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322 QWER 앵콜 콘서트: 오카에리(おかえり)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2026년 3월 22일 일요일. 완연한 봄기운이 천지에 가득합니다. 그렇습니다. 대형 페스티벌 및 각종 야외 행사가 잔뜩 대기하고 있는 봄이 드디어 찾아왔네요! 벌써부터 개나리가 피기 시작한 올림픽공원으로 향하는 제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오늘은 제가 더없이 사랑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걸밴드 QWER의 앵콜 콘서트 마지막 날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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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3일 서울에서부터 시작해서 미국과 일본, 말레이시아와 홍콩, 대만과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17회의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해낸 QWER. 4명의 여신들은 지난 금요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서울 올림픽공원 '티켓 링크 아레나'에서 앵콜 콘서트를 진행 중입니다. 그중 마지막 일요일 콘서트에 저는 참여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저는 일요일 정오면 어김없이 올라오는 QWER 자체 콘텐츠를 시청했습니다. 오, 데뷔 전 보컬 선생님을 해주셨던 선배 가수 에일리를 특별 게스트로 초대했네요!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 에일리는 결혼 후에도 여러 개의 유튜브 채널을 동시에 운영할 정도로 의욕이 넘쳤는데요. 그녀가 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기사는 일찌감치 보았습니다. 이번 콘텐츠는 그 프로젝트 홍보를 겸한 것이었습니다.

https://www.topstar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5953647

최근 선배 가수 홍경민 또한 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음악방송까지 출연했죠. 지금 밴드를 시작하는 선후배들은 상대방의 파이를 갉아먹는 경쟁자가 아닙니다. 거의 존재하지 않다시피 한 밴드 시장을 새로 만들어가는 개척자들이죠. 최근 미니앨범 1집을 발표한 걸밴드 레이턴시 또한 QWER의 경쟁자가 아닌 동종업계 동료죠. 1990년 말, S.E.S. 한 팀만으로는 걸그룹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핑클, 베이비복스 등 다수의 걸그룹이 함께 활동해야만 해당 장르 시장이 형성되지요. 이런 점에서 볼 때, 뛰어난 가창력과 높은 인지도를 지닌 음악계 선배들이 밴드에 도전한다는 것은 QWER에게도 감사할 일이죠. 특히 에일리 앞에서 보컬 테스트를 받는 영광까지 누리다니요!

QWER은 4명 멤버의 음색이 확연히 달라 정말 매력적입니다. 토미오카 아이를 연상케 하는 따뜻하고 나른한 목소리의 쵸단. 낮고 차분한 톤과 폭발적 성량을 동시에 지닌 마젠타. 맑고 깨끗하며 정확한 딕션을 자랑하는 메인 보컬 시요밍. 다만 이 날 제 귀를 사로잡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악마의 재능'을 지닌 기타리스트 히나였습니다.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 노래 설명을 마친 그녀는 <체인소맨> TV판 7화 엔딩 곡인 <츄, 다양성(ちゅ、多様性)>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최고의 멘헤라 뮤지션인 아노(ANO)가 부른 이 곡을 히나는 특유의 스쿨존 창법으로 한 곡조 뽑았는데요. 귀여운 얼굴과 진심으로 즐기는 표정이 "깨깨깨"가 반복되는 가사와 어우러져, 제 혼을 쏙 빼놓았습니다. NCT 여성 팬이 가득한 지하철 내에서, 아재인 저는 빙구 웃음을 흘리며 히나 파트를 반복 시청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c0y9Gljb_8

[사황 에일리.. 신곡 피처링 진짜예요? l 최애의 아이들 시즌3 EP4]

음악이라는 예술 장르야말로 다양성과 독창성이 중시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락 보컬은 이렇게 불러야만 돼!" "아이돌은 저래야만 해!" 등의 고정관념이 업계와 팬들 사이에서 확고하죠. 다른 음악 장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시도는 환영받기보다는 욕을 먹기에 딱 좋죠.

다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상대적으로' 개성과 독창성이 숨 쉴 공간이 있는 곳이 바로 일본 음악 시장입니다. 20세기에 굳어져 아직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고정 틀을 깨는 시도들이 제이팝에서는 빈번히 나오죠. 특히 애니메이션이 발달했기 때문에, 기존 메이저 음악계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그 어떤 성우 목소리로도 메가히트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한일 문화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해진 2026년 한국, 히나의 미취학 아동 목소리로도 락을 할 수 있는 때가 무르익었습니다.

