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콘 카운트다운 QWER 공연 후기

QWER과 바위게, 저 세상 텐션을 보여주며 새해를 맞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지난 일들을 차분히 돌이켜보고 새해를 맞이할 시간입니다. 하지만 QWER의 팬덤인 바위게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엄청난 도파민 파티가 준비되어 있었거든요. 12월 31일 밤부터 1월 1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2025 서울콘 x world k-pop festival - countdown], 줄여서 [서울콘]이 바위게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일찍 자는 편이라, 보신각 종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었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새해 아침 해돋이를 본 적은 있어도, 카운트다운을 해본 적은 손에 꼽습니다. 그런데 QWER 덕분에 이제 새해 카운트다운을 제가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 및 팬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네요. 이건 못 참죠. 공연장은 앞쪽 A구역과 뒤쪽 B구역으로 나뉘었는데,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당연히 앞쪽을 선택했죠. 세월이 흐르고 흘러 마침내 이 날이 오고야 말았네요.


저는 이날 일터에서 귀가한 뒤 초저녁에 잠을 청했습니다. 어차피 밤을 새우게 될 것이기에 차라리 푹 자고 나가는 편이 좋았죠. 개운하게 자고 눈을 뜨니 아직 출발하기에는 시간이 넉넉히 남았습니다. 마침 이날, 제가 손꼽아 기다리던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 <100m>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지요.

등장인물들에 따르면 어차피 인생은 허무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악 물고 100m라는 짧은 거리를 셀 수 없이 뛰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야말로 헛된 일일 따름인데 말이죠. 하지만 그 짧은 거리를 10초 남짓한 시간 내에 달리는 동안 느낄 수 있는 몰입감과 충족감이 그들을 끊임없이 뛰게 만듭니다. 타인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즐겁기 위해 달리죠. 그런 의미에서 경쟁자는 짓밟고 일어서야 하는 적이 아니라 나의 성장을 돕는 친구입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100m 달리기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요. 2026년, 나만의 '100m 달리기'는 무엇이 될까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에 내리기까지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연말연시에 보기 좋은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11시 20분쯤 동대문역사문화공원(DDP) 역에 내린 저는 그만 혼비백산했습니다. 일단 제가 평소에 알던 DDP 입장 통로는 출입이 제한된 상태더군요. 수많은 인파를 따라가면 저절로 콘서트장에 도착할 것이라는 제 생각 또한 큰 착각이었습니다. 이날은 DDP 야외에도 공연 및 카운트다운이 예정되어 있어,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습니다. 게다가 DDP는 길 찾기가 어렵기로 유명하죠. 저는 소문난 길치이기도 하고요. 결국 20분 가까이 인파 속에서 헤매다, 간신히 입구를 찾아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바위게들의 집결 장소, 다시 말해 '슬램 존'은 A구역의 '히나 존'이었습니다. QWER의 기타리스트 히나가 공연하는 쪽의 객석이죠. A구역은 뜻밖에 한산해서, 저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여유롭게 '히나 존' 뒤편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2025년을 국내외에서 함께 보냈던 '오프라인 고인물 바위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날 고인물 바위게들의 출석률은 놀라울 정도로 높았습니다. 물론 사정상 자리를 못한 바위게들도 있지만, 이만하면 슬램에 관한 한 '바위게 올스타 팀'이 꾸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생각보다 A구역이 널널한데다 관객이 무대 앞쪽으로 쏠린 까닭에, 뒤편이 텅텅 비었습니다. 이건 뭐, 슬램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었죠. 노홍철처럼 '잔잔한 광기'가 바위게들의 눈에 흘렀습니다.

QWER의 해외 투어 및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국내 오프 활동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널찍한 공간이 확보된 따뜻한 실내라니, 바위게들의 겨울 레크리에이션 장소로 이보다 적합한 곳을 찾기 어려웠죠. 벌써부터 몸을 푸는 바위게들이 보였습니다. 아니, 공연을 보는데 왜 손을 털고 발목을 돌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는 거짓말입니다. 저 또한 함께 온몸을 풀고 있었으니까요.


