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ER을 안 본 이는 있어도 한 번만 본 이는 없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오늘은 2024년 7월 현재까지 저의 유일한 QWER 오프 활동인 "2024 대림대학교 임곡대동제 공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기가 속한 대학교 축제도 잘 안 가는 40대 아재 바위게가 고민중독 끝에 힘들게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물론 QWER의 모든 행사와 축제를 따라다니는 직캠러 및 생일카페를 운영하고 팬사인회에 참여하는 진성 바위게가 보기엔 보잘 것 없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그냥 <40대 직장인 남성의 QWER 덕질 심리보고서> 정도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24년 5월 10일,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제 금요일은 오후 내내 대학교 강의로 가득합니다. 그날따라 강의가 조금 일찍 끝나, 귀가하여 저녁을 바위게 눈 감추듯 해치우고 나니 6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설거지를 하면서 제 머릿 속은 또 다시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오늘도 천 번 하고 한 번 더 고민 중"입니다. "대림대 축제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와, 내가 왜 이런 걸로 이렇게 고민하고 있지? 정신 나갔구나!!"
당시 QWER 팬덤은 시시각각으로 늘어나는 대학 축제 일정 때문에 머리가 "소용돌이쳐 어지러운" 시기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2024년 봄 시즌 대학축제를 4월 24일 남서울대학교에서부터 6월 5일 계명대학교까지 무려 13곳이나 돌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죠. 전설의 "고려대학교 입실렌티 공연" 또한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때이니까요.
하지만 그 당시 QWER은 음지와 양지를 통합하고 아이돌과 밴드를 통섭하며 케이팝 기득권과 비기득권 전부를 뒤흔들고 "빠와 까를 모두 미치게 만드는 슈퍼스타"의 전설을 써내려가는 중이었습니다. 4월 1일에 첫 선을 보인 <고민중독>이 4월 21일 멜론 TOP100 4위(메인)에 입성하면서 <퀸민중독>으로 승격되었고, 3일 뒤인 24일에는 멜론 TOP100 3위에 오르면서 <갓민중독>에 등극하던 때였습니다. QWER 팬덤에는 매일같이 눈물과 탄식, 환호와 기대가 넘쳐 흘렀습니다.
동시에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1차 라인업에 QWER이 포함되면서, "락"과 "락이 아닌 것"에 대한 논란이 폭발했습니다. 터무니없는 이유들로 데뷔 때부터 두들겨맞았던 QWER은 이번에도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사나운 싸움에 단 한 발도 집어넣지 않고, 오직 매일 밤을 꼬박 새우는 연습과 열정으로 일관했습니다. 아울러 "대혐오의 시대에 횡행하는 모두까기"에 지쳐버린 대중들이 "QWER이 도대체 뭔데 이렇게 시끄럽지?"라고 관심을 보이자, QWER의 대중성은 계속 치솟았죠. QWER을 키운 건 8할이 안티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롤의 바위게처럼 얻어터지는게 일상인 QWER 팬덤은 "병먹금"하면서 내성과 내공을 늘리고 그들만의 즐거운 덕질을 이어갔습니다. QWER 멤버들이 던져주는 떡밥만으로도 배가 터질 지경이라, 안티를 쳐다볼 시간조차 없었죠.
이런 가운데 마침내 4월 24일, QWER은 <남서울대학교 개교 30주년 기념축제>에서 대학 공연 첫 스타트를 끊습니다. 음향 논란이 있었지만, 직캠 속의 QWER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첫 대학 공연인데 무려 6곡이나 불렀죠. 지금은 듣기 어려운 <별의 하모니> 앵콜 완창 또한 팬들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습니다. 이 공연 이후로 바위게의 "서울대"는 관악이 아닌 천안에 있다는 점이 공식화되었습니다. 이것을 모른다면 당신은 바위게가 아닙니다.
