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025년 12월 24일. 저는 성균관대학교 수원 캠퍼스에서 계절수업 강의를 마치고 귀경한 뒤 업무를 보다가, 동갑내기 싱글남과 [갸우뚱]이라는 중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통영 굴탕면이 계절 별미인데, 맥주에 소주까지 곁들였죠. 그런 뒤 알딸딸한 상태로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저녁 7시 반에 시작하는 [2025 론 브랜튼의 재즈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가기 위해서였죠. 주변에 저처럼 결혼 안 한(또는 못하거나 돌아온) 싱글남이 많이 있으니, 이제 아재들끼리 크리스마스이브에 몰려다니는 광경도 어색하지 않게 되었네요. 아니, 여전히 어색한데 저만 눈치가 없는 걸까요?
지하철 이동 중에 QWER의 '저녁 7시 크리스마스이브 특별 라이브' 시작을 알리는 알람이 떴습니다. 하지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나중에 '다시 보기'로 즐길 수 있을 터이니, 잠시 참아야겠죠. 설마 젠타가 이번 방송에서도 폭주해서 '영상 삭제' 결론을 내진 않겠죠? 아, 제 크리스마스 소원이 갑자기 생겼네요. 산타 할아버지, 젠타가 크리스마스이브 라이브 공연에서 '업로드 불가' 수준으로 폭주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압구정 광림아트센터에서 있었던 크리스마스 재즈 콘서트는 100분가량 진행되었고, 친구와 헤어져 지하철을 타니 저녁 9시 반이었습니다. 이제 위버스 '다시 보기'를 통해 QWER의 크리스마스이브 라이브를 즐겨야겠죠? 그런데 위버스에 접속한 저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니, 아직까지 QWER 라이브가 안 끝났다고? 2시간이 넘었는데? 오늘 오전에 쵸단이 크리스마스이브를 바위게와 함께 보내고 싶다고 인스타에 썼었는데, 이렇게까지 바위게를 생각한다고?
결국 QWER은 2025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팬들을 위해 2시간 49분에 걸쳐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유튜브로도 동시 생중계된 이 라이브에서 QWER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비롯한 각종 먹거리를 만들고, 연습실을 크리스마스 콘서트 무대로 꾸민 뒤 여러 곡을 열창했죠. 제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같은 날에 자기 팬들을 위해 이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사적인 방송을 진행한 케이팝 아이돌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남들과 비교를 하자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QWER이 팬덤 바위게에게 쏟는 사랑의 크기가 막대하다는 것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ala5sbLmrOk
[2025 크리스마스이브 연습실 미니 콘서트]는 <징글벨>로 시작했습니다. 시작부터 젠타의 엄청난 성량이 다른 멤버들을 압도하는 것이 느껴지고, 노래만 부르면 장난기가 폭발하는 시요밍의 시쪽이 모드가 가슴 설레게 했습니다. 두 번째 곡으로는 히나의 애창곡인 일본 밴드 '백넘버'의 <히로인(ヒロイン)>입니다. 히나가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저는 그만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제가 그토록 사랑하는 '스쿨존 창법'을 오늘 원 없이 듣겠다는 행복에서였죠. 히나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런 문구가 생각납니다. "압도적 재능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개그맨 정형돈은 옥동자와 공연할 때마다 '얼굴 재능'의 부족으로 인해 절망했다고 하죠. 히나의 목소리는 단순히 귀여운 게 아닙니다. 극강의 귀여움에 헬륨 가스를 섞었고, 무엇보다 무심하고 귀찮으며 느릿한 그 톤이 매력이죠.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고양이가 한겨울에 따뜻한 이불속에서 눈만 빼꼼 내놓으며 귀찮은 듯 갸르릉거리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히나의 목소리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어쩌라고요, 그렇게 타고난 걸. QWER의 음악 메인 프로듀서인 이동혁(이즈리얼, 동동)은 이런 그녀의 천상계 목소리를 적절히 잘 살렸죠.
