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ER 관련 정보라면 빠짐없이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저는 홍콩 침사추이 디스트릭트에 <QWER 데뷔 1주년 기념 카페>가 오픈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뛸듯이 기뻤습니다. 제가 그 근처에 살았었거든요. 제가 자주 거닐던 킴벌리 로드(Kimberley Road) 중간에 위치하더군요. 그 카페 맞은편에는 제가 애용하던 <웰콤 wellcome> 마트가 있죠. 늦은 밤 침사추이를 쏘다니다 그곳에서 맥주나 음료를 사서 "스타의 거리"로 나가, 바닷바람을 쐬곤 했지요. 웰콤('l'이 하나가 아닌 두 개입니다)은 홍콩의 저가형 마트인데, 이곳에 살다 보면 적어도 한 번은 이용하게 됩니다. 카페인에 쥐약인 저인지라 카페 투어를 다니지는 않았기에, "KR 카페" 자체는 낯설었습니다.
이름부터 근본인 이 "KR 카페"는 K-팝 아이돌 생일 기념 행사 등 한국 관련 이벤트들을 자주 진행했더군요. 이래서 저는 '홍콩에 살면서 가 볼 만한 곳은 다 가 보았다'라는 저의 오만한 생각을 황급히 접었습니다. 알고 보니 홍콩에서 영업하는 한국 스타일 카페가 꽤나 많았고, 그곳에서는 한국을 사랑하는 홍콩인과 세계인, 그리고 고국을 그리워하는 한국인들이 어울려서 "저 같은 아재는 도저히 모를" 재미있는 삶을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매일 퇴근 후 한국 스타일 카페에 앉아 책을 보다가 한류 영업을 좀 했을텐데 말이죠. 음, 빡빡이 아저씨가 영업하면 오히려 두려울려나?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저는 홍콩 A 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후배에게 취재를 부탁했습니다. 대학원에서부터 인연이 깊은 후배는 선배의 집요함을 아는지라 별 다른 저항 없이 승락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한껏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다만 그녀는 다른 두 분과 함께 10월 17일 목요일 이른 저녁에 그곳을 방문했는데요. 제가 모르는 분이 동행 중인지라,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10월 28일(월) 저녁에 3인방을 인사동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요. 취재 소감은 "카페가 좁았고, QWER을 아끼는 분위기로 가득했다," 한 문장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글을 길게 쓰기는 어렵고, QWER을 사랑하는 팬들과 함께 홍콩 QWER 팬카페의 분위기를 즐겨보겠습니다. 오늘은 브이로그나 다름없겠네요.
"KR 카페"의 입구는 이와 같습니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노란 실내 조명이 특이하네요. 이날 방문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세팅이 홍콩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실내 배치. 음료와 푸드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가챠(뽑기)" 기계가 눈에 보이는 것만 무려 4대입니다. 역시 돈에 밝은 "금융 허브"답지 않습니까? QWER이 아닌 다른 아이돌들의 가챠 기계가 함께 있는 까닭은, 여기가 "K-팝" 카페이기 때문이죠. <내 이름 맑음>의 작곡가인 전소연이 속한 (여자)아이들 가챠가 중앙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QWER 가챠 기계는 또 따로 있었죠. 이쯤 되면 "뽑기"에 진심인 도시(city)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근검절약 스타일인 제 후배는 가챠에 돈을 낭비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뽑아오면 돈은 내가 줄 것을….
바위게들의 항마력을 실험하는 <청춘록>이 카페 중앙에서 버젓이 상영되고 있었군요. [제천국제영화제]에도 출품된 단편 뮤지컬 영화입니다. 탐정 시요밍이 보여주는 발군의 연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카페에 상주하는 운영진 가운데 한국인은 없었다고 합니다. 어찌 이리 세심하게 준비를 하셨는지…. 제가 갔더라면 인터뷰를 청했을 터인데, 아쉽습니다.
이런 데코레이션은 한국 팬카페와 유사합니다. 그런데 중앙에 놓인 "토르 망치 묠니르"가 유독 시선을 끕니다. 어째서 저 망치가 QWER 팬카페에 놓인 것일까요? 마블 유니버스에 QWER이 출연하기라도 한단 말일까요?!
[출처는 사진에…]
정답은 팬사인회에 등장했던 "토르 시요밍"입니다. 이 정도 디테일까지 감안하다니, 홍콩 바위게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바위게 컨설턴트가 붙지 않았나,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참고로 묠니르는 착한 사람만 들 수 있답니다. 그러니 "유교걸" 시요밍은 합격!
[바위게 라떼]
모든 사진을 업로드할 수는 없고, 제가 가장 마시고 싶었던 "바위게 라떼" 사진부터 올려놓겠습니다. 정말 입을 대기가 아까울 정도로 이쁜 커피입니다. 게다가 이름이 무려 "바위게" 라떼 아닙니까! "QWER 라떼"가 아닌 "바위게 라떼"인 점이 더욱 애틋합니다.
이 음료의 경우, 주문하신 분이 기억을 못하셨습니다. 아마 <시연: 코코넛 에스프레소다>인 듯합니다. "민초 플레이버 소다"가 아니라, 한시름 놓았습니다.
[메뉴판 일부]
홍콩 바위게는 <QWER 데뷔 1주년 기념 카페>에 이어 <쵸단 생일 카페>도 오픈한다고 공지했습니다. 한국에서 여러 바위게들의 도움을 받아도 어려운 게 한시적 카페 운영인데, 해외에서 이렇게 부지런히 활동하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아울러 취재에 힘써 주신 후배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향후 홍콩에 사시거나 이 기간(10/30-11/05) 동안에 체류 중인 바위게들이 쵸단 생일 카페를 방문한다면, 홍콩 바위게에게 큰 보탬이 될 터입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고 절대 안정 중인 QWER의 리더 쵸단에게도 적지 않은 힘이 되겠죠. 한편 카페 프로젝트 명이 "Stay Drunk with Me"인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일찌감치 서구화된 홍콩은 한국보다 위스키 문화가 훨씬 발달되어 있습니다. 위스키 애호가 쵸단을 위한 생일 카페, 뭔지 모르게 기대가 큽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