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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 쵸단: 뿌까머리 무력 리더의 갭모에

청순가련 전투인형의 실사판

https://brunch.co.kr/@joogangl/541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QWER 첫 정산..? l 최애의 아이들 시즌2 EP0>에서 1년 만에 받은 정산금액을 확인하고 몽둥이를 집어든 시요밍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요일이네요. <24시간 동안 감금된 여자 아이돌 l The QWER Show> 초반부, 테이블 위에 놓인 돈뭉치에서 만 원 한 장 몰래 빼가려던 시요밍인만큼 돈(그리고 도넛)에는 진심인 모양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아이돌 컨셉을 잡고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을 외치던 시요밍이지만, 오늘의 주인공인 쵸단의 쵸크(목 조르기) 기술 한 방이면 금세 "우리는 팀이죠. 평생 함께."라며 뇌절을 멈추고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더군요. 그러니 바위게들은 그녀의 탐욕으로 인한 팀내 불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우주에서 가장 귀여운 쵸크 공격으로 시요밍을 참교육하는 리더 쵸단. 둘 사이는 여전히 화목해 보인다>

오늘은 밴드의 등뼈인 드럼을 담당하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박자와 리듬을 주관하는, 숨은 일꾼이자 든든한 가장인 리더 쵸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QWER의 다른 멤버와 마찬가지로, 쵸단 또한 팔색조의 매력을 지닌 아이돌이라 편의 글로 그녀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모아희단 단장인 그녀에 대해 여러 편의 글을 통해 매력 하나하나를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가운데 첫번째인 "갭모에"입니다.  


서브컬처에 익숙한 저와는 달리, 많은 분들에게 "갭모에"라는 용어는 낯섭니다. 혹시나 해서 "갭모에"에 대한 논문을 검색해 보았는데, 나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나무위키의 설명을 빌려왔습니다.


갭모에(ギャップ萌え): 여러 가지 모에 속성 중 하나. "Gap"이라는 단어와 "모에"를 합친 것에서 알 수 있듯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발생하는 모에 포인트, 즉 우리말로 풀어 내자면 "의외성," "반전 매력"을 뜻한다. 쉽게 말해 평소 이미지랑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갭에서 매력이 느껴진다면 그것이 바로 갭모에.


요약해 보면, 갭모에란 '평소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에서 오는 반전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갭모에를 최초로 강하게 느낀 캐릭터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아야나미 레이입니다.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표정의 레이가 처음으로 살짝 웃음을 보였던 그 명장면을 올드 팬들은 잘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극장판 사도신생>의 레이 미소

<우루세이 야츠라>의 라무(ラム) 및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의 나디아(ナディア)가 애니 여성 캐릭터 인기 탑 순위를 철옹성처럼 지키고 있을 당시, 아야나미 레이는 "청순가련 전투인형" 갭모에를 들고 나와 애니메이션계를 단숨에 평정해 버렸습니다. 그 뒤 <최종병기 그녀>의 히로인인 치세(ちせ) 등에서 갭모에의 전통은 계속됩니다. QWER의 궁극기인 R 이시연의 경우에도, 무대 위 "이시연"과 무대 밖 "시쪽이" 사이의 갭에서 오는 반전매력으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돌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의 갭모에로 인해 많은 팬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멤버가 있으니, 바로 뿌까머리를 한 "무력진압" 리더, 쵸단입니다. 그런데 매우 흥미롭게도 QWER 리더로서의 쵸단의 갭모에를, 여성 팬과 남성 팬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느끼는 듯합니다(여성과 남성은 편의적인 분류방식에 불과합니다).

우선 여성 팬들의 경우, 쵸단은 무대 위에서는 멋진 드러머이자 무대 밖에서는 부끄러움이 많은 귀요미입니다. 무대 안팎의 이미지가 상반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R 시요밍의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여타 아이돌 그룹 또한 무대 위에서는 멋진 전문성을 뽐내지만 무대 밖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갭모에로 팬들을 사로잡죠. 무대 위 이미지와 무대 밖 이미지 간의 갭, 여기에서 오는 갭모에는 그리 드문 케이스가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주목하는 것은 많은 남성 팬들이 쵸단에게 갭모에를 느끼는 지점입니다. 즉 남성 팬들의 경우에는 복싱과 헬스, 각종 격투기, 위스키, 게임, 축구 등 "남자들이 환장하는" 분야에 모두 일가견이 있는 "상남자 쵸단"과 뿌까머리를 한 "귀요미 쵸단" 사이에서 갭모에를 느낍니다.

물론 그녀가 피멍 든 손가락에 밴드를 감은 채 매일 드럼을 치는 프로페셔널한 뮤지션이라는 점은 갭모에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매력 포인트입니다. 팬에게 선물로 건넨 드럼스틱에 피가 묻어 있었던 일은 슬픈 영화 속 장면 같지요. 다만 남성 팬들에게 쵸단이란, 마젠타를 빠따 치고 시요밍의 배에 훅을 날리는가 하면 뇌절하는 멤버들에게 어슬렁 어슬렁 다가가 단숨에 진압하는 압도적 무력의 "군대 조교"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동시에 얼굴 꽃받침 포즈를 좋아하는 뿌까머리 소녀이자, 시요밍이 무대에서 하는 뇌절 멘트 한 마디에 얼굴을 감싸고 무너지는 부끄럼쟁이입니다.

