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티 스트릿의 사례로 보는 '극강의 귀여움'의 치명적 매력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지난 2026년 3월 26일 목요일,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에서는 일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일본의 '아소비 시스템'이라는 중소 연예기획사가 진행하는 '카와이 랩(카와라보)' 프로젝트에 속한 8인조 아이돌 '큐티 스트릿'이 출연했는데요. 8가지 빛깔 컵케이크 같은 무대의상을 갖춘 귀요미들은 대표곡인 <귀엽기만 하면 안 되나요?(かわいいだけじゃだめですか)>를 한국어로 불러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화제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무대가 방송된 지 일주일이 지난 4월 3일 금요일 오전 6시 현재, 조회수는 510만 회를 넘겼고 댓글 또한 2만 개에 육박합니다. 2026년 1/4분기 동안 엠카운트다운 무대 영상 가운데 8일 만에 이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한 경우는 드뭅니다. 물론 한국 음악 시장에 관심이 없는 분들께는 아프리카 음악 시장만큼이나 먼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포화 상태로 여겨졌던 케이팝 시장에 매우 큰 파이가 아직도 남아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anKhmeCl-s&list=RDaanKhmeCl-s&start_radio=1
2026년 현재, 대한민국과 전 세계를 아우르는 케이팝 시장은 레드 오션이라고 여겨집니다. 수많은 아이돌 팀들이 데뷔하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며, 글로벌 팬덤 확장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글로벌 팬덤 또한 이미 BTS나 블랙핑크, 세븐틴이나 스트레이키즈 등 기라성 같은 기존 그룹들이 대부분의 파이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경제가 갈수록 침체되는 가운데, 공연 티켓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제 나의 '오시(推し, 최애)'를 덕질하는 것만 해도 벅찬 케이팝 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미성년자나 미취업 대학생이 팬의 다수를 차지하는 아이돌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욱 좋지 않습니다. 덕질이 가장 즐거운 취미라 끊을 수는 없지만, 신생 아이돌을 추가로 덕질하는 데는 비용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게 되지요. 이 때문에 새로 데뷔하는 아이돌들은 갈수록 살아남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회가 없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케이팝 시장은 너무나 놀랍게도, 엄청나게 큰 팬시장을 송두리째 유기하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왜곡된 케이팝 시장이 의도적으로 방기한 그 두 시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남성 시장' 그리고 '귀여움 시장'.
인류의 반이 '남성'이라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세계 인구가 80억이 넘었으니, 적어도 40억은 남성이겠죠. 하지만 21세기 케이팝 시장은 남성보다는 여성 팬들을 확보하는 데에만 집중했습니다. 왜냐하면 '여성들만 케이팝에 돈을 쓴다'는 명제를 절대 진리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명제는 케이팝의 스타일 자체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쉽게 말해, 케이팝은 '여성향'입니다. 남자 아이돌은 여성 팬들의 취향에 맞는 음악과 외모, 스타일로 기획되며, 여자 아이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프로미스나인'을 비롯한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 대한민국 여자 아이돌은 여성 팬들이 원하는 음악과 스타일에 주력합니다.
그리고 그 자체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여성향 아이돌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을 경우,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아이돌이 그만큼 많이 배출되면 되는 것이 시장의 논리니까요. 하지만 수십 년 동안 그런 트렌드가 이어지는 가운데 비슷한 스타일의 음악과 외모 그리고 안무 등을 내세우는 아이돌 그룹이 속출했으며, 그런 스타일을 고집하는 여성향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에도 인류의 반인 남성 시장은 여전히 고려 대상조차 되지 못했죠. 케이팝 연예기획사들이 시대의 트렌드를 읽는데 게을렀기 때문입니다.
