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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 4월 10일 오사카 콘서트 결정!

오사카 아이돌 출신 시요밍의 금의환향 서사가 무르익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때는 2025년 3월 11일 화요일 저녁 6시 20분, 저는 올해 들어 최초로 비니를 벗고 까까머리로 동료들과 저녁 산책을 한 뒤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부쩍 따뜻해진 날씨에 싱숭생숭했지만,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았거든요. QWER이 일본 콘서트 준비에 매진하다 보니 떡밥도 점차 줄어들어, 저 또한 차분한 마음으로 제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평소 알고 지내던 바위게 한 분이 제게 급히 알려왔습니다. 그 분은 도쿄 콘서트에서 신나게 즐기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인데, 난데없이 오사카 콘서트가 추가되었다고요. 엥? 이게 무슨 소리지? 오사카 콘서트라고? 이럴 때는 공식 팬카페에 방문해서 공지사항을 읽어보는 것이 가장 빠르지요. 그랬더니 아니나다를까, 아래와 같은 공지가 새로 등록되었더군요!

아니, 이게 뭐야! 4월 6일 도쿄 콘서트 나흘 뒤에 오사카에서 다시 콘서트? 주최와 제작사는 도쿄 콘서트와 동일했습니다. QWER이 소니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건가? 3Y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빨라요. 못 쫓아가겠어요!


QWER은 흔히 '성장형 밴드 아이돌'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아이돌을 포함한 모든 아티스트들은 성장합니다. 데뷔 때부터 완성되어 음악적 성장을 더 이상 하지 않는 뮤지션이 있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런데 어째서 QWER만 유독 '성장형'이라고 불릴까요?

바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일본 애니 스타일의 성장물'을 처음부터 표방하고 그 공식을 현실에서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일본 성장물의 기본 공식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지만 완전 초짜인 주인공들이 온갖 역경을 극복하며 능력을 레벨업하는 과정'입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슬램덩크>입니다. 특히 주인공인 강백호의 사연이 QWER 4명 멤버에게 직간접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장물의 주인공은 자기가 본래 하던 분야, 또는 자기가 가능성을 보인 분야에서 갈수록 두각을 드러내는 것을 골자로 하죠. 하지만 <슬램덩크>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강백호는 본디 농구를 하던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타고난 신체 조건은 탁월했지만, 농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싸움꾼이자 불량학생에 불과했죠. 심지어 그의 격투 능력과 신체 조건을 보고 감탄한 유도부 주장 유창수가 입단을 권유하기도 했죠.

그런데 강백호는 북산 고등학교에서 농구를 시작할 때, 매우 이중적이면서도 상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가 채소연에게 반해서 농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죠.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강백호와 짝사랑 경쟁 관계에 있는 유도부 주장은 강백호에게 진지하게 권하죠. "강백호! 네가 농구부에 들어간 건 소연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지?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농구해 봤자, 결국은 얼마 못 갈거다. 그리고 좋아하지도 않는 농구해 봤자 소연이가 기뻐할 리 없어. 유도부로 와! 그래서 전국 재패를 하자!"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강백호의 친구 및 팀 동료가 들어도 반박이 불가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강백호는 그 제안을 거절하며 <슬램덩크>의 숱한 명대사 가운데 하나를 던집니다.

여자에게 퇴짜맞는 것이 주특기인 이 껄렁껄렁한 떡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농구에 대한 열정이 살아 숨쉰다는 사실을, 유도부 주장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주변 친구들조차 몰랐죠. 이런 반전이 바로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의 능력이 아닌가 합니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저는 마젠타를 거듭 떠올립니다. QWER 데뷔가 1년 이상 지난 현재, 마젠타가 '성장형 아이돌'의 공식에 가장 가깝다는 점은 많은 이들이 동의합니다. 마젠타는 다른 멤버와 달리 음악적 배경이 전혀 없습니다. 일본 아이돌 출신인 시요밍, 성신여대 실용음악과에 드럼 전공으로 입학했던 쵸단, 피아노로 대입 실기를 준비했던 히나와는 달리, 마젠타는 강백호처럼 경험이 전무합니다. 심지어 강백호처럼 엄청난 가능성을 보였던 것도 아니고, 몸치에 박치였습니다. 하지만 강백호가 소연이를 따라 농구부에 입단했던 것처럼, 그녀는 친구이자 동생인 쵸단을 믿고 QWER 프로젝트에 덜컥 합류합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죠. 그녀는 사실 데뷔 전부터 레드핫칠리페퍼스의 곡을 연주하고 싶어서 베이스를 조금씩 만지작거렸던 터였습니다. 게다가 음악에 대한 그녀의 관심은 매우 폭넓습니다. 처음부터 그녀는 음악을 사랑했죠. 그래서 그녀는 "과연 성공할 수 있겠어? 왜 그리 무리한 모험을 하지?"라는 세간의 반응에 마음 속으로 외쳤을 겁니다. '나는 뮤지션이니까...!!'

