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재 바위게의 QWER 히나 티셔츠 구매 실패 후기

성장호르몬을 맞은 성장형 아이돌 QWER 덕질의 어려움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2024년 7월 27일(토)에 열렸던 <2024 안동 수(水)페스타>를 시작으로, QWER은 짧은 방학을 끝내고 여름 축제 시즌에 돌입했습니다. 아울러 저도 포맷을 좀 바꿔, 일주일에 한 번씩 <주간QWER>을 써 볼까 했습니다. 한 주간의 QWER 관련 소식을 정리하고 제 소감을 덧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렇게 포맷을 정하고 7월 넷째 주에 있었던 주요 이벤트(히나x무신사 콜라보 티셔츠 발매, 안동 공연, 캐러비언 베이 공연 등)를 정리하기 시작했는데요. 워낙 수다쟁이인 저인지라, 첫 번째 내용을 다루는 데에도 분량이 넘쳐버렸습니다. 역시 <연예가중계> 리포터처럼 간단하게 한 주 소식을 전하는 것은 저로서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포기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QWER 팬 누군가가 <주간QWER>을 뉴스레터 형식으로 짧고 세련되게 만들어서 국내외 팬들에게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WER 정보를 갈구하는 해외 바위게(QWER 팬덤)들에게 큰 선물이 될 듯합니다.


2024년 7월 넷째 주는 토요일부터 시작된 QWER의 여름 축제 순회 공연 시작 못지 않게, 냥뇽녕냥 히나와 의류 브랜드 WMC의 콜라보팬덤 전체가 들썩였던 주였습니다. 7월 23일(화)에 처음으로 공개된 룩북(?) 속의 히나 미모에 바위게들은 혼이 나갔습니다. 냥뇽녕냥 히나가 디자인에 직접 참가했다고 알려진 티셔츠와 모자는 QWER 팬이 아니더라도 구매 욕구가 생겨날 정도로 세련미가 넘쳤습니다. 게다가 이틀 뒤인 목요일, 소속사 PD인 빙튜브는 사심방송에 가까운 "히나xWMC 협업 후기" 비디오클립을 기습적으로 업로드했습니다. 국민 첫사랑과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가 새로 제작된다면 섭외대상 1순위가 되겠구나, 싶을 정도로 히나의 매력이 잘 드러난 헌정 영상이었습니다. 심지어 실시간 온라인 판매 하루 전날에 이 영상을 업로드하다니, 빙튜브는 정말로 일에 목숨을 건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광고주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죠. 왜 제 눈에는 점점 빙튜브가 하정우로 보이는 걸까요. 음...


이번 콜라보 티셔츠에는 덕후만이 느낄 수 있는 매력 포인트가 한가득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자마자 덕후 감성이 꿈틀거려 정말 좋았는데요. 이틀 뒤에 공개된 콜라보 후기 영상에서는, 히나가 기본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제시하고 디자이너들이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판매 가능한 시제품으로 만든 뒤 품평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덕후 포인트라고 느꼈던 여러 엣지들을 히나 또한 정확히 공감하고 있어서 기뻤습니다.  

어감이 다소 강하지만, 냥뇽녕냥 히나는 평소에 본인을 "씹덕"이라고 부릅니다. "씹덕"은 덕후 가운데에서도 매우 DEEP한 경우를 일컫는데요. 제가 한 눈에 꽂힌 "히나 애니 티셔츠 블루"의 경우, 그 디자인에서 넘쳐나는 80년대 시티팝 스타일의 씹덕 바이브가 정말 멋졌습니다.    