제가 입장하니, 바닐라 아이스와 최근에 합동 공연을 펼쳤던 케플러의 공연이 한창이었습니다. 케플러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뛰어난 미모에 퍼포먼스도 대단했습니다. 무엇보다 노래가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며칠 전 QWER 베이시스트 마젠타가 에반게리온 한정판 손목시계를 '목'에 착용했죠. 군살 하나 없이 완벽한 몸매를 한 케플러 멤버들조차도 목에 손목시계를 차는 것이 가능한 멤버는 드물 겁니다. 그러면 젠타는 도대체 얼마나 가느다란 뼈대를 지닌 걸까요. 어느 아티스트를 봐도 결국 QWER로 귀결되는 것을 보니, 저는 역시 어쩔 수 없는 바위게인가 봅니다.

바위게들은 이날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연에도 열렬히 호응함으로써, 케플러 이후 공연한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물론 케플러 멤버들 또한 앞열에서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바위게들에게 적극적으로 답했습니다. 과연 행사 주최측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팬덤, 바로 바위게입니다.

이윽고 자정이 가까워지자, 케플러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그전까지 출연했던 가수들이 모두 나와 관객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쳤습니다. "4! 3! 2! 1! 해피 뉴 이어!" 바위게들은 서로 마주 보며 반갑게 신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죠.

어느 공연에서든 객석을 들었다 놓는 '다이나믹 듀오'가 2026년 첫 무대를 빛냈습니다. 역시 '다이나믹 듀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저는 정신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바위게가 제 어깨를 툭 쳤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슬램을 하기 위해 바위게들이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아니, 뭐라고? QWER 공연도 아니고, 다듀 무대에서부터 슬램을 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제 몸은 바위게들의 돌덩이 같은 몸뚱이를 향해 덤프트럭처럼 돌격하고 있었습니다. "쾅!"

락 페스티벌도 아니고 케이팝 페스티벌에서 슬램이 진행된 경우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가 아닌가 합니다. 특히 세계 만방에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큰 행사에서 말이죠. 이렇게 바위게는 한국 팬덤 역사의 새로운 장을 자기도 모르게 써 내려갔습니다. '다이나믹 듀오'의 두 멤버 또한 바위게들을 매우 칭찬하는 가운데 무대가 끝났습니다.

다음으로는 <밤양갱>의 주인공인 '비비'의 무대였습니다. 저는 '비비'에 대해 정보가 별로 없었습니다. <고민중독>과 함께 멜론TOP100 차트 상위권에서 경쟁했던 노래가 <밤양갱>이었다는 사실 이외에는 말이죠. 하지만 알고 보니, 비비의 별명이 '어둠의 아이유'이더군요. 노래 제목들을 들어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비비의 경우, 마젠타와 친분이 있습니다. 그녀들은 나이가 비슷하고, 경상도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게다가 비비는 바위게들이 들고 있는 확성기 형태의 응원봉이 QWER 팬덤 것이 맞냐고 확인했습니다. 그만큼 QWER과 바위게에 대해 그녀는 훤히 알고 있었죠. 호감도가 급상승했습니다. 젠타와 친분이 있는 데다 시요밍만큼이나 멘트가 서툴러서 더욱 매력적인 비비. 앞으로도 다양한 무대에서 자주 만났으면 합니다.

다음 아티스트는 이제 월드 클래스라 불려야 마땅한 '태민'입니다. '샤이니'의 막내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거듭난 태민이 등장하자마자, B구역에서는 상상을 초월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마치 태민의 단독 콘서트에 온 듯한 느낌이었죠. 태민의 완벽한 보컬과 안무, 카리스마는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만화책을 찢고 나온 듯한 외모는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였죠. 심지어 QWER의 기타리스트 히나는 샤이니, 그 가운데에서도 태민의 팬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혔습니다. 무대 뒤편에서 뛸 듯이 기뻐할 히나를 생각하니, 태민의 무대가 더욱 멋져 보였죠.