보편적 방식으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 무난하게 잘 부르지만, 우리 기억에 남지 않는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오토튠을 성대에 자연 장착한 히나의 음색은 그 어떤 노래를 불러도 뇌리에 박히며, 그 노래를 히나 스타일로 승화시킵니다. 스쿨존 창법에 노래들이 잡아먹히는 형국이죠. 흔히 다른 가수의 히트곡을 커버할 때, 자기만의 색깔로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뮤지션이 많죠. 심지어 매우 유명한 가수들도 이 문제로 고민합니다. 이를 통해서 볼 때, 목소리 톤만으로 곡을 씹어 먹는 히나는 참으로 보기 드문 재능을 지녔습니다. 물론 '개성'을 제1원칙으로 삼았을 때 그렇다는 말입니다. 향후 QWER 멤버별 개인곡이 늘어나서, 콘서트 때 개인 무대를 각각 한 번씩은 해주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올림픽공원역에 내리자, QWER과 NCT 현수막이 나란히 들어옵니다. 오늘은 두 팀 모두 올림픽공원에서 각각 콘서트를 진행하죠. 남초 팬덤과 여초 팬덤의 분위기는 확실히 차이가 많이 나더군요. 히나가 불렀던 <츄, 다양성(ちゅ、多様性)> 타이틀이 '다양성'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오늘은 이곳에서 다양성을 한껏 즐겨야겠군요.

올림픽공원역 '할리스커피'에 들어가 내부를 휙 둘러보았는데, NCT 여성 팬들만 가득할 뿐 바위게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역시 사흘 연속 스탠딩 공연을 즐기는 무쇠다리 바위게들은 카페에 가만히 앉아 있기 어려웠던가요? 뒷문으로 나오니, 친숙한 바위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제게 오늘 티켓을 양도해 주실 바위게도 마침 그곳에 계셨죠. 지난 2025년 도쿄 팬 콘서트 때, 젭 신주쿠(Zepp Shinjuku)가 소재한 가부키초 타워 2층의 스타벅스에서 처음으로 인사를 나눴던 분이죠. 오늘 콘서트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던 제게 티켓을 구해 주신 고마운 분이십니다. 그 옆에 서 계신 분들도 QWER 월드 투어까지 따라다니신 역전의 용사들이죠. 그분들과 함께 올림픽공원 산보를 시작했습니다. 뭐, 바위게 생존신고 투어나 다름없었죠.

낮 기온이 한껏 올라간 올림픽공원. 콘서트를 볼 생각에 들뜬 서로 다른 팬들의 열기로 인해, 한층 봄기운이 강했죠. QWER 단독 콘서트는 바위게 모두를 위한 축제이자, 동창회 자리나 다름없죠. 별도로 만나 친목을 도모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지난 몇 해 동안 오프라인 행사에 부지런히 참석한 바위게들은 자연히 낯이 익을 수밖에 없죠. 비록 온라인 활동 닉네임이나 본명, 직업 등 구체적인 사항을 모르더라도, 함께 차나 술을 마시며 얼마든지 QWER 이야기로 밤을 지새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오프라인 행사가 더더욱 즐겁기도 합니다. 혼자라면 갈까 말까 망설이던 원거리 공연도, 바위게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갈 마음을 낼 수가 있지요.

오늘은 외국인 바위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전지적 바위게 시점>에 등장했던 키 큰 대만 바위게가 저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그와는 그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TSMC는 아니지만 연관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만 바위게. 이번 공연에서는 제 뒤편에 서 있었는데, 다음에는 술이라도 함께 했으면 합니다.

