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츠웨이브의 하기와, 행복을 전하는 드럼 인플루언서

영웅 서사를 통한 데뷔로 한국에 감동을 선사한 일본인 뮤지션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2020년대 한일 문화 교류를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저의 취미인데요. 현실과 애니메이션 속의 밴드 덕질로 본격적인 스타트를 끊었는지라, 아무래도 저는 밴드 음악에 관심이 많습니다. 2020년대 들어, 댄스 아이돌 음악에 치우쳤던 한국 음악 시장에 밴드 음악이 '공연 시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지분을 넓히고 있습니다. 물론 '느릿느릿 그리고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변화이며, 밴드 음악 시장이 어차피 댄스 음악 시장보다 커지기란 어렵습니다. 다만 댄스 아이돌 음악에 심각하게 치우친 한국 음악 시장이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흐름은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이런 가운데 2026년 4월 8일(수) 저녁 6시, 드디어 <스틸하트클럽>이라는 밴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남성 5인조 밴드 '하츠웨이브'가 데뷔 앨범을 공개했습니다. 리안(보컬), 윤영준(키보드), 데인(베이스), 케이텐(기타), 하기와(드럼) 등 5명은 케이팝 뮤지션답게 빼어난 외모를 지녔으며, 서바이벌 오디션 최종 생존자이기에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었습니다. 타이틀곡인 <나인틴(Nineteen)>은 청춘의 싱그러움을 담은, 여심을 저격하는 맞춤형 곡입니다. 그 외 수록곡들도 사랑과 관련되었으며, 가사의 상당수가 외국어인지라 케이팝 아이돌 스타일을 택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한편 하츠웨이브는 한국인 3명과 일본인 2명으로 구성되어 조합이 완벽합니다. 일단 한국인 3명의 경우, '밴드 제국'이자 K-꽃미남 뮤지션에 호의적인 일본의 케이팝 시장을 공략하기에 적합합니다. 또한 제이팝 붐이 일고 있는 한국 음악 시장에서, 일본인 멤버인 케이텐(기타)과 하기와(드럼)의 포지션 및 캐릭터가 정말 뛰어납니다. 한 마디로 한일 양국의 거대 음악 시장 모두를 공략할 수 있는 구성이죠.

일본 최고의 프로그램인 <홍백가합전>에 데뷔 이후 2년 연속 출연 중인 '아일릿'의 멤버 구성은 '한국인 3명+일본인 2명'입니다. 북미권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르세라핌'의 멤버 구성 또한 '한국인 3명+일본인 2명'입니다. 케이팝 뮤지션이기에 한국인 숫자가 조금 더 많지만, 일본인 숫자까지 비등하게 고려해서 만든 황금 비율이 아닐까 합니다.

선배 밴드인 씨엔블루와 에프티아일랜드가 2025년에 각각 일본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것을 보면, '밴드 제국'인 일본에서 한국 후배 밴드의 성공 또한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트와이스의 미사모(미나, 사나, 모모)처럼 다수의 일본인 멤버가 있기에, 성공 가능성을 좀 더 높게 점 쳐 봅니다. 데뷔곡인 <나인틴>은 일본어 가사까지 포함되어 있어, 소속사가 겨냥한 시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다만 놀랍게도 데뷔 뮤직비디오 댓글창은 한국어도 일본어도 아닌 영어로 가득 찼습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현상인데, 소속사는 하츠웨이브가 타겟으로 삼아야 할 마켓이 어느 지역이며 규모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조사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네요. 팬덤 동향 파악은 소속사의 필수 덕목이죠.


원래 다수 멤버의 아이돌이나 밴드에 흥미를 느꼈을 때, 모든 멤버에게 동일한 관심을 주기란 어렵습니다. 어떤 한 멤버에게 꽂힌 뒤, 회전문이 돌면서 모든 멤버들을 애정하게 되지요. 저의 경우 '(현대판) 영웅 서사'를 대단히 좋아하는데, 그런 점에서 하츠웨이브의 막내인 하기와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하기와에 대해 짧게 생각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본디 '영웅 서사'는 고대 그리스 영웅을 비롯한 동서고금의 여러 신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이야기 구조입니다. 이는 크리스토퍼 보글러라는 헐리우드 시나리오 작가에 의해, '영웅의 여정 12단계'로 정리되었고, 그 뒤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도와 개성에 맞게 수정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픽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타워즈나 록키 등의 영화에서 숱하게 반복되어, 사실 새로울 것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개이기에, 오늘날에도 '영웅의 여정'은 여전히 인기가 높습니다.

