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 청춘 밴드에서 화려한 셀럽 밴드로 거듭난 QWER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2025년 10월 31일부터 시작해서 11월 16일까지 이어진 미주 투어를 마친 QWER. 귀국한 그녀들의 공식 스케줄에는 별다른 향후 일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주로 활동하던 바위게들의 경우, 몸이 근질거려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죠. 하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시간은 더욱 빨리 흘러갑니다. 마침내 미주 투어 이후 처음으로 QWER의 무대를 볼 수 있는 순간이 왔네요.
12월 6일에는 [AAA(Asian Artist Awards) 2025], 그리고 다음날인 7일에는 연속선상에서 [ACON 2025] 페스타가 대만에서 개최됩니다. QWER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AAA에 초청받았습니다. 2024년에는 이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었죠. 올해에는 과연 어떤 상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궁금한 것, 미주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녀들은 무대 위에서 얼마나 성숙해졌을까요? 성장형 밴드의 대명사인 QWER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nlaygOnmqBQ
12월 4일 인천공항에서 출국한 QWER은 이틀 뒤인 6일, 대만 가오슝 내셔널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데 속도가 제법 빨랐습니다. 적어도 코가 큰 분은 겁먹을 만했는데, 표정이 편안해서 저 또한 기뻤습니다. 그런데 레드 카펫 위에 서서 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는 4명의 멤버를 보는 순간, 저는 흠칫 놀랐습니다. 어쩐지 제가 알던 QWER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죠.
사실 작년 [AAA 2024] 당시 새하얀 무대 의상으로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QWER입니다. 올해도 화이트 컬러의 착장으로 바위게들 앞에 섰으니 딱히 달라진 것이 없는데, 어째서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을까요? 요즘 일이 몰리다 보니 제가 수면부족으로 예민했던 걸까요. 가만 보자, 히나는 여전히 롯데타워이고 시요밍은 160cm가 안 되는 듯? 변한 것 없네, 넘어가자!
이날 수많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운집한 가운데, QWER은 '베스트 밴드상'을 수상했습니다. 작년 수상 팀은 '데이식스'였죠. 작년과 달리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온 QWER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롯데타워 히나 뒤를 이어 수상 소감을 발표하게 된 시요밍은 마이크가 너무 높아 폴짝 뛰면서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마젠타는 중국어로 "바위게들, 사랑해!"를 외쳐서 큰 호응을 얻었죠. 그러나 이번에도 저는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상하다, 왜 내가 알던 QWER이 아닌 것 같지? 가만 보자, 히나는 딱 부러지게 소감을 말하는데 시요밍은 여전히 0개 국어 소유자인 듯? 변한 것 없네, 넘어가자!
이날 QWER은 작년과는 전혀 다른 '블랙 스완'의 자태로 <눈물참기> 공연을 펼쳤습니다. AAA 무대 연출팀은 QWER이 먼 곳에서부터 걸어와 등장하는 패턴을 좋아하는 듯합니다. 작년에는 새하얀 크리스마스 요정 스타일로 히나와 젠타가 걸어 들어왔는데, 오늘은 무대 중앙으로 검은 백조 두 명이 기타를 든 채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지막으로 무대 아래에서 솟아난 시요밍은 산적 같은 뒷모습을 보이며 등장했죠. 넓은 직각 어깨를 자랑하는 시요밍을 그렇게 입혀 놓으니 저는 마냥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냥 멋있기만 하면 아무래도 재미가 없는데, 시요밍은 언제 봐도 귀여움의 극치거든요. 새로운 인트로를 곁들인 멋진 무대였습니다만, 1곡 밖에 되지 않아 바위게들은 무척이나 아쉬워했습니다. 뭐, 괜찮습니다. 베스트밴드 상을 받은 데다 내일 공연이 또 남았으니까요.