마찬가지로 <전지적 바위게 시점>에 출연했던 인도네시아 바위게가 친구들을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한눈에 봐도 영특한 그와 한국어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고국의 바위게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그는 MD를 많이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오사카 월드투어에서도 만났던 핀란드 바위게! 디지털 노마드인 그는 한국에서 몇 개월을 더 머물다가 핀란드로 돌아가 몇 년 동안 일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그와 좀 더 자주 보고 싶었는데... 워낙 능력이 뛰어난 프리랜서라, 얼마든지 다시 만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보고 싶었던 바위게들을 잔뜩 만날 수 있었습니다. 2024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전후로 QWER이 무수히 공격당할 때부터 동고동락했던 소중한 바위게들. 부지런히 오프에서 만나다가 한동안 못 보게 되면, 종종 생각이 나곤 합니다. 잘 지내고는 있는지, 별 일은 없는지... 이는 결코 빈 말이 아닙니다. 본디 저는 개인 사정으로 인해 앵콜 콘서트를 못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바위게들 가운데 여럿이 저의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저를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아, 그렇구나. 다들 XL 상남자들이라 말은 안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서로를 생각하고 있구나. 바위게들에게 정말 고맙고, 이런 인연을 가능케 해 준 QWER에게 더욱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편 귀하디 귀한 여성 바위게 분들도 점차 늘어갑니다. 지난 1월 30일에 함께 유기견 돌봄 행사에 참가했던 여성 바위게는 아픈 무릎에 붕대를 감고서 콘서트장을 찾았습니다. 작년 11월 쵸단 생일을 기념하는 위스키 바 행사에서 아드벡 위스키 테이스팅을 함께 했던 여성 바위게 또한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이번 앵콜 콘서트에는 작년 10월 서울 월드투어 때보다 많은 여성 바위게들이 올림픽공원을 찾았습니다. 외국에서 온 NCT 여성 팬이 <고민중독> 챌린지를 포토스팟 앞에서 찍었으며, 초등학생 여자 바위게가 바위게 단체 사진의 중앙에 섰습니다. 여성 팬의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은 곧 QWER의 대중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죠.

바위게들끼리 진행하는 나눔에 참여한 뒤, 저는 2시 반부터 대기열에 섰습니다. 일요일 공연은 오후 4시에 시작하는데, 2시 반부터 줄을 선 뒤 3시부터 공연장에 입장합니다. 이제 아는 바위게들이 워낙 늘어나, 제 주변에도 평소에 자주 뵙던 분들이셨습니다. QWER이 데뷔하기 전부터도 쵸단의 팬이었으며 그 당시 소중한 사진들을 잔뜩 가지고 있는 바위게, 그리고 해외에 오래 살았으며 멤버 생일 카페에서 종종 만났던 바위게가 오늘은 저와 함께 공연을 즐기게 되었네요. 이렇게 우리는 소풍 가는 유치원생들처럼 재잘거리며, 공연장에 들어섰습니다. 이제는 여유가 생겨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천둥 번개가 쳐도 태연히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적어도 5분 이상 쿵쾅거려야 우리의 QWER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저는 높은 천장에서 번개를 표현하는 레이저가 번쩍이는 광경을 놀라서 올려다보았습니다. 앞선 월드투어에서는 못 보았던 장면인데, 정말 스펙터클했죠. 그리고 4명의 여신을 태운 채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큐떱 호가 거대한 뱃머리를 드러내며 눈앞으로 밀려 들어왔습니다. 타륜(운전 키)는 반쯤 부서져 있었고, 누가 봐도 많이 닳았습니다. 다만 배의 옆면에 해당하는 좌현과 우현에는 그동안 누볐던 국가와 도시의 명칭들이 수 놓였습니다. 그 웅장한 모습을 보니, 시작부터 가슴이 벅차올랐죠.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습니다. 큐떱 호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 부수를 기록 중인 명작 <원피스>에서 밀짚모자 일당이 타고 다니던 '고잉 메리 호'처럼, 큐떱 호는 QWER을 안전하게 고향까지 모신 뒤 이곳에서 운명을 다할 예정입니다. 사실 QWER 월드투어 시작 전부터, 큐떱 호와 고잉 메리 호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정말 아쉬운 점은, '큐떱 호 굿즈'가 없었다는 사실이죠. 만약 큐떱 호 키링 등이 있었다면, 정말 많은 바위게들이 기꺼이 구매했을 것입니다.

고마워, 큐떱 호. 지난 수개월 동안 우리의 소중한 QWER을 안전하게 보살펴 주어서. 이 세상 그 어떤 배보다도 너는 내게 가깝고 친숙해. 정말 내가 배 한 척에 이렇게 마음을 쏟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 이제야 불타는 고잉 메리 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밀짚모자 일당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겠구나. 앞으로 영원히 다시 볼 수 없겠지. 행여나 또 다른 QWER 콘서트에서 너를 만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야. 진심으로 말이야. 어디서든 QWER과 바위게가 더 먼 곳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봐 줘. 우리도 너를 잊지 않을 테니까.