그리고 태민 또한 A구역에서 응원봉 색깔을 태민 상징색으로 바꿔 들고 호응하는 수컷 바위게들을 보고서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그는 "2008년에 데뷔했지만 남성 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성을 들을 기회가 많이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바위게들에게, 자기 팬이 되어달라고 요청했죠. 바위게들은 어느 아티스트의 무대라도 최선을 다해 응원하기에, 태민에게 "오빠!"라고까지 외치면서 그를 환영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군필 여고생' 코스프레를 하는 습관이 든지라, 바위게들은 오프라인에서 "오빠!"를 외치는데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이쯤 되면 정말 무섭기까지 합니다. 혹시 바위게들은 자웅동체가 아닐까요?


태민의 화려한 무대가 모두 끝나고, 드디어 바위게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QWER의 무대가 준비되기 시작했습니다! 앞선 무대를 정리하고 악기들을 세팅하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MC를 맡은 래퍼 '프라임'은 유달리 수컷 바위게들을 사랑했습니다. 공연 호응이 워낙 좋은 데다 남다르기까지 했으니까요.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바위게들의 슬램을 말리는 경호인력이 없었습니다. 이에 저를 비롯한 바위게들은 바닥에 떨어진 콘페티(종이 조각)들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슬램을 위해 달려들다 미끄러질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팬덤에서 계속해서 묻더군요. "아니, 왜 바닥에 떨어진 종이들을 치우고 계세요?" 그들은 슬램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죠.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2026년 1월 1일 새벽 2시가 조금 넘어, QWER이 등장했습니다!

이날 QWER의 메이크업 및 착장은 또 한 번 레전드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복장은 앞선 아티스트들의 복장과 많이 달랐습니다. 케플러의 경우, 탄탄한 복부가 잘 드러나는 블랙 톤의 크롭티와 핫팬츠를 입고 나왔습니다. 비비의 경우, 망사가 포함된 스페인 무희와 같은 섹시 룩을 선보였죠. 태민 또한 망사 패션을 가미한 정장 차림이었으며, 백 댄서들의 의상은 과감한 노출을 자랑했습니다.

이에 반해 QWER의 언니즈(쵸단, 마젠타)는 분홍색과 하늘색의 TV유치원 선생님룩, 그리고 막내즈(히나, 시요밍)은 청순한 대학 캠퍼스 여신룩으로 꾸미고 나왔습니다. '성장형 서사를 지닌 청춘 걸밴드'라는 QWER의 정체성을 한껏 드러내었죠. 이 때문에 앞선 무대와 더욱 대비가 되었습니다. '누가 더 낫다'라는 뜻이 아니라, '그냥 달랐다'라는 의미이죠.


QWER은 데뷔 이후 지금까지 모든 타이틀곡(디스코드, 고민중독, 내이름맑음, 눈물참기)을 차트 상위권에 올렸습니다. 케이팝 페스티벌을 찾아올 정도의 음악 팬이라면, 한 번쯤은 들었을 곡을 무려 4개나 보유했죠. 이는 축제 무대에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데 커다란 장점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오프닝 송은...바로 <고민중독>이었습니다!

무대가 암전된 뒤 쵸단의 스틱 부딪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고민중독> 무대. 이제는 '숙련된 조교'인 고인물 바위게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놀라운 텐션으로 목청이 터져라 응원하며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뛴다는 것 자체가 케이팝에서는 볼 수 없는 팬덤 현상이죠. 하지만 오프 활동에 목말랐던 바위게들은 이미 저 세상 텐션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동안 이걸 못해서 얼마나 몸이 근질근질했을까! 새벽 2시가 지났는데, 이 에너지는 무엇? 바위게들과 상호작용이 누구보다 뛰어난 시요밍 또한 펄펄 날기 시작했습니다.

