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다 중요한 건, 함께 만들며 성장하는 과정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2월 16일인 일요일, QWER 유니버스에는 두 가지 중요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첫째, 기타리스트 냥뇽녕냥 히나가 수원 스타필드 WMC 팝업스토어에서 이날 오후 협업 행사를 가졌습니다. 둘째, 당일 정오에 올라온 자체 컨텐츠에서 QWER이 자작곡을 만드는 과정의 시작이 일부 공개되었습니다. 오늘 글은 둘째 뉴스를 주로 다룹니다. 다만 첫째 뉴스도 소홀해서는 안 되기에, 짧은 랜선 후기 한 마디를 남기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ARq8ofwaxc
오늘 히나는 아래 위로 검은색 WMC 운동복을 입고 나왔습니다. 저는 그 옷을 입은 히나, 그리고 히나 착장을 한 제 모습을 비교 상상하며 쿡쿡 웃었습니다.
WMC 제품은 디자인 및 옷감의 품질, 그리고 박음질 등 마무리까지 모두 훌륭합니다. 그런데 히나가 이번에 착용한 운동복(그냥 '추리닝'이라고 하겠습니다)의 경우, 옷 자체로만 보면 그야말로 잠옷으로 편히 입거나 집앞 편의점 나갈 때 대충 걸칠 수 있는 편한 일상복 스타일입니다. 워낙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며 늘씬한 히나이기에, 힙해 보이는 것이지요. 히나가 아닌 저 같은 사람이 입으면, 그냥 동네 약수터에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델 착시 효과 때문에, 아마 저 추리닝은 제법 많이 팔릴 듯합니다. 특히 수컷 바위게들의 경우, 아무렇게나 입고 다닐 추리닝은 몇 벌을 사도 돈 낭비가 아니죠. 어차피 반드시 입을 테니까요. 써놓고 보니 제 생각이 짧았네요. 히나라는 걸출한 모델을 써서 추리닝 광고를 했고, 결국 고객들은 사서 입을 테니까요. 향후 오프라인 행사 때 히나 추리닝 차림의 바위게들이 적지 않게 보이겠네요. <한마 바키>의 한마 유지로도 울고 갈 허벅지를 감춘 추리닝 옷태를 볼 생각에, 벌써부터 도키도키합니다. 이거 완전히 '럭키비키 볼셰비키 한마바키'잖아!
https://www.youtube.com/watch?v=V5pA6TxCH0k
한편 저는 일이 있어 외출했다가, 일요일 오후 늦게서야 정오의 자컨(자체 콘텐츠)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려 40분이 넘는 자컨은 제목부터 매우 도발적이었죠. "자작곡도 없는 게 무슨 밴드야?" 저는 이런 빙빙 특유의 개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즐기는 편입니다. <가짜 아이돌>부터 해서 이런 방식의 어그로는, 서브 컬처에서 피어난 꽃인 QWER에게 일상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여하튼 QWER은 가수나 소속사나, 멘탈이 갑입니다.
저는 전날인 2월 15일 토요일, 바위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다음 앨범 때는 반드시 자작곡이 포함됩니다!"라고 호기롭게 질렀지요. 하지만 제가 예상하는 다음 앨범 발매 시기는 3월 말에서 4월 초였습니다. <고민 중독>을 담은 <마니또> 앨범은 4월 1일에 정식 공개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자체 콘텐츠에서는 자작곡이 2월 말에서 3월 초에 발표된다고 못박았습니다. <Algorithm's Blossom> 앨범 정식 발매 한 달 전에 <가짜 아이돌>이 선공개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네요. 벌써 2월 중순인데 말이죠. 이로써 QWER은 다시 한 번 제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습니다. 4월 6일 도쿄 콘서트 소식 못지 않게 충격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지난 2월 14일 밤, 히나의 위버스 라이브 방송이 있었죠. 이번 자체 콘텐츠가 업로드 되기 이틀 전 영상인데요. 밤 9시가 넘어서 시작된 이 방송에서, 히나는 작사와 작곡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아이디어를 달라고 팬들에게 요청했습니다. 따라서 2월 14일에는 작사와 작곡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QWER이 '편곡'이라는 또 다른 분야까지 전문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마무리할 수준은 아님을 감안한다면, 편곡을 위한 별도의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녹음할 시간 또한 없어서는 안 되죠. 도파민 중독자인 바위게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3월 초에 초대형 떡밥(디지털 싱글)을 투하해서 한 달 동안 놀게 만든 다음, 4월에 정식 앨범이 나온다는 플랜인 것 같은데, 정말 촉박하네요. '시간을 달리는 소녀들'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싶습니다.
