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QWER!에서 3, 4, QWER!으로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지난 2024년 4월 <고민중독>으로부터 시작되었던 도파민 퍼레이드. 수많은 대학 축제를 뛰며 상승에 상승을 거듭하던 그 불꽃같던 시절이 벌써 1년 전이네요. QWER은 이제 대학 축제 헤드라이너 급으로 성장해서 또다시 전국을 휩쓸고 있습니다. 어찌나 떡밥이 쏟아지는지, QWER의 타이베이 팬 콘서트 후기를 따로 쓰지 못할 지경입니다. 하지만 1!2!QWER!을 마무리하는 대만 팬콘서트를 스케치하는 것이 QWER 사관의 도리이겠죠. 사실 일본이나 한국 콘서트 못지 않게 흥미로운지라,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025년 5월 13일(화) 늦은 저녁, QWER은 대만의 야구팀인 푸방 가디언스(Fubon Guardians)의 초청으로 신장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시구는 '인천 불주먹' 히나가, 그리고 시타는 '도넛 암살자' 시요밍이 맡았습니다. 전성기 랜디 존슨을 방불케 하는 훤칠한 키의 히나가 공을 내리꽂을 경우, 시요밍은 야구 방망이를 던지고 허겁지겁 도망갈 기세였습니다. 벌써부터 타석에서 움찔거렸거든요. 하지만 힘조절에 실패한 히나의 공은 159.9cm 시요밍의 키를 훌쩍 넘겼고, 순발력이 뛰어난 포수가 간신히 캐치했습니다. 작년 10월 쵸단의 국내 시구 당시, 그녀의 낙차 큰 변화구가 스트라이크 존에 그대로 빨려 들어갔던 것과 비교되었죠. 다만 그때 겁에 질린 마젠타의 학다리 빠따질이 큰 웃음을 주었듯이, 이번 시요밍의 어리숙한 모습은 본투비 아이돌의 귀여움을 한껏 발산했습니다. 시요밍은 타석이 아닌 홈플레이트에 엉거주춤 서 있다가, 포수에게 밀려나기도 했거든요.
사실 시요밍은 본디 겁이 많은 편입니다. 히나가 볼 컨트롤을 못하는 초보자인 데다 본인도 타석에 처음 섰으니, 더욱 겁이 났겠지요. 하지만 프로 아이돌답게 멋지게 해냈습니다. 여자 아이돌이 시구와 시타를 할 때에는 둘 중 하나만 해야 합니다. 진짜 잘하거나, 아니면 귀엽거나. 어중간해서는 주목을 받지 못하죠. 히나와 시요밍은 귀여움을 잡았으니 목표 달성!
https://www.youtube.com/watch?v=SmjbssPBgc0
https://www.youtube.com/shorts/XbPKXuMs1Bw
전날 시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한 QWER은 다음날인 5월 14일 저녁 8시에 젭 뉴타이베이(Zepp New Taipei) 콘서트홀에서 팬 콘서트를 가졌습니다. 4월 4일에 타이베이 공연 공지가 올라왔을 때, 바위게들의 기쁨과 충격은 대단했습니다. 우선 젭 뉴타이베이는 2,000명 이상의 관객이 수용 가능한데, 지금까지 국내외 콘서트장 중 가장 규모가 컸습니다. 티켓 값 또한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비쌌습니다. 촬영이 가능한 대포존의 경우 100만 원이 넘었습니다. 대만은 조그마한 국가인데, 과연 콘서트홀을 다 채울 수 있을까? 한국보다 크고 티켓값이 비싼 공연장을 평일에? 게다가 벼락치기 공지였는데?