다음날인 12월 7일, 같은 장소에서 [ACON 2025] 페스타 무대에 올랐습니다. 공연 중심인 페스티벌이니, 적어도 어제보다는 많은 곡을 연주하겠죠? 이제 레퍼토리는 익숙하니, 그녀들이 새로이 준비할 패션 및 퍼포먼스를 보면서 즐기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화려하고도 앙증맞은 무대 의상을 입고 한 명씩 차례대로 등장하는 QWER을 보면서, 저는 그제야 제가 느꼈던 이질감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내 이름 맑음>, <눈물참기>, <오버드라이브>, <고민중독> 무대를 감상하며, 제가 느낀 감정의 실체를 재확인할 수 있었죠.
https://www.youtube.com/shorts/bIN2wva37TA
미주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선 첫 무대. QWER은 청춘을 노래하는 여고생 체육복 밴드를 넘어 이제 최강 비주얼을 자랑하는 셀럽 밴드로 거듭나고 있었습니다. 어느 아이돌 팀이 더 예쁜가를 따지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은 따로 없습니다. 다만 이날 공연했던 여러 팀 가운데, QWER은 누구보다 멤버 각각 개성이 넘치는 착장으로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의상 팀이 붙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다채로운 색상에 스타일도 제각각이었죠. 물론 멤버 별로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미모가 기본이 되니 가능한 스타일링이었습니다.
모든 무대가 끝나고 촬영된 [ACON 2025] 단체 사진을 보면, QWER의 무대의상 선택이 얼마나 탁월했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사진상 맨 왼쪽 구석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색깔로 인해 눈에 확 들어옵니다. 특히 마젠타의 녹색 의상은 신의 한 수죠. 전 세계 코스프레 1황 냥뇽녕냥 히나의 머리를 덮고 있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모자 또한 단정한 연예인들의 헤어 스타일 속에서 독보적으로 눈에 띄었습니다. 모자에 달린 두 다리의 길이를 보니, 시요밍의 잠옷을 덮어 쓴 듯했지만 말이죠.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녀들에게서 뿜어 나오는 여유와 자신감이었습니다. 흔히 슈퍼스타는 '공연에 여유가 넘친다', '무대를 즐긴다'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어, 이제는 본래 의미를 잃었죠. 챗GPT가 신문 기사를 쓸 때 자주 등장하는 관용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미주 투어를 마치고 부쩍 성장한 QWER에게는 슈퍼 아이돌에게서나 볼 수 있는 자신감이 뿜뿜했습니다. 철인 28호 같은 루즈 삭스를 신고 나온 시요밍은 집 앞 놀이터에 놀러 나온 것처럼 무대를 즐겼죠. 멤버들의 표정이나 제스처 하나하나에 여유가 넘쳤습니다.
사실 이날 인이어에 문제가 있어, 시요밍은 공연 중간에 아예 인이어를 빼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급하게 순서가 진행되다 보니, 공연장 측 준비가 미흡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QWER 멤버들이 최고로 만족한 퍼포먼스는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녀들에게는 "우리가 QWER이다!"라는 당당함이 온몸에서 풍겼거든요.
물론 거만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무대 위에서 자존감이 충만했다는 의미이죠. 앞으로도 아시아 각국을 도는 월드투어가 남아 있지만, 그녀들에게 가장 부담이 되었던 것은 아무래도 미주 투어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 전역을 돌며 투어를 마친 QWER은 이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이렇게 QWER은 수많은 스타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당당함을 뿜어내는 슈퍼 밴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지난 2024년 7월 29일, 저는 <아재 바위게의 QWER 히나 티셔츠 구매 실패 후기>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언젠가는 QWER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샤넬이나 크리스천 디올 등 명품 브랜드의 앰배서더가 될 수도 있겠지요. 대부분의 바위게가 바라는 바이고, 저 또한 그렇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댄스 아이돌이 아닌 밴드 멤버가 명품 앰배서더가 된다면, 또 다른 세계 최초 기록이 되겠지요."
https://brunch.co.kr/@joogangl/557
[ACON 2025] 공연을 보고 난 뒤, 한동안 잊고 살았던 저 문장이 다시 제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12월 6일부터 QWER에게 느꼈던 이질감이 비로소 분명해졌습니다. 12월 6일과 7일 양일에 걸쳐, QWER은 단순한 가수가 아닌 '셀럽'의 포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케이팝 아이돌 가운데 세계적으로 문화적 영향을 끼치는 셀럽이 여럿 있죠. 솔로 가수도 있고 그룹도 있습니다. 그들은 음악적으로도 뛰어나지만, 그들이 입는 옷이나 먹는 음식, 가는 곳이나 즐기는 향수 등 모든 것들이 세계 케이팝 팬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셀럽'은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입니다. "가수가 인기를 좀 얻고 나니, 본업은 하지 않고 셀럽 놀이에 힘쓴다!"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셀럽의 지위에 오른 케이팝 가수 가운데 본업에 충실하지 않는 케이스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되었든 그들은 진지하게 음악 활동을 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최고의 지위에 있기에 최고의 협업자를 만나기도 쉬워서, 항상 월드 클래스 음악과 무대를 선보이죠. 저는 그 때문에 케이팝 셀럽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QWER은 과연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셀럽의 지위에 도달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QWER은 아직 멜론 TOP100 1위에도 올라본 적이 없으며, 저처럼 모든 대학 강의를 QWER 이야기로 시작하는 정신 나간 바위게조차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닙니다.
