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테이크>와 <연고지> 리뷰를 겸하여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4월 10일에 오사카에서 팬 콘서트를 가진 뒤 4월 23일에 서울 노들섬에서 4번째 버스킹을 마친 QWER. 이틀 뒤인 4월 25일에는 그녀들이 일본 굴지의 음악 콘텐츠 유튜브 채널인 [더 퍼스트 테이크]에서 <고민중독>을 부른 영상이 업로드되어 한동안 시끌벅적했습니다. [더 퍼스트 테이크]는 구독자가 1천만 명이 넘는 대형 채널인데, 재촬영 없이 단 한 번의 퍼포먼스만을 허용하는 콘셉트(The First Take)로 유명합니다. 물론 날 것의 녹화본이 아니라 후보정을 거치는 경우도 있다는 스태프의 폭로가 있기도 했는데요. 경우에 따라서는 후보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다만 이번 <고민중독>의 경우에는 히나와 마젠타의 실수 장면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3Y코프레이션이 후보정을 요구할 정도로 힘이 센 기획사도 아니고 말이죠.
심지어 시요밍은 <고민중독> 마지막의 "좋아해!"를 "다이스키!"로 바꿔 부르려다 접는 과정에서, 평소와 다른 "좋아해!"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색다른 시너지 효과를 내서 현장 스태프들의 박수 및 환호를 이끌어내었습니다. 서정적인 발라드 풍으로 편곡되어 시작한 <고민중독>이 예전의 절정으로 치달려갈 때, 도파민이 맥스(max)로 터졌는데요. <고민중독>을 마친 뒤 한숨을 쉬며 주저앉는 시요밍의 모습까지, 기승전결이 완벽했습니다!
4월 25일 금요일에 업로드된 [더 퍼스트 테이크]의 여파로, 일부 바위게들은 5월 2일 오사카 버스킹을 위해 항공권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QWER으로 인해 바위게들의 통장은 '텅장'으로 변해가는데요. 4월 6일과 10일 일본 콘서트 때도 벚꽃 시즌이라, 항공권 및 숙박료가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오사카 엑스포가 한창인 때 버스킹을 하다니...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QWER 덕질에서 '갈말갈(갈까 말까 망설인다면, 가는 게 옳다)'는 무오류의 진리인걸요. 아무튼 이런 식으로 해서 QWER은 일본 내 인지도를 착실히 쌓아가고 있습니다. 성장형 밴드 아이돌인 QWER의 2025년 일본 도전기 또한 2024년 한국 성장기 못지않게 도파민 폭풍입니다. "뚫어, (도내 최고 단신 가드 159.9) 시요밍! 뚫어, QWER!"
https://www.youtube.com/watch?v=jn-b0E2luMQ
[250511 아티스트 스테이지]
이런 가운데, 2025년 5월 10일과 11일 양일 동안, 치바현 치바시에 소재한 마쿠하리 멧세에서 [케이콘 재팬 2025]가 개최되었습니다. QWER은 양일 모두 참가했는데요. 첫째 날에는 [아티스트 스테이지 공연]을, 그리고 둘째 날에는 [엠카운트다운 스테이지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쳤습니다.
우선 [아티스트 스테이지]의 경우, 일종의 전야제라고 보시면 됩니다. 케이콘에 참석하는 아티스트들이 각각 토크쇼를 겸한 작은 무대를 가졌는데요. QWER은 <내 이름 맑음>, <디스코드(일본어 버전)>, <가짜 아이돌>, <소다>, 그리고 <고민중독> 등 총 5곡을 시연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네이비와 화이트를 기본 톤으로 해서 베레모와 넥타이를 착장 했는데요. 역시 QWER은 단순한 밴드가 아닌, 밴드 아이돌이었습니다. 그녀들은 '포즈 갓차' 등 다양한 행사를 노래 사이마다 진행했는데요. 그때마다 "카와이이~!"라는 여성팬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케이콘 참석자들의 절대다수는 여성이었습니다.
한편 '일당백'의 목소리로 QWER의 일본 공연 때마다 "씨요밍!"을 외치는 '씨요밍좌'는 이날도 출석했습니다. <고민중독>이 끝나자마자 다시 한번 "씨요밍!"을 외쳤는데요. 이 여성 팬의 꾸준함과 존재감은 가히 독보적입니다. QWER의 팬이 아니라 NMB48 시절부터 시요밍의 개인 팬인 분이라고 사료됩니다. "마젠타, 베이스 소리 안 들린다!" "우리 시연이 바보 아니다!" 등등 K-수컷 바위게들의 조롱만 듣던 저는, 절규에 가까운 저 외침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홀랑. 아마 K-바위게들이 한국에서 하듯이 QWER을 놀렸다면, 마쿠하리 멧세를 가득 채운 일본 여성들은 큰 충격에 빠졌을 겁니다. 하지만 케이팝 팬덤의 99%가 "예뻐요!" "귀여워요"만 외친다면, 1% 정도는 다소 짓궂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250512 엠카운트다운 스테이지]
이튿날인 5월 12일에는 [엠카운트다운 스테이지]가 열렸습니다. QWER은 <고민중독>을 부른 뒤 최초로 <청춘서약> 무대를 펼쳤습니다. 미하라 야스히로가 만든 멤버 컬러별 스니커즈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오직 이 무대만을 위한 인트로로 시작된 고민중독은 항상 그렇듯이 일당백 씨요밍좌의 "씨요밍!!"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날 주목할 곡은 역시 그녀들의 첫 번째 자작곡인 <청춘서약>이었죠. 기타를 든 멤버 세 명이 한 곳에 모여 시작한 무대에서, QWER은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세 명이 기타 및 베이스를 번쩍 든 채로 공연을 마무리했는데,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졌습니다.