연예인 걱정은 하는 거 아니라더니, QWER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티켓링크가 오픈되자마자 전석 매진을 기록했죠. 사실 작년부터 QWER의 인기는 일본보다 대만에서 훨씬 높았습니다. 생일 카페 운영도 활발했죠. 올해의 경우, 한국보다 대만에서 시요밍 생일 카페가 먼저 오픈했습니다. 한국에 사는 홍콩인이 6월에 '서울에서' 마젠타 생일 카페를 연다고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머선 129? 한한령이 풀린다면, QWER의 중화권 인기몰이를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대만 ZEPP 뉴타이베이에서 있었던 QWER 팬 콘서트를 영상으로 본 제 소감은 한 마디로 "대만 바위게들, 미쳤다!"입니다. 주요 곡들의 경우, 적지 않은 대만 바위게들은 QWER 한국 콘서트 때 등장했던 응원법을 숙지해서 한국어로 따라 했습니다. 일본 콘서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죠. 도대체 얼마나 연습해야만 저렇게 할 수 있을까요? 특히 많은 대만 여성 바위게들이 괴성을 지르는 모습이 자주 보였는데요. 한국 바위게들보다 더한 광기와 적극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한 바위게로부터 대만 공연 후기 및 자료를 받았습니다. 그의 동의를 얻어 타이베이 공연 사진을 사용하겠습니다.
<디스코드>와 <지구정복>, <자유선언>으로 무대를 연 QWER은 열심히 연습한 현지어로 대만 바위게에게 인사했습니다. 말바보 시요밍은 어느 나라 언어를 써도 말을 절었고, 마젠타(이아희)는 "워아희니!"로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쵸단은 그 어느 콘서트보다도 함성 소리가 크다며 화들짝 놀랐고, 청산유수의 히나는 조련 능력이 탑티어였습니다.
이어서 연주된 <소다>의 인기는 엄청났습니다. <소다> 앞부분 랩을 대만 바위게들이 전부 따라하자, 놀란 히나는 기뻐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기까지 했지요.한국과 일본에서는 숙련된 조교들이 딱딱 맞춰 응원하는 느낌이었다면, 대만 바위게들은 기분껏 추임새도 넣어가며 페스티벌 온 것처럼 즐기는 분위기였습니다. 듣자 하니, 히나는 QWER 데뷔 이전부터 '냥뇽녕냥'으로 대만에 꽤 알려졌다고 합니다. 히나 히메의 인기몰이가 장난이 아니네요.
4명 멤버의 "워아이니"와 함께 <수수께끼 다이어리>가 시작되었는데요. "그니까, 그니까, 니가 내게 와준다면~"에서 양발을 번갈아 내미는 안무가 있거든요. 히나와 시요밍은 정석대로 뒤꿈치를 바닥에 붙인 채 예쁘게 뽀짝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마젠타는 아예 허공에다 킥을 하더군요. 신발 무게를 못 이겨 발목이 휘청거리는 것이, 술 취한 러시아 아재가 민속무용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래서 안무 선생님의 억장이 무너지는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또 젠타의 매력이죠. 결국 시선을 사로잡는 건 젠타거든요.
한편 히나는 이 곡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여주인공처럼 무릎을 붙인 자세로 춤을 춥니다. 히나는 안무의 포인트를 정확히 캐치해서 각 잡고 표현하는 능력이 탑 오브 탑입니다. <수수께끼 다이어리>는 제이팝 풍의 곡으로서, 짝사랑하는 상대로 인해 어지러운 소녀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일본 만화에 나오는 여고생에 빙의하는 편이 가장 어울리겠죠. 그녀가 코스프레 분야의 여황인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습니다. <수수께끼 다이어리>는 드물게 연주되는 곡이다 보니, 반가운 마음에 안무까지 집중해서 보았네요.
무대 토크 시간에 QWER은 대만 치어리딩을 따라 하고 디저트를 먹방했습니다. 누렁이 마젠타는 디저트들을 치운 뒤에도 손에서 젓가락을 놓지 않았다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역시 웃음 담당은 마젠타죠. 이어서 쵸단과 마젠타는 <달리기> 무대를 선보였는데요. 원래 쵸단이 젠타의 넥타이를 확 잡아당기는 파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젠타가 쵸단의 타이를 잡아끌며,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죠. 무력 리더 쵸단도 애정 공세에는 힘을 못씁니다. 역시 폭력을 이기는 건 사랑이네요.
