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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07 온더케이 QWER 공연

팬덤의 수호자, 마젠타

[250206 팬 콘서트 MD 재발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2025년 들어 읽었던 책 중에 유독 제 흥미를 끌던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백영훈이라는 음악매니아가 수십 년의 내공을 풀어낸 <음악을 입다>라는 작품입니다. 70년대 초에 태어나 오랜 세월 동안 밴드 음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저자는, 좋아하는 뮤지션이 내한할 때마다 공연을 보러 가서 티셔츠를 구매합니다. 수십 년을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제 쌓인 티셔츠만도 셀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그러면 이 콘서트 티셔츠 덕후의 광기가 얼마나 강하냐? 오래 입어 낡아빠진 공연 티셔츠를 세탁소에 가서 수선해 입을 정도입니다. 사실 최근에 와서야 티셔츠 품질이 나아졌지, 과거에 뮤지션들이 팔던 티셔츠의 품질은 형편없었습니다. 수선비가 아까운 것은 물론이고, 사자마자 잠옷으로 써도 될 정도이지요. 하지만 백영훈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품질이 아니었죠. 그가 수십 년 동안 구매한 티셔츠 하나하나가 모두 역사입니다. QWER을 좋아하는 바위게라면 충분히 공감이 갈 것입니다. 아울러 음악에 대한 책은 허다합니다만, 공연 티셔츠에 관한 개인사를 다룬 책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대는 '덕후의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시대가 부른 책이라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 가슴이 잔뜩 부푼 저는 1월 25일 QWER 첫 팬 콘서트 티셔츠만큼은 반드시 구입하리라고 마음먹었습니다. 모든 공연에 다 갈 수는 없지만, 이런 특별한 굿즈만큼은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번 팬 콘서트 MD(머천다이즈, 굿즈)은 오직 콘서트장에 가서 티켓을 제시해야만 구입할 수 있는 한정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괜시리 조바심이 났습니다. "아, 이게 바로 한정판이 주는 매력이구나!"

그러나 결과적으로 QWER 팬 콘서트 굿즈는 말 그대로 삽시간에 동이 나버렸고, 저는 구경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 너무 물건에 집착하지 말자. 원래 굿즈를 모으던 사람도 아닌데, 괜히 책 한 권에 바람이 났지, 뭐.' 아쉬우면서도 그렇게 마음을 달래며,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2월 6일인 목요일, QWER의 소속사인 3Y코프레이션은 난데없이 팬 콘서트 MD를 KREAM에서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프리 오더(pre order)라서, 분초를 다투며 살 필요도 없었죠. 저는 뛸듯이 기뻐하며, 검정 티셔츠를 주문했습니다. 백영훈 작가처럼,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티셔츠를 사모으자는 심정으로 말이죠(저는 콘서트 후기 1부에서 이런 결심을 일찍이 토로했었습니다).

물론 온라인에서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한정판의 의미는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지난 콘서트 때는 티셔츠 등쪽 프린팅 내용에 문제가 있어, '후드를 사면 티셔츠를 무료로 주는 1+1 행사'로 바뀌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프린팅 오류가 있는 팬콘 티셔츠'는 영원히 재생산될 수 없는 유니크한 존재이죠. 마젠타가 소유한 가부부(가짜 라부부, 불량 라부부)와도 같습니다. 이제 '팬콘 버전 티셔츠'는 다시 구할 수 없는 진정한 의미의 리미티드 버전이 되었죠. 향후 프리미엄이 세게 붙을 것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는 콘서트 티셔츠를 가질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음악을 입다> 덕분에 생긴 새로운 취미네요. 나중에 저 또한 이것으로 책을 낼 수도 있겠죠. 2월 28일부터 배송이 시작된다니, 3월이면 티셔츠를 만나볼 수 있겠네요. 이제 오프 활동 필수템이 될 듯합니다!


[250207 온더케이 QWER 공연]

2025년 2월 7일에 QWER이 라이브로 참여한 [온더케이On the K]의 주관사는 코카뮤직(KOCCA, Korea Creative Content Agency)입니다. 유튜브 채널의 설명란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흥, 제작하는 대중음악 공연, 콘퍼런스, 라이브클립의 모든 것"이라고 적혀 있네요. 지금껏 매우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았는데,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메이저 가수들도 나오지만, 인디밴드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채널이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 업체이기에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다양한 무대를 제공하는데, 매우 바람직한 채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온더케이]에는 QWER 이외에도 윤마치나 루시 등 인기 높은 실력파 뮤지션들이 참여했습니다.

