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02 오사카 버스킹 랜선 후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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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QWER 오사카 버스킹 편 1부에 이어 2부를 써가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QWER 오사카 버스킹은 본디 야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오사카 엑스포가 한창인 이때, 야외 버스킹은 QWER의 국제적 인지도를 올리기에 좋은 기회였죠. 하지만 이 날 우천 예보가 있었기에, 소속사인 3Y코프레이션은 <루미오>라는 라이브하우스를 빌려 버스킹을 대신하고자 했습니다. 모두에게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QWER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사관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루미오 버스킹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QWER은 데뷔 당시에 일본 여러 애니메이션의 걸밴드 및 아이돌을 참조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핵심적인 그룹은 <봇치 더 록!>에 나오는 '결속밴드'였죠. 그녀들은 시모키타자와의 조그마한 지하 라이브하우스인 <스태리Starry>를 중심으로 활동했는데요. <스태리>의 실제 장소인 <쉘터>의 경우, 바위게들이 시모키타자와 성지순례를 할 때 반드시 들러서 사진을 찍는 곳이지요. 저도 무려 두 번을 갔습니다. 심지어 두 번 다 오픈 시간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사카 버스킹의 장소였던 <루미오>는 그 넓이와 전반적인 분위기가 <쉘터>를 꼭 닮았습니다. 사실 지난 제천-해남-노들섬 버스킹을 이미 야외에서 진행했었기에, 동일한 방식으로 오사카에서 야외 버스킹을 했다면 색다른 맛은 떨어졌을 겁니다. 반면에 이번 오사카 루미오 버스킹은 팬들과 가까운 스테이지는 물론 무대 조명마저도 <쉘터>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습니다. QWER의 지난 서사를 기억하는 바위게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장소였지요.
오사카 루미오 버스킹은 오후 3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저는 이때 대학교에서 강의 중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강의 첫 시간부터 큐밍아웃(QWER 덕밍아웃)을 하는데요. 제 소개를 하는 시간에 아예 <전지적 바위게 시점 인터뷰>를 틉니다. 제가 강단에서 직접 자기소개를 하는 것보다 <전바시> 영상을 통해 제 소개를 듣는 것을 학생들이 더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먼저 덕밍아웃을 하니, 학생들도 용기를 내서 다양한 분야의 덕밍아웃을 합니다. 가령 수업 시간에 항상 맨 앞자리에 앉고 제가 무척이나 아끼는 제자는 르세라핌 덕후인데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국내외 콘서트 및 팬사인회를 섭렵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6월 1일 위버스콘에도 참가하면서, 제게 QWER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선생과 제자가 반드시 학문으로 연결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케이팝 뮤지션을 덕질한다는 공통점으로 이어졌고, 앞으로도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입니다.
중간고사가 끝나 마음이 들떠 수업에 집중 못하는 학생들과 함께, 저는 아이돌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제가 가르치는 수업 내용과 연결해서 말이죠. 맹자는 '모든 백성과 함께 즐기자(여민동락)'이라는 개념을 내놓았는데요. '온 세상이 QWER이다'는 바로 여민동락의 21세기 실사판입니다. QWER은 '진정성에 바탕한 정서적 유대'를 통해 팬층을 해외로 확장 중입니다. 이 때문에 그녀들의 행보를 기록하는 일은 학문적 측면에서도 매우 즐겁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a2QHq_9O70
'심심한 바위게' 님께서 어렵사리 촬영하신 오사카 루미오 버스킹! 썸네일만 보아도 벌써 소규모 라이브하우스의 낭만이 물씬 풍깁니다. 물론 현장에서 본 바위게들의 기쁨은 더했겠죠. 아래 <봇치 더 록!> 라이브 분위기와 비슷하네요. 참고로 분홍빛 머리카락의 기타리스트 고토 히토리가 들고 있는 기타는 바로 히나가 최근에 구입한 깁슨 레스폴 커스텀이며, 연주 중인 곡은 <그 밴드(아노 반도あのバンド)>입니다.