몸치 언니들의 애정 행각을 참지 못한 막내들은 자기들만의 귀여운 댄스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이때 뽀뽀를 못한 시요밍은 콘서트 막바지에 히나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도쿄, 오사카, 타이베이 모두 무대 크기 이슈로 인해, 제대로 된 <달리기>와 막내즈 댄스 브레이크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역시 서울 콘서트 바위게가 승자다!
이제 공연은 후반부로 치달았는데요. 대만 바위게들이 <내 이름 맑음>에서 멤버들 4명의 이름을 한국어로 연호하며 응원하는 것을 보고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서울 콘서트에서도 이 파트를 연습해오지 않은 팬들이 많았거든요. <가짜 아이돌>과 <고민중독>에서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대만 바위게들은 한국어 응원법을 완전히 숙지하고 따라 했습니다. QWER은 더욱 흥이 나서 열정적으로 무대에 임했죠.
<고민중독>까지 끝난 뒤, 멤버들이 쓴 손 편지가 VCR로 송출되었습니다. 일본 콘서트 당시, 멤버들이 한글로 쓴 손 편지가 화면에 그대로 나가서 일본 바위게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는데요. 이번 타이베이 콘서트의 경우, 이 점을 보완해서 손편지와 번역문이 함께 올라갔습니다. 확실히 3Y코프레이션은 지난 공연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가며 더욱 멋진 무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불꽃놀이>를 끝으로, 공연 셋 리스트에 있었던 모든 곡이 끝났습니다. QWER은 포토타임을 가진 뒤 팬들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제 QWER의 정체성인 그 곡으로 마무리할 때가 되었죠.
<별의 하모니>가 시작되자, 대만 바위게들은 구역별로 다른 색깔의 셀로판지를 스마트폰에 붙인 채, 4가지 빛깔의 향연을 펼쳤습니다. 객석 뒤편은 다채로운 색의 물결로 물들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지난 앨런 워커 대만 콘서트 당시, 게스트로 초청된 QWER은 시간 관계상 <별의 하모니>를 앙코르로 부르지 못하고 내려왔습니다. 그때 대만 바위게들이 무척이나 아쉬워했다는 후기가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QWER을 감동시켰습니다.
무대가 끝난 뒤 쵸단과 마젠타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특히 젠타는 대성통곡했는데요. 울면서 코가 부풀어 오르는 젠타 언니의 모습을 보고 빵 터진 쵸단은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언니들이 눈물쇼로 바쁜 와중에, 갈수록 키가 커지는 히나는 시요밍을 어린아이처럼 안아 올려 빙빙 돌렸습니다. 시요밍이 히나에게 뽀뽀를 퍼붓는 가운데, QWER은 뉴타이베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별의 하모니>의 악기 파트를 확장한 저 아웃트로는 앞으로 수백 번을 듣는다 해도 여전히 눈시울을 적시게 할 것 같습니다. 어떤 천재가 저 편곡을 했는지...아니, 편곡보다 그냥 <별의 하모니> 자체가 마스터피스입니다. QWER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근본곡으로 자리할 것입니다.
공연이 끝난 다음날, QWER이 6월 14일에 대만의 타이베이 돔에서 열리는 음악행사에 참가한다는 소식이 떴습니다. QWER은 올해 상반기에만 대만을 3번째 방문하네요. 콘서트 무대를 마치면서 꼭 다시 보자고 다짐하던 QWER은 결국 스포를 한 셈이었습니다. 그녀들이 던진 떡밥이 정확히 회수되는 과정을 보는 것은 매우 즐겁습니다.
일본의 경우, 오사카 아이돌 출신의 시요밍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 어째서 QWER의 인기가 이리도 높은 것일까요? 라이트 팬덤이 아닌 코어 팬덤의 비중이 한국 콘서트만큼이나 높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니, 알이즈웰 선생, 너무 오버하시는 거 아닙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왜 대만 바위게가 '찐'이냐? 그들은 QWER의 로드 매니저인 '검검'의 사진을 찍어서 SNS에 공유하는 광기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검을 향한 사랑은 한국의 바위게 중에서도 노들섬에서 슬램하는 한 줌의 K-수컷 바위게만 하는 마니아적 취미입니다. 하지만 대만 바위게들은 (물론 그들도 전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한국 바위게들 못지않게 '검검'에게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대만 바위게들은 새벽에 하는 '검검'의 라이브 방송까지 챙겨보고 있습니다! 이건 매우 좋은 신호입니다.
