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QWER 앵콜 콘서트, 성대하게 마무리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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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 이어서)

<쇼다운> 및 댄스 브레이크를 마친 QWER은 이어서 데뷔곡인 <디스코드>와 <수수께끼 다이어리>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두 곡 모두 데뷔 앨범인 <하모니 프롬 디스코드>에서 나왔죠. QWER의 모든 노래가 소중하기에, 4월 27일에 공개 예정인 새 앨범 <세레모니(ceremony)>가 나올 경우, 피치 못하게 초창기 넘버들은 접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바위게들은 <수수께끼 다이어리>를 그중 하나로 꼽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이 곡을 정말 좋아하기에, 향후 듣기 어렵게 될 때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쉽습니다. 이 곡은 메인 보컬인 시요밍이 '엉덩이 살랑살랑' 춤을 추다가 부끄러워, 연습 도중 눈물을 쏟은 것으로도 유명하죠. 이제 당당한 자본주의 아이돌이 된 시요밍은 대형 무대에서도 누구보다 귀엽게 실룩실룩 엉덩이 춤을 춥니다.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할 시간에 현재를 즐기는 편이 무조건 낫죠. 그래서 바위게들과 함께 외쳤습니다. "요~네!"


이번 앵콜 콘서트는 스타일이 비슷한 곡들을 3개씩 묶어서 내보냈습니다. 그 사이에는 VCR을 송출해, 세계여행을 마친 QWER의 일상 등을 장난스럽게 그려냈죠. 콘서트의 첫 포문을 연 3곡은 <가짜 아이돌>과 <오버드라이브> 그리고 <쇼다운>입니다. 모두 QWER 곡들 가운데 가장 빠르고 심장을 불태우는 분위기 메이커죠. <가짜 아이돌>은 떼창 포인트가 많기로 유명하고, <오버드라이브>와 <쇼다운>은 비교적 최근 곡인데 그 속도와 고난도 연주 테크닉으로 인해 멤버들을 한계까지 밀어붙이죠. 특히 후쿠오카에서 <쇼다운> 첫 무대를 마친 뒤, 마젠타는 완전히 탈진해 무대에 주저앉은 모습을 보임으로써,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어서 나온 세 묶음곡은 <소다>와 <검색어는 QWER>, 그리고 <행복해져라>였습니다. 이른바 '귀요미' 3인방입니다. QWER의 여러 곡들 가운데 치사량을 넘는 귀여움을 탑재한 친구들! 이 3곡 가운데 앞선 두 곡의 히로인은 기타리스트 히나입니다. <소다>는 <고민중독>이 실린 명반 <마니또>의 수록곡으로서, QWER은 이 곡을 통해 많은 미성년 팬층에게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QWER 음악을 총괄하는 이동혁 PD가 작정하고 히나의 초등학생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죠. 밴드 사운드에서 도저히 접할 수 없는 오토튠 초딩 목소리에, 실제 초등학생들도 열광했습니다. 이동혁 PD는 이 기세를 몰아, <검색어는 QWER>에서도 '탭, 탭, 탭, 탭!' 등의 파트에서 히나의 스쿨존 창법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결과는 항상 대성공입니다. 왜냐하면 이 '악마의 재능' 목소리는 일단 듣기만 하면 청취자를 무장해제시키며 빙구웃음 짓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행복해져라>는 최근 엠카운트다운에서 단독 무대를 선보였죠. 아무리 높게 점프해도 항상 바닥과 그닥 멀지 않은 쪼꼬미 시요밍의 매력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그다음 묶음곡은 <자유선언>과 <메아리>입니다. 이 두 노래는 스케일이 크고 벅차오르는 감동을 선사하는 장대한 서사시입니다. <자유선언>은 도입부를 항상 거친 락 스타일로 바꾸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는데요. 이번에도 기타와 베이스 플레이어가 대결하듯 독주를 뽐내는 가운데 천둥소리 같은 쵸단의 드럼이 더해져, 바위게들을 열광시켰습니다. <메아리>는 <고민중독> 및 <디데이>와 함께 대낮의 벅차오름을 담당하는 계열입니다. <내이름맑음>과 타이틀곡 경쟁을 벌이다, 수록곡이 되었는데요. 찐 바위게가 있는 것이 분명한 우리은행 틴틴카드 홍보팀이 <메아리>를 광고송으로 채택하고 뮤직 비디오까지 제작했죠. 이 곡의 첫 라이브 무대 당시, 히나는 너무도 긴장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독주에 몰두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음을 띠었죠. 하지만 때로는 그녀의 성에 차지 않는 독주를 하고서 풀이 죽었던 때도 있는지라, 여전히 어려운 곡입니다. 다만 이번 앵콜곡에서는 마젠타의 무릎 위에 발을 올리고서 여유롭게 독주 파트를 해냈습니다. 회사에서는 위험한 자세라며 금지했지만, 최고의 퍼포먼스를 바위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젠타가 즉석에서 질러 버렸죠. 성장형 밴드의 팬이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맛이죠!