직전 태민의 무대 때 여성 팬들의 높고 고운 소리만 들렸던 DDP는 이제 기차 화통을 씹어 먹은 수컷 바위게들의 거친 샤우팅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때가 왔죠. 이번에는 무려 카메라맨이 중앙에 자리한 가운데, 바위게들은 클라이맥스 때마다 몸을 날려 슬램했습니다. 워낙 오프라인 경험으로 다져진 터라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어, 보는 이도 편안할 정도였죠.

지난 <세븐록프라임> 페스티벌 때는 경호인력을 중앙에 둔 채 슬램을 해버린 바위게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명장면을 탄생시키기 위해 목숨을 아깝게 여기지 않은 카메라맨을 중앙에 둔 채 돌격했습니다. A구역 히나 존에서 타노스를 연상케 하는 짐승들이 굉음을 내며 몸을 연신 부딪히자, B구역에 가득한 소녀 팬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비로소 케이팝 페스티벌에 밸런스가 찾아들기 시작했네요. 남초 팬덤과 여초 팬덤이 서로 다른 개성으로 응원법을 선보이며, 다양성을 뽐내는 광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지난 수십 년 간 보기 힘든 장면이었죠. 여기에 대표적인 남초 팬덤 보유 아티스트인 프로미스나인 무대까지 있었다면, 더욱 끝내줄 뻔했습니다.


격렬했던 <고민중독> 이후 <가짜 아이돌>과 <디스코드>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이제 '고인물 바위게'가 아닌 젊은 여성들도 조심스레 무대 앞으로 와서 유명한 곡들을 따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행복해져라> 무대까지 있다가 슬금슬금 사라지더군요. 타노스 바위게들에 부딪히면 최소 전치 4주거든요.

지금까지 사례로 볼 때, 어떤 곡이 광고송으로 사용될 경우 셋트리스트에 자주 들게 됩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CM송인 <행복해져라>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무대에서 자주 보게 될 곡이라 매우 기뻤습니다. <난네온불> 앨범이 최초로 공개되었을 때, 타이틀곡인 <눈물참기>를 제외하고선 초반 조회수가 가장 높았던 곡이 바로 <행복해져라>입니다. 무겁지 않고 산뜻한 곡이라 타이틀곡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카페에서 틀기 좋은 넘버이기도 합니다. 이어진 <내 이름 맑음> 무대에서는 다시 한번 바위게들이 슬램을 작렬했습니다. <내 이름 맑음>은 슬램용이 아닌데... 그동안 슬램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던 바위게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이어서 우리은행 틴틴카드 CM송인 <메아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QWER 유니버스에서 '대낮의 벅차오름'을 담당하는, 대중들이 가장 'QWER스럽다'고 인식하는 삼대장 중 하나입니다(<고민중독>, <메아리>, <디데이>). <고민중독>과 <별의 하모니>는 천외천이라 논외이고, 저는 <메아리>를 정말 사랑합니다. 그러고 보니 <메아리단> 단장인 히나 앞에서 저를 비롯한 바위게들이 슬램하고 있었군요.

한편 오늘 모든 멤버들의 미모가 레전드를 갱신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가까이에서 볼 수 없었죠. 히나는 캠퍼스 여신을 챗GPT나 제미나이에게 그려달라고 요청하면 정확히 그대로 뽑혀 나올 정도의 청순한 개구쟁이 미모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듣고 또 들어도 적응이 안 되는 극강의 귀여움인 '스쿨존 목소리.' 히나의 목소리는 정말 위험합니다. 슬램을 하러 뛰어가다가 저 초등학생 목소리를 들으면,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발목을 접지를 수 있거든요. 오늘 히나는 바위게들과의 아이컨택까지도 최고였습니다.

