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주형 Dec 15. 2022

내 옆에 앉은 사람이 누구라고요?

2020년 1월 1일. 우리 가족은 대만에서 3박 4일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4일 전 한국에서 출발 할 때만해도 비행기 좌석이 여유가 있는데 말이다. 그 때는 운이 좋게도 내 옆자리가 빈 좌석이었다. 덕분에 무료 탑승이 가능했던 22개월 우리 둘째는 내 무릎이 아닌 옆자리에 앉아 비행을 했다. 당연히 돌아오는 비행기도 그럴 것이란 기대로 탑승을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날은 유난히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고, 소란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눈치가 없었던 건지 아니면 내 머리 속에는 온통 아이들 생각뿐인 좀 유별난 엄마라서 그랬는지 싶다.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었고, 힙시트에 아이를 안은 채로 함께 자리를 찾아 착석을 했다. 다행히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여행의 시작이 설렘이라면 끝은 피곤함이었기에 옆의 빈 자리에 나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하지만, 곧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키가 큰 청년들이 내 옆자리와 그 주변에 앉았다. 아쉬웠다. 그리고 빈자리에 잠시 앉혔던 둘째를 두 팔로 얼른 안아 무릎에 앉혔다.    

   

그런데 뭔가 예사롭지 않았다. 모자에, 마스크까지? 왜 저렇게 얼굴을 다 가렸지? 코로나 바이러스도 없던 시절인데 모자에 마스크를 쓴 옆 사람의 모습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타자마자 잠을 자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피곤한거 같았다.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승무원에게 물어봤다.      


“저, 저기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제 옆에 앉은 사람이 누구에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승무원이 대답했다.

“아, 네” 하고 말았다. 

알겠다고 했지만 아쉬웠다. 도대체 누굴까? 궁금했다. 엄마가 된 후로 6년간 육아 외에는 세상과 마주 할 시간이 없던 시절이기에 BTS 조차도 이름만 들어본 것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궁금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뒷자리 친정엄마 옆에 앉은 젊은 여자 친구에게 물어봤다. 그 친구가 아주 작은 소리로 “아스트로에요” 라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방송이 나오고 있었고 무릎에 앉은 아이는 칭얼거려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래서 되물었다. 근래에 많이 주워들었던 BTS라는 아이돌 이름을 넣어서.      


“네? BTS라고요?” 라고 되묻자 그 젊은 친구는 실망하는 눈빛이었다.

“아스트로. 차은우가 있는 아스트로요”     


차은우가 도대체 누구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폭풍 검색을 시작하였다. 생각보다 유명한 아이돌이구나 싶었다. 한국에 돌아와 주변의 엄마들에게 비행기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공유하자 아스트로를 왜 모르냐며, 차은우를 왜 모르냐고 혼쭐이 났다. 그리고 좋겠다고 부러움도 받았다. 이렇게 활동을 많이 하는 친구들인데  너무 몰랐구나 싶었다. ‘육아에 몰입해서 살더라도 이 세상 돌아가는 것도 조금 알 필요가 있겠다’ 다짐을 했다. 

작가의 이전글 가깝지 않아도 자주 가고 싶은 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