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도 모르게 실패의 아이콘이 되어 가는 알이즈웰입니다. 오늘은 "QWER 히나x무신사 티셔츠 구매 실패"에 이어, "QWER x 봇치더록! 시사회 예매 실패" 후기를 남길까 합니다. QWER 덕질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요즘 입맛이 없고 잠도 잘 안 오고 사람 만나기도 무섭고 자꾸 놀라고 식은 땀도 흘리고 길 가다가 갑자기 눈물도 나고 그렇습니다. 40대 군필 여고생의 아픔이 이런 걸까요. 그래도 팬들과 함께 이인삼각으로 가고 싶다는 마젠타의 격려가 있기에, 오늘도 힘을 내어 수난의 역사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저는 바위게(QWER 팬덤)가 되기 이전부터 <봇치더록!>의 팬이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대인기피증 여고생 "고토 히토리"가 밴드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과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터지는 자잘한 개그, 밴드 멤버 4명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매력, 그녀들이 속한 "결속밴드"의 가슴 뛰는 연주 및 명곡, 히키코모리 기타리스트 히토리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세상과 통하는 과정 등이 멋지게 어우러져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실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이 애니메이션은 제작자조차도 큰 성공을 기대하지 않아서, 2기 제작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초소형 기획사에서 숙소를 단기 계약한 상태로 데뷔한 QWER이 <고민중독>으로 2024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것과 유사하죠. QWER의 경우에는 다행스럽게도 장기 활동이 확정되었지만, <봇치더록!>의 경우에는 1기가 방송된 지 무려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2기 제작 소식이 없습니다. 그 대신 나온 이번 극장판은 1기를 요약한 총집편으로, 새로운 내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봇치더록!> 팬에게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죠. 더욱이나 8월 3일에 있을 시사회에서는 "결속밴드" 멤버의 얼굴이 담긴 굿즈가 배포될 예정이랍니다. 덕후 입장에서, 굿즈는 못 참죠.
게다가 QWER은 <봇치더록!> 극장판 시사회에 매우 잘 어울리는 밴드입니다. 그녀들은 이미 2023년에 <봇치더록!> 오프닝 송인 <청춘 콤플렉스>를 <WonderLivet Stage in AGF 2023>에서 커버한 바 있습니다. 410만 틱톡커 냥뇽녕냥 히나는 일찌감치 고토 히토리 코스프레를 선보였죠. 2024년 초에 QWER은 <봇치더록!> 성지순례까지 다녀옵니다. <봇치더록!>과 QWER 모두의 팬인 제게, 이 시사회는 기쁨이 두 배인 셈이죠!
사실 며칠 전에 'QWER이 <봇치더록!> 극장판 시사회에 참석한다'는 포스터가 온라인에서 돌았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근거가 없어, 그냥 묻혀버렸지요. 그런데 7월 29일 월요일에 뜬금없이, 그 동안 온라인을 돌아다녔던 포스터가 사실이었던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CGV 홈페이지에서 공식발표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약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온라인에서 가능하다'는 공지를 담고서 말이지요.
저는 '오후 3시'라는 문구를 본 순간, 또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정확히 오후 3시에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성 교육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오후 2시가 아닐까. 아니 오후 2시 50분만 되어도 어떻게든 예매를 마치고 강의실에 들어갈 텐데, 어째서 오후 3시에 예약창을 오픈한다는 것일까.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원망이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 스스로 살아날 방법을 강구해야죠.
저는 오후 3시가 딱 되면 부리나케 예매를 끝낸 뒤에, 수업에는 2분 정도 늦게 들어가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저도 압니다. 올바른 강의 자세가 아니란 것을요. 저도 평소에는 5분 전에 강의실에 들어갑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그날 인성 수업을 5분 정도 늦게 끝냈으니, 강의 시간 자체를 줄이지도 않았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한결 편해져서, 수업을 주관하는 센터에 들어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귀인을 만났습니다.