삼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한 때가 2011년 경입니다. 이미 그로부터 15년이 지났죠.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그와 같은 '삼포' 트렌드는 대한민국에서 점차 심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물론이요 남성 또한 연애나 결혼보다는 '자기계발'과 '취미' 두 곳에 힘쓰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경제성장률이 10%를 넘나드는 시대를 살았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그들은 '저성장사회' 또는 '제로성장사회'를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계발을 통해 본업에서 돈을 충실히 벌고, 취미를 통해 본업을 제외한 삶의 영역에서 기쁨과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남성들도 연애나 결혼 대신 다양한 취미에 돈을 쓰기 시작했죠. 심지어 유부남 또한 '자녀 학원비 벌어오는 기계'에서 자기만의 다양한 취미에 돈을 쓰는 개인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케이팝 아이돌이나 뮤지션이 나오기만 한다면, 남성들 또한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10대나 미취업 대학생이 아닌) 직장인 남성들은 케이팝 기획사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구매력을 갖춘 '고래 유저'들이었습니다. 물론 리니지 게임만큼 돈을 쏟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10대 여고생보다는 지갑이 넉넉한 것이 사실이었죠. 하지만 여성 고객에게만 집중하던 케이팝 연예기획사들에게, 이와 같은 자명한 사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2023년 중순부터 데뷔 준비 다큐멘터리를 통해 팬을 모으고 2023년 10월 18일에 데뷔한 QWER은 바로 케이팝 시장에서 소외되었던 남성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여성향 케이팝 아이돌 대신, QWER은 남성팬들이 많은 밴드 시장에서 걸밴드로 데뷔했습니다. 그러나 QWER은 한 줌에 불과한 기존의 밴드 시장을 노린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녀들은 '구매력이 있는 남성 시장'을 완전히 새로 창출했습니다. 기존의 케이팝 시장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이었죠. 그리고 2024년 내내 '군대 위문 공연'을 통해 QWER을 성인 남성들에게 끊임없이 홍보했던 기획자 김계란의 의도는 100%를 넘어 1,000% 적중했습니다.
2026년 현재 QWER의 코어 팬덤은 여전히 '남초'이며, 성인 남성들은 결코 앨범과 음원을 많이 구입하는 데에만 돈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아이돌이 음원 차트나 음악 방송에서 높은 순위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 이외에도 돈을 썼습니다. 이 때문에 팬덤이 그렇게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QWER은 현대면세점이나 우리은행 틴틴카드 등 굵직한 광고를 수없이 따냈는데, 그런 대형 광고주들은 결코 자선사업단체가 아닙니다. 실제로 QWER 팬덤 바위게는 와인과 게임, 의류와 음료 등 각종 협업 이벤트에서 높은 구매력을 보였습니다.
'케이팝 시장에서 남자는 돈을 안 쓴다'는 공식은 이로써 완전히 깨졌습니다. 남성들이 평균적으로 돈을 '적게' 쓸 수는 있으나 '안' 쓴다는 말은 잘못되었으며, 오히려 2020년대의 남성 고객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곳에 돈을 쓸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QWER이 이 점을 여실히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2026년 4월 현재 케이팝 시장에서 남초 코어 팬덤을 지닌 뮤지션은 QWER과 프로미스나인 등 단 2팀이라고 저는 봅니다. 연예기획사들의 사고 전환이 절실한 때이지요. 케이팝 시장은 포화 상태가 아닙니다. 여성향 시장만 포화 상태일 따름이지요.
한편 '남성 시장'과 함께, 케이팝 시장에서 유기된 또 다른 거대한 시장이 바로 '귀여움 시장'입니다. 케이팝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무대 위에서 '귀여움'이 아닌 '멋짐'을 보여줍니다. 물론 무대 밖 그들의 모습은 많은 경우 귀엽습니다. 그래야만 무대 위 '멋있음'과 무대 밖 '귀여움' 사이에 갭이 생겨, 더욱 큰 매력이 발산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BTS나 세븐틴과 같은 남성 아이돌은 물론이요, 블랙핑크나 에스파와 같은 여성 아이돌 또한 '귀여움' 보다는 '멋짐'에 초점을 둡니다.
물론 '멋짐' 자체에 문제가 있을 리 없습니다. 문제는 앞선 '남성 시장'의 경우와 같습니다. '귀여움'에 대한 엄청난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멋진' 언니 오빠들만 존재한다는 점이죠.