자체 콘텐츠 내용에 근거한다면, 팬 콘서트가 끝난 다음날인 1월 27일(월)부터 QWER 최초의 자작곡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전담 작곡가인 이동혁(동동)을 제외하고, 멤버들끼리 여러 번의 회의를 가졌는데요. 아마 자작곡이 발표되는 그 날까지 일요일 정오 자체 콘텐츠는 쭉 이 내용으로 갈 듯합니다.
이번 자체 콘텐츠는 멤버 4명이서 곡을 공동으로 써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격한 토론을 가감없이 담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손에 땀을 쥐고 볼 수 있었죠. 사실 팀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저 정도의 의견 차이는 수시로 접할 수 있죠. 걱정할 바는 아닙니다. 다만 공동 작사·작곡은 매우 힘든 과정임이 분명합니다. 한 사람이 멜로디 라인이나 코드를 만들어 오고 나머지 멤버들이 다듬는다면 작업이 훨씬 쉽겠죠. 하지만 제가 보기엔, 4명이 공동으로 작사와 작곡을 하게끔 회사 측에서 일부러 판을 깐 듯합니다. 이렇게 4명이서 좌충우돌하며 함께 곡을 써 봐야, 그 과정에서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으니까요. 멋진 곡을 써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점은 바로 4명의 멤버가 한 명도 빠짐없이 함께 성장하는 것입니다. QWER이 대한민국 최초의 성장형 걸밴드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되겠죠.
한편 이번 영상에서는 4명 멤버들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는 이들을 더욱 즐겁게 했습니다. 크게 보면 마젠타와 시요밍은 '돌진 스타일'이고, 쵸단과 히나는 '조율 스타일'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기가 막히게 멤버들을 모았는지, 지금 보아도 신기합니다.
우선 시요밍은 2023년 데뷔 때나 2025년 지금이나 변한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녀는 항상 돌아갈 다리를 끊고 '전속력으로 돌진'합니다.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그만큼 걱정도 많죠. 그런데 가진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며, 그로 인해 오해를 사고 본인도 속이 상하는 듯합니다. 세심하고 정갈한 글솜씨를 보면, 언어 능력 자체는 탁월합니다. 다만 그녀는 순발력 있게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정신 없이 말이 오가는 상황에서 손해를 보는 타입이더군요. 음악적 욕심이 많은 메인 보컬이니, 앞으로 그녀의 견해가 갈수록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음으로 마젠타의 경우, 자체 콘텐츠에서는 처음으로 화를 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순하디 순한 그녀가 과격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젠타와 가장 스타일이 비슷한 저이기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아시다시피, 1차 회의와 2차 회의, 그리고 3차와 4차 회의 내용은 각각 달라야겠죠. 그리고 작곡의 발전 단계에 따른 분량과 범위의 숙제를 마쳐서 가지고 와야겠죠. 다만 완벽주의자의 경우, 남들보다 몇 배로 마음이 급해서 종종 단계를 고려하지 않고 혼자 폭주할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어떤 변수들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끝내는 편이 낫죠. 바로 마젠타가 이런 스타일인 듯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마젠타가 탑티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점을 상기해야만 합니다. QWER 멤버들은 모두 개인 라이브 방송을 합니다. 그런데 히나와 시요밍의 경우, 본인들이 특정 주제의 콘텐츠를 기승전결 형식으로 완결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방송을 켜서 팬들과 소통하고 마무리하죠. 그에 비해 쵸단과 마젠타는 오랜 기간 동안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약해 왔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마젠타는 방송 하나에 콩트 5개 이상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녀는 모든 콘텐츠를 혼자서 진두 지휘하는 '1인 방송사'이자 '단독 개그콘서트'입니다. 이 때문에, 무엇을 만들던지 머릿 속에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금방 통째로 구성되죠. 그리고 이런 점이 다른 멤버들과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매우 답답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젠타는 정말 가슴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금방 자신과 타인의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금세 다른 사람들 걱정 모드로 들어가죠. 마젠타는 장난삼아 '내 친구 엘리자베스와 아이디어 14개 쯤 만들어 왔는데'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창조력과 코 크기만큼은 아무도 그녀를 따라갈 수 없네요.
한편 시요밍과 마젠타의 폭주를 막을 지능형 캐릭터가 있었으니, 바로 언제나 느긋하고 침착한 냥뇽녕냥 히나입니다.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해서 모두를 이해시키고 원활하게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역할은 막내 히나가 맡았습니다. 물론 그녀 또한 놀라운 창의력을 지닌 인재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토록 다양한 코스프레 아이디어를 낼 수 없겠죠.
