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21 QWER 오사카 성지순례

바위게, 다이코쿠초 미나미 공원에서 단체 촬영하다

https://brunch.co.kr/@joogangl/785

2026년 2월 21일 토요일 오전 7시 반. 저는 니시쿠조 역 근처에 있는 숙소 침대 위에 기절해 있다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어제 새벽 4시까지 술자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많이 마시지 않은 덕분에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네요. 오늘은 저의 2박 3일 일본 일정 마지막 날. 저녁 7시 55분에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출국해야만 합니다. 벌써부터 한숨이 푹푹 나오네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QWER 일본 투어에 올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죠.

게다가 오늘은 빅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QWER의 마지막 멤버로 합류하게 된 보컬 이시연, 그녀가 김계란과 처음 만났던 역사적 장소인 '다이코쿠초 미나미 공원(大国町南公園)'에서 바위게들의 단체 사진 촬영 및 청소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거든요!

일본 투어 약 1주일 전, 차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QWER 팬 커뮤니티에서 한 용자(勇者)가 나타나 2월 21일에 미나미 공원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한 뒤 청소로 마무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의도치 않은 '친목'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지만, 운영진과의 협의를 거쳐 최종 승인이 났습니다. 그리고 설문 조사를 통해 촬영 시간은 오전 10시로 정해졌습니다.

QWER 팬덤 바위게는 지난 1월 30일, QWER 기타리스트 히나의 생일을 기념해 '유기견/유기묘 돌봄 봉사활동'에 나섰었죠. 저도 그 행사에 참여했었는데요. 국문은 물론이요 영문 기사까지 나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해외 케이팝 팬의 경우,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 관련 자원 봉사를 매우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영문 기사는 적지 않은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홍보를 의도해서 하는 활동은 아닙니다. 다만 QWER의 보컬이 팬들에게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던 공원을 깨끗이 청소하는 이번 행사는 팬덤에게도 큰 의미가 있지요. 이제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으니, 전 세계 바위게들이 모이기만 하면 되겠군요. 이미 다국어로 각종 플랫폼에 홍보되었으니까요.

https://www.allkpop.com/article/2026/02/qwer-fans-volunteer-at-animal-shelter-to-celebrate-hinas-birthday


촬영 예정 시간은 오전 10시였습니다만, 저는 8시 반쯤 도착을 예상하고 숙소를 나왔습니다. 10시 전후로는 바위게들이 많이 몰려, 역사적 장소를 자세히 돌아보기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오사카 순환선 중 가장 이용자 수가 적은 이마미야(今宮) 역에 내려, 잠시 주변을 거닙니다. 2월 21일 토요일은 초여름 날씨나 다름 없어, 더없이 맑고 푸른 하늘에 해가 쨍쨍합니다. 공원이 멀지 않기에 주변을 조금 산책하다가, 오늘의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8시 50분 경에 도착했는데, 뜻밖에 낯이 익은 바위게 대여섯 명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미나미 공원의 시요밍'을 상징하는 하늘색 점퍼에 돈키호테 '돈펭' 슬리퍼를 신은 그들은 저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지난 '히나 생일 기념 유기견 봉사활동' 및 '히나 생일 카페 방문'에 함께 했던 '시요밍손 바위게'와 오랜만에 재회해서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들과 어제 콘서트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를 나눈 뒤, 우리는 전설의 <김계란x이시연 첫만남> 영상에 나오는 여러 스폿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바로 영상을 오마주한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1JxVDLZWvw

[마지막 멤버를 공개합니다.. l 최애의 아이들 EP7]

QWER 그리고 팬덤 바위게에 관한 한, 저는 정말로 감사할 일이 많은 사람입니다. 얼마나 큰 도움을 받고 사는지 모르지요. 이번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제대로 복장조차 갖추지 못한 저를 위해, 그들은 점퍼와 슬리퍼를 빌려주고 촬영을 위한 구도 및 포즈도 세심하게 잡아 주었습니다. 총 감독은 '시요밍손 바위게'이셨습니다. 주요 장면을 하나하나 따라가 보시죠.


