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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 따뜻한 유희지왕 마젠타

QWER과 바위게의 마이너 감성 개그 코드는 진화 중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밴드이자 아이돌이고 제이팝이자 케이팝을 하며, 음악 시장에서 소외되었던 남성 팬들을 음악 방송에 불러들이고 다양한 서브컬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QWER. 중소기획사에서 데뷔하여 메이저 방송에서 대접 받지 못하고, 힙합계와 아이돌계 양쪽에서 모두 비판받았던 초창기 BTS와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공중파 예능 대신 자신들의 채널에 하루에도 몇 개씩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자기만의 영역을 개척해 나간 점도 닮았습니다. 무엇보다 초창기 BTS는 자신들이 언더독이었으므로, 자기 이야기를 함으로써 전 세계 약자들을 대변하고 그들의 진심을 얻었습니다. 그들의 노래는 무의미한 가사로 점철된 2020년대 일부 케이팝과 달랐습니다. QWER의 <눈물참기>를 들은 해외 팬들이 위안을 얻었다는 댓글을 많이 다는 것을 보면, 우리도 이제부터 시작이 아닌가 합니다.

한편 2013년에 데뷔한 BTS와 2023년에 데뷔한 QWER은 10년의 간격이 있습니다. 성별도 음악 장르도 다르지요. 무엇보다 QWER은 트위치 인플루언서와 틱톡 코스프레이어 등이 멤버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메이저 아이돌 판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마이너 감성의 개그 코드를 가수와 팬덤이 모두 지녔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일주일 간 마젠타의 행보를 통해, QWER의 마이너 성향 개그 코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QWER이 자신들도 모르게 문화 운동을 전개하는 중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웃긴 것이 아니라, 여성 아이돌 세계에서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개그 스타일을 끌어들여서 크게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개인 방송을 압도적으로 많이 하는 마젠타가 그 중심에 서 있습니다.


6월 19일에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 첫 무대를 멋지게 마무리한 QWER! 다음날인 6월 20일 금요일 저녁, QWER 유튜브 공식 채널에는 QWER의 개그 코드를 잘 보여주는 쇼츠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__Bi9ZxQXYQ

[프릭 센세와 함께 발차기 참기]

이 쇼츠는 QWER의 신곡인 <눈물참기>를 다른 뮤지션과 함께 하는 챌린지 영상입니다. 일단 장발의 미인 3명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시연과 마젠타는 금세 알아보겠는데, 핑크빛 메이드복을 입은 연주자는 누굴까요? 쵸단은 드러머이니 아닌 것 같고... 기타리스트인 히나가 갑자기 세월의 직격타를 맞고 뼈가 움츠러들었나요? 얼굴도 많이 달라 보이는데...

사실 이 분은 마젠타의 베이스 스승인 프릭 센세(H.K.Freaks)입니다. 자신을 '변태 미중년 오타쿠 베이시스트'라고 소개하죠. <최애의 아이들 EP.09>에서 마젠타를 돕기 위해 등장한 뒤, QWER과 꾸준히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 실력의 베이시스트임과 동시에, 메이드복을 입고 연주하는 도중에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려 발차기를 함으로써 치마 속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번 쇼츠에서도 격렬한 베이스 슬랩 연주 중에, '고작 그 맘도 못 참고' 기어이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려 마젠타색 속바지를 노출했습니다.

한편 겉은 냉미녀이지만 속은 마이너 개그 코드의 소지자인 마젠타는 메이드복을 입은 베이스 스승과 함께 동시에 발차기를 합니다. '유교걸'이라서 그 장면을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이시연의 표정까지, 저 짧은 영상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사실 제가 QWER에게 빠져들게 된 수많은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병맛 서브컬처 감성이었습니다. 대형기획사 여자 아이돌이 보여주기에 쉽지 않은 마이너한 모습. 그러나 뜨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저런 취향이라 앞장서서 하는 유별난 자세. 신동엽의 SNL과 침착맨의 '파김치갱' 등에서 볼 수 있는 개그력을 장착한 마젠타! QWER의 마이너 개그 감성을 주도하는 장본인입니다.


QWER 결성 초기에, 음악계의 많은 선배들이 그녀들을 도왔습니다. 그중 아직까지도 바위게들 사이에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쵸단의 드럼 선배인 '부기드럼' 그리고 마젠타의 베이스 스승인 '프릭 센세'입니다. 황소도 때려잡을 듯한 근육에 긴 머리를 말갈기처럼 흔드는 부기드럼은 (쵸단이 아닌) '처단'이란 별명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눈물참기>를 패러디해서 <눈물뽑기> 드럼 연주 영상을 업로드했죠.

프릭 센세 또한 <눈물참기> 커버 영상을 올렸습니다. 발차기 부분을 바위게들이 스킵할까 봐, 영상이 시작하자마자 냅다 발을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셨죠. 아, 눈...

아래는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는 기타의 라이네라, 베이스의 프릭 센세, 드럼의 부기드럼이 <고민중독>을 커버한 영상을 하나로 합친 편집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NKpJ4BN6xk

[어둠의 QWER - 고민중독 (라이네라 & H.J.Freaks & 부기드럼)]

이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야말로 집단 지성을 이용한 해학의 향연이죠. 그 댓글들의 내용을 종합하면, 부기드럼은 '처단(쵸단)', 프릭 센세는 '魔젠타(마젠타)', 라이네라는 '냠냠쩝쩝 찌나(냥뇽녕냥 히나)'이며, 팀명은 '어둠의 QWER'입니다. 그들이 커버한 곡은 <고민중독>이 아닌 <고문중독>으로 불렸습니다. 나중에는 중견 가수 배기성이 '시련(시연)'이라는 보컬로 합세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습니다. 배기성이 막걸리 냄새 풀풀 나는 부둣가 상남자 보컬로 <내 이름 맑음>을 커버했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걸그룹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이런 마이너한 서브컬처 감성이야말로, QWER이 남성들의 지지를 받게 된 결정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병맛 서브컬처 감성을 앞장서서 실천하는 멤버가 바로 마젠타이고요. 나머지 멤버들은 서브컬처 감성은 있되, 판을 깔아주면 부끄러워합니다. 오직 누렁이 마젠타만이 프릭 센세와 함께 힘차게 발차기를 할 수 있죠.