이 때문에 2024년 '아일릿'의 데뷔는 센세이션 그 자체였습니다. 그녀들은 2020년 대 케이팝 아이돌 최초로 '귀여움'을 콘셉트 중 하나로 도입한 팀이기 때문입니다. 아일릿의 메인 콘셉트는 '마법소녀'이며, 그녀들은 '멋짐'을 추구하는 케이팝 아이돌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일릿은 일본식 '카와이(かわいい, 귀여움)'를 한국식으로 승화함으로써, 제이팝과 케이팝 양쪽 시장을 모두 공략하고자 했습니다. 5명의 멤버 중 2명이 일본인이었는데, 그녀들은 아일릿의 콘셉트를 잘 이해했으며 멋지게 소화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아일릿은 한일 양국 10대 소녀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었으며, 데뷔년인 2024년과 25년 2년 연속으로 '홍백가합전'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잘 모르는 이들은 소속사가 하이브이기에 가능했다고 폄하하지만, 일본 최고의 프로그램인 '홍백가합전'은 소속사의 힘만으로 출연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일본 내에서 아일릿의 인기는 그만큼 대단하며, 기획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또한 케이팝 시장에서도 '귀여움'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을 보여줬죠.
하지만 '귀여움'이라는 시장은 거대한 반면에, 아일릿과 같은 아이돌은 케이팝 신에 오직 한 팀뿐이죠. '멋짐'을 추구하는 케이팝 아이돌들은 붕어빵을 찍어내듯 끊임없이 데뷔했고, '귀여움'이라는 거대 시장을 텅 비워둔 채 '멋짐'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이팝(J-POP) 및 <프리파라> <아이엠스타! 꿈의 오디션!> <최애의 아이> 등 일본 아이돌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한국 젊은 층들은 과거와 달리 일본 아이돌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2020년대 들어 일본의 '여자 아이돌'은 그들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습니다. 음악의 다양성만큼은 미국을 넘어 세계 최고인 일본의 경우, 리본과 프릴을 잔뜩 단 '공주님'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여자 아이돌은 이제 그 자체가 수십 년 된 하나의 장르이자 트렌드입니다. 말하자면 그런 스타일의 음악과 춤을 요구하는 팬 층이 그 시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기에, 그런 장르가 꾸준히 살아남아 발전하는 것이겠지요. 케이팝 아이돌과 비교하며 실력만을 문제 삼으면,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이번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큐티 스트릿'의 경우, '극강의 귀여움'을 정체성으로 삼습니다. 그녀들의 노래에는 '귀여움'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으며, 그녀들은 마치 헬로키티처럼 오직 '귀여움'이라는 단일 목표 아래 멜로디와 가사, 의상과 안무, 헤어와 메이크업, 그리고 평소 무대 밖 모습을 통일시켰습니다.
2026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이와 같은 정체성을 지닌 케이팝 아이돌이 단 한 팀도 없습니다. 아일릿도 이와는 다른 콘셉트입니다. 왜냐하면 아일릿은 '몽환적인 마법소녀'가 주된 정체성이며, 어디까지나 '멋진' 케이팝 아이돌이기 때문입니다. 메이저 케이팝 아이돌은 저와 같이 극강의 귀여움을 추구하기보다는, '마법소녀'라는 멋진 정체성에 귀여움을 더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아래는 아일릿과 큐티 스트릿이 함께 한 영상입니다. 4명 모두 개인적으로 귀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큐티 스트릿이 '극강의 귀여움'이라는 콘셉트를 위해 전문적으로 기획되었으며, 큐티 스트릿 멤버들의 키나 체격, 외모나 의상 등 모든 것이 '극강의 귀여움'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아일릿과 다른 콘셉트라는 점을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oMSFzDpsHGE
'귀여움'이 지닌 무시무시한 힘과 호소력 그리고 단결력은 2만 개에 달하는 '큐티 스트릿' 한국 음악방송 출연 영상 댓글에서 잘 볼 수 있습니다. 흔히 '멋짐'이나 '예쁨' '잘생김'은 질투와 비교의 대상이 됩니다. "우리 오빠가 더 잘생겼어", "너네 언니는 못생겼어!" 등의 외모 평가는 케이팝 아이돌이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잔인한 시험대입니다. 물론 그런 외모 평가에 공정성이나 객관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팝 아이돌을 향한 질투 섞인 외모 평가는 예나 지금이나 줄어든 적이 없습니다.