히나는 아직까지 목소리의 힘이나 안정성이 부족해 본격적인 보컬로 나서기에는 연습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추임새'만큼은 우주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녀가 멤버들과 편하게 노래할 때 보면, 그녀는 추임새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걸밴드 애니메이션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나이 마흔이 가까운 여자 성우들이 밴드를 하면서 십 대 소녀 목소리로 노래하죠. 이 때문에, 히나는 하늘이 내려준 목소리를 부끄러워하거나 노래 부르기를 망설여서는 안 됩니다.
2025년 부산 락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 섰던 '베이비 메탈'처럼, QWER은 그 자체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하나의 장르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히나의 감초 같은 헬륨 가스 목소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제이팝과 케이팝의 절묘한 조화! 12월 24일과 25일, 히나의 노래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세 번째 곡은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입니다. 이번에는 QWER 음악의 미래 가능성을 한껏 넓히는 헤비메탈 버전으로 연주되었습니다! 저는 이 무대를 보고 정말 감동을 받아서, 글을 따로 한 편 쓸 예정입니다. 앞선 곡에서는 히나의 스쿨존 창법이 귀여움의 치사량을 넘었다면, 이번 곡에서는 마젠타의 '도라에몽 그로울링'이 바위게들을 빵! 터뜨렸습니다. 그로울링은 한 마디로 성대를 긁는 창법인데요. 음의 높낮이가 거의 없이 날카로운 쉰 목소리로 노래하는 기법으로, 헤비메탈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죠. 세상 온갖 밈을 섭렵한 히나이지만, 항상 부끄러워서 본인은 할 용기가 없습니다. 20년이 넘도록 그렇게 살아온 내향성 고양이 히나에게, 마젠타는 영웅 중의 영웅입니다. 왜냐하면 히나가 도전하고 싶었지만 용기를 못 내었던 모든 콘텐츠를 대신 (또는 함께) 해주거든요.
히나의 요청으로, 젠타는 머리를 풀어헤친 채 헤드뱅잉을 하며 무대를 마무리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젠타가 '도라에몽' 그로울링을 사용한다는 점이죠. 단순한 그로울링은 세계 남녀 메탈 보컬들이 흔히 하는 것입니다. 멋있기는 하지만 너무도 뻔해서, 개성을 논할 수 없죠. 하지만 젠타는 웃음기가 가득한 개그 그로울링을 사용하기 때문에, YB밴드의 윤도현을 비롯한 많은 선배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젠타의 도라에몽 그로울링 또한, QWER 자체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계 어떤 밴드도 그런 식으로 그로울링을 할 수 없으니까요.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그런데 메탈 밴드 '슬립낫'을 좋아하시는 쵸단 님! 누구보다 메탈 음악을 하고 싶으시면서, 젠타 언니가 그로울링을 할 때마다 부끄러워서 얼굴을 가리면 어떻게 합니까! QWER이 메탈 음악을 하기까지 가장 많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멤버가 뜻밖에 리더 쵸단 님이 아닐까 하네요. '베이비 메탈'의 카와이이 메탈(Kawaii Metal)과 마찬가지로 QWER의 메탈은 기존의 어느 것과도 다를 예정이니, 20세기에 데뷔한 '고인물 메탈 밴드'를 좋아하시는 쵸단 님께서는 모든 걸 내려놓고 젠타 보컬을 받아들이세요. 시요밍은 그로울링 못한다고 일찌감치 선언했으니, 남은 메탈 보컬은 젠타밖에 없으니까요!
이어진 곡은 제가 정말로 사랑하는 노래, 핑클의 <화이트>입니다. 이날 QWER이 핑클의 <화이트>와 소녀시대의 <키싱 유> 등 메이저 기획사의 대선배 아이돌 노래를 커버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했습니다. 아이돌 음악을 사랑하는 시요밍의 견해가 많이 반영되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QWER이 밴드이자 아이돌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죠.