이어서 나온 3종 세트는 <지구정복>, <사랑하자> 그리고 <눈물참기>입니다. QWER의 정체성을 잘 반영하듯 벅차오르는 느낌은 동일하지만, 마냥 밝지만은 않은 분위기를 낸다는 점이 공통적이죠. 차라리 처절하고 간절히 부르짖는 듯한 바이브를 낸다고 보는 쪽이 옳습니다. <지구정복>은 월드투어 중에는 오프닝 곡이었죠. 왜냐하면 QWER이 실제로 지구정복에 나선 형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고향에 돌아온 그녀들도 좀 쉬어야죠. <사랑하자>는 마젠타의 보컬 가능성을 보여준 파워풀한 넘버입니다. 제이팝 스타일 노래가 주를 이루는 QWER의 레퍼토리 가운데, 가장 20세기 영미 락에 가까운 곡이죠. <눈물참기>는 QWER의 초기 서사를 일단락하는 타이틀곡인데, 시요밍이 주인공이죠. 떼창 시작 지점이 애매해서 항상 "-지혜! 이아희! 장나영! 이시연!"이라고 바위게들이 외치는 까닭에, 마음씨 착한 쵸단(본명: 홍지혜)이 티도 못 내고 안절부절못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다음 공연 때는 도입부를 딱 부러지게 편곡해서, 바위게들이 마음껏 "홍지혜!"를 외쳐 보았으면 좋겠네요.

다음으로는 <내이름맑음>, <디데이>, <고민중독> 등 '대낮의 벅차오름'을 담당하는, 이른바 대중들이 가장 QWER스럽다고 평가하는 스타일의 곡들입니다. 이번 앵콜콘서트에서 히나는 <내이름맑음>을 연주할 때 키보드 대신 기타를 연주했습니다. 저는 밴드 근본 사운드에 보다 근접해서 듣기 좋았습니다. <디데이>는 말할 것도 없이, 바위게 취향을 저격하는 곡입니다. 관악기가 빵빵하게 들어가서 어찌 보면 재즈 오케스트라 사운드 같기도 한 이 곡을 저는 정말 사랑합니다. 떼창 포인트도 딱딱 떨어지고요. <고민중독>은 추가 설명이 필요 없는 대표곡이죠. 월드 투어 때는 이 곡을 세 번째에 놓았습니다. QWER을 잘 모르는 외국 바위게들의 고막을 초반에 사로잡기 위한 배려가 아니었나 하는데요. 한국 팬들을 위해서는 역시 대표곡을 후반부에 놓는 편이 낫죠.

다음 3종 세트는 저녁 또는 한밤의 벅차오름 계열에 속하는 <별의 하모니>와 <대관람차> 그리고 <안녕 나의 슬픔>이었습니다. QWER은 바위게들에게 <별의 하모니>를 함께 부르자고 요청했습니다. 아마 <고민중독>과 <별의 하모니>는 QWER의 콘서트 세트리스트에서 영원히 빠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상징성이 높죠. <별의 하모니>가 시작될 때, 바위게들은 '차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팬 커뮤니티'에서 준비한 슬로건을 들었습니다. "세계를 향해 던진 발걸음 / 서울에 다시 모여 피어난 우리"라는 글귀가 응원봉 라이트 위로 빛났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와 같은 이벤트를 준비해주는 바위게들 덕분에, QWER과 여타 바위게들은 이곳에서 화양연화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항상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잠을 좀 더 줄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편 <별의 하모니>와 <불꽃놀이>가 한밤에 어울린다면, <대관람차>는 노을이 내리는 초저녁에 어울리는 곡이죠.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곡이며, 듣고 또 들어도 여전히 좋습니다. <안녕 나의 슬픔>은 마젠타가 직접 쓴 마지막 가사로 인해 곡 전체를 새로 써야 했을 만큼 QWER의 자전적 서사가 담겼는데요. 이 곡을 갓 발표했을 당시, 마젠타는 연주를 할 때마다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담담하게 베이스를 칠 수 있게 되었으니, 참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콘서트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고,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가운데, QWER 멤버들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그녀들의 자작곡이 <청춘서약>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팬메이드 영상이 그녀들의 눈앞에 펼쳐졌던 것입니다! 바위게들이 보내는 다양한 메시지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고, QWER은 정말 감동했습니다. 대부분의 팬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이런 깜짝 이벤트가 단독 콘서트의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4mSOzTl3i4

