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QWER:게임과 애니, 음악을 모두 휩쓸 생태계 교란종

QWER의 롤 동물특공대 캠페인송 <애니마 파워>후기

https://www.youtube.com/watch?v=dAVSQ3ixa6c

[<애니마 파워> 일본어 버전]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원래 이 글은 지난 7월 12일에 공개된 QWER의 롤(LoL) 캠페인 송인 <애니마 파워>의 단순한 감상 후기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후기부터 쓰다 보니 너무 길어지더군요. 그래서 본디 쓰고자 했던 주제인 "QWER:게임과 애니, 음악을 모두 휩쓸 생태계 교란종"을 먼저 요약한 뒤, 제 개인적 감상 후기를 덧붙여 끝맺겠습니다(더 자세한 내용은 따로 글을 파서 다루고자 합니다).

아이돌과 밴드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아이돌 밴드"로 활동 중인 QWER. 지금까지는 연주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밴드로서의 역량 강화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팬들 또한 나날이 실력이 상승하는 "성장형 아이돌"의 모습에 열광했고요.

그런데 사실 그녀들의 최대 강점은 따로 있었죠. 서브컬처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낯선 이야기지만, 그녀들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코스프레 등에서 A급을 넘어선 S급 전문가들입니다. 다만 그녀들이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분야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그동안 없었죠. 물론 그녀들은 개인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서 간간이 끼를 발산해왔지만 말이죠. 그리고 이제 보고도 믿지 못할 급성장으로 "합숙소 계약 연장"을 일궈낸 그녀들은 본격적으로 "영역전개(료이키 텐카이)"를 시작했습니다.


게임 시장의 규모가 영화나 음악 시장을 아득히 넘은 지는 꽤 되었습니다. 아직도 게임을 "서브컬처"라고 믿는 분들은 어쩌면 "내가 모르는 건 서브컬처야!"라며 살았던 건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세계의 유명 연예인들이 게임의 캐릭터로 등장하거나 OST를 부르고, 기타 다양한 콜라보에 참가 중이죠.

하지만 QWER은 그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많은 연예인들은 게임 덕후가 아니지만, 단지 유명해서 협업합니다. 반면에 QWER 멤버들은 전부 게임 중독에다가, 게임과 관련된 애니 등에 달통한 진성 덕후입니다. 안티들조차도 "방구석 덕후"라고 QWER을 비난했으니, 자타 공인된 팩트인 셈이죠. 오죽하면 팀명이 리그 오브 레전드의 롤스킬인 QWER이며, 팬덤명 또한 그 게임에 등장하는 "바위게"이겠습니까. 핵심은 이들이 진심으로 게임과 애니를 즐기는 "찐"이라는 점이죠.

하지만 단순히 그녀들이 "찐"으로 남았다면, 세상의 흔한 덕후들과 다를 바가 없겠죠. 그녀들은 피나는 노력으로 인기 밴드로 먼저 올라선 뒤, 다시 본래의 "찐"을 극강으로 보여줍니다. <애니마 파워> 속 그녀들은 4인조 밴드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입니다. 이 때문에 밴드로서의 QWER을 옹호해왔던 "락 애호가"들조차 머쓱해질 수가 있습니다. 안티들은 이때다! 하고 "저게 무슨 밴드야!"라며 달려들겠지요.

그러나 바꿔 말하면, 현존하는 밴드 가운데 저와 같은 방식으로 OST 댄스 챌린지를 할 수 있는 그룹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거대한 게임과 애니 시장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갈구했던" 셀럽이 2024년에야 비로소 등장한 것입니다. 게임과 애니 OST를 소화할 수 있는 초인기 "탑티어 덕후" 걸밴드. 단순히 돈이 되니까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서 콜라보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진짜 덕후여서 이 협업을 진심으로 즐기고 그 가치를 증명해낼 수 있는 걸그룹. 게다가 QWER이 인기를 얻으며 역주행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23년 말 <롤드컵 전야제>!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그녀들은 음악과 애니, 게임 시장 모두가 쌍수 들고 환영할 "찐"입니다. 왜냐하면 그녀들이야말로 게임과 애니 팬들의 진정한 동료이자, 팬들의 심정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뽀인트"를 콕 집어서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케이팝 여자아이돌이니까요.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애니마 파워>에 대한 제 감상 후기를 적겠습니다. 

