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Y코프레이션 소속 뮤지션들이 함께 하는 글로벌 합동 콘서트를 꿈꾸며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지난 2025년 5월 24일 일요일 저녁, 틱톡 코스프레 1황인 냥뇽녕냥이 같은 소속사 출신 버추얼 뮤지션인 '헤비'를 코스프레했습니다(장나영은 QWER에서 활동할 때에는 히나, 코스프레를 할 때에는 냥뇽녕냥입니다). 이거 이거, 폼이 아직 죽지 않았다... 정도가 아니라, 이쯤 되면 대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 포스가 아닐는지요.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보자마자 도파민이 싹 돌았습니다.(냥뇽녕냥 님, 손톱은 파랗게 물들이지 않으셨군요. 앞으로도 바쁘시지 않을 때마다 종종 코스프레 부탁드립니다!)
https://www.topstar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5677058#_PA
QWER을 다루는 매거진에서 타 가수를 언급할 때에는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각 가수와 팬덤마다 고유한 문화와 코드가 있는데, 타 팬덤에서 그것을 완전히 파악하기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선의로 쓴 글조차도 때로는 실례나 상처가 될 수 있죠. 특히 버추얼 아티스트 세계의 경우,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암묵적 룰들이 꽤나 많이 존재합니다. 이 때문에, 헤비의 <늘>이라는 곡을 즐겨 듣는 제가 쓴 찬양 글조차도, 날 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죠. 다만 냥뇽녕냥이 몸소 헤비 코스프레를 했고, 헤비 또한 자신의 SNS에서 감사를 표했네요. 드라이하게 쓴 소속사 관련 글 정도는 괜찮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글은 QWER 팬 입장에서 썼습니다.
2025년 4월 22일 18시, '서브컬처계의 하이브'를 꿈꾸는 3Y코프레이션 소속 신인 가수 '헤비(へび, 뱀)'가 타이틀곡 <지금부터>와 수록곡 <스케치>를 공개했습니다. 단단한 코어 팬 및 폭넓은 라이트 팬을 모두 보유한 버추얼 아티스트 '헤비'는 3월 28일에 <늘>이라는 곡을 선공개했는데요. 6월 24일 현재 528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죠. 타이틀곡 또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25년 초에 김계란이 헤비의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를 맡았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김계란은 정말 멋진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QWER 팬덤인 바위게라면 아시다시피, 김계란은 QWER을 기획한 장본인이지만 이와 관련해서 절대 생색낸 적이 없습니다. 항상 멤버들을 선생님이라 부르며 존대하고, 여러 방송에 나가서도 공치사를 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자아비대증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겸손이죠.
또한 김계란은 모험심과 도전정신으로 유명하죠. 이제 그는 롯데타워만큼 커버린 QWER 대신, 또 다른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는 일에 뛰어들었네요. 물론 '발굴'은 원래 있던 보물을 캐내는 것일 따름이죠. 헤비가 김계란과 조우하기 이전부터 보물이었다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고요.
김계란을 통해 알게 된 헤비의 선공개곡인 <늘>을 처음 접한 순간, 정말로 누군가가 망치로 제 뒤통수를 때린 느낌이었습니다. 독보적인 가창력은 물론이거니와, 이 노래를 위해 목숨을 걸고 나왔다는 처절함과 절실함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곡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고음을 마음껏 넘나드며 토해내는 감정들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난 그냥 노래를 하고 싶을 따름이야. 제발 부탁이야, 정말 노래를 부르고 싶어!'라는 진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졌죠. 게다가 순식간에 쌓이는 엄청난 조회수는 해당 분야에서 그녀의 인기를 짐작케 했습니다.
저는 QWER과 한 솥밥을 먹게 된 헤비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놓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QWER만이 아닌 QWER 유니버스(QWER, 바위게, 3Y코프레이션) 전체에 관심이 있습니다. 만약 3Y코프레이션이 '서브컬처계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처럼 시작해서 QWER이 하이브 내 BTS 포지션을 취한다면, 비록 체급이나 위상은 비할 바 아니지만 그 성장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겠습니까. 게다가 취미를 위해 허용된 시간이 얼마 없다면, 다른 가수보다는 같은 소속사 뮤지션을 파고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헤비를 공부한다는 것은 버추얼 아티스트 신 전체에 대한 연구나 다름없었습니다. 덕분에 세상 보는 눈이 조금은 더 넓어졌습니다.
