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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 마젠타: 모아희와 이아희 사이

팬들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별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에 대하여 

https://brunch.co.kr/@joogangl/535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제가 지난 6월 29일, 시요밍에 대한 글을 쓰면서 "조롱"이라는 단어를 "사전적 의미"로 사용했는데요. 생각해 보니, QWER 멤버들 또한 서로에게 장난치는 것을 두고 "조롱"이라는 표현을 (저와 다른 의미로) 쓰고 있었습니다. 6줄 기타리스트인 냥뇽녕냥과 시요밍은 4줄 베이시스트인 마젠타를 조롱했고, 사회적 약자였던 마젠타는 이내 나머지 두 명의 기타리스트와 힘을 합쳐 드러머 쵸단을 "0줄"이라고 조롱했죠. 이에 대해 무력 귀요미 리더 쵸단은 분노하며, 스네어 드럼에 얼마나 많은 줄이 들어가는지에 대해 개인 방송에서 구구절절 설명했습니다. 물론 나머지 멤버들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겠죠. 

사실 QWER 멤버들은 하루에 밥은 3끼 먹되, 조롱은 서로에게 그 이상 먹여줘야만 숙면이 가능한 무시무시한 아이돌입니다. 마젠타는 쵸단을 "알고있슈~"(마니또)로 조롱하고, 시요밍은 냥뇽녕냥을 "뀨 이쓰 뽀 뀨리~"(소다)라고 조롱합니다. 하지만 마젠타와 냥뇽녕냥은 2023년 롤드컵 전야제 준비 당시, <수수께끼 다이어리> 귀요미 안무를 꾹 참고 연습하는 시요밍을 "숨 한 번 참았다가 츄우~"하고 조롱해서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게 했죠. 앞선 사례를 통틀어 볼 때, QWER은 "고민중독"이 아닌 "조롱중독" 상태에 있다고 진단됩니다. 제가 보기엔, 조롱을 받기는 하되 남에게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유일한 멤버가 쵸단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쵸단 편에서 상세히 다루고자 합니다. 


그런데 "조롱"에 관한 에피소드들은 사실 일상언어학파 입장에서 볼 때에는 적지 않은 중요성을 띠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일한 단어가 상황이나 사용자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로 쓰인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령 이성애자인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쓰는 "사랑해"는 그가 남자친구에게 쓰는 "친구야, 내가 니 진짜로 사랑한데이!"의 "사랑"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겠죠. 같은 선상에서, "악의에서 비롯된 폄하"로서의 조롱과 "호의에서 비롯된 장난"으로서의 조롱은 의미가 동일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QWER 멤버들이 서로에게 사랑스럽게 장난치는 것은 극심하게 양극화된 집단이 서로를 악의적으로 비하하는 것과 비교할 때, 정반대의 의도와 의미를 지닙니다. 조롱의 사전적 의미가 "비웃거나 깔보면서 놀림"이라는 부정적 뉘앙스지니는 것을 고려해 때, QWER 멤버들 간의 조롱은 "애정어린 장난"이라고 바꿔 이해하는 편이 좋겠지요. 또한 인터넷 용어에 익숙한 QWER 멤버들은 서로에게 "능욕당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능욕"이나 "능멸"이라는 단어 또한 사전적 의미와는 다르게 온라인에서 쓰이고 있지요. 


하지만 이런 원칙에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이를 나의 현실에 적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공부와 경험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의도를 선과 악으로 분간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집단에서 자기들만의 의미와 의도로 사용되는 단어의 특수 용법을 내가 죄다 파악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원자화되고 파편화된 사회에서는 내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그 어떤 별명이 붙는다 하더라도, 일단 경계하고 보는 것이 우선이지요. 특히 그 별명이 신체 특정 부위와 관련되었다면 말입니다. 오늘의 주제인 <마젠타: 모아희와 이아희 사이>는 여기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다른 세 멤버와는 달리, 마젠타의 본명은 <고민중독> 앨범 활동 초기까지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위키피디아나 나무위키에도 본명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QWER이 라이브 방송을 하는 과정에서 잠깐씩 노출되기는 하였으나, 마젠타의 기존 팬과 QWER 팬들은 놀라운 자제력을 발휘하며 그녀의 본명 언급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마젠타 본인이 자신의 이름인 "이아희"을 직접 공개한 뒤, 바위게들은 숨 한 번 참았다가 츄우~하는 심정으로 각종 별명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아희라는 이름이 워낙 활용도가 높아, "아희돌", "아희유", "에이아희", "아희코스" 등 수많은 별명이 탄생했는데요. 그 가운데에서도 영어 철자 "i"는 영어 문장의 주어 등에 자주 사용되므로, "아희러브유", "아희미스유" 등등 무한 개의 변용이 가능했습니다. 마젠타는 어린 시절 이름으로 인해 놀림 당한 기억이 있다고 했지만, 이제 인기 연예인인 까닭에 본명을 공개하고 그 후과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모양새였습니다.    

