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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 디 어워즈 3관왕 수상 및 '자작곡 대작전'

함께 있을 때 우린 두려울 것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All is well)입니다.

2025년 2월 22일은 QWER에게 또 한 번 기쁨을 준 날입니다. 제1회 [디 어워즈]에서 베스트 밴드(Blue label), DELIGHT(Blue label), 올해의 트렌드(Black label) 등 총 3개의 상을 받았기 때문이죠. 2024년의 영광이 2025년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위게들로서는 그저 신날 따름이지요. QWER 또한 어찌나 신이 났던지, 리더 쵸단은 오랜만에 개인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옆에 앉은 마젠타 언니의 '코'를 조롱한 뒤 "탈모님, 화이팅!"라고 외쳐서 전국에 즐비한 민머리 바위게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죠. 역시 '맞조롱의 화신'인 QWER 팬 노릇 하는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쵸단 너마저...하지만 이 정도로 기가 꺾이면, 바위게 못합니다. 향후 <사우스 파크> 에릭 카트먼 수준의 트래시 토크가 나온대도 여유롭게 받아치는 바위게가 되어야죠. 그게 락이니까요. 이렇게 QWER은 물론 바위게 또한 강하게 크고 있습니다. 이거 그런데 좋은 거 맞아...?

https://sports.donga.com/ent/article/all/20250222/131082501/1


사실 제가 요즘 QWER의 수상 소식이나 공연 이상으로 즐겁게 보는 콘텐츠는 바로 그녀들의 첫 자작곡 도전을 다룬 '자작곡 대작전' 시리즈입니다. [디 어워즈] 3관왕이나 새로운 편곡의 <소다>-<고민중독> 2연타가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다만 저는 국내 유일의 성장형 걸밴드에 반한 사람이기에, 그녀들이 함께 작사-작곡을 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더욱 신납니다. 게다가 2월 23일(일)에 공개된 '자작곡 대작전' 콘텐츠는 길이가 무려 59분이었습니다. '민머리 극장'과 같은 페이크 다큐가 아닌 리얼 다큐여서, 한층 흥미로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EUwVdjfcqY

[250223 자작곡대작전]

지난 2월 16일 '자작곡 대작전'에서는 드넓은 바다로 떠나는 '출항'의 느낌을 주는 곡을 만들기로 합의했었지요. 그런데 일주일 뒤인 이번 영상에서, 그녀들은 출항보다는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마젠타와 시요밍의 견해를 종합하면, 무대에 오르기 직전 QWER의 마음을 담은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물론 최종 버전의 가사 내용은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곡이 나올 것이라는 점은 변함 없을 듯하네요.


매우 흥미롭게도, QWER의 음악 취향이야말로 4인 4색입니다. 우선 쵸단은 슬립낫 등의 영미 헤비메탈을 좋아합니다. 반면에 시요밍은 어릴 때부터 AKB48 오타쿠였던 만큼, 가장 소녀소녀하고 아이아이돌돌한 음악을 선호합니다. 히나는 일본 애니 덕후인 까닭에, 영미 락 덕후인 쵸단과는 달리 일본 밴드 감성에 익숙합니다. 마젠타는 정말 깊이를 알 수 없는 덕후입니다. 가령 그녀는 X재팬 요시키 피규어를 소유하고 있죠. 제 나이 또래에 X재팬을 좋아하지 않은 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요시키 피규어를 가진 사람은 정말 처음 보았습니다. 게다가 마젠타는 레드핫칠리페퍼스가 좋아서, 그들의 곡을 연주하기 위해 베이스를 만지작거리기도 했죠. 한 마디로 장르에 관계없이 좋은 것은 전부 찾아 듣는 음악 애호가가 마젠타입니다.

이렇게 음악적 취향이 천차만별인 그녀들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 수 있을까요? 음악적 형식이 아닌 '음악적 주제'가 그녀들을 하나로 만듭니다. 결국 'QWER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QWER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주제와 전반적인 분위기가 정해지면, 그에 따라 리듬과 멜로디(탑 라인)이 구성되겠죠.

본디 말하고 싶은 이야기와 감정이 정해지면, 그것들을 표현하기 위한 멜로디와 리듬, 가사가 뒤따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나 감정이 없는 곡은 형식만을 갖춘 껍데기에 불과하죠. 또한 하고 싶은 말의 주제에 따라 형식이 바뀝니다. 가령 <고민중독>은 신나고 빠른 장조 풍의 형식을 지닌 반면에, <안녕, 나의 슬픔>은 느리고 슬픈 단조 풍의 형식을 지니죠. 이제 그녀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의 구체적인 성격에 따라, 리듬과 멜로디가 정해질 것입니다. 가사 또한 마찬가지이고 말이죠.

아울러 "쵸단의 음악적 아이디어가 묻힐까 봐, 그것을 살리기 위해 작곡을 더욱 배우고 싶다"는 마젠타의 따뜻한 마음씨에는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작곡에 문외한인 사람이 친구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살리기 위해 작곡에 더욱 매진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조차 없습니다. 마젠타야말로 지(智)-덕(德)-미(美)를 모두 갖춘 진정한 롤모델이 아닐까요. 코젠타를 떠올릴 때마다, 감동으로 인해 코를 훌쩍일 수밖에 없습니다.


