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버스 타기를 좋아했다. 멍하게 앉아서 바깥 창문을 바라보는 일이 좋다. 버스가 달리는 속도에 맞춰 풍경은 개연성 없이 바뀌고 그 속도에 상념들도 일렁인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얻고 멍 때리기를 잃은 것 같다. 멍 때리기야말로 끝없이 내면의 깊은 자아와 만나는 일인데.
초록색 나무에서 가정집으로, 횡단보도에서 잠시 멈췄다가 이내 또 옆에서 달리는 자전거로. 풍경과 나 사이 평행선은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교감한다. 적당한 거리감은 적당치 못한 친밀함보다 안락하다. 가끔씩 덜컹거리는 버스만이 나와 저곳을 구분 짓는다.
오늘은 기차다. 기차는 버스보다 더 빠르다. 바깥엔 장엄한 알프스가 끝없다. 빠른 기차를 타서 그런가, 시간도 빠르다. 그러고 보니 아인슈타인이 정말 그랬던 것 같다. 움직이는 물체와 서 있는 물체의 시간은 실제로 다르다고. 속도에 따라 시간은 상대적이라고. 빨리 움직일수록 시간은 빠르게 간다.
그러니 엄마 아빠. 다음 여행은 걸어서 하자. 천천히 오래오래 여행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