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청소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제목 그대로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일을 기록한 에세이 집이다. 에세이는 2장으로 구분돼 있다. 첫 장은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로 13개의 글이 있고, 두 번째 장은 "조금은 특별한 일을 합니다"로 11개의 글이 쓰여 있다.
1장과 2장은 공간적으로 구분 지을 수도 있다. 1장은 물리적으로 망자의 공간에서의 이야기다. 그곳에서 느낀 것, 본 것, 청소한 것을 기록한다. 두 번째 장은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일"을 하는 직업인으로서의 대한 기록이다. 그러니 망자의 집 "밖"에서의 이야기다. 사람들 시선, 혹은 작가가 경험한 직업병 비슷한 종류의 에피소드가 기록돼 있다. 대체적으로 모든 글이 좋지만, 첫 번째 장 보단 두 번째 장이 더욱 와닿았다.
시를 전공했다는 작가의 이력은 정갈하고, 우회하지 않는 문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에피소드를 집필하는 방식이 대부분인데 짤막한 단편 소설 같기도 했다. 감정을 과잉하지도, 줄이지도 않는다. TV 장르로 치면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문체다.
삶을 포기하려던 익명의 발신자를 회유하면서 마침내 그녀를 구해낸 에피소드인 "당신을 살릴까, 나를 살릴까"편이 가장 좋았다. 에세이 전체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도 동일한 에피소드에 있었는데, 그건 "오늘 나는 누군가 엄숙하게 감행하려는 인생의 탈출을 훼방한 건 아닐까"라는 문장이었다.
이 편과 함께 규칙적으로 소음을 내던 옆집이 어느새 잠잠해지자 혹시 무슨 일 생긴 거 아닐까 의구심을 갖는 "솥 뚜껑을 바라보는 마음"편은 두 번째로 좋았다. 첫 번째 장에선, 첫 에피소드인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도 잘 읽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직업에 얼마큼 진심인지를 되돌아본다. 9-6시까지 8시간 동안 제약회사 공장에서 "생산"을 "기획" 하는 일에 나는 얼마나 몰입하고, 진지하고, 반성하는지를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일은 단지 일 그 자체로 존재할 뿐, 중요한 건 근로자의 태도나 자세에서 비롯되는 거지 않을까 싶다. 꼭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일처럼 특별한 노동을 해야만 더 숭고한 깨달음이나 고뇌할 수 있는 당위가 생기는 건 아닐 테니까.
사실 책을 읽기 전에 기우를 가졌는데, 그건 "혹시 작가가 단지 출판을 위한 영감 목적으로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비슷한 의구심을 가진 예비 독자가 있다면 한두 편의 글만 읽어도 금방 해소될 의심이란 걸 알린다.
에세이 과잉 시대라지만, 본인 직업에 대해서 치열하게 적어낸 책은 언제나 반갑다. 그런 책들은 마치 독서하는 동안 그 직업을 체험하는 기분이다. 이 책도 그랬다. 권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