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하면 QWER이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저는 지난 2024년 10월 2일에 배낭여행 후배인 '빠이'와 함께 한양공대 축제를 방문했었습니다. QWER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공대로 유명한 한양대답지 않게, 전기 공급 문제로 인해 공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QWER의 착장은 이세계 트럭을 타고 내려온 오! 나의 여신님이었기에, 많은 바위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었습니다. 당시 냥뇽녕냥 히나는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구두 약속했었는데요. 반년만에 당당히 약속을 지켰습니다. 역시 믿음의 QWER! 당시에 제가 썼던 브런치 글을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https://brunch.co.kr/@joogangl/598
2025년 5월 16일에는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와 한양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축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 성균관대 소속인 저는 과연 어디를 가야 할까요? 당연히 QWER 공연이 있는 한양대학교죠! 게다가 5월 16일은 QWER의 메인 보컬인 이시연의 생일이죠. 자신의 생일날 공연하는 시요밍을 어떻게 놓친단 말입니까.
함께 가겠다는 머글(일반인) 친구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혼자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QWER 팬이 아닌 경우, 몇 시에 나올지 모를 QWER의 공연을 기다리며 낯선 운동장에 머물기가 좀 그렇죠. 작년에도 빠이에게 상당히 미안했습니다. 역시 혼자 갔다가, 공연이 끝난 뒤 바위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쪽이 낫더군요. 뭐,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대로 귀가하여 글을 쓰면 되니까, 어느 쪽이든 해피 엔딩입니다.
한양공대 축제의 경우, 재학생이 주가 되는 1, 2부 공연이 있고요. 스페셜 게스트인 QWER은 그 뒤에 출연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녀들의 실제 공연은 저녁 9시 이후가 될 확률이 높았지요. 8시까지는 제 할 일을 하다가, 한양대역으로 출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작년에 가서 보니, 워낙 노천광장이 거대해서 늦게 가도 '널널'할 듯했습니다. 바위게들 가운데 키가 큰 친구들은 '냥뇽단', 그리고 키가 작은 친구들은 '밍밍단'으로 불립니다. 저는 밍밍단이기 때문에, 무대 앞에 가면 오히려 더 안 보입니다. 멀찌감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작년에 채우지 못한 감흥을 가득 채우고 돌아가야죠. 오늘의 유일한 관건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소나기인데요. QWER이 좋아하는 밈으로 '기청제'를 한 번 하고 가야겠죠. "야! 비! 당장 그쳐, 뚝!"
https://www.youtube.com/shorts/1DZevQZuuoc
https://www.youtube.com/shorts/dRR5_TC_RI8
2025년 5월 16일 QWER 한양공대 축제 당일, 서울 전역에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물론 국지성 호우였지만, QWER 공연이 있는 한양공대 쪽에는 저녁 시간이 되자 빗줄기가 오히려 거세졌습니다. 일부 바위게들은 공연이 취소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갈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이런... 갈까 말까 망설일 때에는 무조건 가는 것이 진리인데도, 아직까지 망설이다니!
저는 설사 공연이 취소된다 하더라도, 무조건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단 공연장에 QWER이 무조건 와 있을 것이고, 공연을 하지 않더라도 QWER이 무대로 나와 반드시 인사를 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생일을 맞은 시요밍에게 "생일 축하해!"라고 바위게들과 함께 직접 목소리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그러고 나서 오프를 뛰는 바위게들과 함께 차 한 잔 마시러 가면, 금요일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비가 온다고 해서 가지 않을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 '노원K' 바위게 형님이 축제 참가 전에 목이나 축이고 가라며 저를 불렀습니다. '고릴라 브루잉'과 함께 부산의 크래프트 맥주 신을 책임지고 있는 '갈매기 브루잉'의 IPA를 만두와 곁들여 마셨습니다. 비록 창밖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알딸딸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음, 이거 더 마시다간 한양대역까지 가기 귀찮아질 수도 있겠는걸! 그의 응원을 받으며 지하철역으로 향했죠.
한양대역 화장실에서 바위게 2명과 마주친 저는 다소 약해진 빗줄기를 뚫고 노천광장으로 향했습니다. 그 바위게들과는 히나 생일 카페 및 도쿄 콘서트 등에서 이미 만난 지라, 어색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QWER 팬덤은 어마어마한 덩치의 XL 수컷 바위게라고 표현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이 두 분은 대한민국 남성 상위 1% 외모라고 자부합니다. '마젠타의 보석함'을 본떠 'BWG(바위게)의 보석함' 코너를 만들어 훈남 바위게들을 모시고 제가 인터뷰를 하면, 글로벌 팬덤 증가에 기여할 수 있으려나요? 아, 일단 MC부터 훈남이어야 하니 저는 탈락이군요...