엄밀히 말해서, 시요밍을 제외한 나머지 3명 멤버의 음악적 취향은 아이돌 뮤직이 아닙니다. 만약 시요밍이 아닌 다른 보컬이 메인으로 들어왔다면, QWER의 음악 색깔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었겠죠. 나머지 멤버들은 아이돌 음악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QWER은 밴드이자 아이돌이며 제이팝 기반에 케이팝을 하는 생태계 교란종인데, 이것이 가능한 까닭은 일본과 한국 아이돌 문화를 사랑하고 본인이 '천상 아이돌'인 시요밍 덕분입니다. 일본 아이돌 무대 경험이 풍부한 시요밍이 프론트맨으로 서기 때문에, 아이돌스럽지만 케이팝 아이돌 무대는 아닌 시요밍만의 독특한 퍼포먼스가 가능하죠. 게다가 밴드 무대에서 말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다른 기획사에서 '밴드 붐'을 노려서 신생 밴드를 데뷔시킨다고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QWER은 그 자체로 독보적인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시요밍은 밴드 음악에서부터 아이돌 발라드까지, 모든 넘버를 최상급으로 섭렵 가능한 독보적 음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발성을 비롯한 테크닉은 연습으로 늘릴 수 있지만, 타고난 음색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이 말을 할 수밖에 없네요. "압도적 재능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데뷔 때부터 오토튠으로 의심받았던 시요밍의 음색, 하지만 타고난 걸 어쩌라고요. QWER은 멤버 하나하나가 모두 보물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와중에 젠타와 히나는 <체인소맨>의 레제처럼 이마 가운데 머리카락 한 줄기를 내림으로써, '일본 애니메이션 여주인공 불패의 헤어스타일'을 유지했습니다. '이마 가운데 한 줄기 머리카락' 패션에 대한 일반인 남녀의 반응은 정반대입니다. 남자: "우와, 정말 귀엽다!" 여자: "어휴, 저거 잘라주고 싶다." 그러면 덕후 남녀의 반응은? "날 가져요!"입니다. 이런 세심한 디테일이 서브컬처 씹덕 밴드인 QWER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죠.
이어서 QWER이 커버한 노래는 이찬혁의 <멸종위기사랑>입니다. 젠타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에서 그로울링을, <화이트>에서는 랩을 담당했죠. 이제 그녀는 <멸종위기사랑>에서 공동 메인 보컬 및 서브 보컬, 코러스 등 1인 다역을 소화해 냅니다. 그야말로 넘치는 재능과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었죠.
QWER에게는 '억울하지만 뜻밖에 도움이 되기도 한' 성공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사실 QWER 네 명은 엄청난 '능력자'입니다. 그 4명은 데뷔 전에도 외부의 어떤 도움도 없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쵸단과 마젠타는 트위치 인플루언서 탑 티어였으며, 히나는 틱톡 코스프레 여제였습니다. 시요밍은 AKB48의 오사카 버전인 NMB48 아이돌 활동 당시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AKB48 전국 프로젝트'에 속하는 모든 아이돌이 가창력을 겨루는 대회에서 전체 2등을 차지했습니다. 제대로 된 보컬 트레이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말이죠.
