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3일째. 아 이혼하고 싶다.
연휴가 길어지니 매일매일 아이들을 돌보느라고 지치고, 또 부부끼리 일상의 사소한 포인트에서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 같이 있는 것이 몹시 불편해지고 있다. 차라리 연휴가 어서 끝나고 출근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랄 지경이니 답답한 심정은 말을 다 했지.
첫 번째로 기분이 상한 일은 주차 문제였다. 나는 차에서 경조사 봉투를 가져오려고 차키를 가지고 집 밖을 나갔다. 방금 전 내 차를 타고 아이들과 나들이를 갔다 온 신랑이 집 앞 어딘가에 주차를 했을 것이라 여기고 나간 것인데, 주차장에는 주말 낮이라 나들이를 나간 차량들이 많아서 빈자리가 많은데도 내 차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와 목욕을 하고 있는 신랑에게 내 차를 어디에 주차해 두었냐고 물어보니 “공영주차장에 있어.”한다. 집 앞에도 이렇게 주차할 자리가 많은데, 200미터는 족히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했다고? 이런 주차 방식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늘 그랬다. 가족여행을 가서도 늘 가고자하는 건물의 입구에 가까운 자리가 떡하니 눈에 띄는데도 불구하고 몇 분이나 건물까지 걸어가야 하는 주차장 입구에다 주차를 한다. 왜 가까운 데를 두고 이렇게 멀리 주차를 하냐고 물어본 적도 많은데, 그때마다 그냥 넓은 자리가 주차하기 편하니까 거기에 한다고 한다. 아이들도 셋이나 되고, 아이들 짐도 많은데 굳이 짐을 들고 아이들을 주차장에서 걷게 하는 고생을 생각하면 당연히 건물 가까운 곳에 차를 대어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늘 그렇게도 먼 곳에 한가하게 주차하기를 원한다.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병맛 포인트다.
두 번째로 기분이 상한 것은 내 차 문을 열었을 때였다. 내 차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갔다 온 때면 늘 내 차는 과자봉지와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가 차 시트며 바닥에 가득이다. 음료수 먹고 남은 것, 다 먹고 버린 빈 병, 물티슈 쓰던 것, 아이들 옷들도 널브러져 있다. 그 서너 시간 동안 이렇게 어지럽힐 수 있다는 것에 놀랍다. 늘 마트에서 음료수나 과자를 사주는 것으로 주말 부부로서 부족한 아빠의 노릇을 채우려고 하고, 아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늘 과자를 잔뜩 사주는 것도 불만인데 내 차를 그토록 더럽게 쓰고도 전혀 치우지 않은 것은 화가 극도로 나는 병맛 포인트다. “내 차 좀 깨끗하게 써 줄래요? 애들한테 과자는 차에서 먹지 말라고 하고. 과자도 좀 그만 사주고. 맨날 주말이면 과자를 입에 달고 살잖아요.”라고 하면 내 첫마디가 끝이 나기도 전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알았어. 알았다고. 치우면 될 것 아니야.”라고 한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이제 제 잘못을 말하면 이렇게 성을 내는 것으로 상황을 무마하려고 하다니 극악무도하다. 그렇다고 그렇게 말하고 바로 치우냐면 그것도 아니다. 결국 출근을 앞두고, 전날 밤에 내가 치운다. 화딱지가 나서 이제 주말이면 내 차를 쓰지 못하게 하고 싶지만, 주말에 기름값 아끼려고 내 차를 타고 나들이를 가는 그 가난함과 처량함에 눈감아 주고 있다.
세 번째로 아이들을 본다면서 늘 티비를 보여주고 있다. 자기는 휴대폰을 본다. "애들한테 티비만 보여주지 말고, 놀아주고 책도 읽어주고 둘째 한글 공부도 좀 봐주고 해요."라고 말을 해도, 늘 주말 오전이면 아이들은 티비를 보고 있다. 내가 한 번 더 얘기를 하면 "흐읍! 니네 티비 다 꺼. 누가 아침부터 티비 보라고 했어! 00이 너는 한글 책 가져와!"하고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 엄마의 지령에 늘 티비를 보여주는 우리편인 아빠가 화를 내기 시작했으니, 아이들에게 엄마는 나쁜 사람이다.
네 번째로 주말이면 아침밥은 늘 라면이다. 가끔은 점심도 라면이다. "애들 라면 먹이지 말고. 볶음밥이나 누룽지나 뭐라도 해줘야지." 그러면 다음 날에는 내 눈치를 보면서 라면을 끓인다. 도데체 왜 이렇게 게으른 거야. 병맛이네. 진짜.
누구나 병맛 같은 포인트가 있다. 나도 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참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