스크린샷 2026-03-23 231559.png [260322 월드투어 락케이션:홈커밍 by BOXCAM]

보다 락킹한 사운드로 편곡된 <가짜 아이돌>로 시작된 월드투어 앵콜 콘서트는 <오버드라이브> 및 <쇼다운> 순서로 숨 가쁘게 진행되었습니다. 올해 7월 공개 예정인 일본 애니메이션 <도굴왕>의 OST인 <쇼다운>은 일본어와 한국어 두 버전이 있습니다. 지난 일본 월드투어 때는 일본어 버전이 최초 공개되었고, 서울 앵콜 콘서트에서는 한국어 버전이 연주되었습니다. 다소 아쉬운 음향 상태로 인해, 정확한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쇼다운>은 기세죠! "어이! 어이!"를 외치며 신나게 흔들었습니다.

한숨을 돌린 QWER은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한 뒤, 위버스를 통해 생방송으로 콘서트를 시청 중인 바위게들에게도 인사를 전했습니다. 쵸단은 한국어, 마젠타는 중국어, 히나는 영어, 그리고 오사카 아이돌 출신인 시요밍은 일본어로 말했는데요. 모두들 언어가 유창한 데 감탄했습니다. 그런 뒤, 그녀들은 두 주먹을 양볼에 가져다 대고 흔들 때마다, 바위게들이 크게 함성을 질러줘야 한다고 지령을 내렸습니다. 심지어 그녀들이 공연을 할 때조차 말이죠. 금요일과 토요일 공연을 본 바위게들에게는 익숙한 상황이었지만,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물론 못할 이유가 없죠.

이어서 QWER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함성 파도타기로 분위기를 한껏 띄웠는데요. 젠타는 난데없이 '쵸단이 토요일 공연 웨이브 댄스 후에 충격을 받아서, 오늘 또 하고 싶어 한다'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물론 쵸단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죠. 하지만 한 번 흥에 취하면 선의의 거짓말이 술술 나오는 젠타 언니, 그리고 그 언니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무력의 여왕 쵸단 듀오가 또 꿀잼 아니겠습니까? 쵸단은 두 손으로 X자를 만들어 완강히 부정했지만, 이미 수컷 바위게들은 "홍지혜(쵸단 본명)!"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쵸단은 무대 뒤쪽을 바라보다가 객석을 향해 오른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며 미소 지은 채 웨이브 댄스를 선보였습니다.

제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동작 점수 10점과 연기 점수 10점을 가정할 때, 총점은 20점이 최고 점수입니다. 먼저 웨이브 동작은 10점 만점에 1점입니다. 왜냐하면 웨이브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머리끝에서 발 끝으로 자연스레 떨어지는 웨이브는 없었지만, 몸을 한쪽으로 젖히는 과정에서 그녀의 머리카락이 웨이브를 보였기 때문에 1점을 드렸습니다. 다음으로 연기 점수는 10점 만점에 19점입니다. 그녀가 살짝 돌아보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데, 압도적인 미모에 평가조차 잊었습니다. 치사하게 얼굴로 치트키를 쓰다니! 아무튼 그래서 최종 점수는 1+19=20점 만점입니다. 참고로 학부생 때 <미적분학 개론> A+ 받았습니다. 저의 수학 능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제 옆의 바위게들은 쵸단의 웨이브 댄스가 전날보다 훨씬 나아졌다며 감격한 표정이었지만, 저는 그 이야기를 더욱 믿기 어려웠습니다. 아니, 저것보다 못하면 아예 웨이브가 아닌데? 하지만 바위게들은 열렬히 "한 번 더!"를 외쳤고, 이제 무대공포증을 완전히 극복한 쵸단은 여유롭게 한 번 더 '뚝딱거렸습니다.' 그래, 뭐든 기세야, 기세. 예쁘면 되잖아, 한 잔 해! 쵸단, 화이팅!

