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은 짧게, 본론만 간단히
어제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가 우리 회사에 와서 강연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커서 점심도 건너뛰고 강연을 들으러 갔는데, 오히려 강연 내용보다 박찬호 선수의 말 많은 모습을 보고 더 느낀 바가 많았다. 오늘의 교훈을 잊어버릴까 염려되어 이렇게 기록을 남기고 나를 뒤돌아보려 한다.
업무 회의가 있어 강연을 처음부터 듣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꽤 초반부터 듣기 시작했다. 강연의 주제는 열정과 도전 같은 키워드였고,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어 계단에 앉거나 벽에 서있는 사람도 많았다. Too Much Talker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박찬호 선수였기에 실제로는 어떨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말이 많았다. 본인이 미국에 처음 갔었던 시절부터 공주고, 한양대를 거쳐 LA 다저스에 입단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풀어주었다.
나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분명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스포츠 스타들이 은퇴하고 TV 예능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본인의 선수 시절을 이야기할 때를 보면 존경스러워질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전성기 시절 국보급 센터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서장훈 선수는 농구를 할 때 한 번도 즐거웠던 적이 없다고 했다.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늘 힘들었다고 한다. 최고가 되고자 하는 일념으로 오랜 시간 고통을 견디며 노력하였을 것이다.
박찬호 선수도 강연에서 비슷한 말을 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요즘 들어 매일매일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일상에 무뎌져갈 즈음 자극도 받고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일찌감치 강연에 참석을 신청했다. 그러나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실망했다. 잘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듣고 청중들의 호응도 좋았지만 뭔가 피가 끓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런 강연을 기대했던 나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친절하고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하는 마음은 잘 전달이 되었으나, 욕심이 앞선 나머지 계속 이야기가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스태프들은 시간이 넘었다고 계속 눈치를 주고, 준비된 프로그램이 계속 밀리니 박찬호 선수 본인도 답답해했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본론을 말하기 위한 도입부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말이 길어지다가 나중에는 왜 이 이야기를 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게 되었다.
나는 말이 많은 편이다. 친하고 편한 사람들과 만나서는 혼자서 잔뜩 말을 늘어놓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는 경우가 많다. 머릿속으로는 늘 고쳐야지 생각하지만 잘 안된다. 말도 많이 하고 잘난 척도 좀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다. 그런데 오늘 박찬호 선수의 강연을 듣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되도록이면 말은 짧게, 본론만 간단히. 그렇지 않으면 당장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정작 내가 말하고 싶은 결론은 희석되어 날아가 버린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