[장면 #1]

[벤치에 앉아 대화 중인 김계란과 이시연]

김계란과 시요밍(이시연)은 벤치에 앉아, 지금껏 그녀가 살아 왔던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그네도 그렇고 벤치의 폭이 매우 좁습니다. 김계란과 시요밍이 저렇게 앉아 있길래, 그래도 성인 남녀 둘이 앉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시요밍만큼이나 날씬한 대역 모델(남성)과 함께 앉았음에도 그랬습니다. 결국 제가 문제였군요...


[장면 #2]

[비둘기 권법을 펼치는 이시연]

영상 촬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요밍은 비둘기 권법을 하면서 공원을 돌아다녀 김계란을 애타게 합니다. 시요밍이 얼굴을 드는 버전과 고개를 숙이는 버전 두 가지가 있는데, 감독님께서는 제게 고개를 숙이는 포즈를 요구하셨습니다. 지금 보니, 시요밍은 한 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닌 듯하네요. 저에 비해 아주 깔끔한 자세입니다.


[장면 #3]

[<별의 하모니>와 함께 뛰어가는 이시연]

QWER 팬덤 바위게라면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그 장면. 2025년에 QWER의 보컬로 월드투어를 다니게 될 이시연, 그러나 2023년의 그녀는 일본 아이돌 생활을 접고 미래를 고민하다, 음악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김계란이 내민 손을 잡고 마지막 도전에 임합니다. 이런 시요밍이 <별의 하모니> BGM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달려가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보고 또 봐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저는 완벽주의 감독님의 지시에 따라, 이번에는 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결과물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촬영에 도움을 주신 모든 바위게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자, 공원에 일찍 도착한 덕분에 이렇게 낯 뜨거운 미션을 소리 소문 없이 끝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먼저 촬영하고 난 뒤로도 여러 명의 바위게들이 동일한 포즈로 촬영했습니다. 갈수록 더 나아졌기에, 아마 저보다 훨씬 좋은 결과물을 가지고 귀국하셨을 겁니다.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이 되겠군요!

어느 정도 촬영을 끝내자 10시가 가까워졌고, 사방에서 바위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제 느낌으론 70명은 넘은 듯했습니다. 일본은 물론 대만과 서양에서도 바위게들이 꽤 몰려 들었습니다. 저와 친분이 있는 핀란드 바위게 또한 자리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인 그는 현재 오사카에 체류 중인데, 다음 달인 3월에는 한국에 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3월 말에 있을 앵콜 콘서트에도 참여하죠. 한국말이 능통한 그는 정말 멋진 친구입니다. 이제 '전지적 바위게 시점'을 비롯한 여러 촬영 전문가들이 세팅을 마쳤으니, 사진을 찍어야겠죠. "하나, 둘, 셋! 좋아해!" 결과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거대한 덩치의 남성들이 대다수인데다 가운데 흰색 슬로건을 거꾸로 든 것까지, 이 사진은 바위게들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유동 인구가 거의 없는 한적한 동네의 주민들은 이 광경을 보고서 흠칫 놀랐을 겁니다.

"가만, 신종 야쿠자 조직인가? 21세기 야쿠자는 하늘색 점퍼를 입는가 보지? 아냐, 한국어를 쓰는 걸 보니 현해탄을 넘어온 조폭일지도? 그런데 조직폭력배들이 왜 여자 아이돌 사진을 들고 있지? 아, 넷플릭스의 <조폭 아이돌>처럼 나중에 성전환 수술을 할 모양이구나? 케이팝이 발달한 한국이니까, 다들 여자 아이돌이 되고 싶어하는구나. 아무렴, 한 번뿐인 인생, 원하는 모습대로 살다 가야지. 그래도 '좋아해'라고 너무 크게 외치지는 말아 줬으면. 동네가 쩌렁쩌렁 울리니까."

실제로 공원 근처의 숙소에 묵던 바위게가 공원에 모인 바위게들을 위쪽에서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좋아해!"라고 외치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나름 조용히 하느라 애썼는데, 어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응원했던 여파가 있어서인지 힘조절에 실패했나 봅니다.