1시간이 넘는 오사카 버스킹에서 제가 주목한 포인트는 크게 4가지입니다. 물론 더한 매력이 넘쳐났지만, 전부 글로 쓸 수는 없으니까요. 첫째, 시요밍의 오사카 아이돌 시절 동료가 무대 위에 올라와서 기쁨을 함께 나눴습니다. 둘째, 시요밍의 부모님께서 스테이지에 함께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셋째, "시요미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을 항상 외치는 일본 '일당백'께서 여러 번 그 목소리를 들려주셨습니다. 넷째, 다음 앨범 타이틀곡 일부를 라이브로 공개했습니다.
QWER이 <디스코드> 일본어 버전으로 시작해 <소다>와 <수수께끼 다이어리> 무대까지 마친 뒤, NMB48 졸업생인 스미노 와카나와 사츠키 아이카 두 멤버가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와카나 짱(애칭이 와카냥わかニャン이라고 합니다)의 경우, 프로필 상의 키가 152cm입니다. 159.9cm인 시요밍보다 작았죠. 제가 해남 버스킹 등을 통해서 본 시요밍은 워낙 마르고 얼굴이 작아서, 실제 키보다도 더욱 쪼꼬매 보였습니다. 그러면 와카나 짱은 얼마나 쪼꼬미라는 말인지... 아이카 짱 또한 프로필 키가 159cm네요. 이래서 NMB48 활동 시절 시요밍이 장신 멤버라고 불렸구나! 그녀들이 기억하는 시요밍은 낯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좋아하는 소녀였습니다. 굉장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았다고도 하지요. 시연아, 그런데 지금은 어쩌다 한국어 일본어 전부 말바보가 되었니...
말바보는 농담이고, 저는 시요밍이 수면 부족으로 인해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 상태가 아닌가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그녀는 새벽까지 스케줄을 한 뒤에도 오전 6시 전후로 '오하요~!'라는 아침 인사를 매일 업로드하죠. 마젠타의 "좋은 하루 보내고 있니?"가 주로 오후에 올라오는 것과는 비교됩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머릿속이 멍해져 단어나 문장이 떠오르질 않지요. QWER 4명의 멤버, 특히 쵸단과 시요밍은 질 높은 수면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도쿄 신주쿠 ZEPP과 같은 대형 무대에 친구를 초청해도 좋지만, 이번 <루미오>와 같은 단출한 스테이지에 옛 동료를 불러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친근하고 맘에 들었습니다. 미녀 수집가인 마젠타는 어마어마한 친화력을 보이며, 옆에 선 사츠키 아이카 짱과 쉴 새 없이 포옹했습니다. 스킨십 좋아하기로는 케이팝 아이돌 1등인 듯합니다. 그 외 여러 이야기를 나눈 뒤, QWER은 이 멤버들이 한국에 온다면 숙박과 식사 등을 모두 해결해 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두 일본 멤버는 내려갔고, <지구정복>과 <고민중독>이 이어졌죠. 그리고 <고민중독>이 끝나자마자, '일당백'의 목청으로 유명한 시연바라기 일본 팬께서 "시요밍!!!!"을 외쳤습니다(영상 41:00). 수컷 K-바위게가 그 목소리를 따라 했죠. 그녀는 이미 바위게 사이에서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이렇게 한국과 일본의 팬들은 QWER이라는 이름 아래 한층 더 가까워집니다.
<고민중독>에 이어 <안녕 나의 슬픔>을 마친 시요밍은 객석 뒤쪽에 계신 부모님을 발견했습니다. QWER의 나머지 멤버들이 시요밍 몰래 부모님을 모셨습니다. 마젠타에 따르면, 시요밍은 NMB 활동 당시에는 부모님을 공연장에 부른 적이 없었답니다. 그녀의 숙소에도 부모님을 모신 적이 없죠. 고생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가 죄송했을 겁니다. 시요밍은 기어코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마젠타 또한 덩달아 울기 시작했는데요. 자꾸 코를 감추는 모습에 저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울면 코가 커지기 때문에 한사코 코를 감싸 쥐었던 마젠타. 결국 우리의 코젠타는 훌쩍이면서 베이스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곡은 <불꽃놀이>였습니다. 시요밍과 부모님이 상봉하고 마젠타가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연주된 <Make your highlight>는 그만큼 시리게 가슴속에 다가왔습니다. 작년 5월 10일에 대림대학교 축제에서 이 곡을 듣고 본격적인 바위게가 되었지만, 1년 동안 듣고 또 들어도 여전히 명곡입니다. 특히 5월 2일 오사카 버스킹에서 듣는 <불꽃놀이>의 경우, 가사 하나하나가 새로이 다가왔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경험입니다. 이러니 QWER 공연을 가고 또 가지 않을 수 없죠. 레퍼토리가 동일하더라도,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니까요.