QWER의 공연은 저녁 9시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만, 날씨 문제로 인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취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이미 축제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제가 <온 세상이 QWER이다>를 연재하면서 얻게 된 가장 큰 기쁨은, 오프 행사를 나갈 때마다 많은 바위게 분들께서 제게 편히 말을 걸어주신다는 점입니다. 사실 40대 민머리 아재가 케이팝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활동할 때 어찌 망설여지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QWER 팬덤 바위게는 연령대 폭이 넓은 데다, 남초 팬덤이라 아재들이 입덕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저는 여러 명의 바위게와 함께 외부인 존에 서서, QWER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거대한 덩치의 검검과 빙빙이 악기 세팅을 점검하며 무대 위에 나타났습니다. "김정광(검검 본명) 사랑해!"가 객석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이제 공연은 결정된 상황이죠. 다만 생각보다 공연 시간이 많이 늦춰진 상태였습니다. 한양공대 학생들이 무대 세팅 완료까지 '차력쇼'를 통해서 시간을 메꿔주었습니다. 그리고 외부인 존에 선 우리들은 QWER 네 명의 멤버들이 무대 쪽으로 걸어오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전속력으로 돌진해!
저는 2025년 5월 16일 QWER 한양공대 공연이 그녀들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늦은 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되었던 한양공대 공연은 그동안 QWER의 공연들 가운데에서도 낭만 순위로는 단연코 1위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실 QWER의 공연은 매번 낭만 치사량입니다. 하지만 2024년의 경우, 그녀들의 공연은 성장과 증명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주는 것 없이 요구만 많은 여러 외부 상황들에 대처하기 위해, 그녀들은 1년 내내 전쟁을 치렀습니다.
2025년 1월에 단독 팬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난 뒤부터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지요. 그리고 낭만은 여유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4월에 두 차례의 일본 팬 콘서트를 마치고 난 뒤 이어진 5번의 버스킹에서, QWER의 낭만 지수는 다른 어떤 가수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고공상승했습니다. 특히 '찐 바위게 존'의 가능성을 최초로 보여준 해남 버스킹에 이어 실제로 슬램이 일어난 노들섬 버스킹은 전 세계 케이팝 팬들에게 "다른 건 몰라도 낭만만큼은 QWER이 최고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지요. 해남과 노들섬 버스킹 두 곳에 모두 참여한 저는 QWER의 헤비 팬덤과 라이트 팬덤의 급성장을 피부로 느끼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낭만 밴드로 QWER이 안착 중이라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5월 16일 QWER의 우중(雨中) 공연은 낭만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습니다.
일단 악기가 비를 맞을 경우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악기 멤버들의 경우 천막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신신당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 이름 맑음>으로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마젠타는 천막 안팎을 들락날락하면서 '젠타 턴'을 선보이고 펄펄 날았습니다. 그녀의 흥을 아무도 말릴 수 없었습니다. 어찌 보면 정말 똘끼 넘치는 락스피릿은 젠타가 짱인 듯합니다. 작년 6월 마젠타 생일 라이브 방송 때, 맥주 한 캔에 취한 그녀는 여러 차례 밴드를 폭파시킬 뻔했습니다. 그 뒤에 입덕한 바위게들은 아마 다시는 그처럼 심장이 쫄깃한 방송을 실시간으로 체험하지 못할 겁니다. 그때 "제발 젠타 좀 말려라!" "이제 방송 끝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바위게들의 절규가 채팅창을 가득 메웠으니까요. 물론 저는 '프로방송인'인 젠타가 술에 취한 가운데에서도 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이 '아주 미약하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나는군요. "C바오!"를 외치며 마젠타마저 당황케 한 시요밍을 포함, 개그 듀오(마젠타+시요밍)은 상상을 초월하는 똘끼를 발휘하며 여타 케이팝 아이돌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내 이름 맑음>이 끝난 뒤, 시요밍에게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는 타임이 있었습니다. 5월 16일에 제가 한양공대 노천광장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시요밍에게 "생일 축하를 전하고 싶다든가~"입니다. 얼마 전에 아이묭의 내한 공연이 있었고, QWER은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 愛を伝えたいだとか>를 커버하기도 했었죠. 여하튼 계단광장에 선 저는 바위게들과 함께 이시연에게 생일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리더 쵸단이 아예 처음부터 분위기를 그렇게 잡았죠. 노천광장에 가득한 바위게와 머글(팬덤이 아닌 일반인)들은 시요밍에게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기분파인 시요밍이 오늘 날아다닐 것이란 점을 의심할 수 없었죠.