하지만 철없는 고딩인 강백호와는 달리, 이미 성인이 되어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녀는 절대 자신의 포부를 입밖에 내지 않습니다. 걱정 많은 완벽주의자인 성격 또한 한 몫을 했죠. 그리고 2025년 3월 현재, 그녀는 어떤 라이브 무대에서도 자신이 맡은 파트를 라이브로 멋지게 해 내는 레벨에까지 도달했습니다. 진정 슬램덩크 스타일 성장물의 실사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젠타뿐만 아니라 다른 QWER 멤버들 또한 기존의 아이돌과는 전혀 다른 성장물 서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쵸단과 히나는 음악적 배경이 있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음악에 종사하지 않았던 케이스이고, 시요밍은 성공하지 못한 아이돌이 활동 무대를 옮겨 성장하는 타입입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일본 소년만화 성장물이나 왕도물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케이스가 QWER 한 팀에 전부 모여 있습니다. 게다가 성장 속도 또한 유튜브 쇼츠 진행 스타일에 익숙한 현 세대의 구미에 맞게 미친 듯이 빠르죠. 그녀들의 서사에는 이 시대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오사카, 더 나아가 일본 하면 역시 바위게들은 시요밍의 금의환향 서사를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풀나풀'이라는 댄스 팀에서 활동하던 시요밍은 한국에서 여러 번 아이돌에 도전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때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NMB48 멤버의 일원으로 활동했죠. 하지만 메이저 멤버로 올라서는 일은 험난했고, 경제적 미래 또한 매우 불투명했습니다. 고민이 많던 그녀에게 김계란이 손을 내밀었고, 그 이후의 역사는 바위게들이라면 눈 감고도 술술 외울 정도이지요.

일본에서의 성공을 포기한 채 오사카 공원에서 김계란과 짧은 만남을 가지고 <별의 하모니> BGM과 함께 뒤돌아서 뛰어가던 소녀가, 고작 2년도 안 되어 당당히 오사카에 단독 팬 콘서트를 하러 돌아왔습니다. 시나리오 작가가 이렇게 각본을 써서 낸다면 허무맹랑하다고 퇴짜를 맞을 정도로 비현실적입니다. 하지만 냥뇽녕냥 히나의 피부나 다름없는 운동복의 메이커인 아디다스의 캐치프레이즈처럼, QWER은 외칩니다. "Impossible is nothing!"


한편 QWER을 끔찍하게 애정하는 바위게들에게, 오사카 팬 콘서트 소식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입니다. 한 달 정도의 간격이 있다면 어떻게 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4일 간격의 도쿄 콘서트와 오사카 콘서트를 모두 소화하려면, 퇴사를 각오하지 않는 이상 직장인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Impossible is nothing!"일까요? 아뇨. 현생에 무리가 갈 경우, 과감히 접을 줄도 알아야죠. 물론 갈수만 있다면 가는 편이 낫겠지만요.

처음 도쿄 콘서트가 일요일에 잡혔을 때, 바위게들은 매우 아쉬운 반응이었습니다.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따로 연차를 낼 필요가 없고 상사 눈치도 볼 필요도 없이, 소리소문 없이 주말에 다녀오면 최고였을 텐데요. 하지만 어찌 그것이 QWER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팬 콘서트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4월 6일 일요일 공연은 그래도 양반입니다. 나흘 뒤인 4월 10일 목요일 저녁 콘서트 참여 난이도가 극악이니까요. 도쿄 콘서트를 위해 이미 잔뜩 무리한 한국 바위게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래서 포도를 따먹지 못하는 여우마냥, 바위게들은 자기 위안에 들어갑니다. "똑같은 돈 내는데, 공연장 규모가 크게 차이 나잖아. 이왕이면 도쿄 콘서트가 낫지. 게다가 찐 of 찐 바위게들이 도쿄에 훨씬 많이 몰릴 거잖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엄청나게 생기겠지. 생각하면 할수록, 도쿄 콘서트가 나은 걸? 오사카 공연은 일본 바위게를 위해 양보해야지. 후훗, 역시 내 선택은 잘못되지 않았어!" 하지만 오사카콘 바위게의 한 마디에 그만 긁혀서 무너지고 맙니다. "하지만 오사카인데?시요밍인데?"