모든 공연을 끝낸 QWER은 각자 소감을 말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버스킹은 다음 단계를 위한 빌드업이라는 말을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말이죠. 아마 다음 앨범의 콘셉트 및 뮤직비디오 등에 팬들과 함께 하는 내용이 일부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위게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노들섬 버스킹 때는 여러 대의 카메라가 등장했는데요. 바위게들의 슬램 장면은 어떻게든 활용되겠지요. 이럴 줄 알았다면, 마스크를 좀 쓸걸... 아니, <전지적 바위게 시점> 등을 통해 얼굴이 다 공개되었으니, 이미 버린 몸입니다. 영광으로 알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죠.
이윽고 QWER 네 멤버는 시요밍의 부모님을 무대 위로 모셨습니다. 비록 모자이크로 인해 얼굴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아버님께서는 끊임없이 울고 계셨습니다. 여러 번의 좌절을 겪은 뒤에 홀로 일본으로 떠나 고생하는 딸을 생각할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힘드셨을까요. 지금 얼마나 뿌듯하실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시요밍의 아버님은 체구도 있으셔서 바위게를 하시기에 딱 좋았습니다. 다음번에 슬램 한 번 같이...
아, 그러고 보니 QWER의 로드 매니저인 검검이 다음번 슬램 때에 참여할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습니다. 3대 600kg을 치는 근육 몬스터가 슬램에 참여한다면, 저 같은 군필여고생 또는 연세가 있으신 지팡이 바위게는 빠져 있는 편이 낫겠네요.
한편 전혀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QWER은 시요밍의 부모님을 모신 가운데, 다음 앨범의 타이틀곡 일부를 무반주로 들려주었습니다! 바위게들은 경악했죠. 무려 타이틀곡! 대충 들리는 대로 적으면 "눈물 멈추는 법을 몰라도/ 이런 내가 자꾸 미워도/ 잠시 멈춰 눈물을 삼키고/ 일기장 속에 적어 놓았던/ '잘 지내나요'란 말 위에 적어 봐요/ 이젠 잘 지낼게요."란 가사였습니다. <안녕 나의 슬픔>을 연상케 하는, 발라드 곡에 어울리는 내용입니다.
시요밍이 쓴 일기의 서정적인 내용은 히나의 일기장과 확실히 차이가 나네요. <내 이름 맑음> 뮤비 촬영 비하인드를 보면 히나는 "오늘은 사람을 두 명 묻었다. 비가 갑자기 와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2 kill 0 death(적군 2명 사살, 아군 사망 0명) 해서 기분이 좋다."라고 적었죠. 하긴 시요밍의 일기도 "(땅 속에서) 잘 지내나요? (당신들을 묻은 나는) 이젠 잘 지낼게요."라고 해석될 수도 있겠네요. <내 이름 맑음>과 이어지는 아름다운 서사입니다!
이제 곧 여름인데, 발라드 곡을 단독 타이틀로 내세우지는 않을 듯합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네요. 첫째, <내 이름 맑음>처럼 가사는 슬프지만 곡 자체는 빠르고 에너지가 넘친다. 둘째, 더블 타이틀곡 가운데 하나로서 또 다른 타이틀은 분명히 밝고 활기찰 것이다. 저는 후자 쪽을 점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또 한 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앨범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율율과 쇠쇠 매니저가 무대에 올라온 가운데, QWER은 바위게들과 포토타임을 가졌습니다. 이제 정말 떠날 시간이 되었네요. 하지만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멤버들은 쉽사리 발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아이시테루"를 연발하며 귀여운 포즈를 취하던 시요밍은 난데없이 "(이제) 가자!"라고 툭 내뱉었습니다. 그 순간 깜짝 놀라는 쵸단의 표정이 너무도 귀여워 저는 깔깔 웃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시요밍은 확실히 귀여운 아이돌 그룹보다는 터프한 밴드 보컬이 어울리는 성격입니다. 그녀가 가끔씩 던지는 말들의 경우, 매사가 무덤덤한 XL 수컷들이 득실거리는 밴드 팬덤에서는 웃음보따리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예민한 팬덤에서는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거든요. 꾸러기 시요밍! 나는 시요밍의 개그 스타일을 정말 좋아하니까, 절대 위축되지 말고 지금처럼 편하게 놀아줘!
