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다이어트
요즘 들어 듣기 좋은 칭찬이 있다. '너 참 마음이 건강하다.' 몸 건강을 챙기는 방법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반면에 마음건강은 점점 챙기기 어려운 형국이다. '행복'이라는 단어도 때때로 부담이 될 때가 있다. 특히나 몸 건강은 잘 관리해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고, 마음 상태는 시시때때로 바뀐다. 야단스러운 세상 속을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충격에 대비해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몸과 마음의 코어근육을 기르는 것뿐이다.
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가 있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 업는 지경에 이르지.
기초체력은 한 종류의 힘이 아니라 근력, 지구력, 순발력, 평형성, 유연성이 최상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런 조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루, 이틀, 일 년, 이년 켜켜이 쌓아진 내공으로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기틀이 마련된다. 그렇다고 하루에 거창한 일들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로는 baby steps, 한 걸음으론 티가 나지 않아 남들이 보면 그게 하고 있는 거냐고 비웃음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개의치 말고 작은 발걸음을 모으는 일에 집중해 보자. 언젠가 뒤돌아 보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내가 훨씬 더 나은 사람이라는 걸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곳에 코어근육을 기르는 나만의 방법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몸의 코어 근육
1. 주 4회 이상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자
일주일은 7일. 7일 내내 불태우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다만 절반 이상, 이하는 성취감이 천지차이다. 만약 일주일이 8일이었다면 속시원히 절반을 나눌 수 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일주일은 7일임엔 변화가 없다. 그래도 좋은 점은 4일만 해도 절반이 넘어간다는 것이다. 주 4회를 어떤 운동으로 채울진 본인의 몫이다. 같은 운동이던, 다양한 운동이던, 내가 주 4회이상을 지속할 수 있는 운동부터 찾는다. 또 그게 10분이던, 20분이던 시간은 상관없지만 땀을 적당히 흘릴 수 있는 정도의 운동일 때 좋다. 땀을 흘린다는 것은 몸의 순환이 활발해진다는 뜻이고 심장이 뛰는 일, 살아있음이 새삼스레 감사하게 느껴진다. 다만 절대 무리하진 않는다. 적당한 강도에 지속 가능한 운동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2. 준비운동을 잊지 말자
Heating up 이 아니라 Warming up이라고 표현하는 단어의 어감이 좋다. 기계도 갑자기 고성능을 내고자 하면 늘 빨리 고장이 나곤 한다. 너무 뜨겁지 않게 미지근한 상태로 몸을 데피는 일. 어렸을 땐 준비운동이 너무 거추장스러워 보여 중요성을 간과하곤 했다. 그래서 운동을 하는 날이면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들이 놀래는 통에 알이 배겨 그 다음 날엔 누워있기 바빴지만 준비운동을 하는 지금은 다르다. 준비운동을 하며 몸도 마음도 운동할 준비를 시킨다.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준비된 몸과 마음은 부상도 줄일뿐더러 의지도 달라진다.
3. 하루에 한 번은 꼭 먹고 싶은 음식을 먹자
고생을 했으면 보상이 따라야 시너지가 나는 법. 그렇지만 우리는 늘 몸에게 너무 과도한 보상을 쉽사리 준다. 삼시세끼 먹고 싶은 음식을 배불리 먹다 보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었을 때의 행복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하고 싶지 않을 때도 견뎌내며 일을 하기 때문에 휴가는 늘 달콤한 법이다. 여행 가기 전 여행을 생각하며 들뜨는 마음처럼 다음날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상상을 해보자. 어쩌면 먹는 순간보다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4. 술은 멀리한다
이것은 나만의 방법이다. 술이 몸에 잘 맞는 사람에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술이 아니다. 누구든 몸에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먹게 되는 그런 음식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는 꼭 평소에 하지 않던 이상 행동들을 시도한다. 그 횟수를 0으로 만들 순 없겠지만 줄여나가기 위해선 최악의 음식은 조금씩 거리를 멀리 해 본다. 스트레스받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신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를 새로운 음식을 찾아 나서보는 건 어떨까?
마음의 코어 근육
1.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에겐 꽤 큰 효과를 줬던 방법이다. 예전엔 차가운 물이 피부에 좋다 해서 미지근하거나 찬물로 샤워하곤 했는데 마지막에 찬물을 끼얹더라도 샤워는 따뜻한 물로 할 때가 좋았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사람은 온기를 머금는 생명체기 때문에 따뜻한 장판 위, 찬바람을 막아주는 담요 안에서 안정감을 얻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나 운동을 마치고 흘린 땀을 따뜻한 물로 씻어냈을 때의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 일기 쓰기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요즘이다. 뭔가 열심히 했는데 뭘 한 건지 모르겠는 하루들의 연속. 그런데 내 하루를 내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누가 알아줄까? 남자친구의 영향으로 시작하게 된 일기 쓰기. 예전에는 한, 두 장 쓴 다이어리를 버리기 일쑤였는데 어느새 프로 일거리가 되었다. 키워드만 쓸 때도 있고 한, 두줄만 쓸 때도 있다. 그래도 매일 쓴다. 매일매일 마음의 코어 근육들을 모을 근육 세포들을 한 개씩 적립한다. 좋은 일은 적으면서 또 한 번 웃음이 나고, 안 좋은 일이나 머리를 어지럽히던 걱정은 적어놓고 보면 생각보다 별일 아니다. 때때로 다채롭게 남기고 싶을 땐 한 달을 모아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하고. 꾹꾹 눌러쓴 일기장엔 휘발되지 않은 나의 하루들이 모여져 있다는 게 꽤나 든든한 자산이 된다.
3. 재능과 재미를 구분하기
한때 재능과 재미가 일맥상통하는 사람은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다르다. 재능과 재미가 달랐을 때 더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재미있는 분야와 재능 있는 분야가 다르고, 재능 있는 부분을 일로 선택하기 때문에 만족감이 낮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근데 재미있는 일을 하되 재능이 없다면 과연 그것 또한 만족스러울까? 이것 또한 굉장한 딜레마다. 둘 중에 뭐를 선택하던 인생은 길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선택한 일에 기회비용, 그리고 기회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사전에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놓았던 게 세상을 살아가면서 의외로 큰 도움이 되었다.
4. 지루함을 견디기
지루함. 따분함. 이런 감정을 느낀 게 언젠가 싶을 때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루함이 느껴질 때면 왠지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은 압박감이랄까, 우선 핸드폰을 꺼내 들어 SNS를 둘러본다. 이것저것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보면 훌쩍 30분이 지나가 있다. 그러고 나면 또 할 일을 하고 또 지루해질 만할 때쯤 유튜브를 켠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나이가 먹으며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이 나오나 보다 싶다. 나의 경우 근래엔 의도적으로 지루한 시간을 만든다. 아침에 2~30분 정도 헬스장에서 TV가 달려있지 않은 러닝머신을 달린다. 멍하니 벽을 보며 나의 생각흐름을 따라가 본다. 하고 싶은 일, 다음 달 갈 여행, 까먹었던 일들이 둥둥 떠오르다 새로운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 그 순간의 짜릿함을 느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지루함을 두려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