<눈물참기>에서도 사지가 부서져라 슬램을 해댄 고인물 바위게. 입이 귀에 걸린 카메라 감독들의 사랑 및 경악한 케이팝 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채, 오늘의 마지막 곡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상 밖의 엔딩곡은 바로 <흰수염고래>였습니다. 오늘 QWER 보컬 시요밍의 목 상태는 최고였습니다. 앞선 무대에서도 라이브를 하면서 펄펄 날았지만, YB 밴드의 곡을 재해석한 <흰수염고래>에서 그녀의 가창력은 정말 돋보였습니다. 대중적인 엔딩 송으로 적합한 <흰수염고래>라는 무기를 장착한 QWER을 보니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밴드계 대선배로부터 공개적으로 인정받은 QWER. <흰수염고래>를 부를 때마다, QWER은 대한민국 밴드 계의 미운 오리새끼가 아닌 당당한 적통자임이 분명해지겠죠. 훗날 YB밴드와 함께 <흰수염고래>를 부를 날을 기대해 봅니다.


모든 무대가 끝났지만, 바위게들은 히딩크마냥 아직 배고팠습니다. 어찌 앵콜을 하지 않고 떠날 수가 있단 말입니까! 케이팝 카운트다운 콘서트의 특성상, "좋아해!" 포토타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앵콜까지 빠뜨릴 수는 없죠. 이제 대형 스피커 뒤로 숨지도 않는 QWER이 들려줄 마지막 곡은 무엇일까요? 아... 제가 이 곡을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요? QWER의 알파이자 오메가, 그녀들의 서사에 불을 당긴 대표곡인 <별의 하모니>였습니다. 지난 10월 서울 월드콘에서는 QWER이 퇴장하고 <별의 하모니> 음악이 흘러 나오는 가운데 바위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떼창을 했죠. 유일하게 QWER 없이 떼창이 허용된 최고존엄, 바로 <별의 하모니>가 되겠습니다.

이날 셋트리스트는 완벽했습니다. 미친 듯이 뛰다가 숙연해지고, 다시 한 번 감동의 눈물을 쏟았죠. 아마 바위게들을 B구역에서 지켜보던 케이팝 팬들은 놀랐을 것입니다. 병맛과 개그가 넘치면서도, 자기 가수를 사랑하고 그 무대에 몰입하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괴짜 팬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말이죠.

바위게들은 단정히 앉아서 한 목소리를 내며 응원봉을 흔드는 대신, 뛰고 구르고 들이받고 낄낄댑니다. 무대에 선 자기 가수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지고, 서로 조롱을 주고받죠. <내 이름 맑음>에서 "띠리리릿띠!"하고 영구와 땡칠이처럼 외치는 바위게들을 보고 히나는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마젠타는 팬들을 위해 피자 8판을 준비했다면서, "허리 피자, 어깨 피자" 등의 아재 개그를 던집니다. 시요밍은 "들숨에는 행복, 날숨에는 건강이 가득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준비한 훈화말씀을 늘어놓다가도, 두서 없이 말을 버벅댐으로써 '말 바보'로 돌아갑니다. 멤버들과의 합의를 항상 무력으로 이끌어내는 리더 쵸단은 유치원생에게 어울릴 법한 분홍색 까까옷을 입은 채 <가짜 아이돌>에서 드럼을 두들겨 팹니다. 데뷔 2주년을 넘긴 QWER이지만, 이 뮤지션과 팬덤은 보고 또 봐도 여전히 새롭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QWER 유니버스는 앞으로도 독자적 행보를 계속하며, 체급을 더욱 키워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2025 서울콘] QWER 무대는 모두 끝이 났습니다. 사실 오늘은 평소 오프라인에서 자주 마주쳤던 바위게들의 연말연시 모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QWER을 보는 것만큼이나 2025년 내내 동고동락했던 바위게들과 신년의 첫날을 맞이한다는 사실이 중요했죠. 100년도 못 사는 인생인데, 이렇게 만난 인연이 어디 보통 인연이겠습니까. 우리는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2026년에도 QWER 아래 하나로 뭉쳐 신나게 즐겨보자고 다짐했습니다. 단체 사진까지 몇 장 찍었네요.