그러고 보면, QWER은 참 재미있는 밴드입니다. 남자 중고딩처럼 말을 짧게 하는 시요밍, 우주 최고의 귀여운 얼굴을 하고서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는 히나, 온갖 격투기에 능한 쵸단, 무협소설 작가 출신으로 침착맨 방송에서 <삼국지> 대담을 했던 마젠타. 그녀들은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게 결코 아닙니다. 실제로 남자들이 편하게 동성 친구처럼 대하고픈 여러 요소들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여성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사츠키 아이카 짱의 경우, 옆에 서 있던 마젠타를 보고서 연신 "카와이이(귀여워)!"를 외쳤는데요. "오조사마(영애令愛, 아가씨)"를 외치며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그녀를 모시는(?) 마젠타의 만화 캐릭터 같은 모습에 홀랑 반해버린 표정이었습니다. 귀여운 척 애교를 떠는 것이 아니라 오타쿠의 천방지축을 떠는 마젠타의 모습이 진정 "카와이이"했으니까요. 얼마 전에 출연한 영어권 유튜브 방송에서, 마젠타는 자신을 '(아무것이나 주워 먹는) 누렁이 country dog'이라고 소개했는데요. 댓글란에는 country dog girl이 마음에 든다는 코멘트가 달렸습니다. 사실 <아처>나 <사우스파크> 등의 병맛 개그에 익숙한 서구권 음악팬들에게는, 서구형 미모에 서브컬처식 병맛 개그를 장착하고 항상 쾌활한 마젠타가 훨씬 접근하기에 용이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케이팝 아이돌에 저런 타입이 없었거든요.
QWER은 만화와 애니 등의 본진인 일본, 그리고 일본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세계 음악 팬들에게 점차 널리 사랑받을 것입니다. 일본 바위게 한 분은 <더 퍼스트 테이크> 이후로 QWER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일본 팬들이 점차 늘어나는 중이라고 인터뷰에서 답했지요. 데뷔까지 많은 고초를 겪던 QWER이 [롤드컵 전야제 2023]을 통해 한 단계 올라섰듯이, 일본 활동 때에도 무언가 계기가 있을 것입니다. 그게 터지면 더 이상 한국에서 보기 어려울 테니, 바위게들은 조바심 낼 필요가 없지요. 5월부터 시작되는 대학 축제를 열심히 쫓아다닐 궁리부터 해야죠. 일단 5월 12일 월요일 원광대학교 축제부터...