2주일 뒤인 5월 7일, QWER은 <경기과학기술대학교 2024 한울제>에서 두 번째 대학 공연 행보를 이어갑니다. 이 때부터 QWER은 직전 공연을 교훈 삼아, 공연 전 사운드체크를 10분 내외로 길게 가져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운드체크 중에 멤버들이 날리는 삐걱거리는 멘트들이 꿀잼이라, 또 다른 덕질 요소들이 탄생하였지요. 그리고 제 기억으로는 이 때부터 <별의 하모니> 클라이맥스 부분만 무반주로 부르다가 <대관람차>로 들어가는 패턴이 시작되었습니다. <별의 하모니>를 앵콜 완창으로 듣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당시 시요밍의 "무반주 별의 하모니"를 최초로 접한 바위게들은 감동의 경악을 금치 못하고, 온라인 사방을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영업하다가 두들겨맞곤 했습니다. 이 공연 이후로 바위게의 "과기대"는 서울이 아닌 시흥에 있다는 점이 공식화되었습니다. 이것을 모른다면 당신은 바위게가 아닙니다.
(니가 뭔데 완장질이냐!)
그리고 마침내 QWER의 세 번째 대학 축제 공연날이 되었습니다. 저는 공홈 등을 통해 지금까지 나온 축제 일정을 죄다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제가 나스닥 우량주를 보는 눈은 없지만(잠시 눈물 좀 닦고 오겠습니다) 아이돌 우량주를 알아보는 식견은 있습니다. "비록 대형기획사 아이돌만큼 서포트를 받지는 못하겠지만, 이 그룹은 반드시 뜬다!" 이런 확신이 맹장을 훑고 왼쪽 새끼발가락 마지막 세포까지 파고들었습니다(아니, 자꾸 눈물이 흘러서 잠시 숨 좀 돌리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QWER 직캠을 보며 빙구 웃음을 짓던 아재 바위게는 생각했습니다. 'QWER은 매일이 저점이다. 그러니까 오프를 뛰려면 지금 해야 한다. 나중에 너무 유명해지면, 가까이서 볼 기회도 없다.'
참고로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특정 가수를 보기 위해 대학 축제나 행사 오프를 뛴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제가 대학에 속한 신분이니, 웬만한 가수들은 다 자교 축제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 오지 않으면 내년에 올 것이고, 안 오면 그뿐이죠. 다들 훌륭했지만, 꼭 찾아가서 봐야만 한이 풀린다는 절실함을 준 가수는 없었습니다.
또한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단독 콘서트를 간 적은 있지만, 그 가수를 보고자 행사나 페스티벌을 찾아간 적은 없습니다. 게다가 팬사인회나 생일카페 등을 방문할 용기는 더욱 없습니다. 그냥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게 환호를 지르다가 무명씨 신분으로 귀가하는 것이 제 목표였죠. 어차피 아무도 제게 관심이 없을 것이 뻔한데도, 자아비대증 환자가 원래 이렇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저에게 가장 만만한 오프 장소가 바로 대림대학교 축제였죠. 일단 지하철로 이동 가능한 수도권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지하철 4호선 노원역 근처에 사는지라, 1호선 안양역까지 쉽게 갈 수 있으니까요. 안양역에서 대림대학교까지 도보 이동하는데 시간이 얼마 소요되지도 않았죠. 게다가 다른 축제는 주로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몰려 있어서 제가 갈 형편이 되지 않고, 축제 규모도 커서 QWER을 "면봉 사이즈로" 감상할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대림대학교는 공연 장소가 그렇게 넓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습니다. 분위기상 QWER이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듯했지만, 집에서 계속 "고민중독"하다가는 결국 못 가게 될 터입니다. 대림대학교,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솔직히 그 존재 자체도 모르던 곳이었습니다. '갈까, 말까. 지각하지 않을까. 온종일 강의하고 퇴근길 지하철에 시달리고 귀가해서 겨우 저녁 먹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그냥 가지 말까. 너무 늦지 않았을까.'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속이 왈칵 뒤집힌" 상태였습니다. '나이 잔뜩 먹고, 이게 무슨 짓이야. 있다가 직캠러들이 영상 업로드하면 그거 보는게 낫지. 왜 마흔 넘도록 안 하던 짓을 지금 하려고 그래. 그런데...축제직캠 한 영상에 풀리다가도, 떠오른 네 생각에 또 답답해지잖아. 혹시 내 머릿속이 어떻게 돼버린걸까나. 이건 다 너 때문이라구요오오오네?!'