[QWER과 한국 바위게들의 여정 VCR 앵콜콘 막콘 팬영상 이벤트 원본 by 쵸냥바위게]

그리고 앞선 앵콜 콘서트에 없었던 코너가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바로 월드 투어 및 앵콜 콘서트를 마친 4명의 멤버들이 바위게에게 쓴 손 편지를 읽는 시간이었죠. 제가 옮기는 것보다는 공식 팬카페에 업로드된 편지 사본을 직접 여기에 남기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드네요.

[From 쵸단 to 바위게]
[From 마젠타 to 바위게]
[From 히나 to 바위게]
[From 시연 to 바위게]

저는 2025년에 <QWER과 바위게>라는 책을 펴냈는데요. 마젠타가 바위게들에게 쓴 편지들로 초반부를 시작했습니다. F감성이 유달리 두드러지는 젠타의 편지가 그녀 및 QWER 멤버 전체의 마음을 잘 담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앵콜 콘서트 당일에 젠타가 아래와 같은 내용을 읽어 내려갈 때, 뜬금없이 저는 울컥해 버렸습니다.

[From 마젠타 to 바위게]

아니, 이게 뭐야! 팀 내 울보 담당 젠타도 울지 않는데, 그만 제가 눈물이 터져 버리고 말았네요. 하지만 부끄러울 게 없는 것이, 제 주변의 많은 바위게들도 코를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글을 읽고 쓰는 직업을 가진 저이지만, 역시 편지에 적힌 글자만으로는 이 날의 감동을 설명하기에 부족합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당장 쏟아질 듯한 젠타가 떨리는 목소리로 진심을 담아 한 글자 두 글자 또박또박 읽어갈 때마다, 제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저는 여러분 없으면 무대를 못할 것 같아요. 여러분들이 있어야 제가 제일 저답게, 나답게 있을 수 있어요. (바위게는) 저를 규정하는 하나의 존재가 되었어요."라는 말은 오직 QWER의 베이시스트인 마젠타와 희로애락을 같이 하며 수많은 감정을 공유한 팬덤 바위게만이 제대로 느낄 수 있지요.

QWER이 데뷔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바위게들은 한 줌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대형 페스티벌이나 케이팝 페스타 등에 팬덤 바위게가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타 팬덤들의 규모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응원봉조차 없던 시절, 바위게들은 거대한 객석에 드문드문 건포도처럼 박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메인 보컬인 시요밍을 비롯한 QWER 멤버들은 거의 보이지도 않는 바위게들을 찾느라 두리번거렸었죠. 게다가 데뷔 초반 숱하게 모함을 받았던 QWER이 꺾이는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삼촌 팬'들은 더욱 열심히 공연장을 찾아 일당백으로 응원했습니다.

물론 QWER은 바위게의 친자식이 아니며, 아재 바위게들 또한 현생을 포기하고 아이돌에 과몰입하는 소녀 팬이 아닙니다. 이제 그럴 나이는 한참 지났고, QWER 덕질 말고도 챙겨야 할 일이 많은 시기죠. 그리고 2026년의 QWER은 한 줌의 올드 팬들이 찾지 않는다고 해서 공연장이 텅 빌만큼 낮은 체급 또한 아닙니다.

하지만 항상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감정'입니다. 이렇게 무럭무럭 잘 성장하며 세상에 기쁨과 감동을 선사하는 QWER을 이제는 편안히 바라볼 수 있는 팬의 마음, 그리고 그런 팬들을 잊지 않고 항상 고마워하는 QWER의 마음. 특히 젠타는 그녀가 바위게에게 받은 사랑에 항상 감사하며, 자신 또한 바위게의 삶에서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꼭 덧붙이죠. 젠타는 그냥 사람이 착합니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죠. 그리고 바위게들도 젠타와 같은 생각입니다.

바위게가 QWER을 규정하는 하나의 존재이듯, QWER 또한 바위게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죠. 시요밍의 편지글처럼, QWER과 바위게는 무수히 남은 제 인생의 페이지를 같이 써내려가 주고 있으니까요.