이날 모인 청중은 대부분 그녀들의 팬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고민중독>이 시작될 때조차도 호응이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민중독>이 끝날 때쯤 많은 일본 케이팝 팬들은 QWER에게 열광하기 시작했고, <청춘서약> 공연 시 호응은 엄청났습니다.
저는 솔직히 <청춘서약>을 한국에서 해주길 바랐습니다. 일본 메인 스테이지에서 QWER을 잘 모르는 대규모 청중을 상대로 단 두 곡을 선보이는데, <청춘서약>을 하기에는 다소 리스크가 있다고 보았거든요.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고민중독>이 요아소비의 <아이돌>을 떠올리는 화려한 곡이라면, <청춘서약>은 아이묭 등 여성 싱어송라이터 곡의 분위기를 냅니다. 사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여고생 밴드들의 곡은 화려하기보다는 수수하고 직관적이죠. <청춘서약>은 QWER의 그런 풋풋한 새내기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케이팝 라이트 팬덤에게 아이돌의 인기 요소는 외모, 노래, 실력입니다. QWER이 지닌 서사와 노력은 그녀들을 처음 본 일본 팬들이 알 수 있는 바는 아니죠. 특히 아이돌을 모르는 팬들의 시선을 제일 먼저 사로잡는 것은 외모입니다. 외모가 능력이라는 말은 케이팝 신에서는 진리죠. 이날 마쿠하리 멧세는 90% 이상 여성 팬들로 가득 찼는데요. QWER은 "카와이이"라는 말이 절로 터지는 미모로 일본 여성팬들의 호감을 샀습니다.
특히 이날 히나는 이세계물 애니에 나오는 고양이 수인족 같았습니다. 저는 히나가 진정한 의미에서 만찢녀라는 글을 예전에 쓰기도 했습니다. 만찢녀는 단순히 예쁘기만 해서는 안되며, 외모와 표정, 언행 등이 전부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해야만 합니다. 이날 히나는 멋진 기타 연주와 함께, 비현실적인 이세계 고양이 소녀 포스를 뽐냈습니다. 일본 팬들이 써 내려간 QWER 케이콘 후기는 "귀엽다, " "멋지다" 등의 칭찬으로 가득했습니다.
저는 이런 여러 상황들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았는데요. QWER 팬 커뮤니티에 실린 어떤 글을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 역시 집단 지성이 최고죠. 이번 케이콘 아티스트 스테이지에서 QWER은 <디스코드> 일본어 버전을 선보였죠. 하지만 사실 QWER의 일본어 노래는 총 2곡입니다. 일본인들을 환장하게 만들 끝내주게 멋진 일본어 가사 곡이 하나 더 있죠. QWER이 게임 광고송으로 부른 <애니마 파워 Anima Power> 일본어 버전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AVSQ3ixa6c
이 <애니마 파워>는 이세계 고양이 수인족인 히나를 위한 헌정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우리 real power, cute!"라는 가사로 끝납니다. 리스너들의 입을 강제로 벌린 뒤 '귀여움'을 대놓고 때려 넣는 노래죠. 게다가 율동 또한 참을 수 없이 귀엽습니다.
물론 QWER은 한국에서 검증이 끝난 실력파 미소녀 밴드 콘셉트로 일본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애니마 파워>를 부르며 고양이 소리를 "냐옹" 낼 단계인지는 의문스럽습니다. 게다가 <애니마 파워>는 음반 수록곡이 아니며 길이도 매우 짧습니다. 차트에 진입시킬 만한 곡은 아니죠. 하지만 향후 일본 예능이나 공연 중간에 선보일 경우, 청중석을 "카와이이!"로 덮을 수 있는 최고의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본 예능을 과거에 즐겨 보았는데요. QWER이 율동과 함께 <애니마 파워>를 짧게 선보이는 영상이 유튜브와 틱톡 바이럴을 타서 일본 열도를 들끓게 만드는 광경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러브라이브에게 "나니가스키?"가 있다면, QWER에게는 "애니마파워!"가 있습니다.