기존의 QWER 별명왕은 단연코 냥뇽녕냥이었습니다. 히나의 팬들은 일단 네 글자면 모두 냥뇽녕냥에게 가져다 붙이는 까닭에, "양념치킨", "양념통닭", "양양군수" 등등 다수의 별명이 생겨났는데요. 이제 이아희의 별명 갯수가 이를 가볍게 뛰어넘을 전망입니다.   


그런데 생업보다 이아희 별명 짓기에 더 많은 열정과 재능을 쏟던 바위게들로부터 역대급 별명이 탄생하고 말았으니, 바로 "모아희"입니다. 아시다시피, 칠레의 이스터 섬에는 다수의 모아이 석상이 존재합니다. 저는 어릴 때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코가 크고 얼굴이 길쭉한 모아이 석상이, 탑티어 미녀인 마젠타 이아희의 이미지와 결합되었을까요? 먼저 제 이야기를 솔직히 좀 해야겠습니다. QWER 데뷔 때부터 마젠타를 보았지만, 저는 한 번도 그녀의 코에 주목해본 적이 없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코가 크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오히려 그녀의 눈꼬리가 길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눈이 커서 어릴 때 별명이 "개구리 왕눈이"였지만, 마젠타의 눈은 크면서도 눈꼬리가 옆으로 길게 뻗어 있어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웃을 때 보기 좋게 실눈이 되는 것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저는 마젠타 본인이 "나는 울면 안 돼. 울면 코 커진단 말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을 여러 번 접하고 나서야, 그녀의 코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그녀의 코가 크다는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다만 저는 '마젠타가 자신의 코를 반복해서 언급하는 것을 보니, 밈(meme)으로 삼고 싶은 모양이다. 역시 프로 방송인! 빌드업 천재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써놓고 나서 보니 참 어리석었네요. 물론 결국 밈이 되었지만 말이죠. 

마젠타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짓궃은 남성팬들은 횡재한 셈이었습니다. 좋아하는 마젠타가 계속 저렇게 떡밥을 던져주는데, 어찌 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모아이 석상과 이아희는 절묘한 갭모에를 보여주었고, 이내 "모아희(모아이+이아희)"는 마젠타 팬을 넘어서 QWER 팬 다수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모아희 웹툰도 하나 둘씩 올라오면서, 모아희의 인기에 불을 질렀죠. 


그런데 그러면서도 QWER 팬들은 (마젠타 본명을 킵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아희" 사용에 신중을 기했습니다. 만약 마젠타 본인이 그 별명의 사용을 원치 않을 경우, "모아희"는 마땅히 폐기처분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녀의 외모와 관련된 별명이기 때문에, 정말로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래서 "모아희"는 QWER 팬 커뮤니티 내에서만 팬들끼리 즐기는 별명으로 인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맘을 멈출 수가 없는" 것처럼, QWER 야외 실황 공연 때에도 그녀의 진성 팬들이 "모아희!"를 외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였죠. 


그런데 앞에서 제가 "조롱"이라는 단어가 서로 다른 의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던 것처럼, "별명" 또한 서로 다른 집단에서 서로 다른 의도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거나 포용하지 못할 경우, 또는 포용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일 경우, 집단 내외에서 분쟁이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우선 "모아희"라는 별명이 어떤 집단에서 무슨 의도로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파악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모아희라는 별명을 지은 주체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경우, 특정 신체와 관련된 별명을 짓기를 꺼려합니다. 남성들 가운데에서도 짓궃은 장난을 좋아하는 분들이 주로 이런 스타일의 별명을 창작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있어, 마젠타를 "모아희"로 부르는 것은 남자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애정 표현입니다. 마젠타가 탑티어 미인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이스터 섬의 돌덩이로 부를 수 있고, 마젠타가 너그러움과 포용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삐치지 않을 것이라 믿고 "모아이"에 "이아희"를 합쳐서 부르는 것입니다. 유치하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그것이 짓궃은 남자들만의 애정 표현 방식입니다. "마젠타 공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남성들의 애정 표현 방식은 아니지요. 비록 김홍남(다나카)의 <개구리다> 뮤직 비디오에서는 마젠타가 공주님으로 등장했지만 말이죠.  