반면에 '극강의 귀여움'은 이런 비교와 질투에서 훌쩍 벗어나 있습니다. 뭔가 미치도록 귀여운 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어느새 완전히 무장해제되어 바보처럼 웃고 있습니다. 귀여움 앞에서 남녀 대결이나 한일 갈등은 잠시 물러납니다. 국적이나 성별, 그 외 요소들은 극강의 귀여움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귀여움은 '기쁨'과 '위안'을 동시에 제공하는 최상의 힐링제이기도 합니다. 흔히 요가나 명상을 하면 위안과 평화를 얻는다고 하죠. 하지만 많은 경우, 요가나 명상은 기쁨을 주지는 못하며 오히려 사람들과의 교류를 피해 자꾸 혼자 있고자 하는 성향으로 개인을 몰고 가기도 합니다. 반면에 기쁨만을 추구하는 '도파민 장사'는 도파민 중독자들의 뇌와 육체를 갉아먹죠. 이 때문에, 기쁨과 위안을 동시에 제공하면서도 전혀 우리를 해치지 않는 '귀여움'이야말로 '무해함' 그 자체입니다.
'큐티 스트릿' 영상의 한글 댓글에는 '무해하다' '한국에는 없는 귀여움이다' '내가 이런 스타일의 아이돌을 좋아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등의 내용이 쏟아집니다. 한국과 일본의 네티즌들이 서로 칭찬하기에 바쁩니다. 일본 네티즌들은 한국의 음악방송이 뛰어난 촬영 기술로 '큐티 스트릿'을 예쁘게 찍어주었다며 끊임없이 감사합니다. 한국 네티즌들은 케이팝 신에 존재하지 않았던 귀여움을 선사해 주어서 고맙다고 답합니다. 사실 '귀여움'에는 국적이 없습니다. 케이팝 시장에서만 귀여움이 배제되어 있었을 따름이지요.
그런데 매우 흥미롭게도, 2026년 현재 케이팝 신에서 극강의 귀여움을 수많은 무대에서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케이팝 뮤지션이 아일릿 이외에도 있습니다! 여기서 '전문적인 귀여움'이란, 단순히 '우리 언니 너무 귀여워요!' 등의 개인적 호감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아이돌 개개인의 외모나 말투, 표정 등이 마냥 귀엽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컨대 아이브의 막내 '이서'는 외모와 말투 성격 등 모든 것이 너무나 귀엽죠. 하지만 아이브의 히트곡인 <I AM>은 '귀여움'을 목표로 한 곡이 아니며, 이서는 <I AM> 무대에서 (귀여움이 아닌) '멋짐'을 연출하는 케이팝 아이돌입니다.
그렇다면 '귀여움'을 정체성으로 삼은 곡으로 '전문적인 귀여움'을 공연하는 케이팝 뮤지션은 누가 있을까요? 한국에서는 바로 QWER이 '전문적인 귀여움'을 공연하는 대표 주자입니다. 댄스 아이돌이 아닌 걸밴드가 '전문적인 귀여움'을 공연한다는 점이 더욱 놀랍죠. 사실 일본 애니메이션 성우 출신 걸밴드가 '전문적인 귀여움'을 공연하는 경우는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역시 QWER이 시조새죠.
물론 QWER은 (큐티 스트릿과는 달리) 극강의 귀여움을 '팀 아이덴티티'로 삼거나 1시간이 넘는 단독 콘서트의 모든 무대를 귀여움으로 초토화시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소다>나 <행복해져라>, <검색어는 QWER>은 오늘날 케이팝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방식으로 '귀여움' 그 자체를 춤추고 노래합니다.
QWER이 '전문적인 귀여움'을 프로페셔널하게 소화하는 데 기여하는 1등 공신은 기타리스트 히나입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I6u2w8JTbKQ
QWER의 음악을 총괄하는 이동혁 PD는 히나의 '미취학 아동 목소리'와 '순수 얼굴 재능으로 틱톡 구독자 400만 명을 달성한 울트라 귀여움'을 100% 활용하여 <소다>라는 '극강의 귀여움 곡'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코스프레 1황'이자 '자칭 씹덕'인 냥뇽녕냥 히나는 틱톡이나 인스타 인플루언서들이 흔히 사용하는 손가락 안무를 도입해 귀여움을 치사량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히나 본인의 귀여움이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QWER 음악 팀이 히나를 비롯한 QWER 멤버들의 외모와 목소리, 캐릭터 등을 적극 활용해서 '전문적인 귀여움'을 창출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QWER은 다양한 성격의 음악 라인을 구축한 상태입니다. '대낮의 벅차오름' 라인은 <고민중독> <메아리> <디데이> 등이 있습니다. '초저녁이나 한밤의 벅차오름' 라인은 <대관람차>나 <불꽃놀이>가 있죠. 그리고 '극강의 귀여움' 라인은 <소다>나 <행복해져라> <검색어는 QWER>이 있습니다.