지난 2024년 7월 12일 금요일, QWER이 참여한 롤(LoL) 캠페인 <동물특공대(Anima Squad)>의 테마송인 <애니마 파워>가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를 재생하는 순간...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QWER의 음악으로 저의 항마력이 시험에 드는 날이.

<QWER 첫 정산..? l 최애의 아이들 시즌2 EP0>에서 냥뇽녕냥 히나가 "게임 콜라보"를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진심으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다 결정이 되어 있었다니. 그것이 <애니마 파워> 스포 방송이었다니.

그렇다면 히나의 나머지 말로 미루어 볼 때, 애니메이션 OST도 이미 논의가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저는 <귀멸의 칼날>이나 <주술회전> 다음 시즌 오프닝 곡을 QWER이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을까요. 그래도 또 지켜봐야겠죠. 왜냐하면 지금은 QWER의 게임 테마송인 <애니마 파워>를 견뎌낼 항마력을 키우는게 제 우선 순위이니까요.


저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게임에는 문외한이고, 게임 음악 또한 아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어떤 애니메이션 주제곡도 이렇게 대놓고 큐트(cute)를 드럼통으로 들이부어 공구리를 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가사가 대놓고 "이게 우리 Real power, cute!"인데, 이 정도로 노골적인 큐트 노래가 또 있나요. 큐트가 우리들의 진짜 파워라니, 허허허. 가사에 큐트가 도대체 몇 번 나오는지...

하긴 저도 요즘은 <귀멸의 칼날>이나 <진격의 거인>, <주술회전> 등 유명작만 보니, 이 정도 덕후 레벨을 지닌 또 다른 애니 주제곡이 있는지 아는 바가 없네요. 분명히 있을 겁니다. 제 공부의 부족함을 인정합니다. 얼마 전에 김계란이 냥뇽녕냥의 피규어를 가리켜서 <최애의 아이>에 나오는 "카나"라고 했다가 무섭게 털렸던 적이 있죠. 어떻게 <5등분의 신부>의 "나카노 니노"를 모를 수 있냐고요. 저로서는 그걸 아는 게 더 소름 돋습니다만, 김계란보다도 덕후 레벨이 낮은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궁금증을 못 이겨 <5등분의 신부>를 조금 보았는데...역시 저는 어디 가서 애니 좋아한단 말도 못 꺼내겠습니다. 저는 포기! 참고로 <5등분의 신부>는 아리따운 신부를 다섯 토막 내는 고어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러면 제가 <애니마 파워>를 싫어한다는 뜻일까요? 그럴 리가요. 대학생 시절, 클램프(CLAMP)의 <카드캡터 사쿠라>로 뇌가 절여진 사람인데 어찌 "큐티"를 거부하겠습니까. 최근 홍대입구역 AK플라자에서는 5월 1일부터 7월 2일까지 <카드캡터 사쿠라전(展)>이 두 달 간 열렸습니다. 아직까지도 한국에 카드캡터 사쿠라의 팬이 많다는 이야기겠죠. 연남동에 약속이 있어 갔다가 사쿠라 포스터를 보고서 어찌나 감격했는지 그만 들어......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안 갔습니다, 안 갔어요. 그나저나 클램프 이놈들! <동경 바빌론> 결말 보고 트라우마 생겨서 아직까지도 자다가 벌떡 일어난다, 이놈들아! 40대 민머리 아조씨 동심 돌려내라, 코노 야로(このやろう)!