헤비는 타이틀곡이 나온 4월 22일 저녁, 개인 라이브 방송을 했습니다. 저는 버추얼 아티스트의 개인 방송을 본 적이 없는지라, 공부 삼아 접속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 버추얼 아티스트는 노래뿐만 아니라 방송 진행 능력도 어마어마하구나! 헤비는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방송을 이어갔는데요. 저는 1시간을 듣다, 그만 탈진해서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며 이어폰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이 세상에는 능력자가 정말 많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헤비는 오늘날 뮤지션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3S(서사 story, 실력 skill, 좋은 곡 song)를 모두 갖추고 있는 보기 드문 아티스트입니다. 검증된 실력을 바탕으로 한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 헤비가 대성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참! 헤비는 heavy가 아니니, XL 사이즈 수컷 바위게들은 자신을 대변해 주는 가수가 나왔다고 흥분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런데...헤비가 메탈을 하면 헤비메탈인가요...?(죄송합니다, 참지 못했습니다)
사실 위에 적은 글은 5월에 적었다가 keep해 놓았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가수에 대해 글을 썼다가 문제가 될까 봐, 그냥 글 쓰는 재미를 신나게 누린 선에서 그쳐야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고머니, 6월 24일 저녁에 QWER 유니버스에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일이 발생했기에, 결국 써놓았던 글을 다시 소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졌냐? 무려 버추얼 아티스트인 헤비와 현실 아이돌인 QWER의 기타리스트 히나가 합동방송을 했던 것입니다. 그것도 히나가 헤비 코스프레를 하고 헤비의 개인 방송에 게스트로 초청받아서 1시간이 넘게 콜라보 방송을 함께 했죠.
헤비 개인방송의 초대석에 응한 히나는 가상 캐릭터의 가상 캐릭터로 등장해서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헤비의 목소리에 따라 행동하는 아바타 역할을 수행했죠. 현실 캐릭터가 가상 캐릭터의 가상 캐릭터로 가상현실에 등장해서 아바타 역할을 수행하다니. 학문적으로 볼 때는 정말로 놀라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QWER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밴드 멤버가 버추얼 아티스트와 1시간이 넘게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새 앨범 소개까지 하는 방송이 존재했을까 싶습니다. 아니,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헤비 코스프레를 하고 나와 헤비와 티키타카를 할 수 있는 밴드 멤버가 전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헤비 코스프레를 하고 헤비 방송에 출연한 것은 그녀에 대한 존중과 홍보를 겸한 사례입니다).
히나는 QWER 데뷔 이전 4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틱톡 코스프레 여황입니다. 게다가 히나는 무신사 TV [덕통사고] 프로그램에서 MC를 맡았었기 때문에, 방송에서 상대편과 케미를 형성하는 데에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타고난 성격이 핵인싸이기도 하고요. 그런 히나이기에, 헤비 코스프레를 하고 가상현실에 등장해서 처음 합을 맞춰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헤비의 뛰어난 방송 진행 능력은 지난번에 라이브 방송을 직접 봤기 때문에, 의문을 가질 필요조차 없었고요. 이 때문에, 6월 24일 방송은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나 관심자는 정말로 몇 번을 돌려보아야 할 귀중한 자료이죠.
처음에 헤비의 아바타 역할을 하던 히나는 시간이 지나자 '자아'가 생겨서, 헤비와 따로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진짜 헤비'라며 승부를 보자고 외쳤죠. 같은 소속사 선후배인 두 사람은 첫 만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손발이 척척 맞는지, 가상현실에서 '오목'을 두기까지 했습니다. 패배할 경우 각자의 포지션을 상대에게 넘기겠다는, 이른바 '캐삭빵'을 시전하면서까지 말이죠. 저는 도파민이 터졌지만, 동시에 '캐삭빵을 걸 경우 악플러들이 달라붙을 수도 있는데...'라며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히나는 히나였습니다. 그녀는 바둑판에 실제 바둑알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자기뿐이라는 점을 이용해, 헤비의 요구와 달리 멋대로 바둑알을 둠으로써 간단히 승리했습니다. 헤비는 "주작 방송이야!"라며 귀엽게 반항했습니다. 아니,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버추얼 방송이 다 있나!
