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ink Glove Aug 11. 2019

엄마의 김밥

우리집 김밥

세상에 김밥처럼 쉬운 요리가 어디있니

우리 엄마는 늘 내게 말씀하신다. 도대체 김밥처럼 쉬운 요리가 어디있느냐고. 미국에서 결혼 후 신혼 살림을 차리며 전보다 요리할 일이 늘었지만 김밥 만들기 실력만큼은 여전히 늘지 않는다. 내 김밥은 늘 2% 부족하다. 옆구리가 터지거나 찌그러지거나 속재료가 각자 놀거나. 그런 김밥도 불평없이 맛있게 먹어주는 착한 남편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우리 엄마 김밥은 늘 맛있다. 기본 스팸과 계란, 당근만 넣어도 맛있고, 자극적인 음식이 땡기는 날이면 엄마의 잘게썬 김치를 넣은 엄마표 김치김밥이 그렇게 생각난다. 그런 날은 한국에 계신 엄마와 더 길게 통화를 한다. 엄마는 몇번이고 그 간단한 요리법을 되풀이해 설명해 주시지만 나는 안다. 내가 하면 그 맛이 안난다.

참 쉽게 만드시는데 맛있는 엄마 김밥

이제는 팔았지만 미국 조지아 본가에 살적에는, 주말이면 엄마는 김밥을 말아두셨다. 냉장고 속 묵은 재료 정리겸,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맛있는 김밥을 만들어 부엌에 썰어 놓고 랩을 씌워두시면 나는 오며가며 쏙쏙 다 집어먹었다. 다행이다. 이렇게 요리 잘하시는 엄마 딸로 태어나서.내게는 엄마의 요리에 대한 이런 행복한 기억들이 가득해서.

지난 번 글에도 말했지만 우리같은 외국사는 한국인들에게는 집밥이 한식이다. 엄마 손을 탄 한식은 영어 한마디 못한 채로 이민을 왔지만, 영어 이까짓거 하며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심지어 미국 회사에 당당하게 합격할 수 있었던 나의 힘, 우리 가족 뚝심의 원천이다.

간만에 엄마가 미국에 다니러 오셔서, 내가 회사를 퇴근하고 오니 각종 재료를 넣어 김밥을 여섯 줄이나 말아두셨다. 이정도면 넉넉하겠지 하고 만들어둔 여섯 줄을 눈깜짝할새 먹어치운 남편과 나를 보고 엄마는 깜짝 놀라신듯 하다.


작가의 이전글 우선 살부터 빼고 오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