저는 이날인 금요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어머니와 함께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를 넷플릭스로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진정한 천재 가운데 한 명인 쿠도 칸쿠로(쿠도칸)가 내놓은 2024년 작품이죠. 이제 메이저에 진입한지 오래라, 쿠도칸 초창기의 날 선 병맛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역시 쿠도칸!"이라고 무릎을 치며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와 수십 년 동안 함께 한 '쿠도칸 사단'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죠. 하지만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잠시 멈춰 놓고 QWER 공연을 볼 수도 있지요. 죄송합니다. 다른 훌륭한 가수들의 무대는 보지 않았습니다. 물론 루시나 윤마치 등 훌륭한 선배들의 라이브 공연은 2024년 축제 때 전부 감상했습니다. 앞으로는 열심히 보겠습니다! 쿠도칸만 아니었다면...


이 날 QWER은 <내 이름 맑음>과 <고민중독>, <별의 하모니> 등 총 3곡을 불렀습니다. 1월 25일 콘서트에서부터 시작해서 일본 콘서트 소식까지, 계속 큐뽕(QWER 뽕)에 가득 차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바위게들이 몹시 기다리던 무대였죠. 이날 방송은 영상의 화질이 다소 아쉬웠지만, 음향만큼은 역대급으로 좋았습니다. '들리지 않는 자'가 이제 캐릭터가 되어 버린 마젠타의 베이스 또한 매우 잘 들렸습니다.

이날 무대에서 가장 새롭고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라이브 무대에 CG를 입혔다는 점이죠. 지나고 나서 보니, 조금 웃음이 나오기는 합니다. <별의 하모니>는 가슴 시리고 아련한 곡인데, 그 곡을 부르는 가수의 머리 위에 공룡과 권투장갑, 도넛 등 그녀들의 애호품들이 둥둥 떠다녔으니 말이죠. 곡의 분위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었죠.

하지만 저는 이와 같은 시도가 매우 참신하며, 앞으로 주목할 만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공연 무대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아예 아날로그이거나, 아예 디지털이거나. 아날로그 스타일의 무대를 펼치면서 저런 테크닉을 가미하는 방식은 가수 무대에서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다른 행사에서는 자주 보았습니다). 앞으로는 오프라인 공연에서 이런 방식의 무대 효과를 좀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게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울러 4명의 멤버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는 캐릭터들이야말로 QWER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서, 보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특히 권투장갑과 공룡은 압도적입니다. 어떤 기존 걸그룹 아이돌과도 매치가 되지 않는 캐릭터이니까요. 게다가 멘트 시간 때, 마젠타는 뜬금없이 무협지 이야기를 늘어놓았죠. 이게 바로 QWER입니다. 그녀들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트렌드 세터(trend setter)이자 인플루언서입니다.

이제 '인플루언서'라는 단어는 너무도 흔히 쓰여서, 우리에게 별 다른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대충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버를 해서 유명하면 다들 '인플루언서'라 불리죠. 하지만 제가 이해하는 인플루언서의 본질은, 실제로 대중들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선도하며 그것의 깊이를 더하는 크리에이터니다. 단순히 유명해서 광고를 잘 따내고 물건을 잘 파는 네티즌이 아니란 뜻이죠.

QWER은 애니와 게임 덕후라서 10대와 20대에게 큰 호응을 얻습니다. 위스키와 복싱에 능한 쵸단과 무협지 덕후 마젠타는 중장년 남성들에게도 매력적인 존재입니다. 히나는 글로벌 코스프레 1황으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리고 시요밍은 음악 그 자체를 사랑하는 음악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QWER은 정말 앞으로 크게 될 그룹입니다. 음악적인 면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과시할 것입니다. 진정한 '인플루언서'죠.


[팬덤의 수호자, 마젠타]

2월 7일 공연이 끝나자마자, 저는 저녁 할 일을 마치고 취침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쿨쿨 자고 있던 2월 8일 새벽, 쵸단과 마젠타, 검검&빙빙이 3연타 라이브 방송을 했더군요. 정말 대단한 그룹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자정이 되기 전에 무조건 곯아떨어지기 때문에, 저 방송들을 챙겨볼 수는 없었습니다(스마트폰도 꺼 놓습니다). 그리고 일부 몰지각한 찍덕들로 인한 QWER 대란 사태 또한 다음날에야 알게 되었죠(찍덕 자체는 소중한 분들입니다).