또한 타이틀곡이나 수록곡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고로 '극강의 귀여움'을 주제로 삼아 극강의 귀여움을 보여준 QWER의 곡이 있습니다. 바로 라이엇 게임즈와 QWER이 협업한 '동물 특공대' 테마송인 <애니마 파워>죠. 이 노래의 가사는 "자자 여길 주목해 봐요, 소란은 거기까지. 화가 난 마음들을 녹이는 '귀여움'을 한 방울"으로 시작해, "이게 우리 real power, cute!"로 끝납니다. 보컬 톤이나 안무 또한 '극강의 귀여움'을 목표로 설계되었죠. 냉철한 프로게이머인 바이퍼 또한 극강의 귀여움 앞에서는 '수줍게 춤추는 한 남자'에 불과합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sbgUCiUrD3E
물론 QWER 방식의 '극강의 귀여움'은 큐티 스트릿과는 다릅니다. '귀여움'이라는 단어를 가사에 쏟아 넣지 않으며, 깜찍한 공주님 드레스를 입지도 않았죠. 하지만 '멋짐'이 주류를 이루다 못해 획일화의 분위기마저 감도는 케이팝 시장에 '귀여움'을 정체성으로 삼은 곡을 들고 나와 '전문적인 귀여움'을 퍼포먼스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2026년 케이팝 시장에는 '전문적인 귀여움'을 주제로 삼아 '귀여움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앞둔 QWER은 '귀여움 강국'인 일본에서 이와 같은 '전문적 귀여움'을 십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2026년 3월 말, 귀여움 전문가인 '큐티 스트릿'은 '멋짐'으로 도배된 나머지 뻔해져 버린 케이팝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귀여움에 목마른 케이팝 팬이 이처럼 대규모로 존재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죠. '카메라를 노려보며 격렬한 칼군무를 통해 멋짐을 뽐내는' 전형적인 케이팝이 아닌 다른 스타일의 음악에 대한 수요가 거대하다는 사실이 명백해졌습니다.
사실 QWER은 그 콘셉트 자체가 너무도 혁명적이라, 그녀들이 '전문적인 귀여움'을 공연하는 보기 드문 케이팝 뮤지션이라는 사실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케이팝 댄스 아이돌도 아니고 20세기 영미 스타일의 밴드도 아닌, 21세기 일본 여고생 밴드 스타일에 케이팝 아이돌을 섞은 걸밴드인 QWER. 그녀들 이전에는 이런 스타일의 뮤지션 자체가 케이팝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무엇 하나 케이팝 최초가 아닌 경우가 없는 QWER의 다면적 독창성은 아직까지도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녀들이 '전문적인 귀여움'을 공연하는 프로페셔널이라는 점 또한 아직까지는 대중에게 알려진 바가 없죠.
QWER 4인 멤버의 개인적인 매력과 출중한 재능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QWER은 도대체 얼마나 다양한 독창성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팀일까요? 정말 파고 또 파도 끊임없이 나오는 '케이팝 최초의 00'이 끝을 모르고 이어집니다. 그러나 다른 누가 QWER이 지닌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면모를 파헤치는데 시간을 쓰겠습니까? 이런 '남다름'을 찾아내는 데 유별난 취미를 지닌 제가 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QWER을 분석하는 작업에는 '학문적 즐거움'이 있습니다. QWER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며, QWER을 통해 2020년대 한국 문화의 변화 양상을 가늠할 수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앞으로도 저는 QWER 덕질하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귀여움'이 대세입니다.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작가인 강승혜가 지적했듯이, 이제 사람들은 '귀여워서 삽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한국인들의 가방에 귀여운 키링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가챠 샵'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현실을 보고서도, '귀여움을 전문으로 하는 아이돌'을 기획하지 않는 연예기획사 직원들! 먼저 자신의 가방에 '귀여운' 인형들이 걸을 때마다 덩실덩실 춤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사람 마음은 다 똑같으며, '귀여움'은 시대 정신이니까요.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