QWER 유니버스의 개그 코드는 하나의 문화입니다. 수십 년 동안 케이팝 아이돌 팬덤 문화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회 현상이죠. 그리고 대만 바위게들은 이런 새로운 팬덤 트렌드에 공명하고 있습니다. 일본 바위게들은 '오겡키데스카' 감성의 아련함을 보인다면, 대만 바위게들은 아날로그적 감성에 열정과 개그까지 갖추었습니다. 한한령 해제가 기정사실화 되는 시점에서, 중화권 바위게들의 호응이 이처럼 좋다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입니다. 물론 K-바위게가 콘서트 티켓팅 전쟁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지겠지요. 하지만 QWER이 지구정복을 할 수만 있다면, 저는 가끔씩 대학축제나 페스티벌만 갈 수 있어도 감지덕지입니다. QWER, 화이팅!
이날 콘서트를 마친 4명의 멤버는 위버스 라이브를 통해 소감을 전했는데요. 1,2, QWER!이 끝났다는 메시지를 반복했습니다. 공연장에 함께 했던 안무 선생님, QWER의 부실한 율동에 항상 오열하시는 그분 또한 1,2, QWER!이 끝났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업로드하셨습니다. 이틀 뒤에 한양공대 축제 및 이시연 생일 카페가 있는지라, 저는 대만 팬 콘서트가 지닌 특별한 의미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었습니다. 자꾸 새로운 일들이 생겨나고, 대만 팬 콘서트는 그 여정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으니까요.
1,2, QWER!은 서울과 도쿄, 오사카를 거쳐 타이베이까지 이어진 팬 콘서트의 타이틀이었습니다. 따라서 좁은 의미로 볼 때, 1,2, QWER!의 종결은 팬 콘서트 일정이 마무리되었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QWER에게는, 대만 팬 콘서트야말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그간 행보의 1막을 마무리하는 장면이었나 봅니다.
이로써 2024년 4월 1일에 1,2, QWER!을 외치며 세상을 뒤흔들기 시작한 그녀들의 역사는 2025년 5월 14일에 시즌1을 마무리했습니다(마젠타 표현). 저로서는 아직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만 콘서트 이틀 뒤인 5월 16일에, 그녀들은 비 내리는 한양공대에서 다시 한번 "1,2, QWER!"을 외치며 <고민중독>을 불렀기 때문이죠. 그녀들은 단 한순간도 쉰 적이 없기에, 시즌1이 마무리된다는 느낌이 딱히 없습니다. "1,2, QWER!"은 3,4,QWER!로 대체된다기보다는, QWER의 영원한 시그니처로 남을 듯합니다. 1,2, 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과 청춘, 열정과 벅차오름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2025년 현재, QWER은 대한민국 최고의 낭만 밴드입니다. 심지어 소속사와 팬덤마저도 낭만이 넘치기 때문에, QWER 유니버스 전체의 낭만 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특히나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고 사회 분위기가 침체될수록, 사람들은 낭만과 레트로, 현생에서 느끼지 못하는 열정과 벅차오름을 더욱 욕구하게 되는데요. 이런 의미에서 볼 때, QWER은 2020년대 후반기에도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3개국 팬 콘서트 투어를 통해서 QWER은 '아시아 클래스'에 발을 들였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주어진 모든 것에 끊임없이 감사하며, 실수 없이 '월드 클래스'를 향해 진격해야 할 때이네요. 이는 K-바위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5월 14일 공연이 대만 바위게들에게 얼마나 드물고 소중한 기회였던가요. 그런데 저는 서울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5월 16일 한양공대 축제, 17일 이시연 생일 카페, 20일 서울시립대학교 축제를 다 갈 수 있으니 말이죠. 대한민국이 'QWER 보유국'임을 자랑스레 여기고, 주어진 행운에 감사하며 살아야죠!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https://www.youtube.com/watch?v=39FgwzboGY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