QWER의 <애니마 파워>를 처음 재생했을 때에는 항마력이 딸렸습니다. 제 영역이 파훼되는 느낌이었죠. 아마 뮤직비디오와 함께 보았기 때문인 듯합니다. 하지만 MV를 보지 않는 상태에서 헤드폰으로 일본어 버전만 계속 듣다 보니, 그냥 큐며들었습니다. 한글 가사에게는 미안하지만, 덕후 세계의 만국 공용어는 일본어입니다.

다만 QWER의 프로듀서인 프리즘필터의 작품인데, 어째서 한글 가사가 일본어 가사를 그대로 번역한 느낌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민중독>과 <별의 하모니>, <대관람차> 등 아름다운 한글 가사를 써내는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능력자 그룹 프리즘필터이고 보면, 분명히 사정이 있을 듯합니다.  

여하튼 후렴부가 2009년에 나온 소녀시대 <지(Gee)> 이후 가장 뇌리에 박히네요. 지독하게 중독성이 강한 곡입니다. 최근에 "걍 들이부어라, 네 달팽이관에"라는 가사의 노래가 있었는데, <애니마 파워>야말로 그냥 달팽이관에 후렴부를 들이붓네요. 캠퍼스를 걸으며 저도 모르게 "뚜루뚜뚜뚜뚜 애니마 파와~"하다가 학생들에게 털릴까 봐 두렵습니다. QWER이 이 곡으로 정식 활동할 일은 없겠지만, 게임 캠페인송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덕후몰이"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곡에서 귀를 가장 사로잡는 파트는 "먀오(meow)" 하는 고양이 소리입니다. 이런 "이즈리얼(QWER 전담 프로듀서)"...덕질 포인트를 너무 알고 있습니다. 본인이 찐 덕후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넣을 없는 덕질 포인트입니다. 만약 이 곡의 후렴부에 "먀오~"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상당히 밋밋해졌을 겁니다. 누가 이 파트를 소화했는지 분명치는 않은데, 모든 멤버가 보컬에 참여했다는 점으로 볼 때 냥뇽녕냥 히나인 듯합니다. 나머지 파트에서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까요. 세계 음악 역사상 유일한 "스쿨존 창법" 기타리스트, 냥뇽녕냥 히나! (사적인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고양이상 미녀"인 그녀의 세계 덕후 대통령 취임식이 생각보다 빨리 올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https://brunch.co.kr/@joogangl/538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만, 냥뇽녕냥 히나를 세계 최고의 고양이상 미녀로 꼽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고양이상 미녀라면, 평소 표정이 새침하고 눈매가 약간 날카로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무표정일 때는 말 붙이기가 힘든데, 웃을 때 귀여워서 반전매력을 보여주는 케이스죠. 세계적인 고양이상 슈퍼모델들(주로 중남미 출신) 또한 그런 사례가 대다수죠. 게다가 그들은 섹시하게 보이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표정이 더욱 까칠합니다. 평소 순하게 웃는 표정을 짓는 미녀는 대신 "강아지상"으로 불리죠.

그런데 냥뇽녕냥 히나는 항상 웃는 얼굴의 고양이상입니다. 일본에 가면 앞발을 들고 웃는 고양이상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복을 부른다는 "마네키네코"입니다. 케이팝 아이돌 가운데는 이렇게 온종일 웃는 고양이상 미녀를 달리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웃는 고양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녀가 세계 최고의 고양이상입니다.