이제 DJ 파티가 새벽 5시까지 이어질 예정이었고, MC는 "(바위게) 브라더! 제발 자리를 뜨지 마!" 애타게 외쳤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의 경우, QWER 행사는 바위게들과의 뒤풀이까지 해야 완벽하게 마무리됩니다. 우리 바위게 10여 명은 칼바람을 뚫고 걸어가 <꽁스 치킨>이라는 곳에 들러 치맥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QWER을 외치며 건배했고, 오늘 공연 리뷰 및 향후 QWER의 일정 등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중간에 다른 바위게들이 합석하면서 모임은 한층 커졌습니다. 이렇게 새벽 5시 반까지 시끌벅적한 자리가 이어졌고, 바위게들은 1월 말 히나의 생일카페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각자 집으로 향했습니다. 저 또한 귀가하자마자, 간단한 세면을 마치고 침대에 쓰러져 그대로 곯아떨어졌습니다. 정말이지 최고의 12월 31일과 1월 1일이었습니다.


2026년 병오년은 붉은 말의 해입니다. 지금까지 4장의 앨범을 내면서 4명의 성장형 서사를 마무리한 QWER. 새로 나올 앨범은 기존의 서사를 넘어선 또 다른 세계관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운 세계관이 무엇이든 바위게들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그동안 QWER의 음악을 총괄했던 이동혁(동동, 이즈리얼) PD가 그녀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죠.

동동은 12월 30일 3Y의 직원인 빙빙과 검검이 술 마시고 노는 한밤의 라이브 방송 채팅창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QWER은 작년 말, 프리즘필터와 계약을 끝내고 3Y코프레이션 단독 소속이 되었습니다. 동동 또한 프리즘필터와의 계약이 끝난 뒤 프리랜서 신분이 되었는데, 여전히 QWER 소속사인 3Y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날 [서울콘]에서는 QWER 무대 세팅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죠.

이동혁 PD는 QWER 4인 멤버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그 재능을 최고로 끌어낼 수 있는 실력 또한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QWER은 <고민중독>과 <메아리>, <디데이> 등의 명곡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자인 이동혁 PD와 함께, 자기만의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 음악관을 확장할 것입니다.

아울러 저는 그녀들이 새 앨범을 준비할 때 '항상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라거나 '언제나 과거보다 더 나아야만 한다'라는 압박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강박관념은 결국 수많은 뮤지션들이 음악을 오래 하지 못하고 그만 두는 결정적 원인이 되거든요. 음악팬들은 생각만큼 그렇게 빠른 변화나 향상을 갈구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행복하게 오래오래 음악하기를 바라죠. QWER은 2년 동안 4개의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대중들이 과연 6개월마다 아티스트가 전혀 다른 콘셉트를 들고 나오기를 기대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새해 첫 날 젠타가 바위게들에게 쓴 편지 내용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함께 느리게 걸으면서 희노애락을 공유하는 QWER과 바위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느리게 함께 걷기'는 '혼자서 남보다 빨리빨리'에 중독된 현대 사회, 특히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으로 병든 대한민국을 치유할 귀한 한 마디입니다.

2026년 초에도 QWER의 월드투어는 계속될 것이고, 바위게들은 세계 각국에서 추억을 만들어 나가겠죠. 개인적으로는 '고인물 바위게'들이 전원 집합할 수 있는 국내 행사를 선호합니다. 특히 [버스킹] 시리즈가 올해에도 계속되지 않을까 두근대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팬 입장에서야 아티스트가 무엇을 하든 함께 즐길 준비가 되어 있을 따름이죠. 2026년에도 QWER의 역사를 기록하는 제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6년 1월 1일, 히나의 신년 메시지]
[2026년 1월 1일, 마젠타가 바위게들에게 쓴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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