사실 <고민중독>이나 <내 이름 맑음>은 다른 밴드들이 커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다>나 <애니마 파워>는 다른 '밴드'들이 커버하기에는 진입장벽이 월 마리아처럼 높습니다. 왜냐하면 스쿨존 창법의 만찢녀 기타리스트가 추가로 필요한데, 그런 기타리스트가 히나 외에는 없거든요. 저는 QWER이 일본 공연 시 <소다>를 빼놓지 않는 것이 매우 주효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다>는 밴드와 아이돌, 메이저 컬처와 서브 컬처, 락과 랩, 멋짐과 귀여움이 모두 담긴 QWER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생각하거든요. 게다가 일본 팬들에게 호소력이 짙기도 하고요. <애니마 파워>는 이대로 묻히기엔 너무도 아까운 명곡입니다. 정식 활동을 통하지 않더라도, 이 곡이 향후 예능 등에서 빛을 발하며 QWER을 어나더 레벨로 끌어올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아래는 제가 2024년에 쓴 <애니마 파워> 감상 후기입니다.
https://brunch.co.kr/@joogangl/550
지난 5월 7일 수요일 저녁 6시, 제일기획 유튜브 채널에는 QWER의 기타리스트 히나와 보컬 이시연의 인천 탐방 콘텐츠가 업로드되었습니다. 인천에 살았던 히나가 중심이 되어 맛집과 멋집, 기타 놀만한 장소들을 소개하는 코너였는데요. 그녀들이 마지막 식당에서 나누었던 이야기가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제작진은 굉장히 예민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 소속사와 계속 같이 갈 생각이 있느냐고요. 2023년 10월 18일에 데뷔했으니, 아직 활동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고 인기를 얻기 시작한 지는 고작 1년이 된 걸밴드에게 던질 법한 질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질문에 대한 이시연과 히나의 답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선 보컬 이시연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타마고 프로덕션이 있기에 QWER이 탄생할 수 있었고, 그곳이 우리의 정체성이다. 만약 뿔뿔이 흩어지면, 우리의 서사가 사라질 것 같다." 이는 '시요밍은 바보'라는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총명한 답변이었습니다. 히나 또한 "다 함께 성장한 느낌이어서, 떼어 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라며 시요밍의 말에 동의했습니다.
대형기획사에서 무한경쟁을 뚫고 데뷔한 아이돌을 보는데 익숙한 팬덤은 이런 답변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수와 소속사가 함께 서사(narrative)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그런 서사가 깨지는 순간 가수 또한 위험해진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가수와 소속사는 적대적 관계이며, 팬덤은 주로 소속사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아이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아이돌 판의 정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QWER 유니버스에서 그녀들 못지않게 중요한 축이 소속사인 3Y코프레이션입니다. QWER의 초반 성공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그녀들만의 서사, 다시 말해 스토리텔링입니다. 그리고 그 스토리텔링에는 김계란과 빙빙, 검검, 율율, 쇠쇠 등 소속사 직원들의 역할이 빠질 수 없습니다.
히나와 시요밍의 대답은 아이돌들이 영혼 없이 말하는 형식적 답변이 아닙니다. 단순히 "오래오래 함께 해요!"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할 이유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죠. 사람 일이야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당분간은 마음 편하게 QWER 덕질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jRflBfBt6s
5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 동안, QWER은 3개 국가를 넘나들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할 예정입니다. 일본에서 케이콘 공연을 마친 뒤 원광대학교 축제에 참가하고, 다시 타이완으로 넘어가 야구 시구 및 팬 콘서트 공연을 합니다. 5월 16일 금요일에는 한양대학교 축제에 특별게스트로 참가하죠.
2024년 10월 말에는 리더 쵸단이 응급실로 실려감에 따라 다수의 대학 축제를 캔슬해야만 했었죠. 결국 쵸단은 그녀의 생일을 기념하여 열린 위스키 바에 방문해서도 술 한 잔 못 마시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죠. 대학 축제가 쏟아지는 5월부터 각별히 건강 관리에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한편 5월 16일 금요일은 QWER의 메인 보컬인 이시연의 생일이기도 하죠! 저는 5월 16일 한양공대 축제에는 무조건 참여할 생각입니다. 자신의 생일 때 대학축제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시요밍은 못 참죠! 수많은 바위게들과 그 순간을 함께 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이렇게 축제 한 방 때린 다음날인 토요일 오후쯤 시요밍 생일 카페 투어를 돌면, 바위게들과 또 축제 리뷰 및 QWER 덕질 이야기를 숨 안 쉬고 3시간은 할 수 있겠죠? 이게 바로 대학축제 시즌의 맛이죠. 아이브 같은 글로벌 아이돌도 성균관대를 포함한 대학 축제를 부지런히 도는 것을 보면, QWER의 대학 축제 퍼레이드는 향후 몇 년 동안 멈추지 않을 듯합니다. 비록 제 대학 축제 덕질은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래도 행복이 넘쳐흐릅니다. 그 어떤 취미보다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으면서도 꾸준한 극락을 제공하는군요!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