2025년 4월 이후, QWER 팬덤은 도쿄파와 오사카파, 그리고 국내파로 나뉘어 (마젠타가 좋아하는) 삼국지 시대를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QWER이 게스트로 참가하는 앨런 워커 콘서트가 대만 타이페이에서 있습니다만, 대만파는 저기 구석에서 좀 대기하고 계세요.


4월 10일 QWER 오사카 팬콘서트가 열리는 Yogibo Meta Valley의 규모는 스탠딩 기준으로 600석 정도입니다. 작년 8월의 이태원 다빈치모텔 공연장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클럽이라고 불리는 편이 적합하며, 극장 규모로는 큰 편이 아닙니다. QWER의 일본 주관사(아마도 소니)는 그녀들을 처음부터 소극장 공연으로 단련시키면서 점차 메이저 신으로 올려 보내는 정도(正道)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매우 바람직한 행보입니다.

공연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전국을 순회하며 바닥부터 다지는 편이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낫다고 하지요. 일본은 20세기 스타일로 음악을 즐기는 분위기가 여전해서, 아직도 굿즈나 실물 앨범을 열심히 사고, 공연장 또한 부지런히 찾죠. QWER 팬이 아닌 음악 애호가 또는 공연 덕후들이 소극장을 찾아 QWER의 퍼포먼스를 즐기고 찐팬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공연을 많이 하면 할수록, 입소문도 많이 타게 되지요. 이런 방식으로 끊임없이 일본 음악팬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어쩌면 가장 빠른 성공 비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부 바위게들은 오사카를 비롯한 지방 공연장을 채우지 못할까봐 걱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달리 봅니다. 우선 공연장을 그리 급하게 잡았다면, 일본 주관사가 충분히 검토하고 계산을 끝낸 뒤겠지요. 설사 일부 공연장을 못 채우더라도 관계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인지도를 넓혀가는 것이 올해 QWER의 목표이기도 하니까요. 사실 한국에서는 너무 빨리 떠서, 소규모 공연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대학 축제나 페스티벌 공연은 클럽 공연과 다르니까요. QWER은 오히려 일본에서 클럽과 소극장을 돌며 제대로 된 밴드 경험치를 축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처럼 무지성 안티가 득실거리지 않는 일본에서 그녀들이 오타쿠 감성을 만끽하며 공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행복합니다. QWER은 '대한민국 베스트 밴드' 타이틀을 달고 2025년 일본에 입성할 예정이며, 첫 도쿄 콘서트를 이미 매진시킨 상태입니다. 일본 쇼케이스나 팬사인회, 방송 출연을 건너 뛰고 일궈낸 케이팝 아이돌 최초의 쾌거이죠. 데뷔 때부터 그녀들을 따라다녔던 숱한 내려치기들은 일본 활동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게다가 그녀들은 세상에서 보기 드문 미녀 오타쿠이자, 케이온과 봇치더록의 실사판입니다. 처음부터 한국보다는 일본에 훨씬 잘 먹힐 타입이었죠.

물론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여러 돌발 변수들이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데뷔 이후 단 한 번의 정체나 후퇴를 겪지 않고 오직 성장만을 거듭한 그녀들의 역사를 여지껏 기록해 온 저입니다. QWER이 다시 한 번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저만큼 앞질러가는 미래 외에는 달리 떠오르는 게 없네요. 오사카 자컨(자체 콘텐츠) 구상에 여념이 없을 빙빙 PD를 생각하니 저도 어깨춤이 절로 나옵니다. 개인적으로는 멤버 전원이 출연하는 <오사카 공원 AGAIN>을 기대합니다. 눈물 치트키가 아니겠습니까. "저 빛나는 별처럼!"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저 빛나는 별처럼! (오사카 다이코쿠쵸 미나미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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