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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실격 Sep 25. 2021

일기로 삶에 의미 더하기

17호

작심사일은 정이와 반이가 한 개 주제를 사일 동안 도전하고 그 사일간의 기록을 담는 뉴스레터 콘텐츠입니다. 구독 가능한 링크는 콘텐츠 마지막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벌써 금요일 아침입니다. 이제 벌써 9월이 코앞이네요. 벌써 4분기가 됐습니다. 어쩐지 일주일은 긴데, 한 달은 짧은 거 같아요. 금요일에 한 주를 뒤돌아보면 이번 주는 뭐 하고 지냈는지 까마득하곤 하죠. 반이는 이번 사일 동안 일기를 적었어요. 일기를 적으니 하루하루가 조금은 더 긴 것만 같아요. 마치 삶을 아카이빙 작업하는 것 같았어요. 구독자님은 일기를 쓰고 계시나요? 아니면 마지막으로 쓰셨던 일기는 언제인가요. 한 번 일주일만 일기를 적어보세요. 아주 조금은 삶이 입체적이게 돼요.  

잠 자기 전 한 시간 독서 하기
1. 사건 중심이 아닌 감정을 중심으로 적어보기
2. 오롯이 나를 위한 글을 적기
3. 무의미에 의미 부여하기


Day 1. 준비물 = 의지

일기를 쓰려면 먼저 일기장이 있어야 합니다. 반이는 몇 년 전에 쓰던 일기장이 있어요. 따로 일기장을 구하지 않고 그 일기장에 이어 적었습니다.

 군대에 있을 땐 매일 일기를 적었습니다. 잠들기 전에 일기를 적고 자는 일이 하루에서 가장 보람찬 일이었어요. 지금도 일병 때 일기 첫 장의 첫 문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건 "기억이란 건 언제나 미화되기 마련일 텐데, 군 생활의 처절한 기록을 잘 남기기 위해서 적는다"라는 비장한 문장이었어요. 일기가 주는 좋은 점을 잘 알고 있어서 전역 후에도 꾸준히 쓰겠다고 다짐했건만 그 이후로 꾸준히 써본 기억이 없습니다. 일기 적기는 사실 맨몸 운동 같아요. 필요한 준비물이라곤 의지뿐입니다.

 월요일은, 꼭 가고 싶던 기업 2차 면접을 봤던 날입니다. 면접에 관한 글, 취업에 관한 내용을 바탕으로 일기를 적었어요.


Day 2. 일기는 일기장에

언젠가부터 한국 출판사에서 에세이가 꽤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블로그, 브런치 등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이 생기면서 자신의 글을 공개하는 곳도 많아졌어요. 그곳에 적는 글 중, 많은 사람들이 비아냥 거리는 말 중 하나가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댓글입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너무 주관적인 글에 자주 달리는 피드백이죠.

 어쩌면 그 비아냥은 거꾸로 일기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일기는 기본적으로 오직 한 명의 독자만 존재합니다. 본인이죠. 그러니 모든 글을 솔직하고, 꾸밈없이 적을 수 있습니다. 그게 일기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저는 질투, 혹은 콤플렉스 등 다른데선 적지 못할 글을 일기에 종종 적습니다. 그러다보면 오히려 그 감정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고, 치유가 되는 기분도 받습니다. 구독자님도 한번 가장 약한 부분을 글로 기록해보세요. 화요일은 보잘 것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자소서쓰고, 친구 만나서 당구치고 저녁 먹고 그랬어요. 그 날은 그 친구에 대해서 적었습니다.

꿀팁
최대한 꾸밈없고 솔직하게 적자. 일기라는 글쓰기 장르에서만 가능한 일이니까.


Day 3. 일기의 기능

일기 쓰기 삼일 차인 날은 전 직장 동료와 술자리가 있는 날이었어요. 알딸딸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서 일기장을 폈습니다. 그리곤 전 회사에 대한 생각을 토해내듯이 뱉어내기 시작했어요.

  반이는 계약직으로 입사했던 회사에서 끝끝내 그렇게 바라던 정규직 전환에 실패하고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퇴사한 지 3개월이 돼가는 지금도 그때 당시의 일들에 대해서 앙금처럼 남아있는 감정들이 많이 있었어요. 전 직장 동료를 만나기도 했고, 술도 먹은 참에 일기에 전 회사 내용들을 쭉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참 적고 나니 속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 일은 예전에 다 끝난 줄 알았지만 일기를 적다 보니 아직도 저한테 유효한 상처였어요. 그래도 그렇게 적고 나니 조금은 후련했습니다.

 일기 적기가 꼭 치유의 장이거나,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일은 아닐 테죠. 그렇지만 매일매일을 기록하다 보면 분명 어느 지점에선 스스로 적는 글에 스스로가 위로받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기를 적어봤다면 구독자님도 분명 느껴보신 적 있겠죠.


Day 4. 무의미에 의미 부여하기

작심 사일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은 특별한 일정이 없었어요. 일기에 적을 만한 이벤트도 없었습니다. 일기장을 앞에 두고 뭘 적을 지를 계속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요즘 적고 있는 자소서에 대해서 쓰기 싫다고 한 참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특별한 내용이 아니지만 그래도 사일 동안 꾸준히 썼다는 게 뿌듯했어요.

 어디선가 자존감에 관련한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 글은 "혼자 있는 시간에 무언가를 계속 쌓아가는 사람이 높은 자존감을 갖는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무언가는 공부가 될 수도 있고, 독서가 될 수도 있겠죠. 운동이나 글쓰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 말이 과학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반이도 크게 공감하는 말이에요. 누구도 보지 않고, 알아주지 않지만 조용히 꾸준히 "무언가"를 쌓아가다 보면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고 자존감도 높아지는 기분입니다. 일기를 꾸준히 적는 것도 그런 기능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일상적인 삶을 살아갈 때, 일기를 적기 위해선 아무쪼록 그날 하루를 복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날 있었던 사건이나 감정,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들죠. 반이는 이 작업이 무의미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 같아요. 그게 조금은 더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꿀팁
꼭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그날 하루를 복기하는 일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는 점.
이렇게 하면 잘 된다
1. 솔직하고 꾸밈없이 적는다.
2. 글의 문장이나 퀄리티에 집착하지 않는다.
3. 그날의 감정과 만난 사람들을 복기하자
이렇게 하면 안 된다.
1. 분량에서 자유롭자
2. 한 번 밀렸다고 영원히 멈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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