하지만 "어떻게 젊은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빗대어 그런 별명을 붙일 수가 있지?! 그녀가 상처 받으면 어쩌려고? 과연 그게 팬이 할 일인가?"하고 다소 불편하신 분들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분들의 견해도 타당하며, 우리는 여기서 서로 다른 집단이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부딪힐 때 생기는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을 바로 마젠타가 제시했습니다. 즉 별명의 당사자가 교통 정리를 하면 됩니다. 

"모아희"는 QWER을 미워하는 안티팬이 모욕을 주기 위해 붙인 악명이 아닙니다. 마젠타를 좋아하는 QWER 남성 팬들 가운데 장난을 좋아하는 분들이 실력을 발휘하여 만들어낸 별명인데,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다른 별명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세계 덕후 대통령(진)" 냥뇽녕냥은 마젠타가 별명을 교통 정리하기 이전부터 마젠타 게시물을 쫓아다니며 모아이 석상 이모티콘을 누르고 튀었지요. 이어서 쵸단과 시요밍, 심지어 그들의 매니저인 검은수염 님까지 수십 개의 모아이 석상 이모티콘을 달며 동참했습니다. 

이렇게 그녀를 사랑하는 팬들로부터 자연발생했으며 팀 멤버들마저 애정하는 별명은, 거부해 보았자 소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즐겁게 받아들여서, 마젠타의 인기가 모아희 밈을 타고 널리 퍼져 나가도록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편이 낫죠. 모아희 밈은 마젠타에게 무조건 플러스입니다. 방송 경험이 풍부한 마젠타 또한 이를 잘 알고서, 모아희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교통 정리를 끝낸 듯합니다. 


사실 이는 팀 멤버들이 냥뇽녕냥 히나에게 <소다> 랩 파트로 조롱(장난)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입니다. 냥뇽녕냥은 평소 자신의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가 컴플렉스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엄근진"한 팬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장난치는 나머지 3명의 멤버를 곱게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당사자인 냥뇽녕냥이 좋아하는 것 같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쵸단-마젠타-시요밍을 바라보는 낭뇽녕냥의 심정은, 모아희단을 바라보는 마젠타의 심정과 동일합니다. "애정어린 장난"인 것을 알기에, 웃으면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또한 사람 일은 알 수 없습니다. QWER은 "2024년 섬의 날 홍보대사"입니다. 향후 QWER이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하면 마젠타가 이스터 섬이 있는 칠레 관광홍보대사가 될 수도 있고, 위스키 매니아 쵸단이 "위스키의 성지"인 스코틀랜드 아일라 섬 홍보대사가 될 수도 있겠지요. 게다가 억지로 만든 별명이 아니라 팬들의 사랑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별명이라면, 무엇을 더 마다하겠습니까.


초기에 "(모아희 밈은) 재미있지만, (멘탈이) 좀 긁힌다" 정도의 반응을 보였던 마젠타는, 마침내 모아희 밈(을 포함한 여타 별명들)을 사용해도 좋다고 오피셜로 인정했습니다. 2024년 6월 22일에 있었던 <방학식 팬미팅>에서 그녀는 모아희단이 "모아희!"라고 외치자, 여러분들이 그렇게 놀리는 거 좋아한다며 즐겁게 앞으로도 활동하자고 코멘트했습니다. 감격에 겨워 엉엉 울고 있는 마젠타 언니에게, 냥뇽녕냥은 "모아희 화이팅!"이라고 거들었죠. 역시 조롱중독! 먁옹!

https://www.youtube.com/watch?v=6Bm-VZKLeHw


QWER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분간 매일이 저점이며, 하루라도 더 빨리 바위게가 되어야 더 큰 즐거움을 복리로 쌓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부정이 자기에게 닥쳐올 때마다 항상 더 큰 긍정으로 덮어버린 초긍정 아희돌! 마블이 어리석음으로 인해 놓친, 아이언맨의 진정한 후계자 아희언맨! 한때 포항 앞바다 고동을 전멸시킨 마젠타노스! 끼잉~끄응~ 감탄사도 찰진 하우스금귤 낑깡 아희돌! 

하찮아질수록 그녀는 위대해질 것이며, 낮은 곳에 임할수록 높아질 것입니다. 바위게의 자랑인 마젠타의 별명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바위게 여러분!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시고,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QWER툰: 모아희툰 2     https://www.instagram.com/qwer_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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