이어 6월 22일 일요일, QWER 유튜브 공식 채널은 QWER 앨범에 포함된 화보 촬영 비하인드 영상을 업로드했습니다. 순수 재미로만 따지면 역대 QWER 영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배꼽 빠지게 만드는 이 영상 안에서도, 마젠타의 개인기는 쉴 틈이 없었습니다.

메이크업 수정을 받던 마젠타는 뜬금없이 "저, 쵸단이에게 맞았어요."라며, 가만히 있던 쵸단의 무력 이미지를 끌어들여 콩트를 시작합니다. 마젠타는 최근 무협지를 매일 읽어서 싸움의 기술이 늘어났다며, 이제 맞고만 있지 않고 쵸단과 맞붙어 싸운답니다. 하지만 마젠타에 따르면, 그녀가 자꾸 성대모사로 조롱하는데 지친 쵸단은 "더 이상... 나를 놀리는 거 참을 수 없어, 언니. 잘~ 맞아 보세요."라며 스트레이트 훅과 어퍼컷을 날렸답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나오는 천재 이야기꾼 마젠타의 입담에, 촬영자인 메인PD 빙빙은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기가 막힌 유튜브 쇼츠 각이 나왔기 때문이죠.

마젠타는 평소에도 <가짜 아이돌> 쵸단 파트인 "잘~ 들어 보세요."를 성대모사하며 쵸단을 조롱했습니다. 이는 유재석이 무한도전이나 기타 예능에서 멤버들 캐릭터를 잡아주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쵸단은 타고난 무력을 갖췄지만, 그것을 내세워 캐릭터로 삼기에는 부끄러움이 많습니다. 히나는 잼민이 목소리로 유명합니다만, 그것으로 스쿨존 창법 밈(meme)을 삼을 성격은 아닙니다. 하지만 멤버 각각의 특징을 끊임없이 조롱하며 기어코 밈으로 만들어 바위게들 사이에 유행시키는 장본인이 바로 마젠타입니다. 이 때문에 QWER이 데뷔 초반부터 서브컬처 감성의 병맛 개그로 큰 인기를 끈 데에는 마젠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녀의 캐릭터 자체가 QWER의 서브컬처 정체성이나 다름없었죠.

https://www.youtube.com/shorts/0eJpW1-djtE

영상 후반부에 마젠타는 촬영 중 굴러다니는 빨간색 라바콘을 발견하고 발에 끼운 뒤, <원피스>에 나오는 '붉은 발의 제프' 흉내를 내기 시작합니다. 어찌나 신이 났는지 개그 듀오인 이시연에게 가서 자랑했지만, 맏언니의 오타쿠 개그에 지쳐 버린 시요밍은 간단히 무시합니다. 이에 젠타는 "버리고 올게요, 쓰레기라서..."라며 특유의 찐따 표정으로 상황극을 마무리합니다. 정말 이런 애니 덕후 스타일의 몸개그는 마젠타 외에는 할 수 있는 아이돌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젠타와 QWER의 개그 코드를 좋아하는 팬들이 모여, 자기 가수 못지않은 병맛 개그를 선보이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과연 바위게들의 개그 코드는 어떠할까요?

https://www.youtube.com/shorts/OL8I3BQPmuA


주말인 6월 28일과 29일에는 QWER 팬사인회가 있었습니다. 29일 일요일 팬사인회를 마친 리더 쵸단은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가면 갈수록 바위게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커져만 가는 쵸단. 자기보다 몸무게와 허리둘레가 2배인 바위게들이 사랑스럽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팬사랑병의 정도가 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런 글을 접하면, 통상적인 팬덤은 아이돌의 따뜻한 마음씨와 깊은 팬사랑에 감동하죠. 훈훈한 댓글 및 아이돌을 영원히 사랑하고 지켜주겠다는 다짐이 줄을 설 테고요.

하지만 MBTI가 97% T인 XL 사이즈 수컷 바위게들은 보법이 달랐습니다. 일부 팬 커뮤니티의 경우, '쵸단이 우리를 데리고 살겠다 했으니, 이제 쵸단의 반려견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반려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중성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과연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일부 수컷 바위게들은 자신이 중성화 수술을 받아도 된다고 말했는데, 이번 생애에서는 쓸 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 스타일의 마무리 개그까지 완벽했습니다. 어찌나 황당하고 재미있던지, 바위게들의 중성화 수술을 위해 '케이팝 ball 헌터스'를 자청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SNL 스타일의 개그는 기존의 어떤 케이팝 아이돌 팬덤에서도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위게들은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을 제외한 일본이나 영미권, 유럽권에서는 드라마에서도 이런 개그가 흔합니다. 게다가 밴드 음악을 사랑하는 세계 팬들의 경우, 아무래도 케이팝 아이돌 팬들보다는 이런 개그 스타일에 더욱 열려 있죠.

이 때문에, 저는 이런 스타일의 팬덤 문화가 향후 QWER의 글로벌 팬덤을 확장하는데 적지 않은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팬덤 문화가 가능한 것도 마젠타를 비롯한 QWER 멤버들의 개그 코드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바위게들의 똘끼를 따라갈 수 없으니, 이런 에피소드를 기록으로 남기는데 힘쓰고자 합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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