회의 3일차인 2월 8일, 멜로디와 코드 모두 정해지지 않았고 그것들에 대한 4명의 아이디어를 들어볼 단계입니다. 그러나 마젠타는 멜로디와 코드 그리고 가사까지 짜서 왔습니다. 그 때문에 토론에 혼선이 생겼죠. 첫 단계를 함께 논의해야 할 시간에, 마젠타는 끝 단계를 계속 제안하고 있었죠. 이 때문에 히나는 멜로디와 코드 부분을 분리해서 논의하고, 작곡에는 각 단계가 있다는 점을 모두에게 상기시켰습니다.
본디 예술가들은 기가 엄청나게 세죠. QWER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이 기쎈녀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무려 막내가 맡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흔히 아이돌은 '막내온탑'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내가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지는 않거든요. 160cm 전후의 마젠타와 시요밍이 히나의 턱 밑에서 놀고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일단 막내 눈에 보이는 게 없거든요.
그리고 가장 너그럽고 인자한 캐릭터가 리더 쵸단이라는 것이 이번에 분명해졌습니다. 꿈꾸듯 흘러가는 솔로곡 <마니또>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던 그녀는 누구 못지 않게 음악적 욕심이 강하죠. 하지만 그녀의 성향은 다른 3명의 멤버와 많이 달랐습니다. 일단 3명의 멤버는 '출항'하는 느낌의 곡을 원했는데, 쵸단만큼은 항해 중간에 여러 난관을 만나는 상황을 상상했죠. 또한 나머지 3명 멤버는 <메아리> 스타일의 밝은 곡을 꿈꾸었습니다. 반면에 쵸단은 훨씬 차분한 분위기의 곡을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그녀는 나머지 3명의 견해를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히나 못지 않게 침착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죠. 열정이 넘쳐 걱정이 많은 시요밍을 향해, 이번 첫 작품은 QWER 전체 커리어의 쥐똥이라면서 그녀를 안심시켰죠. 물론 첫 자작곡의 중요성을 모를 리더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흥분하고 긴장하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렵죠. 마젠타와 시요밍이라는 폭주 기관차를 히나와 쵸단이 슬기롭게 제어했습니다. 역시 이 팀은 잘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 그리고 '폭주'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시요밍과 마젠타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의미가 전혀 아닙니다. 원래 예술가들은 폭주합니다. 창조력이 폭발하는 예술가들을 자꾸 눌러놓으면, 오히려 날개 꺾인 알바트로스와 같이 무기력해져서 아무 것도 못하게 됩니다. 히나와 쵸단은 성격상, 시요밍처럼 무대 전체를 계속 뛰어다닐 수 없습니다. 마젠타처럼 입으로 트럼펫 소리를 내거나 방독면을 쓰고 춤출 수도 없죠. 다들 지금이 딱 좋고, 역할 분배가 잘 된 상태입니다. 바위게들은 그냥 현생에서 돈 열심히 벌며, 총알 장전만 하면 됩니다.
자체 콘텐츠에서 나오는 멜로디들을 들어보니, 역시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그녀들의 성향이 여과 없이 드러났습니다. 저는 그녀들이 '항해'를 말하는 순간, 바로 <원피스>가 떠올랐죠. 벅찬 도전과 열정, 뭐든지 함께 하는 동료 의식, 공동 목표를 향한 긍정적 노력...그녀들의 이미지에 딱 맞는 곡이 나올 듯합니다.
많은 예술가들은 이미지를 자주 바꿔야만 한다는 강박증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갑작스러운 변화를 불편해합니다. <가짜 아이돌> 헤메코의 경우, <고민중독>의 이미지를 한창 즐기고 있던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죠. 선배 밴드들의 경우에도, 한 해에 여러 번 이미지를 바꾸는 경우는 없습니다. 대중의 반응은 크지만 항상 늦게 옵니다.
QWER은 작년 4월이 되어서야 <고민중독>으로 겨우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고,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그녀들은 본인이 가장 원하는 스타일의 곡을 써내면 됩니다. <고민중독>이나 <내 이름 맑음>은 그녀들의 본래 모습과 어긋남이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녀들의 자작곡 또한 기존의 명랑한 분위기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자작곡이 늘어날수록 다양한 무드의 작품들이 나오겠죠. 하지만 봄의 시작인 3월, 우리는 설레고 가슴 뛰는 분위기의 QWER 자작곡 출항을 즐길 수 있을 듯합니다. 언제나처럼 항상 응원합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