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땐 왜 몰랐지? 육아와 직장을 함께하는 것이 이토록 힘들다는 걸.
대학을 졸업하고 25살에 첫 직장에 발을 딛으면서, 나는 어서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고 안정된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공부하느라, 취업 준비하느라 애쓴 나에게 청춘의 여유를 만끽하며 혼자의 삶을 즐기다가 적당히 나이 먹고 결혼하는 게 좋다고 누군가가 조언해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말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술을 전혀 먹지 못하고, 친구들을 자주 만나는 편도 아니어서 생활이 매우 단조롭고 지루했다. 퇴근 후에 수영이나 배구 같은 운동을 하기는 했지만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이나 주말은 너무도 길고 고요하고 공허했다. 그래서 어서 결혼이나 해서 조카들처럼 예쁜 아이를 낳아 키우며 삶의 소소한 행복이나 즐기고 싶은 것이 내 남은 삶의 목표라 생각했다.
여자가 많은 직장이다 보니 또래 남자와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는 거의 없었다. 남자를 만나자고 없던 신앙심을 만들어 내어 교회를 나갈 수도 없고,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데 직장을 옮길 수도 없고, 도대체 인구의 절반이 남자라는데 그 많은 남자들은 다들 어디에 가 계신 건지? 그리하여 내 나이 또래 남자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소개팅뿐인지라, 준수한 성품에 안정적인 직장과 보기 싫지 않을 정도의 외모를 가진 남자를 찾느라 주말마다 소개팅을 많이 했었다. 다행히 나는 공무원이다보니 소개팅이 꽤 있는 편이었다.
모든 것이 적당한 사람은 드물어서 외모가 준수하면 급여가 너무 적고, 외모와 조건이 적당하면 성품이 별로이고, 외모와 조건이 우월하면서 성품 또한 나무랄 데가 없으면 나에게 에프터를 신청하지 않았다. 내가 싫다고 하면, 상대는 나를 마음에 든다고 했고, 내가 좋다고 하면 상대가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나를 마음에 든다고 했던 사람이 많았던 것. 그 시기를 더 즐겼어야 했거늘 서둘러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에 조급해지고, 또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어가는 것이 빠르다고 생각했던 20대 후반. 나는 어서 내 반려자를 찾고 싶은 마음에 쫒기듯이 소개팅을 나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이른 나이인 것 같은 28살에 지금의 신랑을 소개팅으로 만나 내가 바라던 대로 준수한 성품과 안정적인 직장, 보기 싫지 않을 정도의 외모에 결혼을 결심했다. 특히 마음이 여리고 따듯한 점은 가장 높은 점수를 매겼던 부분인데 결혼을 하고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그 부분은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짧은 연애를 거쳐, 내가 그리도 기다리던 결혼을 하게 되었고, 결혼을 하던 해에 첫째 아이를 낳게 되었다. 나는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야생마처럼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며 삶의 소소한 행복을 즐기겠다는 순진한 목표를 그리도 빨리 이루고 말았다.
그렇게 만난지 6개월만에 결혼하여, 결혼한지 10개월만에 아이를 낳으면서 갑작스럽게 워킹맘으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그 땐 왜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며 사는 삶이 소소하게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아무런 의심없이… 왜 결혼을 하면 인생의 공허함이 채워지고, 아이를 낳으면 집안에 아이를 둘러싼 웃음이 가득한 완벽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