그 뒤로도 히나와 헤비는 5판 3선승제 게임을 하며 '캐삭빵'을 이어갔습니다. 최종 결과는 히나의 승리였지만, 히나는 헤비의 포지션을 뺏는 대신 새 앨범의 타이틀곡인 <눈물참기>를 라이브로 들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절창 가수인 헤비는 자기만의 색깔로 <눈물참기>를 멋지게 불렀고, 이어서 히나의 '입브금'에 맞춰 <고민중독>까지 불렀습니다. 역시 가수는 본업을 잘해야죠. 헤비의 가창력은 본디 유명하지만, 듣고 또 들어도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좋습니다. 굉장히 롹킹한 면이 있어서 시원시원합니다. 무엇보다 히나가 소고기를 먹자고 제안하자 '소맥'으로 잘못 알아듣는 포인트에 치였습니다. 뭐야, 술까지 좋아하다니! 이거 너무 멋진 분이 아니신가!
1시간이 넘는 레전드 합방을 이어간 두 사람은 머리 위로 큰 하트 포즈를 한 채 방송을 마무리했습니다. 첫 방송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무엇보다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두 멤버가 바쁘지 않다면, 아예 매주 정해진 시간에 하는 정규방송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였죠. 이 방송을 본 많은 바위게들이 동의하실 겁니다.
본디 히나는 버추얼 유튜버가 되고파서 김계란을 찾아갔었죠. 그런데 계란 사쵸의 꼬드김에 넘어가 엉겁결에 QWER의 기타리스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버추얼 유튜버를 병행하지 말란 법은 없죠.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 분명합니다. 히나가 시간만 된다면 말이죠.
3Y코프레이션이 또 한 번 멋진 홈런을 날렸습니다. 당장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소속사 뮤지션들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무한한 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데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동시접속자 수가 피크 때는 2.5만 명을 넘겼으니, 흥행 성적도 좋습니다.
QWER이 가는 길이 곧 케이팝 역사의 새로운 한 챕터입니다. 오늘 바위게들이 지켜본 합방은 멜론TOP100 차트 30위권에 3곡을 박아 넣고 있는 가수 어느 누구도 시도조차 못 해본 일이죠. 6월 24일 히나&헤비 합방은 역사의 한 장면이라고 보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현실과 가상 세계 사이의 혈이 뚫려버렸으니까요. 예전에도 유사한 시도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탑티어 걸밴드와 탑티어 버추얼 아티스트가 해낸 일이라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결코 변방의 마이너한 해프닝이 아닙니다.
저는 1996년 H.O.T. 가 SM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데뷔한 이후로 아이돌 문화에 관한 관심의 끈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SM엔터테인먼트가 'SM TOWN LIVE'를 글로벌하게 전개하는 모습을 기쁘게 바라보았습니다. 같은 기획사의 가수들이 모여 음악을 펼치는 광경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3Y코프레이션 소속의 가수들이 동일한 형식의 공연을 펼친다고 해도 멋지기는 마찬가지이겠지요.
만약 헤비 등의 성공으로 3Y코프레이션이 순조롭게 성장한다면, QWER은 SM의 H.O.T. 위치를 회사 내에서 점하게 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원조이자 시조새죠. 그리고 SM 소속 가수들이 'SM TOWN LIVE'를 세계 곳곳에서 열듯이, 3Y 소속 뮤지션들끼리 온-오프 라인에서 페스티벌을 여는 것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김계란 또한 이런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있지요). 전반적인 진행은 버추얼 가수가 동참했던 [원더리벳 페스티벌 2024]와 유사하겠죠.
3Y의 시선은 과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 이미 글로벌 마켓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존의 케이팝이나 영미 메이저 음악 시장과 무관한, '서브컬처 음악 시장'이라는 무궁무진한 미답지를 노리는 중이죠. 2025년 현재 '서브컬처계의 하이브'는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노려볼 만하죠. 그리고 3Y코프레이션의 경우, 그 모험의 선봉장이라면 피지컬 아이돌은 QWER이요 버추얼 아이돌은 헤비겠죠.
3Y는 보법이 다르며, QWER과 바위게 또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팬덤 문화를 계속해서 창조해 나갈 것입니다. 만약 헤비와 QWER이 합동 콘서트를 한다면, 바위게들은 또 어떤 응원법을 준비해야 할까요? 이런 것들을 생각만 해도 정말 신납니다. QWER 유니버스가 만들어가는 미래 세상, 비록 작지만 유일무이한 그 미래에 제가 발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