히라가나로 적힌 멋진 글씨체의 히나(ひな)와 80년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그림체 스타일의 히나 얼굴, <최애의 아이>의 호시노 아이처럼 빛나는 하트 모양 눈동자, 그리고 QWER에서 히나의 상징색인 블루...다른 티셔츠들도 굉장했지만, 저는 이 티셔츠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히나 또한 티셔츠 디자인의 오타쿠스럽고 애니스러운 면이 마음에 든다고 밝히더군요. 일본 글씨체 매우 멋지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덕후들만 꽂히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WMC는 히나의 덕후 감성을 디자인에 훌륭하게 반영했습니다. 그것도 덕후스럽지 않고 세련되게 말이죠. 전문가는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한편 QWER 덕분에 세상 공부를 정말 많이 하게 되더군요. 저는 홈쇼핑을 비롯한 어디에서도 물건을 실시간 온라인 구매해 본 적이 없는데요. 무신사가 금요일 저녁 8시부터 라이브로 히나 티셔츠를 한정 판매한다는 소식에, 한 번 도전해 보았습니다. 품절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몰라서 8시에 접속하기는 했습니다. 당시 휴가차 양양 인구해변에 있었는데요. 헐벗은 선남선녀들 사이에서 찐따처럼 고개를 콱 박고 무신사에 접속했습니다. 그리고 처참히 실패했습니다. 제가 노린 그 아이템의 그 사이즈는 접속하자마자 품절, 허겁지겁 다른 아이템들을 둘러보다 보니 2분 안에 모든 것이 끝나더군요. 아니, 이렇게 경쟁이 심하다고요? QWER 팬덤은 한 줌 아니었습니까? 무신사에서 너무 적은 물량만 찍어냈던 것일까요?  

몇 년 전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저녁 특강을 할 때, 일부 여학생들이 엑소 콘서트 티켓 예매해야 한다며 제발 수업을 잠시 멈춰달라고 부탁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애들이 오죽 절실하면 저럴까 싶어서 허용해 주었는데요. 아쉽게도 걔들 전부 광탈했습니다. 아이들의 허탈한 표정이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제가 이 나이를 먹고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니...아니, 엑소 콘서트는 그럴 수 있다 치고, 히나x무신사 콜라보 티셔츠 사기가 이렇게 어렵다고? QWER 글을 몇 편씩 썼던 저이지만, 아직까지 자기 가수의 인기조차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는 초짜였던 셈이지요.  

저는 일단 재고가 입점될 때를 대비해서 예약을 걸어놓았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예약이 가능하다고 알림이 오더군요. 하지만 출고 예정 날짜가 9월...음...그럴 거면 조급하게 구매할 필요가 없어 보였습니다. 게다가 옷의 사이즈가 애매하더군요. 저는 보통 XL(105)를 입는 편인데, 오버핏을 구매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버핏인 저 옷의 실제 사이즈와 핏을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무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수치가 나와 있기는 합니다만, 실착한 모습을 보아야만 뭔가 확실합니다. 어차피 여름 지나서 입게 될 거, 바위게들의 착용 후기를 좀 더 본 뒤에 사이즈를 결정해서 주문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때 가서 못 사면 제 팔자고요.

물론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히나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었을 때는 저런 핏과 분위기가 나지 않겠죠. 저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수많은 수컷 바위게들의 착장 사진을 보면서 구매 의욕이 꺾이지는 않을까, 불안한 심정도 있습니다(@_@). 물론 지난 일요일 캐러비안 베이 공연에서 웃통을 깐 바위게들과 강제로 마주한 QWER의 테러당한 안구와 상처투성이 마음에는 비할 바가 아닙니다만...그녀들이 식욕을 잃고 잠을 설치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도 참 신기합니다. 제가 대학생 때부터 아이돌 세계를 기웃거렸는데, 앨범을 제외한 굿즈를 단 한 번도 사 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이런 저와는 달리, 마젠타는 X재팬 "The last live" LP판 및 히데 피규어까지 소장하고 있다는군요. 그녀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던 것일까요. 이 콘서트는 1997년 12월 31일에 있었는데, 마젠타가 태어난 해입니다. 마젠타는 "찐 오브 찐"입니다. 음악 좀 들었다는 아재들이 마젠타를 애정하지 않는게 가능할까 의문입니다. 히데 굿즈가 없는 저는 찌그러져 있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마젠타만의 매력이죠. 왜냐하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신성시하는 "남자"조차도 피규어를 살 생각은 꿈도 못 꾸거든요. 락 음악을 즐기면서 동시에 락커의 피규어를 살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소년소년하면서 소녀소녀한 감성이지요.