젠타야, 바위게의 삶 속에서 너는 떼낼 수 없는 존재야. 단순히 기쁨을 줘서가 아니야. '노력의 악마'인 너의 성장 서사는 다른 바위게들에게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되거든.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잭 니콜슨 대사와 똑같아. 젠타는 바위게들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 연인이 아니라,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일으키지. 이 정도면 헬렌 헌터의 말처럼 '젠타 생애 최고의 칭찬'이 될 수 있을까. 앞으로도 볼 날이 많으니, 더한 '최고의 칭찬'은 아껴 두도록 할게.


2025년 10월 3일부터 시작된 QWER의 월드투어는 2026년 3월 22일 서울 마지막 앵콜 콘서트를 끝으로 성대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청춘서약> 및 <불꽃놀이>가 대미를 장식했죠. 바위게들은 새 앨범인 <세레모니>의 한 소절이라도 스포일러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상황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또 모릅니다. 지나고 나서 보면, 항상 스포가 있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QWER의 귀국 후 여러 해프닝을 담은 VCR의 배경 음악이 굉장히 락킹하고 신났는데, 타이틀곡이나 수록곡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이 외에 금요일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VCR 마지막 부분은 약간씩 내용이 달랐다고 합니다. 금요일에는 화환이, 토요일에는 학사모가, 그리고 일요일에는 폭죽이 등장했죠. 모두 인생에서 한 번쯤 거칠 일들, 그 가운데에서도 기쁨이 가득한 세레모니(의례)와 연관이 됩니다. 그녀들의 나이와도 잘 맞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느낌이 좋습니다.

학사모를 던지며 졸업하고 세상에 나가는 새내기들을 응원하는 곡, 취업을 앞두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힘이 되는 곡 등이 상상됩니다. 월드투어 엔딩곡이었던 <불꽃놀이>와 짝을 이룰 폭죽 노래도 떠오르고요. 폭죽 하면 여름, 여름 하면 마츠리(축제)죠. QWER이 참여했던 한일 페스티벌 [원더리벳 2024], 그날의 헤드라이너인 유우리의 엔딩 곡이었던 <빌리밀리언> 하이라이트인 "간바레(힘내라)!"가 귓가에 울려오네요. 이른바 '국민 응원곡'의 탄생입니다.

QWER의 바로 전 앨범 타이틀곡은 애절한 락발라드인 <눈물참기>였습니다.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소신발언하자면, 한여름인 6월에 슬픈 발라드곡을 내서 지난 타이틀곡에 버금가는 성적을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대중음악은 계절을 타거든요. 섬머퀸이나 여름 노래 메들리 등의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죠.

새로 나올 앨범 타이틀인 <세레모니>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QWER 앨범인 <마니또>와 마찬가지로, 뭔가 감성적이면서도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입니다. 이 타이틀을 달고 나온 대표곡이 슬프지는 않겠죠. 아직까지는 <고민중독>이나 <내이름맑음>과 같은 곡이 타이틀로 더 나와주었으면 하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실제 대중들이 QWER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또한 <고민중독>이 주는 청춘과 낭만, 희망과 벅차오름이죠. 하늘로 날아오르는 화환과 학사모, 그리고 폭죽이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뭔가 엄정화의 <페스티벌>이 떠오르면서 벌써부터 어깨가 들썩들썩하네요. 그냥 책장에다 셀프 슬램 한 번 한 뒤, 글쓰기를 이어가야 겠습니다.