시요밍을 비롯한 4명의 멤버가 무대를 떠날 채비를 하자, "시요밍! 아이시테루요!"라는 앳되고도 우렁찬 목소리가 다시금 터져 나왔습니다(영상 1:09:39). 이에 시요밍은 "와타시모(나도)!"라고 응답했습니다. 제가 본 영상 중에서는 유일하게 시요밍이 저 외침에 답해 준 케이스네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오스카 버스킹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저 '일당백'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멋진 장면으로 이번 버스킹이 마무리되지 않았을 테지요. 역시 서사는 팬과 가수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네요. 이렇게 해서 QWER의 다섯 번에 걸친 '어디로든 버스킹'은 오사카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오사카 루미오 버스킹에서 생중계를 하던 바위게는 QWER의 퇴근길을 지켰는데요. 무려 리더 쵸단과 손가락 하트를 만들었고, 마젠타와는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이런 보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신 분입니다. 아울러 아직까지 QWER이 팬들과 길에서 손하트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입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kwIUeGoF4qs
지난 글에서 일본 바위게는 "멤버가 0에서부터 성장하는 곳"이라고 QWER을 평가했지요. 후대에 돌이켜보면 QWER은 시대의 요청에 부응했다고까지 평가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점들이 널리 인식되지는 않은 듯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음악 시장에 크게 두 가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첫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은 오프라인 활동에 목말랐습니다. 팬데믹이 종식되자 자연스레 페스티벌 붐이 일어났는데, 그에 따라 오프라인에서 더욱 돋보이는 밴드 음악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넷플릭스 등 OTT 콘텐츠에 몰입하면서 자연스레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급상승했습니다. 그런데 재패니메이션의 OST는 대부분 댄스 아이돌이 아닌 일본 밴드가 담당했습니다. 밴드가 아닌 유우리나 아도(ADO) 등 솔로 뮤지션이 담당했다 할지라도, 그들은 공연 때 대규모 밴드를 동원하는 밴드 스타일 음악을 추구합니다. 적어도 댄스 아이돌 음악은 아니지요. 많은 한국인들은 [탑 밴드] 등의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밴드 음악에 친숙해졌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본 애니를 통해 제이팝 밴드 음악에 익숙해졌습니다.
QWER은 오프라인 활동에 대한 욕구 및 제이팝 스타일 밴드 사운드에 대한 욕구를 모두 잡았습니다. 2024년에 미친 듯이 대학 축제를 돌면서, 젊은이들의 오프라인 갈증을 해소시키고 밴드 공연의 짜릿한 맛을 각인시켰습니다. 제이팝 풍의 <디스코드>로 데뷔했고 일본 만화풍 작화를 뮤직비디오에 삽입한 <고민중독>으로 홈런을 쳤습니다. 유우리나 아이묭 등의 제이팝을 계속 커버하면서, QWER의 제이팝적 특성을 데뷔 초기에 자연스럽게 어필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QWER만의 사운드를 구축하는 중이죠.
한편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았던 쵸단과 마젠타, 냥뇽녕냥 등을 멤버로 구성해 인지도 리스크를 낮추고, 천상 보컬 이시연을 영입해서 실력 논란을 줄였습니다. 앉았다 하면 2시간을 이야기하는 롱폼 영상의 대가 마젠타 및 숏폼 영상의 천재 히나가 거듭 영상을 뽑아냄으로써 롱폼과 숏폼 알고리즘을 모두 잠식했습니다. <슬램덩크> 스타일의 성장 스토리에 친숙한 한국인에게, QWER의 서사는 비현실적인 현실로 각광받았습니다.
멤버들이 모두 서브컬처 도사들이라, 게임 시장 광고 및 협찬을 숱하게 따왔습니다. 구매력을 갖춘 남초 팬덤을 지녔는지라, 그룹의 이름을 건 와인 콜라보가 가능했습니다. 멤버 4명의 미모가 독보적이라, 4명이 서로 다른 의류업체와 협업을 하고 다시 <후아유> 등을 통해 단체 콜라보도 해냈습니다. 미소녀 걸밴드 애니메이션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일본에서 활동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데, SONY가 관여하고 있으니 걱정이 없습니다. 초등학생에게 들려줘도 전혀 문제가 없는 가사를 지닌 아름다운 곡들을 통해, 미래 초통령을 예약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QWER 덕질'은 단순한 아이돌 덕질이 아닙니다. QWER을 통해 시대를 읽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호모 알고리즈무스(HOMO ALGORITHMUS)'로 대표되는 2020년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을 부정적으로 사용한 데 따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다른 이들의 견해를 듣지 않고 철저히 갈라섰습니다. 이미 부정적 알고리즘에 뇌가 잠식당했기 때문입니다. 프로불편러들이 날뛰는 '대혐오의 시대'가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QWER과 바위게, 그리고 3Y코프레이션으로 대표되는 'QWER 유니버스'는 호모 알고리즈무스가 사는 2020년대를 보다 긍정적이고 신나는 세상으로 조금씩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그녀들은 알고리즘에서 태어났지만, 색안경 위로 꽃을 피우는 중입니다. 오늘의 고점이 내일의 저점이니, 지금이라도 QWER 유니버스에 뛰어들지 않으시렵니까!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