제가 정리한 '현대판 영웅의 여정'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무한한 잠재성을 지닌 주인공은 반복되는 일상과는 다른 새로운 변화를 꿈꿉니다. 하지만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는 것은 많은 리스크를 요구하기 때문에, 주인공은 한동안 망설입니다. 그러다 결정적인 계기가 있어, 주인공은 일상을 벗어나 모험을 떠납니다. 그 모험에서는 숱한 고난과 역경의 단계들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단계별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며, 마지막에는 '최종 보스' 또는 '파이널 스테이지'를 만나게 됩니다. 결국 주인공은 파이널 스테이지마저 클리어하며, 원하던 목표를 달성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며 반복됩니다.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를 보신 분이라면, 명작 애니나 게임은 모두 이런 '영웅의 여정'을 따른다는 점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s49lh8-aod4

저는 하기와가 밴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스틸하트클럽>에서 드럼 포지션 1위를 한 영상을 통해 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영웅의 여정'에서 결론부터 알게 되었으니 김이 빠졌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가면을 쓰고 목소리를 변조했으며 한국말도 거의 하지 못하는 일본인 드러머가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으며, 시상식에서 눈물까지 흘렸으니까요. 그가 변조된 목소리로 흐느끼는 광경은 저에게 묘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의 포부를 듣고 난 뒤, 저는 하기와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1위 소감 및 포부를 말하는 자리에서 참가자 및 최종 밴드 선발자 전원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거든요.

"앞으로 하기와는 이 하츠웨이브에서 전 세계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드러머로서, 하츠웨이브에서 마음껏 즐거운 드럼 연주를 보여줄 것이니까, 잘 부탁해!"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 숱하게 반복되는 이와 같은 자세를 저는 정말 좋아합니다. 하기와는 절대 "나는 세계 1등 드러머가 될 거야!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성적을 달성할거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말합니다. 자신은 전 세계를 행복하게 해 주는 드러머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 즐거운 드럼 연주를 보여줄 예정이다.

제가 아는 어떤 유명 드러머도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행복을 전하는 드러머', '즐거운 드럼 연주' 등의 표현은 레드 제플린이나 딥 퍼플, 메탈리카나 메가데스, 너바나나 건즈앤로지스 음악을 듣고 자란 제게는 정말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기쁘게 했죠.

물론 하기와의 방식이 모든 드러머가 따라야 할 정답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이유로 음악을 하고 드럼을 치는 사람들이 많죠.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세상에 행복을 전하기 위해 즐겁게 드럼을 친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마음가짐은 일본인의 경우가 아니고서는 참으로 접하기 어렵더군요. 대한민국의 목표지상주의와 무한경쟁에 진절머리가 난 저 같은 사람이 딱 좋아하는 마인드죠. 아마 작금의 10대와 20대 또한 이런 마인드셋을 선호할 겁니다.


하기와는 '드럼 인플루언서'로서 예전에도 꽤 유명했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 뮤지션의 음악을 많이 커버했는데, 빅뱅의 노래를 커버한 영상들이 잘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잠재적 영웅의 자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그에게는 보다 큰 무대로 나가고 싶은 욕구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한국 서바이벌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았겠죠. 오디션 참가 전부터 높은 인지도와 다수의 팬을 확보한 하기와가 순위 경쟁에서 뒤쳐질 경우, 그는 잃을 것이 많으니까요.

게다가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항상 뒷말이 많은 곳이고, 순위를 평가하는 한국 팬들이 자국 출신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겠죠. 하기와처럼 얼굴과 목소리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한국어조차 되지 않은 일본인이라면, 그 조건이 결코 유리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오디션 초반에는 인지도가 있으니 인기가 있겠지만, 최종 라운드로 가면 갈수록 불리해지기 좋은 상황이었죠.

