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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k Glove Aug 21. 2019

우선 살부터 빼고 오겠습니다

4-5 블랙 하이힐

쭉쭉 마셔주었다.

진짜 욕이 나오기 직전까지. 술 못마시는 것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듯이.

생수를 먹다가 질려가는데, 인터넷에 '아이돌 물'이라는 검색어가 떴다. 녹차 물에 레몬과 설탕. 집에 다 있는 재료들이라 모닝 커피대신 마셨더니 정말 붓기가 좀 내려 앉는 듯한 것은 기분 탓 인가. 과감히 매일 먹던 달콤한 디저트도 끊었더니 조금의 설탕이라도 들어간 녹차물이 맛있게 느껴졌다. 평소 같았으면 귀찮아서 생각만 하던 일들인데 날짜가 가까워지고 마음이 급해지다보니 다 하게된다. 조금 예뻐진 것 같다는 회사 동료들의 아부섞인 칭찬이 너무 기분좋다.


몇주간의 규칙적인 생활 덕분인지 체중도 3키로나 줄었다. 총 몸무게에 비하면 3키로 쯤이야 싶겠지만 서른살을 먹고 단 1g도 빠지지않던 이전 생활에 비하면 감개무량한 결과다.

이제 진짜 이번 주 금요일이면 선호를 만나게 된다. 월요일 아침, 금요일에 만날 식당 위치를 물어보는 선호의 문자를 받았다. 마치 중량측정 날짜를 통보받은 권투선수의 마음이 된다. 이 끝난 후 백화점에 들렸다. 온갖 뷰티 신상품이 가득한 세포라에서 눈여겨 보아뒀던 마크 제이콥스의 아이라이너 펜을 사고, 비싸서 사지 않았던 fresh 브랜드의 장미 페이셜 스크럽도 집어들었다. 가끔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중요한 회의가 있으면 바르곤 하던 MAC의 칠리 립스틱도 새것으로 하나 구매했다. 그러곤 매일 밤, 박차를 가하는 마음으로 반신욕도 했다. 반신욕을 하고나면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시트팩을 붙이고 회사 이메일을 읽었다. 밤낮으로 바빠진 회사 일 중에도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여전히 저녁이면 함께 운동하러 가주는 동원이의 도움이 컸다. 선호랑 잘되면 다 동원이 덕분이다.


드디어 선호를 만나기로한 금요일 저녁. 아마존에서 고심 후 비싸게 주고산 캘빈 클라인 검정 하이힐을 꺼내 신었다. 얇고 높은 힐 만큼 내 자존심도 조금 더 올라간 기분이 들면서 어깨가 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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