이제 공원 청소를 할 시간이죠. QWER의 보컬 이시연은 '용각산'을 먹으면서 목을 보호하는데, 한 바위게가 재치를 발휘해 용각산 캔디를 몇 봉지 사왔습니다. 그래서 바위게들은 한 손에 장갑을 낀 채, 용각산 캔디를 먹으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대충 봐서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담배 꽁초와 깨진 유리가 제법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청소의 호흡 제1형, 벽력세척!" 아마 이 공원이 생긴 이래 가장 깨끗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앞서 밝혔듯이, 이마미야역은 오사카 순환선 가운데 유동 인구가 가장 적다고 합니다. 실제로 '다이코쿠초 미나미 공원'은 겉으로 봐선 남다른 개성이 없는 흔한 쉼터에 불과합니다. 시설이 좋거나 넓은 것 또한 아닙니다. 찾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야말로 특별한 장소이며, 오사카를 방문할 때마다 몇 번씩이나 찾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추억의 장소가 많아질수록, 인생이 그만큼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바위게들에게 멋진 추억의 장소를 제공해 준 김계란과 QWER 이시연에게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처럼 멋진 이벤트를 기획하고 함께 동참해 주신 바위게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어젯밤에 함께 술을 마신 바위게들과 11시 반쯤 공원 입구에서 합류하기로 했기에,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 오프 활동에서 많이 뵙던 바위게 여럿과 공원 앞 커피 하우스 <아쿠숀(アクション, Action)>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자전거 가게 옆 정문을 열고 들어가니, 우와! 일본 드라마에서 보던 레트로한 일본 다방 바로 그 자체입니다. 심지어 가게를 운영하시는 마스터는 80세를 훌쩍 넘기신 듯하네요. 그 때 멤버가 7명이었는데, 갑자기 덩치 큰 XL 한국인 남성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오니, 당황하신 듯했습니다.

[밤이 되면 더 멋질 듯한 카페 <아쿠숀 Action>]

놀랍게도 문쪽 테이블에는 일본인과 함께 온 이 곳 동네 주민 한국 이모님이 계셨는데요. 오사카에 산 지 30년이 넘으셨다 합니다. 그 분이 통역을 자처하시고 무려 서빙까지 직접 해주시는 까닭에, 바위게들은 편히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든이 넘으신(?) 마스터께서는 '가게를 혼자 운영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주문을 받기가 어렵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바위게들이야 최소 30분 이상 앉아서 만담을 펼칠 것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레트로한 분위기를 즐기며, QWER 후쿠오카와 오사카 콘서트, 그리고 오늘 미나미 공원 촬영까지 해야 할 이야기가 무척이나 많은 걸요.

이 곳 커피는 아메리카노가 350엔, 카페오레가 400엔인데 아주 진하고 맛있었습니다. 특히 요즘 한국에선 카페오레를 판매하는 카페가 그리 많지 않죠. 반면에 일본에서는 카페오레를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비록 커피를 못 마시는 접니다만, 한 해에 몇 번은 이렇게 '에라, 모르겠다!'하고 마십니다(사실은 별 생각 없이 주문했습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시요밍 공원(?) 앞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아, 테이블에 놓인 재떨이가 보이시죠? 제가 있을 당시에는 흡연자가 없었습니다만, 복불복인 듯합니다.

1시간 가까이 지나 저를 제외한 바위게들은 모두 각자 갈 길을 갔고, 저는 다른 바위게들과 만날 약속이 있어 조금 더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오가 되자, 오늘은 사정이 있어 영업을 그만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이 또한 동네 장사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카페를 나와 조금 걷자니, 바위게 2명을 만났습니다. 일본 가수 '아이묭'을 좋아해서 일본까지 가시는 바위게 및 한창 밴드 음악에 꽂히신 바위게 두 분과 길에 선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습니다. 취향이 유사하면, 정말로 할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이마미야 역'이 아닌 '신 이마미야 역'에서 내린 제 팀은 초여름에 가까운 날씨를 즐기느라 천천히 걸어오셨습니다. 이제 이들과 함께 새로운 'QWER 오사카 성지순례'를 떠나야 할 때입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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