그런 뒤 시요밍은 쇠쇠 매니저로부터 우산을 전달받아, 천막 밖에서 마음껏 끼를 뽐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제일 무서운 존재는 역시 마젠타죠. "가끔씩 (천막) 밖으로 나가면 짜릿짜릿할지도?"라는 그녀의 말은 악기 멤버들을 걱정하는 소속사 직원들을 벙 찌게 했습니다. 역시 연예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소시민 입장에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슬비로 바뀐 빗줄기가 낭만을 더한 가운데, QWER의 무대는 넘치는 열정을 이어갔습니다. 역시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축제이다 보니, 바위게 팬덤 못지않게 남성 비율이 높았습니다. 앗, 처음 접했는데 익숙한 분위기? 끊임없이 병맛 개그를 던지고 크아아! 소리 지르는 폼이 그냥 수컷 바위게 스피릿 그 자체였습니다. 음... 이제 정식 바위게가 될 날이 멀지 않았구나! 한양공대 학생들의 열렬한 호응 덕분에, 시요밍 또한 더욱 펄펄 날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이날 QWER은 데뷔 최초로 앵앵콜(앵콜에 이은 추가 앵콜)을 했습니다. 사전 계획에 없던 상태에서 추가된 앵콜이라, 그곳에 모인 바위게들을 매우 놀라게 했죠. 그리고 <불꽃놀이>를 부르던 시요밍은 급기야 우산을 뒤로 집어던지고, 비를 맞으며 노래를 이어갔습니다. 아, 저 열정! 저 똘끼! 프로불편러들이 넘치는 가운데 김 빠진 '착한 (척하는)' 예능 및 천편일률적인 '안전한' 콘텐츠만 판을 치는 이 '재미없고 지루한' 세상. 스스로 그어 놓은 선을 넘지 않으려 애쓰는 가운데 따분하고 식상해져 버린 이 세상에 그저 빛인 QWER!
이날 '우산밍(우산을 쓴 시요밍)'은 2025년 대한민국 낭만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아울러 우산을 집어던지고 펄펄 나는 시요밍은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에서 진 켈리가 보여주었던 명장면을 그대로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녀는 최근에는 '헤드뱅잉'도 자주 보여주는데요. 시연아, 역시 네게는 밴드 리드 보컬이 딱이야. 앞으로도 이 '우산밍'은 낭만의 상징으로 꽤나 인구에 회자될 듯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W4E5Ifni66A
한양공대 축제 공연이 끝난 뒤, 저를 포함한 5명의 바위게들은 건대입구역으로 이동해, 맥주 한 잔을 하며 오늘 공연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젊은 연인들로 넘치는 이 거리에서, 시커먼 수컷 바위게 5명이 QWER에 대해 목청을 높이며 이야기하는 광경은... 아름다웠을 겁니다, 아마도... 11시 반이 되어 주점을 나와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면서도 다들 흥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드래곤처럼 "에라, 모르겠다!"를 외치며, 타코야키가 유명한 일식 주점에 들어가 하이볼을 홀짝이며 QWER 토론에 들어갔습니다. 전부 입에 모터를 달았는지, 대화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술을 마시는 도중에 QWER 멤버 전체의 방송, 그리고 이시연의 개인 방송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테이블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은 채 함께 감상하며 떠들썩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 뒤 귀가하니, 새벽 5시였네요.
아이돌 덕질의 가장 큰 장점은 넘치는 열정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20년대 대한민국의 인간관계는 '느슨한 연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내가 좋아하지 않아도 벗어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지연-혈연-학연에다 직장 연줄까지, 거미줄처럼 얽힌 집단주의적 관계가 '정상'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거나 가치 있다고 여기는 대상을 중심으로 모이는 취향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를 쓴 송길영 작가는 이를 '애호의 시대'라고도 표현했죠. QWER 팬덤인 바위게 또한 이런 '느슨한 연대'를 '뜨겁게' 즐기고 있습니다. 젠타가 "비 온 게 저렇게 낭만 있어 보이다니, 너무 좋다!"라고 SNS에 글을 남겼는데, 바위게들 또한 같은 마음이라고 봅니다. 젠타야, 우리에게 이런 추억을 만들어주어서 정말 고마워! 대한민국 최고의 낭만 밴드 QWER, 진심으로 감사해!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