미주 투어를 마친 뒤 가진 첫 번째 글로벌 무대에서 QWER은 이른바 '글로벌 셀럽'이라 불리는 케이팝 아이돌만큼이나 당당하고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레드 카펫을 걷거나 시상식에 선 모습, 그리고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펼칠 때 보여주는 자신감과 여유로움 모두가 '탑티어 가수'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눈빛과 표정에서 보이는 확신과 높은 자존감이 그녀들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했던 것이죠.
작년인 2024년까지만 해도 샤넬이나 크리스찬 디올 등의 명품을 들고 앰베서더의 자격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QWER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상기한 글에서도 보이듯 저의 소망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다소 어색하게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2025년 12월의 QWER은 셀럽의 지위에까지 오르지 못했더라도, 셀럽만이 누릴 수 있는 명품 앰배서더의 카리스마를 충분히 지녔다고 여겨집니다. 이제 티파니 목걸이를 두르고 샤넬 백을 든 쵸단이나 에르메스 버킨 백을 긴 다리 위에 올린 히나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그만큼 그녀들은 성숙해졌고 이제는 '멋있습니다.'
저는 사실 QWER이 멜론 TOP100 1위 하는 것만큼이나 명품 앰배서더를 하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여성 락밴드가 세계적인 명품 앰배서더를 하는 케이스는 세계 최초이기 때문이죠. K-걸밴드가 럭셔리 모델이 될 정도로 위상이 높아지고 세상에 널리 알려진다면, 많은 꿈나무들이 앞다투어 걸밴드에 도전하게 되고 이른바 K-걸밴드 전성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K-걸밴드 장르가 새로이 탄생하고 관련 시장이 활짝 펼쳐지는 광경을 보는 것이 제 꿈 가운데 하나거든요. 물론 K-걸밴드라는 장르의 개척자이자 시조새는 당연히 QWER이겠죠. 2026년에는 명품 앰배서더로 카메라 앞에 서는 QWER을 꿈꿔 봅니다.
하지만 QWER이 내로라하는 글로벌 스타가 된다 할지라도, 그녀들은 여전히 좌충우돌하고 항상 선을 넘을랑 말랑 하는 장난꾸러기로 남을 것입니다. 미주 투어 중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아래 영상을 보면 확실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_rEw6riWvs
저 영상에서 'salty'라는 단어의 용법을 설명하며 황당한 즉석 연기를 펼치는 마젠타, 그리고 대화 내용과 관계없이 아무 말이나 하는 시요밍을 보고서 저는 배꼽이 떨어져라 웃었습니다. 히나는 어찌나 귀여운지 마치 AI가 영어를 하는 것 같았고, 이 모든 광기 속에서 혼자 안절부절못하는 쵸단의 모습 역시 변함없이 사랑스러웠습니다. 명품 앰배서더야 무대 위의 멋진 이미지로 하는 것이고, QWER의 찐 팬들은 그녀들만의 개그 감성을 여전히 즐기겠죠. 결국 그녀들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저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니, 서양 팬들 또한 동일하게 느끼는 듯합니다. "QWER은 아이돌이자 코미디언이다. 고트(GOAT, Greatest of All Time)!"
올해 QWER은 12월 13일(토) [우리은행 스페셜 스테이지]와 12월 31일 [월드 케이팝 페스티벌 카운트다운] 등 두 공연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저는 결국 추가 합격에도 실패했지만, 선량한 직캠 바위게의 영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2월 31일에서 1월 1일에 걸쳐 진행되는 [카운트다운] 공연은 바위게들과 함께 연말연시를 보내는 뜻깊은 자리가 되겠지요. 2024년에 이어 25년에도 바위게들에게 수많은 기쁨을 준 QWER에게 미리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저는 또 다른 QWER 포스팅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