다시 말해 무대 안팎의 이미지 차이뿐만 아니라, 무대 밖 쵸단의 실제 캐릭터가 저와 같이 양극단을 오갑니다. 쵸단은 이른바 "이중 갭모에"를 발산하는 매력덩어리인 셈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Kt0tRI21nTA&t=47s

<시요밍의 뇌절 멘트에 주저앉고 마는 쵸단 영상>

사실 "쎈 언니" 캐릭터는 과거에도 항상 존재했습니다. "걸크러쉬" 장르가 그런 캐릭터성을 많이 반영하고 있죠. 다만 전통적인 걸크러쉬는 강해 보이는 이미지에 실제로 강하지는 않지만, 쵸단은 실제로 강하면서 실제로 부끄럼쟁이입니다. "레알 갭모에"죠.  

게다가 "강하다"는 장르가 기존의 걸크러쉬와 전혀 다릅니다. 즉 쵸단은 격투기, 헬스, 축구 등에 매우 뛰어나며, 소문난 위스키 애호가이자 게임과 애니에 미쳐 사는 오타쿠이기도 합니다. 상기한 모든 분야는 전통적인 크러쉬 이미지와 무관합니다. 하지만 남성 팬들은 쵸단만의 새로운 크러쉬에 치입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어퍼컷 방에 실제로 상대방이 "크러쉬"되거든요.

<에반게리온>의 아야나미 레이에서 <최종병기 그녀>의 치세 그리고 최근의 바이올렛 에버가든까지, "청순가련한 전투인형"의 유구한 전통이 현해탄을 건너 쵸단이라는 아이돌로 실사화되었습니다.

아래는 쵸단이 동두천 시가 주관하는 복싱 단체전에 나가 우승한 사진 두 장입니다. 그녀의 표정에 주목하여, 위 사진과 아래 사진 간의 갭모에를 확인해 봅시다.

<복싱 챔피언 쵸단>
<꽃받침 소녀 쵸단>

단언컨대 지금까지 이런 아이돌은 없었습니다. 이 얼굴에 이 무력!? 이건 못 참죠.


한편 1990년대에 동네 오락실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춘리를 연모했던 아재들에게, 뿌까머리는 영원한 로망입니다. 많은 한국 남성들에게 뿌까머리는 무력과 귀여움이 합쳐진 갭모에의 상징입니다. 단순히 귀여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뿌까머리 무도가 이미지가 워낙 반응이 좋아, 지금 연재 중인 <일승천금>이라는 일본 만화에서도 뿌까머리 중국 출신 격투가인 "유즈하 리"의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일승천금의 유즈하 리>

그래서 똑같이 쵸단의 뿌까머리를 보더라도, 춘리를 아는 분과 모르는 분이 느끼는 감정은 다를 것입니다. 뿌까머리로 드럼을 친다고 해서 그 이미지가 격투기를 연상시키지는 않죠. 하지만 저는 대번에 뿌까머리와 격투기를 연관시키고, 세차게 드럼을 두들기는 그녀의 피 묻은 손에서 수없이 타격을 가하는 격투가의 상처투성이 주먹을 봅니다. 그녀 또한 제가 잊고 살지만 갈망하는 그 감정의 화신입니다. 열혈, 그 자체지요.

<쵸단의 터진 손과 멍든 손톱>

쵸단은 김계란이 자신의 이미지를 "무력진압"으로 만들었다며, 장난스레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는데요. 김계란 이후 쵸단을 "무력진압" 캐릭터로 만들어주고 있는 멤버는 일본 예능을 다년간 경험한 시요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쵸단은 개인 방송에서는 활달하지만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는 수줍어하며, 특히 개인 캐릭터를 독자적으로 구축하기에는 부끄러움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캐릭터 구축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시요밍이 앞장서서 뇌절하다 쵸단에게 진압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물론 저는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녀들이 연기한다고도 보지 습니다. 왜냐하면 멤버들의 기본 성품이나 특성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그런 캐릭터가 생성되지 않고 저런 상황 발생도 불가능하니까요. 


QWER 팬인 저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쵸단은 이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했습니다. QWER 이전의 쵸단은 복싱과 운동을 잘하는 미소녀였습니다. 그것만도 대단합니다만, 이제 QWER 리더 쵸단은 그 복싱 실력을 이용해서 뇌절하는 멤버들의 기강을 잡는 캐릭터로 재탄생했습니다.

만약 쵸단이 복싱을 잘하는 미소녀에 그쳤다면, 향후 격투기 예능에 나가 땀을 흘리며 뒹구는 영상만 우리에게 남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걸밴드 리더로서 "하찮은" 멤버들을 빠따 치고 군기 잡는 "군대 여조교" 캐릭터로 자신의 이미지를 승화시켰습니다. 게다가 "접수"를 잘해주는 멤버들 덕분에, 독보적인 예능감 없이도 자연스레 웃음을 유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쵸단은 QWER 멤버가 됨으로써 자신의 가능성을 넓혔고, 한층 성장했습니다. 쵸단이 QWER을 가족이라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QWER과 바위게는 대한민국에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가수와 팬덤이기 때문에, 그들의 일부가 되어 활동을 기록하여 남기는 일은 제게도 참으로 뜻깊고 공부가 됩니다. QWER과 바위게의 유쾌한 인터랙션은 케이팝 역사에 유래가 없는 독특한 현상이니까요. 바위게 여러분!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시고,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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