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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k Glove Aug 11. 2019

우선 살부터 빼고 오겠습니다

4-4 비어 퐁 나도 퐁

'너 얼굴 빨갛다. 술 너무 많이 먹었나봐. 그만 마셔.'

동원이가 웃으며 말했다.

차마 너의 쇄골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응 그런가봐. 그만 마셔야지.'

손에 쥔 맥주를 강물에 부어버리고 캔을 납작하게 눌러 보트 위로 던졌다.

동원이와 단둘이 있을 새도 없이 다들 흥이 오른 사람들이 비어퐁을 하자며 보트로 모두를 불러모았다.

2층 갑판에 긴 접이식 테이블을 펴고 양쪽에 삼각형모형으로 빨간 종이컵을 폈다. 갑판 귀퉁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한층 더 아찔하다.

첫 주자로 동원이가 지목되었다. 쑥스러워 하는 듯 하다가 오렌지색 탁구공을 가볍게 상대편 종이컵에 골인 시킨다. 얘는 못하는 게 없네.

슈링이 은근슬쩍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스킨십을 시도한다. 고개를 돌려 슬라이드를 바라보았다. 강물로 연결된 빨간 슬라이드가 아찔하다. 이거나 타볼까 생각하는데 주홍색 공이 통통 튀며 내려간다. 뭐야 누가 잘못던졌네 생각하면서도 취기에 내가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낮은 난간 위로 몸을 기울이다가 그만 균형을 잃었다. 나도 모르게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다행히 보트와 부딪히지 않고 물과 마찰을 일으키며 강물에 빠졌다. 어지럽다. 심장이 뛴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처럼 물이 두려워졌다. 곧이어 찰팍하며 물보라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고,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거 얼른 잡아!'

동원이다. 허우적대다 손에 잡히는 구명조끼 줄을 꽉 잡았다.그는 줄을 잡은 내손을 확인하고는 잡아 당겨 나를 보트로 올라가는 계단 가까이로 데려갔다. 손과 다리에 힘이 풀려 간신히 계단을 올랐다. 다들 놀란 눈으로 달려와 괜찮냐고 물으며 수건을 덮어준다.

' 괜찮아...괜찮아...'

내 자신을 달래는 것인지 그들에게 대답하는 것인지 모를 괜찮아를 반복하고 정신을 차렸다.

물과 부딪힌 배와 허벅지가 아프지만 피는 나지 않는다.

동원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고마워...덕분에 살았어.'


얼른 보트를 반납하고 병원에 가자는 친구들을 말리며 나는 정말 괜찮다고 진짜 괜찮다고 보트 안쪽 의자에 누워 좀 쉬기만 하면 됀다며 들어가 누웠다. 동원이는 생수 한병을 들고 들어와 마시라며 쥐어주었다.

'아 진짜 쪽팔린다. 진짜 도와줘서 고마워.'

'아니야. 진짜 괜찮겠어?'

'그럼. 말짱해.'

피식 웃음이 났다. 창피하다.


살갛이 빨갛게 익은 장시간의 물놀이 이후 보트 렌트비를 나누어 내고는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술을 먹지않은 동원이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동원이는 이런 비싼 차를 몰아보려고하니 긴장이 된다며 농담을 하다가 능숙하게 운전을 한다. 자기가 사실은 한국에서 군대를 운전병으로 나왔다며 자랑도 덧붙인다. 두원이의 군대 무용담을 들으며 낄낄대다 집에 도착했다.

'오늘 고마웠어. 내일 저녁에 봐.'


선호와의 약속이 이제 2주도 남지 않았다.

동원이는 어디서 구했는지 1.5L짜리 물병을 구해와서 내밀었다.

'이제 남은 1주일간 매일 매일 3L 씩 물을 마셔. 매일 물을 마시다가 그 사람 만나기 3일 전부터 마시는 양을 줄이면 확 빠져보일거야.'

'진짜?'

내가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동원이는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자기 핸드폰을 내민다.

'내가 내 바디 프로필 찍으면서 검증한 거니까 틀림없어.'


1.5리터 짜리 물통을 회사 책상 위에 올려놓자 지나가는 동료들마다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바라본다. 까짓거. 살빠지고 예뻐진다는데 3L가 아니라 5L라도 마셔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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