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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 바위게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에바 로드>를 이어 <큐떱 로드>를 달리는 QWER 팬덤 바위게

[오타쿠 로드 무비의 전설, <에바 로드>]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지난 2013년 봄, 전세계 애니 오타쿠들이 주목할 만한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나중에 정식 다큐멘터리로까지 나온 <에바 로드>이지요. 풀 영상은 웨이브(wavve)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오타쿠들의 인구에 회자되는 이 명품 다큐멘터리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신세기 에반게리온> 덕후지만, 삶에 치여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현복과 종호. 그런데 2012년 6월, 에바 덕후들을 까무러치게 할 공지사항이 에바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왔습니다. 정해진 기간 동안 미국과 프랑스, 중국과 일본 4개국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해 애니메이션 등장인물 4명의 스탬프를 받아오면, 소정의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상품은 미정 상태였습니다.

각국 스탬프 부스(booth)의 운영 기간이 짧은데다 첫 타자인 프랑스 파리 부스는 7월 5일에서 8일까지만 운영되었죠. 그런데 홈페이지 이벤트 공개일은 6월 22일이었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준비할 시간이 얼마 없었습니다. 결국 두명의 에바 덕후들은 '아스카' 스탬프를 받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향했습니다. 이어 두 번째 행선지인 일본 도쿄에서는 '레이' 스탬프를, 그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마리' 스탬프를 받는데 성공했죠. 그런데 예상에 없던 중일 관계 악화로 인해 중국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며 두 사람은 시름에 젖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해 12월에 중국 베이징 일정이 확정되었고, 그들은 마지막 '신지' 스탬프를 획득했죠.

2012 에반게리온 공식 스탬프 랠리 마감 결과, 4개국을 돌면서 모든 스탬프를 모은 이는 전 세계에서 현복과 종호 두 사람뿐이었죠. 이들은 당장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훗날 '<에반게리온 Q> 개봉 국가 호텔 숙박권 및 왕복 항공권'과 '극장판 애니의 작화 감독이 그린 일러스트' 가운데 하나를 상품으로 선택하라는 요청에, 두 오타쿠는 두 말 없이 후자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좀 현실로 돌아와야 될 것 같아."라는 여운을 남긴 채, 다큐멘터리는 막을 내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f8z-GxlbA

[<에바 로드> EBS 요약본]

[<에바 로드>를 넘어 <큐떱 로드>로]

저는 오랜만에 <에바 로드>를 감상하다가, QWER 일본 팬 콘서트를 앞둔 바위게들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QWER 커뮤니티들을 살펴 보니, 4월 6일 도쿄 신주쿠 콘서트에 갈 바위게들이 적지 않더군요. 그들 가운데는 QWER의 여타 해외 공연(짐작컨대 대만이나 홍콩, 인도네시아 등)까지 소화하며 열정을 불태울 상남자·상여자들이 있을 터입니다. <에바 로드>의 주인공들이 정해진 기간 동안 프랑스 파리와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들러야 했음을 감안하면, <큐떱 로드>는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 난이도가 훨씬 낮아 보입니다. <큐떱 로드> 기획서를 제안해서 제작사나 프로덕션으로부터 펀딩을 받아도 좋고요(요즘은 클라우드 펀딩도 있습니다).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개인 촬영분을 모아 인디 영화를 내놓아도 좋겠지요. 최소한 <청춘록> 못지 않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QWER의 뚝딱거리는 연기가 담긴 <청춘록>도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에 출품되었는데, 바위게들의 뜨거운 인디 영화가 그만 못하란 법이 없죠.

'도움도 못 주는 아재가 책임감 없게 아이디어 제안을 하느냐'는 따가운 비판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귓가에 울리는 듯합니다. 저도 <큐떱 로드> 생각만 하면, 걷다가도 피가 끓습니다. 다만 저만의 <큐떱 로드>는 <온 세상이 QWER이다>입니다. 제가 2024년 내내 QWER을 애정하며 달려왔던 길을 살펴 보니, 영락 없는 <에바 로드>의 알이즈웰 버전이었지요. 누군가에겐 생일 카페 운영이,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겐 만화 제작이 그들만의 <큐떱 로드>이겠지요. 혹시나 QWER의 해외 공연을 다니시면서 그 여정을 촬영할 마음을 먹은 바위게가 있으시다면, 자신의 덕질 행보를 인디 다큐로 남기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

일찍이 독일의 문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말콤 머거리지의 말을 빌려,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Never forget that only dead fish swim with the stream)."라고 썼죠. 사람은 살면서 가끔씩 미친 짓을 해봐야 합니다. 사람들이 도박이나 마약에 빠지는 까닭은 일상이 너무나 지루한 나머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서입니다. 하지만 자신을 죽여 가면서 살아 있는 느낌을 얻으려는 시도는 어리석습니다. 다만 재미없고 지루하게 사는 것 또한 인간 본성상 견딜 수 없습니다. 바위게는 죽은 물고기가 아닌 활어이며, 시체처럼 시류에 떠내려가기보다는 청새치처럼 펄펄 살아서 수면 위로 솟구치고자 합니다.

제가 살아보니, 추억이 되지 못하는 쾌락은 후회만 남습니다. 밤을 새워 가며 당구를 치거나 게임을 했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이 별로 없습니다. 즐겁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현타를 부른 것만은 확실합니다. 우정을 쌓았다는 장점은 있으되, 그 시간을 통째로 날린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왕 쾌락을 즐길 거면, 추억이 되도록 즐기는 편이 낫더군요. 만인에게 공개할 수 있는 성격의 기록으로 남기면 금상첨화이고요.

생각의 흐름에 따라 쓰다 보니, 터무니없는 제안을 하는 데까지 이르렀네요. 원래 쓰고자 했던 내용은 '내 안의 열정을 불태워서 나만의 큐떱 로드를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무쪼록 바위게들은 죽은 물고기가 아닌 활어임을 깨달아, 신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신화가 아닌, 나만의 신화 말이죠.

그러면 오늘은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는 가사로 유명한 <에반게리온> 오프닝 송을 끝으로 글을 줄이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https://www.youtube.com/watch?v=eppqcuMJchQ

[신세기 에반게리온 op-<잔혹한 천사의 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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