불러다가 사진 좀 찍어달라 부탁했습니다. 본디 저 기계는 바다를 바라본 상태에서 수행해야 하는 것이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 제가 거꾸로 앉았습니다. 양손의 균형도 맞지 않네요. 하지만 그래도 뭔가 현장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듯하여서 맘에 들었습니다. 이 곳에서 볼썽사납게 실패 지점 가까이 가서 신음 소리 내면서 한 두 번 더 들어 올리는 사람은 저밖에 없네요. 뭐, 어차피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대근육 운동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바벨 컬과 덤벨 컬로 팔을 털어주고 나니, 더 이상 운동할 맘이 들지 않았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오후 3시가 되도록 아무것도 먹지 않았네요. 이제 슬슬 운동을 접고 다닷가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해야 할 때입니다. 

야외헬스장을 나오니, 곧 기능성 운동이 가능한 존(zone)이 나왔습니다. 기계체조 선수처럼 링 운동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스트릿 워크아웃이 가능하게 다양한 높이의 철봉들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철봉과 평행봉 위를 붕붕 날아다니는 친구들이 무척이나 보기 좋았습니다. 비록 지금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지만, 저는 결국 달리기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평생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맨몸운동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에, 조만간 턱걸이 갯수부터 슬슬 늘려갈 생각입니다. 내년에 놀러온다면, 아마 저 링 중 하나에 매달려 있을 수도 있겠네요. 

여기가 강릉 강문해변 머슬비치 입구입니다. 저 옆의 케틀벨은 무게가 무려 1톤입니다! 

살다 보면 또 어떤 어마어마한 스트롱맨이 저 케틀벨을 굴리는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에는 아마 뉴스에 크게 나겠죠? 


저는 평소 16:8 간헐적 단식에 더해서 자연식물식에 가까운 식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을 한 지는 꽤 되었고, 자연식물식에 "가까운" 식단은 시작한 지 2달이 좀 넘었습니다.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강릉까지 왔으니 순두부 맛은 좀 봐야 하지 않을까 했지만, 그냥 편의점에 가서 햇반 대용량(300g)과 삼각깁밥 2개를 사서 강문해변 그늘가에 자리했습니다. 

저 높다란 건물을 넘어서 가면 경포해변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거기까지 갈 생각이 없습니다. 강문해변 종점에서 17시 40분에 230번 버스를 타고 강릉시외버스터미널을 가야만 하니까요.

저는 식사를 마친 뒤 캔커피를 하나 손에 쥐고서 2시간 동안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습니다. 지난 번 양양에서 서퍼들을 만났을 때, 그들의 기본적인 사고 방식이 슬로 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지금 이렇게 운동하고 이렇게 먹으면서도 끝없는 행복을 느끼는 제 자신은 역시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제 마음에 쏙 드는, 서서히 해가 저물어가는 강문 종점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여전히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절대로 자기 자신과 싸워서는 안 됩니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항상 자신과 남을 비교하며, 자기 자신과 싸웁니다. 여기 가수 Ruel의 <YOU AGAINST YOURSELF (2022)>라는 멋진 노래가 있습니다. 혹시 이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께 바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Bgiaye8phk

강문 해변에서 강릉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버스로 20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최근에 자주 오다 보니, 이제 강릉 시외버스터미널에도 정이 들었네요. 터미널 맞은 편에 편의점 2개가 있는데, 거기 실외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 한 캔 땡기면 아주 그만입니다. 다만 버스 탑승 전 음주는 매우 위험합니다. 화장실이 급해지거든요 ^^

비록 머물렀던 기간은 몇 시간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최고의 토요일을 보낸 듯합니다. 귀경길에서도 끊임없이 여러 즐거운 생각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놀 수 있었습니다. 머리 속이 아주 개운했거든요. 다음 번에는 동서울 터미널에서 6시쯤 출발하는 첫 고속버스를 타고 강릉 강문해변으로 와서 뽕을 뽑고 올까 생각중입니다. 머슬비치는 야외시설이다 보니, 내년 초여름에 태풍이라도 몇 개 지나가면 그 뒤를 장담할 수 없겠더군요.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입니다. 여하튼 오늘은 워낙 갑작스레 결정해서 나온 터라 혼자 왔지만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올 수도 있겠군요. 아니, 또 혼자 와도 상관없습니다. 사람마다 여행 취향이 다른데, 저는 역시 혼자 여행할 때가 가장 좋았으니 말이지요. 자기 자신과 싸우지 말아야지.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받아들이고 사랑합시다! 태양은 한여름마냥 짱짱하고 습도는 없다시피한 멋진 초가을!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주말에 강릉 강문해변으로 단숨에 달려가서, 느지막한 "헬캉스(헬스+바캉스)"를 즐기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지금까지 알이즈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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