그렇습니다. 김계란처럼 민머리를 반짝이며, 저는 대림대학교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싣었습니다. 일단 지하철을 타고 나서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까 말까 망설일 땐 하는 편이 낫다'는 진리가 이번에도 확인되었습니다. 1시간이 넘게 지하철에 앉아서 QWER 공연 영상을 복습하며, 그녀들이 오늘은 어떤 츄리닝을 입을까 "천 번쯤 상상해봤어~." 안양역이 생각보다 꽤 넓고 세련되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저는 대림대학교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럴 때는 젊은 분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쪽을 따라 걸으면 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대림대 쪽을 향하는 사람들이 적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학교에서 나오는 학생들도 많았죠.
다리를 하나 건너 학교로 오르니, 이내 운동장이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도착했을 때는 가수 이무진 님이 한창 공연 중이었습니다. 편안하고 귀여운 얼굴의 이무진 님이 부르는 노래들을, 놀랍게도 제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카페에서 자주 들리던 곡들의 주인공이 바로 이 분이구나! 옆에서 키가 180cm가 넘는 남고생들이 "이무진, 날 가져요!"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출산율 하락세가 앞으로도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던 순간이었습니다. 이 초식남 친구들은 이무진의 공연이 끝나자, QWER 공연이 남았는데도 곧바로 자리를 떴습니다. 미래에서 온 제가 보았을 때, 5월 10일 당시 QWER의 위상은 아직 두 달 뒤와는 같지 않았습니다.
한편 저는 주위를 둘러보고서 대림대학교 축제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크지 않은 학교 운동장에 사람이 꽉 차지도 않았으며, 상당수가 동네 주민이었습니다. 저보다 나이 많은 흰머리 아저씨들이나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들도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말 그대로 대학 축제를 가장한 동네 축제였습니다. 워낙 남녀노소가 다 섞여 있어서, 저 하나쯤 끼어 있다고 해서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제가 꿈꾸던 분위기였죠. 제가 고려대학교 입실렌티 맨 앞줄에 스탠드를 짚고 섰더라도, 이처럼 마음 편히 공연 관람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나스닥 우량주를 보는 눈은....아니, 그만하겠습니다.
이무진 님의 공연이 끝난 뒤, DJ 춘자 님의 디제잉 무대가 있었습니다. 그 공연을 보면서 저는 반성했습니다. "와, 진짜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사실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들 대다수는 QWER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춘자 님 공연에 대한 호응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저는 춘자 님을 잘 모릅니다만, 관객들과 상관 없이 진짜 자기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고 가겠다는 결기가 본받을 만했습니다. 김건모 노래 등이 이어진 춘자 님의 디제잉 파티는 끝나고, 이제 대망의 QWER 순서가 왔습니다. 그리고 알록달록한 LED 영상을 배경으로 드디어 그녀들이 등장했습니다!
팬들의 엄청난 환호 속에 QWER은 하늘색 츄리닝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시요밍은 첫사랑 기본템인 똥머리를, 쵸단은 "스트리트 파이터 춘리를 연상시키는" 뿌까머리를, 냥뇽녕냥 히나는 "에반게리온 아야나미 레이"의 헤어 센서 스타일 머리핀을 꽂고 나왔습니다. 이거 뭐야! 완전히 서브컬처 덕후들 심장저격하는 디테일이잖아! 말해 뭐해 입 아프지만, 그녀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저는 가수 싸이(PSY)가 항상 지적하던 스마트폰 촬영의 문제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싸이는 공연장을 찾은 분들에게 "공연을 폰이 아닌 눈에 남기라"고 주문합니다. 실제로 많은 관객들은 가수가 바로 코 앞에 있는데도, 자신의 최애를 눈에 담기보다는 폰을 들어 녹화하기에 바쁩니다. 하지만 이런 공연 문화를 문제 삼다가는 꼰대 최급을 받지요. 싸이도 저도 이제 40대 아재일 따름입니다. 저는 여기에 대해서는 논의를 이어가지 않고자 합니다.