이어서 QWER의 메인 댄서인 히나가 173cm가 넘는 큰 키와 긴 팔다리에서 흘러나오는 완벽한 웨이브 댄스를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최장신 멤버의 큰 파도와 같이 넘실거리는 웨이브 댄스를 바라보며, 팀 내 최단신인 시요밍의 얼굴은 서서히 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째서 하늘은 시요밍을 낳고, 다시 히나를 낳았단 말입니까. 같은 팀에서 웨이브 댄스를 하는 처지만 아니라면, 각자의 위치에서 행복하게 살았을 것을! 게다가 시요밍은 귀엽지만, '남자 초등학생'처럼 귀엽습니다. 히나가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여자 꼬마아이의 외모와 목소리를 지닌 것과 대조되지요. 그래서 시요밍은 '히나가 항상 끼를 부린다'며 박한 평가를 내리곤 합니다. 하지만 올 게 왔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전) 오사카 아이돌인데, 안 하고 지나갈 순 없지요.

KakaoTalk_20260323_220550169_07.jpg [히나 다음 순서로 이런 것 좀 시키지 말라고!]

결국 그녀는 웨이브 댄스 대신, 귀여운 브레이크 댄스로 어필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역시 모자랐는지, 옆으로 선 채 웨이브 댄스를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시요밍이 웨이브를 하는데 걸린 시간은 히나에 비해 훨씬 짧았습니다. 그 이유를 우리는 모두 압니다. 그리고 그래서 시요밍을 더욱 좋아할 수밖에 없지요. 159.9cm여서 더욱 매력적인 우리 보컬!

참고로 시요밍이 대형기획사 댄스 아이돌이었다면, 실황 공연에서 저와 같은 표정을 짓기 어려웠을 겁니다. 수많은 악성 개인 팬들이 어떤 공격을 퍼부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죠. 하지만 시요밍은 중소기획사 밴드의 메인 보컬이며, 그 밴드는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남초 팬덤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아재들은 가식적이거나 빈틈없이 관리된 표정 또는 언행보다는, 시요밍처럼 솔직하고 털털한 스타일을 훨씬 편하게 여기죠. 시요밍은 대화 상대방에게 '독심술'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단세포인 수컷 바위게들은 복잡한 해례본을 동원할 필요 없이 그녀를 있는 그대로 편하게 받아들이죠. 시요밍은 그녀가 가장 마음 놓고 자기답게 행동할 수 있는 음악 장르와 팬덤을 만났습니다.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와 같죠. 물론 QWER 멤버 전원이 마찬가지입니다.

자, 이제 시요밍까지 마쳤으니 팀의 맏언니인 마젠타만 남았네요. 그녀는 중간 콘서트 때 자신의 모든 끼를 다 써버렸다며, 어떤 동작을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쵸단과 비슷한 전략을 펼쳤습니다. 웨이브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연스럽게 물결쳐야 하는데, 그녀는 상체만 꿀렁꿀렁 움직였습니다. 하체 사용법을 전혀 몰랐죠. 하지만 상대방을 유혹하는 눈빛과 표정으로 부족한 부분을 커버했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젠타 또한 1+19=20점 만점입니다.

제가 장난을 치느라 쵸단과 젠타에게 다소 박하게 말한 것 같아, 보충 설명을 해야겠네요. 한국에서 춤 하면 누구나 알아주는 박진영(JYP)은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 최고의 댄스 여가수가 '엄정화'라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춤을 출 때, 왜 그런 동작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며 그 춤이 드러내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히 표현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가수의 댄스는 기계체조가 아니며, 고난도 테크닉만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쵸단과 젠타는 비록 몸이 뻣뻣하고 동작이 서툴지만, 자신이 웨이브 댄스를 '왜' 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정확합니다. 그녀들의 웨이브 댄스는 상대방을 매혹시키는데 목적이 있으며, 그녀들은 상대방을 자신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탑티어 인플루언서 지위를 수년 간 누릴 수 있었죠. 다만 아쉽게도 그녀들의 유혹적인 댄스는 화룡점정에 이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쵸단은 끝내 수줍음을 극복하지 못해, 그리고 젠타는 개그 욕심을 이기지 못해 마무리 동작이 흐지부지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녀들은 '느낌 아니까', 조만간 바위게들의 심장을 강탈할 퍼포먼스를 보일 것입니다. 제발...

자, 젠타가 주도한 '율동 시간'이 끝났으니 다시 음악 무대를 펼쳐야 할 때이죠. QWER의 3월 22일 마지막 앵콜 콘서트는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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