QWER 덕분에 한국 밴드 신 전체에 관심이 생겨, 이런 저런 책들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이제 겨울방학도 끝나가니, 마지막으로 누리는 호사겠지요. 그 중에서도 <맨땅에 헤딩하리-한국 인디 음악의 좌표와 궤적>(푸른미디어, 2000)이라는 책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이 저작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와 2005년 MBC 생방송 음악캠프 '카우치 사건' 사이에 나왔습니다. 문장력이 예사롭지 않은 여러 필자들의 글이 담긴 모음집인데, 당시의 쩔쩔 끓는 열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인디 신은 음반 사전심의제가 폐지된 1996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요. 1996년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는 한국 인디 음악 신에서 가장 중요한 두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인디 레이블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던 음반 사전심의제가 폐지된 1996년 6월 7일, 서울대학교 노천극장에서는 안치환, 윤도현, 자우림, 장사익, 노찾사, 삐삐밴드 등이 참여한 '자유' 콘서트가 열립니다. 그런 라인업이 공짜였다니... 그리고 같은 해 10월에는 서울대에서 '소란' 콘서트가 개최되었는데요. 메이저 가수들이 주도했던 '자유' 콘서트와는 달리, 크라잉넛 등 인디밴드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아시다시피, 1996년은 '한총련 사태'로 인해 전국의 대학가가 민중가요와 매캐한 최루탄으로 덮였던 해이죠. 그런데 저와 같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투쟁의 현장인 서울대 관악 캠퍼스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시 서울대를 다니던 학생 절대 다수가 이런 사실을 몰랐을 겁니다. 이래서 '주변부에 관한 역사 공부'는 할수록 즐겁습니다.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가, 왜 <온 세상이 QWER이다> 블로그에서 이 책을 언급했느냐? 박정민이라는 삐딱한 논객이 1999년 7월에 쓴 <언더가 안 되는 5가지 이유>라는 글이 대단히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신랄한 문체 속에서 현재성이 두드러지는 멋진 글이었습니다. 한 문단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우리 나라처럼 또 장르에 헛되이 목숨을 거는 데가 있을까?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장르에 매달린다. 볼장 다 보는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장르를 구분하고 거기에 매달리는 게 나쁘다는 얘기나 하면, 그것은 아니다. 잘못 매달리고 있으니 문제다. 보자. 장르란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무슨 스케일을 쓰고, 무슨 악기와 톤을 쓰고 하는 얘기들은 학자와 평론가들이 원고료 받아먹으려고 떠드는 얘기일 뿐이다...그러면서도 충성심은 왜 또 그리들 강한지. 군사 독재가 장르에 충성하는 정신까지 가르쳐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뭘 좀 하다 바꾸면 대번에 '배신이다 배반이다'하고 난리가 난다. 아무런 목적도 이유도 없는 충성이라면, 그건 뭐라고 불러야 할까? 광신도? 쌈마이? 똘마니?" (116-7쪽)


QWER의 팬덤인 바위게라면, '락(rock)'이라는 장르의 범위를 제멋대로 제한한 뒤 자기가 생각하는 락이 아니면 '배신이다, 배반이다!'라고 외치던 소수의 네티즌들이 금세 떠오를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충성심은 왜 또 그리들 강한지, 변방 오타쿠의 주요한 특징이 '자의식 과잉'이라고 지적했던 마이너리뷰갤러리 운영자의 뼈 때리는 말이 떠오릅니다.

공정을 기해서 말하자면, 저는 소수의 락신도들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만의 편협한 개념 정의에 갇혀 타인을 비판하기는 하지만, 온라인을 돌아다니면서 악플을 달거나 주홍글씨의 낙인을 찍는 마녀사냥꾼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타쿠들은 신랄하고 불평이 많지만, 타인을 파묻으려는 '캔슬 컬처(나락 문화)'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자기 세계에 빠져 살 뿐이죠.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특정 가수를 음해하는 거대 집단은 따로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지금으로부터 사반세기 전인 1999년에도 장르가 어쩌니 저떠니 하는 비생산적인 논란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 인디 신의 태동기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영향이 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크라잉넛의 리더이자 베이시스트인 한경록은 "우리가 곡을 내자, '너네들이 하는 것은 펑크가 아니야! 펑크 음악은 이렇고 저래야 해!'라는 훈수가 빗발쳤다. 그래서 아예 '우리는 조선 펑크를 한다'고 질러 버렸다."라고 회고했죠. 어차피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2020년대는 지나치게 개인화되어, 자신의 알고리즘과 상관없는 음악을 비판하는 것조차 귀찮은 시대가 되었죠. 오히려 좋아! QWER은 2024년에 액땜하면서 성장했으니, 이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드는 데만 신경 쓰면 됩니다.

그리고 QWER 유니버스는 이미 하나의 장르이자 문화입니다. 박정민 논객이 적절하게 지적한 바와 같이, 장르는 구체적인 문화입니다. 가령 블루스 음악은 흑인 하층민, 그리고 컨트리 음악은 남부 백인의 문화와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죠. 구체적인 문화나 집단에 기반하지 않은 장르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흉내내기 쉬운 껍데기로 남을 뿐입니다.

QWER의 음악세계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 코스프레 등의 '서브 컬처'를 탄탄한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어느 메이저 뮤지션도 '애니-게임 서브 컬처'라는 문화적-음악적 토대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QWER은 기존 음악에 익숙한 이들에게 거세게 배척당할 수밖에 없었죠. '다름'을 '틀림'으로 오해하고 응징하는 지긋지긋한 역사가 또 한 번 반복된 것일 따름입니다. 그래서인지 "함께 있을 때 우린 두려울 것이 없었다!"라는 타이틀이 제게는 크게 와닿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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