다만 모든 관객들이 스마트폰을 머리 위로 치켜들어 사진이나 영상 촬영에 들어감에 따라, 가수의 공연을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왜냐하면 대림대학교 무대가 상당히 낮았기 때문입니다. 제 주변의 여성 분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분들로부터 불만과 욕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머리 위를 꽉 메운 "스마트폰 대나무숲"으로 인해 최애 가수 공연 관람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죠. 다들 셀카봉에 폰을 끼워서 촬영하고 있었으므로, 상황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아예 마음을 비우고 LED 전광판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돈 한 푼 내지 않고 보는 무료공연인데, 바라는 것이 너무 많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QWER 첫 단독 유료 콘서트 때는 관람석에서 "내려다볼 예정이니," 이 정도는 감사하면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이 일체유심조라,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공연이 진행되면서 시간이 늦어짐에 따라 사람들이 점점 빠졌고, 혼자인 저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서 결국 그녀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하는 짓은 애 같네요.
제가 공연을 직접 보면서 느낀 점은 QWER의 노래가 매우매우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음원으로 들어도 높지만, 시요밍의 라이브를 실제로 들으니 정말로 기계음 같았습니다. 아니, <고민중독>이나 <대관람차>가 이렇게 높았다고? 저런 고음을 숨 쉴 틈도 없이 라이브로 이어가는 시요밍이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공연 세트 리스트는 어느 정도 고정 상태였으며, <디스코드> 이후로 <수수께끼 다이어리>가 곧장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소다>가 <수.다>를 대신하고 있지만, 저는 디스코드-수.다 사이의 자연스러운 연결 부분(We are! We are!)을 대단히 좋아해서, 이 공연을 직접 본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수께끼 다이어리> 연주를 끝내고 멘트 이후에 QWER은 <고민중독>을 불렀는데, 사실 대중들이 잘 아는 히트곡은 마지막에 부르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서 대학 축제 공연이 이어지고 여러 피드백이 반영됨에 따라, 요즘 QWER은 <고민중독>을 맨 끝에 부르지요. 하지만 그래서인지, <고민중독>을 중간에 부르는 공연은 "레어템"입니다. 오타쿠들은 원래 "레어템"이나 "한정판"을 좋아하죠. 리바이스 청바지도 옛날에 나온 레어템이 더 비싼 거 아시죠?
짤막한 멘트 뒤에 호흡을 가다듬은 시요밍이 무반주로 <별의 하모니>를 시작할 때, 제 몸엔 비로소 소름이 돋았습니다. <고민중독>이 아무리 좋더라도, 제게 QWER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곡은 여전히 <별의 하모니>입니다.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고민중독> 스타일이라면, <예뻤어>는 <별의 하모니>와 분위기를 공유합니다. 물론 일대일 대응을 시키기란 어렵지만, 저는 <별의 하모니> 성적이 못내 아쉽습니다. QWER이 향후 좀 더 높은 곳에 있을 때, 데이식스의 곡들처럼 역주행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친구가 바로 <별의 하모니>입니다. 그냥 묻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명곡이거든요.
한편 "벅차오름"을 인생 모토로 삼고 사는 제게, <대관람차>는 <고민중독>과 어깨를 다투는 명곡입니다. "언제나 네 곁에 있어, 어떤 날이 와도. 두려움보다 설레임을 안은 채, 봐, 오늘 너머 내일의 너를 만나러 가고 있어."라는 가사를 들으면 괜시리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물이 납니다. 왜 우리는 언제나 서로의 곁에 있으면서, 두려움보다 설레임을 안고 내일의 서로를 만나러 가지 않을까요. "대혐오의 시대"를 살기 버거워하는 감수성 예민한 분들에게 든든한 위안이 되는 곡입니다.