또한 그녀들은 QWER 데뷔 이전에도 음악에 미쳐 살았습니다. 마젠타를 제외하고는 모두 악기나 보컬 유경험자였으며, 젠타는 세상 모든 음악을 다 듣고 산 사람처럼 박식했죠. 케이팝 아이돌의 경우, 제 아무리 몸치라도 연습생 생활을 여러 해 하고 나면 '군무'를 망치지 않을 정도로 춤을 출 수 있습니다. QWER 멤버들이 자기 곡을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연주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어찌 보면 시간문제였죠. 한 분야 탑 티어를 찍었던 사람들은 성실함이 남다른 독종이기 때문에, 어느 분야를 가더라도 제 역할을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QWER 멤버들은 '대형기획사의 의도에 따라 완벽하게 만들어져 나온 아이돌이 아니면 능력이 있을 리가 없다'는 편견 속에 데뷔했습니다. 적지 않은 케이팝 아이돌 팬들은 QWER을 '근본이 없는 무능력자 모임'이라고 무시했죠. 자신들의 아이돌은 대형 기획사에서 데뷔한 '능력자'라는 전제 하에서 말이죠. 그 때문에 QWER은 데뷔 이전부터도 이미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새옹지마라고나 할까요. '감 놔라 대추 놔라' 잔소리를 일삼는 기존 케이팝 팬의 무관심 덕분에, 'QWER은 진짜 능력자이다'라는 점을 알아본 팬들이 케이팝 팬덤 외부로부터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QWER은 견제를 받는다기보다 아예 무시당했기 때문에,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재주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기존 케이팝 팬덤의 눈에 일찌감치 들었다면, '감 놔라 대추 놔라' 온갖 간섭 때문에 지금처럼 '자유롭고 무한하게 뻗어 나가는 개성과 락 스피릿'을 발산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QWER은 '시어머니 없는 광기의 며느리'입니다. 어차피 케이팝 아이돌 산업은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아니, 모든 현대 음악 산업은 엔터테인먼트입니다. 그 산업에서 요구되는 인재는 '엔터테이너'죠. 그리고 QWER은 최고의 엔터테이너입니다. 추가 설명이 필요 없죠. 천외천의 능력을 개그로 감춘 까닭에 지금까지 순항해 온 QWER. 그녀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바위게들은 행복할 따름입니다.
소녀시대의 <키싱 유>에 이어 오늘 미니 콘서트의 마지막 곡은 크리스마스 버전으로 편곡된 <행복해져라>입니다. 젠타에게 '들리지 않는 자' 드립을 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QWER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 공연을 마무리했습니다. 바위게들을 향한 여러 소감을 돌아가며 말하는 가운데, 젠타는 "한 해가 지나도록 아무것도 한 게 없다."라고 절망하는 바위게들을 위로했습니다. QWER이 바위게들의 여정을 다 지켜보고 있다는 따뜻한 말과 함께 말이죠. 다른 멤버들 또한 이에 동의하며, 내년에도 바위게들과 함께 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그녀들은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를 전하며, 이렇게 크리스마스이브 라이브 방송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지하실'에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쵸단 님께 빠따 좀 맞아가면서 연주했으면 1억 뷰 조회수도 가능했을 것을! 물론 농담이고, 저는 QWER이 음악 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좋습니다. 앞으로도 그녀들이 이런 미니 콘서트를 종종 가져주었으면 좋겠네요.
다음날인 크리스마스 때도 QWER은 멤버 전원이 참가한 릴레이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여기에서도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탄생했지만, 분량 상 이만 줄일까 합니다. QWER이 월드 투어를 재개해서 국내 떡밥이 줄어들면, 그때 다뤄볼 수도 있겠네요. 제가 2025년 크리스마스이브와 당일 QWER 콘텐츠를 즐기면서 느낀 점은 "그녀들은 역시 한결같구나!"였습니다. QWER은 'B급 감성의 S급 밴드'입니다. 원펀치 맨이라고나 할까요. 다들 20년 넘게 메이저가 아닌 서브 컬처를 즐기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해서 갑자기 '낯선 셀럽'으로 돌변하지 않죠. 저는 QWER의 이런 감성이 참 좋습니다. 물론 성장형 밴드이니만큼 커가면서 점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고, 저는 QWER의 모든 성장 단계를 응원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서브컬처 감성을 좀 더 즐겨보고 싶네요. 지금으로서는 이런 모습이 가장 QWER답거든요.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