모든 무대가 막을 내렸고 이제는 퇴장시간이었지만, <디스코드>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바위게들은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공연을 시작한 지 2시간 반밖에 지나지 않았고 이제 슬슬 몸이 풀리는데 귀가하라고요? 지금 장난합니까? 아니나 다를까, <고민중독>이 시작되자마자, A-B-C-D 모든 구역의 바위게들은 숙련된 조교 바위게들의 안내에 따라 슬램 대형을 취했습니다. 거리를 두고서 둥글게 둘러선 그들은 클라이맥스 부분이 터져 나오자, 중앙으로 힘껏 달려가 황소처럼 몸을 부딪혔습니다. <고민중독>에는 총 3번의 슬램 타임이 있죠. 당시 콘서트홀에 있었던 김계란 사쵸 및 보컬 선생님 등 많은 이들이 슬램 장면을 촬영해서 자신의 SNS에 공유했습니다. 공연장 전 구역에서 각각 슬램이 펼쳐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A구역 뒤쪽에서는 공연 중간에서부터 이미 바위게들이 강강술래를 도는 등, 자기들끼리 신나게 즐기고 있었습니다. A-154에 있었던 저는 '아뿔싸, 나도 저 쪽에 있었어야 했는데'라고 순간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멤버들의 편지 낭독을 듣고서 눈물을 흘리는 경험은 하지 못했겠죠. 어디에 있어도 'QWER Experience'는 값지며, 앞으로 또 더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겠죠.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QWER 앵콜 콘서트가 끝났고, 공연장을 빠져나온 바위게들은 다시 올림픽공원 편의점 주변에 슬금슬금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귀가한다니 안 될 말이죠. 사람이 그렇게 정이 없어서야 어디 되겠습니까. 지난 3일 동안 QWER이 얼마나 예쁘고 대단했는지, 장시간에 걸친 토론을 해야 끝이 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QWER 팬덤 바위게의 뒤풀이 문화는 이미 지역 상인들에게도 알려져 있었습니다. 작년 10월 초, 저를 비롯한 다수의 바위게들은 QWER 공연이 끝난 뒤 올림픽공원 맞은편 올림픽프라자 상가에 소재한 '디디치킨'에서 뒤풀이를 했죠. 그 당시 텅 빈 상가 광장에서 바위게들끼리 슬램을 했는데, 디디치킨 주인장은 이 괴짜들을 눈여겨보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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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3월 20일 앵콜 콘서트 첫날, '디디치킨'은 아예 QWER 메들리를 틀어 놓고 야외 테이블을 세팅해 놓은 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상가 건물에 치킨 매장이 하나가 아니었습니다만, 바위게들이 어찌 다른 곳을 찾겠습니까! 그래서 바위게들은 20일은 물론 22일에도 디디치킨을 찾았습니다.

스무 명이 넘는 바위게들이 일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자리했고, 갈수록 인원이 추가되었습니다. 우리는 "QWER 화이팅! 세레모니 화이팅!"을 외치며, 뒤풀이에 들어갔습니다. 평소 공연장에서 반갑게 인사하지만 장시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던 바위게들을 이곳에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QWER 메들리에 맞춰 간간히 소리를 높이다가, 최근 '바위게 밴드'가 내놓은 <들여쓰기>를 틀어달라고 주인장께 요청했습니다. QWER 팬덤 바위게는 최근 '바위게 밴드'를 결성해서 음원까지 멜론 등 주요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 등록했습니다. 작사와 작곡 및 편곡, 앨범 아트까지 모두 팬들이 담당했죠. 이제 QWER 노래를 부르다 못해, QWER 팬덤이 내놓은 팬송까지 BGM으로 틀어버리는 바위게! 이 맛에 QWER 덕질을 못 끊습니다.

저녁 9시가 넘어, 이제 1차를 마무리해야 할 때입니다. 대다수 바위게들은 2차로 향하지만, 월요일 아침 일정이 있는 저를 비롯한 몇 명의 바위게는 이제 귀가할 때이죠. 우르르 걸어가던 바위게들은 지하철역을 앞두고,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원! 투! QWER"을 외치기로 했습니다. 다만 선창자인 제가 슬램 중독자라, 슬램을 하면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지하철역 근처를 배회하는 수많은 NCT 중국 소녀 팬들 앞에서, 아재 바위게들은 거칠게 몸뚱이를 박은 뒤 양산박 영웅들처럼 호쾌하게 웃으며 제 갈 길을 갔습니다. 케이팝 아이돌 팬덤을 대상으로 한 <피지컬 100>이 기획된다면, 우리 팬덤은 최소 결승까지 무조건 갈 자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같은 장소에 있었으나 뵙지 못했던, 그러나 큐떱툰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알게 된 한 가족의 사진을 여기에 싣고서 마치고자 합니다. 정신없던 월요일 저녁, 앵콜 콘서트 후기를 쓰기 위해 앉았다가 큐떱툰 님의 이번 작품을 보고 그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QWER을 이렇게나 사랑해 주시는 바위게님, 그리고 환우 가족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런 소중한 사연을 만화로 옮겨 주신 큐떱툰 작가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콘서트 때 울고 나서 다음 날 다시 몇 분 동안 계속 눈물을 흘린 적은 처음입니다. QWER 유니버스는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놀이터이지만, 이처럼 가슴 뭉클한 곳이기도 한가 봅니다. 이 좁고 거친 지구별 위에서 서로 달리 여행 중인 우리들. QWER이라는 인연으로 이렇게 닿았으니, 서로에게 조금씩만 더 친절하고 조금씩만 더 온기와 기쁨을 전하는 건 어떨까요. 미움을 품고 살기에는 삶이 너무 짧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그리고 QWER, 오카에리(おかえ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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