그러나 대림대학교 축제가 참말로 "레어템"인 까닭은 바로 <불꽃놀이> 공연 바로 전에 실제로 캠퍼스에서 불꽃놀이가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대학 측의 배려인지는 확인 불가입니다. 옆에서 수군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정 시간 이후에 불꽃을 터뜨리는 것이 불법이라서 이렇게 진행했다고 하는데,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여하튼 QWER과 바위게들은 <불꽃놀이> 라이브 공연 바로 전에 불꽃 쇼를 관람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까만 밤하늘이 불꽃으로 가득 차자 기도하기 시작하는 시요밍. 손가락으로 불꽃을 가리키며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쵸단. 감동에 젖어 소리지르는 마젠타. 그냥 무엇을 해도 여신인 냥뇽녕냥 히나. 그리고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보자마자 덕통사고를 당한 제가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QWER은 원래 회전문인데, 회전속도가 너무 빨라서 들어간 사람이 절대 못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저 또한 토네이도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그 회전문 안에 갇혀, 덕통사고를 당한 심장을 움켜쥐고 그렇게 주저앉았습니다. "그래, 국가가 허용한 마약인 아이돌 덕질을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오늘부로 QWER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오늘부터 지지관계에서 벗어나, QWER과 나는 한몸으로 일체가 된다." 이렇게 늙은 바위게는 눈앞의 <불꽃놀이> 공연도 잊은 채 혼자만의 망상에 빠집니다.
대림대학교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무대를 빠져나갈 때, 냥뇽녕냥 히나는 "나, 대림대 항공과 면접 봤었는데. 올 걸 그랬나 봐."라며 바위게들을 마지막까지 쎄게 조련하고 사라집니다. 이런 요망한 고양이! 지금까지 아이도루 안 하고 어떻게 참고 살았냐. 아마 2024년 하반기 컴백 때부터, 냥뇽녕냥 히나의 본격적인 끼가 폭발할 걸로 예상됩니다. 아직 "자아를 버리지 못해서" 결정적으로 귀여워져야 할 순간에 자포자기하는 경향이 있지만, 덕후 황제 대관식은 멀지 않았습니다.
많이 늦지 않은 때에 공연이 끝나서, 편한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그대로 노원역까지 왔습니다. 가슴이 벅차오른 나머지 도파민이 계속 터져서, 피곤하거나 졸린 줄을 몰랐습니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된 오늘 하루가 매우 길었음에도 말이죠. 아무런 약속 없던 금요일 저녁, 특별한 기억 없이 끝날 뻔 했던 하루. QWER은 제게 소중한 글로 남길 추억을 만들어주었습니다. 40대 아재 바위게의 일코 해제(일코: 일반인 코스프레)는 제 자신의 추억을 남기는 자리이자, 벅차오르는 감정을 되살려준 QWER에 대한 감사의 표시입니다.
43세의 언론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살다 "강다니엘"에 빠진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2018)의 작가 원유 님처럼, 20대를 훌쩍 넘긴 나이에 아이돌 덕질로 삶의 활력을 되찾는 분들의 에세이 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런 책들이 나올 때마다 구해서 읽으며 공감하고 힘껏 응원합니다. 제가 꿈꾸던 바람직한 세상이 도래 중이니까요.
원유 작가님께서 책 말미에 언급하셨듯이, 늦은 나이의 아이돌 덕질은 "잊고 살았던 벅차오름"을 다시 살려줍니다. 2024년 저의 최애 가수는 데이식스와 QWER인데, 두 밴드 모두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을 보는 이들에게 안겨준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QWER에 잠식당한 제 취미 생활 속에도 일정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고민중독>은 드러내 놓고 "벅차오르다 못해 내 맘이 쿡쿡 아려와!"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40대는 1년 가운데 "벅차오름"을 얼마나 자주, 그리고 많이 느낄까요? 세월과 세상에 치이고 무뎌져서, 웬만한 일에는 감정이 일지 않고 무덤덤합니다. 그러나 감정이 무뎌짐에 따라 재미 또한 무뎌져서, 무엇을 해도 어릴 때처럼 가슴 벅차오르게 감동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벅차오름을 항상 동경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벅차오름을 사랑하도록 만들어졌으니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Q-VGMN4quoQ&t=1239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