사실 저는 예전부터 어째서 절대 다수 모델과 여자 아이돌의 사진 속 표정이 항상 그렇게 "화가 나 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녀들은 "도도한" 표정을 연기하고 있는 게 분명하지요. 하지만 왜 일상 생활에서는 짓지 않을 그런 표정"만을" 포토그래퍼들이 요구했던 것일까요? 세계적인 패션 매거진 <보그Vogue>의 이숙명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980~1990년대 초반만 해도 슈퍼모델들이 런웨이나 광고에서 웃음 짓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케이트 모스를 위시한 헤로인 시크가 유행하면서 분위기가 한 번 바뀌었고, 세계 경제 성장과 더불어 럭셔리 패션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무나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의 도도함’을 표현하는 것이 패션 화보의 사명이 되었다. 그러면서 모델의 밝은 표정은 상품으로 향하는 관심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결과론적 해석이 업계에 자리 잡았다. 모델이 웃으면 진지해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1990년대 어느 모델의 발언 때문에 한국 대중이 오랫동안 ‘예쁜 사람은 옷으로 가는 관심을 빼앗기 때문에 모델이 될 수 없다’고 오해한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슈퍼모델들이 샤넬 런웨이에서 웃으며 걸어 나오던 1990년대에는 샤넬이 시크하지 않았고 옷이 안 보이기라도 했단 말인가.(<무표정이 시크하다는 착각-연말 파티를 준비하는 당신께 새로운 액세서리인 ‘웃음’을 추천합니다>)


무려 <보그>에서 나온 기사이고 내용이 매우 충실하기 때문에, 일독의 가치가 있습니다. 알고 보니, 카메라 앞에만 서면 난데없이 등장하는 연예인들의 "멋진 굳은 표정" 또한 특정 시대의 유행으로 시작되었던 것이지요. 물론 그게 유일한 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트렌드 따위에 전혀 관심 없는 저는 "웃음으로 가득한 고양이" 지지자로 일관되게 살렵니다. 비록 그녀 또한 카메라 앞에서는 때때로 시크한 표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할지라도.

https://www.vogue.co.kr/2022/12/23/%EB%AC%B4%ED%91%9C%EC%A0%95%EC%9D%B4-%EC%8B%9C%ED%81%AC%ED%95%98%EB%8B%A4%EB%8A%94-%EC%B0%A9%EA%B0%81/


그리고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일본에서 초반 인기몰이에 앞장 설 멤버는 쵸단일 듯합니다. 그냥 일본 소녀들이 정말 좋아할 스타일입니다. 일본 애니에 흔히 나오는, "운동 잘하면서도 귀엽고 야사시이해서" 갭모에를 보여주는 "센빠이" 분위기가 있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 하면 또 "고교 스포츠"가 메인 테마 아니겠습니까. 운동 신경이 탑티어인데, 춤은 귀엽지만 삐걱대는 것이 소녀 팬들의 심장을 저격하기에 제격입니다. <애니마 파워>에서도 유독 튀는 목소리로 "애니마 파~(와)"라고 하는데, 귀에 쏙 꽂히는 것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시요밍의 "쨍쨍한" 목소리와 함께 계속 터지는 요란한 전자음에 고막이 살짝 지쳐갈 때쯤, 자이로드롭 낙하하는 느낌을 주는 쵸단의 빠진 "애니마 파~(와)," 그리고 돌린다 싶더니, 다시 냥뇽녕냥의 "먀오~." 

<애니마 파워>의 클라이막스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오르내림의 향연입니다. 섬세한 고음의 시요밍, 파워풀한 보컬의 마젠타, 아련한 감성의 쵸단, 스쿨존 창법의 히나...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지닌 밴드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애니마 파워>가 고양이 이미지를 강조한 "히나 최적화 송"이며, 아울러 쵸단의 매력이 한껏 발산된 귀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QWER의 공연 특성상 시요밍과 마젠타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번 곡 및 영상에서는 "냥멍즈" Q와 E의 매력이 드러나서 매우 기쁩니다. 곡의 스타일상 대중적으로 널리 유행하기는 어렵지만, 팬심을 채우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봅니다.

또 글이 길어지기 시작하니, 여기에서 끊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https://www.youtube.com/shorts/jPsG37dZUHA

[<애니마 파워> 후렴부 댄스]
매거진의 이전글 QWER 마젠타와 인사이드아웃: 감정은 언제나 옳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