그러나 하기와는 라운드가 진행되어도 그 인기가 식기는커녕 오히려 폭발했습니다. <스틸하트클럽>을 하기와가 먹여 살린다는 내용의 댓글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승부수를 던진 영웅은 일상을 벗어나 한국으로 모험을 떠났으며, 온갖 역경을 거치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갔고, 최종 라운드에 이르렀습니다.

<스틸하트클럽> 비디오클립을 본 제 소감은 간단했습니다. 하기와는 타고난 엔터테이너이자 스타입니다. 일단 '드럼 인플루언서'라는 낯선 타이틀도 창의적이며, 그는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끼가 넘칩니다. 이런 끼는 절대 배워서 얻을 수 없습니다. 끼를 배워서 얻을 수만 있다면, 잠을 줄여가며 연습에 몰두하는 아이돌 연습생 전부 끼가 철철 넘치겠죠. 하지만 연예계는 냉정한 곳이며, 서바이벌 오디션은 예비 스타를 뽑는 곳입니다.

저는 하기와의 드럼 실력을 평가할 음악적 식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하기와가 참가자 누구보다 시청자의 눈길을 끌며, 캐릭터가 확실하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죠. <스틸하트클럽>은 세션 연주자가 아닌 미래의 스타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며, 스타란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인재를 뜻합니다. 하기와는 타고난 끼나 스타성 모두 참가자 가운데 탑티어에 속했습니다.

그런 그의 마지막 반전은 바로 '1위 소감을 말하며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너무나 장난끼가 넘치고 밝았던 하기와인지라, 발표 소감마저도 평소처럼 즐겁게 할 것으로 팬들은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기와는 눈물을 쏟음으로써 그가 얼마나 간절히 이 순간을 원했으며, 그 목표를 달성한 것에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스틸하트클럽>을 끝까지 지켜본 팬들은 하기와의 진심에 감동했고, 그동안 서로 다른 후보자를 육성하며 경쟁하는 과정에서 쌓였던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하츠웨이브 5인과 함께 걷기로 약속했습니다. 여기에서도 하기와의 스타성이 또 한 번 빛났습니다.

비록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인지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스틸하트클럽>은 이렇게 마지막 회까지 감동을 전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영웅은 파이널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며 목표를 달성했고, 이제 동료들과 함께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하츠웨이브 활동이죠.


일찍이 하기와와 유사한, 그러나 훨씬 극적인 방식으로 한일 양국의 음악 팬들을 감동으로 몰아넣었던 일본인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르세라핌의 맏언니로 활동 중인 미야와키 사쿠라가 그 주인공이죠. 외모와 인기만큼은 공인되었지만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없었던 사쿠라, 그리고 실력만큼은 인정받았지만 자신에게 믿음이 없었던 한국인 연습생 채연. 그 두 사람의 우정은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 역사 사상 가장 감동적인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했으며, 한국과 일본 그리고 각 연습생 별로 미친 듯이 물고 뜯던 팬덤은 완전한 '올팬 기조'로 통일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미야와키 사쿠라가 <프로듀스 48> 최종화에서 만들어낸 그 감동적인 장면을 따라갈 오디션 프로그램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2020년대 밴드 붐을 타고 생겨난 밴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스틸하트클럽>(2025).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초청되었으리라 여겨졌던 일본의 드럼 인플루언서 '하기와'는 평소에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보이다 최종 드러머로 발탁되며 눈물을 쏟음으로써, 또 한 번 한일 팬덤을 통일하는 놀라운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사쿠라와 하기와 두 일본인은 자국에서 인기와 인지도가 있었지만 한국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으며, 프로그램 마지막 화에서 진심 어린 눈물을 보임으로써 팬덤을 통일하고 안정적인 새출발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그 어떤 가식도 없이 그들은 '영웅의 여정'을 따랐으며, 픽션보다 강한 논픽션의 힘으로 큰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앞으로 하기와를 포함한 5명의 멤버가 하츠웨이브로 대성함으로써 한국의 밴드 시장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늘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IGPIiPplTc&list=RDOIGPIiPplTc&start_radio=1

[MV] hrtz.wav (하츠웨이브) _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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