냥뇽녕냥이 컴퓨터 본체를 조립할 줄 알면서도, 그 본체 안에 애니메이션 피규어를 넣어 놓고 투명 케이스를 통해 즐기는 것 동일한 맥락의 매력입니다. 컴퓨터 본체를 조립할 줄 아는 소녀는 대다수 소년들의 로망이지요. 하지만 용산 컴돌이라도 본체 안에 꽃미남 피규어를 넣을 생각은 못하지요. 이게 바로 여자와 남자 모두를 열광케 하는 마젠타와 히나의 모에 포인트지요.

[컴퓨터 본체 안에 <귀멸의 칼날> 기유를 넣어놓고 고문하는 히나]

한편 QWER을 잘 모르는 악플러들은 그녀들 음악에 대한 조예가 부족 것이 틀림 없다 비난하는데요. 쵸단과 마젠타, 냥뇽녕냥은 랑말랑한 음악 즐기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락이나 헤비메탈에 대해 쵸단과 마젠타는 진심입니다. 참고로 "판피린 소녀" 쵸단의 최애 메탈 밴드는 <슬립낫>이지요. 냥뇽녕냥은 다양한 장르를 닥치는 대로 빨아들이는 DEEP한 스타일이고요. 오히려 제가 아는 한에는, 보컬 시요밍이 가장 대중적인 음악을 즐깁니다. 누군가를 비판하려면, 칭찬할 때보다 10배는 더 공부해야만 합니다. 어이쿠, 이거 이야기가 또 새네요. 이러니 제가 <주간QWER>을 못합니다.


이번 구매 실패를 겪으면서, 단독콘서트가 열리더라도 제가 온라인 예매에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녀들의 실물 영접은 대림대학교 축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 것인가!? 이럴 거면, 수도권에서 열리는 축제라도 억지로 시간을 내어 좀 돌아다녀 볼까 생각도 듭니다. QWER이 향후 유명해져서 국내가 아닌 해외 공연 위주로 활동하게 된다면, 더더욱 볼 기회가 없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QWER 이전에는 대형 기획사 아이돌만 주로 관심을 두었는데, 그들의 행보는 대충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의 오랜 노하우에 따라 진행되니까요. 하지만 초소형 기획사 소속 "성장호르몬을 맞은 성장형 아이돌"인 QWER의 경우, 성장 속도가 워낙 빨라서 가늠이 잘 되질 않습니다. 경력이 30년에 가까운데도 지역 축제에서 친근하게 만나볼 수 있는 노브레인이나 크라잉넛과 같은 밴드를 기대했었는데(올해 노원 수제맥주축제에서도 봤습니다), QWER은 전혀 다른 "아이돌" 코스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더 잘 되어야죠, 아무렴.  


언젠가는 QWER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샤넬이나 크리스천 디올 등 명품 브랜드의 앰배서더가 될 수도 있겠지요. 대부분의 바위게가 바라는 바이고, 저 또한 그렇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댄스 아이돌이 아닌 밴드 멤버가 명품 앰배서더가 된다면, 또 다른 세계 최초 기록이 되겠지요. 다만 제게는 목 늘어진 "에로망가 센세" 티셔츠를 입거나, 컴퓨터 본체를 직접 조립하면서 <귀멸의 칼날> 피규어를 그 안에 집어 넣는 히나 본연의 캐릭터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그녀가 QWER의 멤버 히나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되 집순이 덕후 장나영의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그러면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https://www.youtube.com/watch?v=8h_vNJvy-0A

[그 시절 냥뇽녕냥의 꿈]



매거진의 이전글 QWER, 13개 대학축제를 씹어먹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