그 동안 카메라 자체 조명(플래쉬)만으로도 모자라 고강도의 빛을 내는 스트로보 조명을 QWER 멤버의 눈에 직격으로 쏘아대던 일부 사람들의 몰지각한 행각이 드디어 용인할 수 없는 수위에까지 도달했죠. 퇴근길 멤버들이 "앞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직접적으로 불편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션의 시력을 해치는 행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에 참다 못한 각종 QWER 커뮤니티가 이날 밤에 폭발했습니다.

지난 2024년 8월 7일 <봇치 더 록!> 시사회에서는 QWER만 쫓아다니느라 영화를 보지 않고 나간 몰지각한 그룹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찔렀었습니다. 저 또한 그 시사회를 직접 방문한 팬으로서, 도리에 어긋난 일부 그룹의 행태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팬덤에서나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고, 우리 팬덤 내에서는 이런 일이 없기를 기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덤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동일한 문제점들이 반복된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제 팬덤 내에서 문제의식이 가시화되었고 소속사 또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상태이니, 향후 오프 활동에서는 이런 잘못된 행태들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아니, 동일한 악행을 반복할 시에 집채만한 덩치의 수컷 바위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듯합니다. 내 가수는 소중하니까요.

매일매일 새로운 즐거움이 터져나오는 QWER 커뮤니티이고, 이 글을 쓰는 월요일 새벽에는 이미 다른 떡밥들로 가득합니다. 이 때문에 QWER 사관의 입장에서 이 정도만 간략히 언급하고, 더 감동적인 이슈로 넘어가고자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2월 7일 밤과 8일 새벽은 몰지각한 일부 팬들의 행태에 QWER 커뮤니티가 폭발하던 때였습니다. 이럴 때야말로 누군가가 바위게들을 구하러 올 타이밍입니다. 그것도 독수리 5형제처럼 멍청하지 않고 현명하며, 코가 크기도 한 뮤지션이 말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마젠타입니다.

마젠타는 악기와 작곡 연습, 공연만으로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녀가 하는 중요한 업무가 또 있습니다. 바로 SNS와 라이브 방송을 통한 팬덤 분위기 관리입니다. 물론 아이돌이라면 자기 인기 관리를 위해서 SNS를 하고 라이브 방송을 하겠죠. 하지만 마젠타는 그런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녀는 QWER 주요 커뮤니티 분위기를 자주 체크하는 듯합니다(팬들은 공식적으로 그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나 분위기가 나빠질 경우, 마젠타는 SNS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시도합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마젠타는 결코 구구절절 해명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전달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마젠타는 항상 말하죠. "나로 인해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광대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 신세 타령을 하거나 불합리한 상황을 언급하는 대신, 광대로 나섭니다. 팬들이 슬퍼하거나 분노할 만한 상황이 발생할 때, '기쁨을 주는 광대'로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SNS에 글을 쓰거나 개인 방송을 ON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원할 때도 방송하지만, 팬들이 힘들어 하는 상황이 있으면 '실시간으로' 등장합니다. 전자의 경우는 몇몇 아이돌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정말 지금까지 저런 아이돌이 있었나, 싶습니다.

"아니, 팬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볼 때마다, 실시간으로 글을 쓰거나 방송을 켜서 팬들을 달랜다고? 저런 아이돌이 가능해?" 예, 가능합니다. 여러분은 2025년에 '마젠타'라는 뉴타입 아이돌을 보고 계십니다. '팬들을 향한 공감과 배려'라는 측면에서, 마젠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킹갓제너럴' 공감 아이돌입니다. 이 때문에, 저는 '실시간 힐링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컨셉과 역사를 마젠타가 써내려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젠타 방송을 뒤늦게 챙겨보고 나니, 이제 QWER 월드 투어는 기정 사실이라는 판단이 드네요. 최소한 대만과 홍콩은 확정입니다. 바위게들도 현생이 있으니, 해외 투어를 죄다 쫓아다닐 수는 없겠죠. 또한 해외 공연 비중이 늘수록 국내에서 그녀들을 만날 기회는 줄어듭니다. 메탈리카의 노래마냥 <Sad but True>이지요. 그러면 뭐다? 한국에서 볼 수 있을 때, 더욱 부지런히 봐야겠죠. 2025년에는 오프 현장에서 바위게들과 더욱 자주 만날 듯합니다. QWER 덕질 못지 않게 즐거운 것이 '바위게 덕질'인데, 이 때문에 제 즐거움은 갈수록 커져만 가겠군요.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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