초중생을 대상으로 한 인성캠프를 주관하는 센터에는, 제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학부생이 한 명 있었습니다. 디자인 전공의 훤칠한 미남인 그를 "빵"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빵은 센터에서 다양한 업무를 보조하는 근로장학생인데, 서글서글하지만 평소에 대화할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3시 수업을 기다리는 다른 교수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저는 또 QWER 예찬론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꾸준히 읽어주신 독자라면 아시겠지만, 저는 QWER이 어떻게 수많은 편견을 깨며 진격하는지에 대해 주로 관심이 있습니다. 아이돌과 밴드, 음지와 양지 등 수많은 이분법들은 QWER 앞에서 그 모호성과 불합리함을 드러내며 부서집니다. 그리고 그런 이분법에 집착하는 이들의 반발 패턴 또한 다른 사회 영역의 경우와 유사합니다. 이 때문에 현실 문제에 관심을 지닌 철학자라면 QWER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습니다. 히나의 미모도요. 시요밍의 똘끼도요. 마젠타의 개그도요. 쵸단의 전완근도요. 아, 망했네요, 망했어.
그런데 교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잠시 물을 마시러 자리를 떴을 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빵이 제게 말했습니다. "교수님, 아까 QWER 좋아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저도 좋아합니다!"
"뭐? 너두 바위게? 야너두? 야나두! 오호라, 뀨 이쓰 뽀 뀨리!"
게딱지 속에 머리를 박고 살았던 바위게 두 마리는 이때부터 사무실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교수와 학생은 이런 식으로 공통주제를 찾아 공감대를 형성하며, 몇 분 사이에 지난 몇 달보다 훨씬 가까워집니다(제 수업을 들은 학생은 아닙니다). 그리고 QWER의 극장판 시사회 참여가 사실이라는 뉴스를 접한 빵은 충격을 받고, 다리를 달달 떨며 오후 3시만을 기다리는 좀비로 변했습니다. 저는 센터를 나와 업무를 보다가, 혼자서 조용히 예매에 집중할 수 있는 강의실 근처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2시 50분부터 이미 CGV 홈페이지에 접속한 상태였습니다. 혹여나 예약창이 조금 일찍 열릴 때를 대비해서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약속의 3시가 왔습니다.
약속의 3시는 무슨! CGV 홈페이지는 3시가 되어도 예약창을 열지 않았습니다. 저는 입이 바싹 타들어갔습니다. 제게 허락된 시간은 단 2분! 어떻게든 2분 안에는 예약창을 열어줘야 제가 쇼부를 보고 강의에 들어갈텐데요. 그런데 당시 저와 함께 예약창에 매달렸던 전국의 바위게들과 <봇치더록!> 팬들은 아시겠지만, 2분이 지나서도 예약창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제 쪽에만 렉이 걸려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결국 저는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QWER이 참석하는 <봇치더록!> 시사회는 제 운명이 아니었던가 봅니다. 그래도 귀엽고 말 안 듣는 초등학생들과 2시간 동안 함께 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 강의실에 들어서는 제 발걸음이 왜 그리 무거웠을까요. 아이들은 제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신나게 떠들고 있었습니다.
제가 2시간 강의를 마치고 센터에 들어오니, 저와 같은 시간 대에 강의를 했던 교수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빵은 다른 일을 돕느라 그 자리에 없었죠. 하지만 빵과 함께 근무하는 조교가 말하길, 빵은 QWER과 함께 영화를 보는 4관 15:05 예약에 성공했다는군요. 휴...그나마 현실에서 바위게 동지 1명을 추가로 얻고 그가 QWER을 현실에서 영접할 수 있게 길을 터주었으니, 보람찬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결론은.....
[고토 히토리의 츄리닝을 입은 "실패작" 히나]
2024년 5월 10일 대림대학교 축제에서 QWER을 실물 영접한 뒤, 저는 본격적인 바위게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5월 14일에 떠난 도쿄 여행 중에 QWER과 <봇치더록!> 성지순례를 감행했죠.
보시다시피 지금으로부터 3개월도 채 되지 않았던 때에,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QWER의 성장세가 어찌나 가파른지, 제가 '설마 되겠어?'라고 방심했던 모든 것들이 현실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QWER이 참여하는 <봇치더록!> 극장판 시사회라니! <봇치더록!> 2기 오프닝 송을 QWER이 불렀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끝으로, 오늘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