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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k Glove May 03. 2021

게으름뱅이 직장인 미국 대학원 가다

싫어도 하면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는 남는다.

모든 일은 전부 우연히 시작되었다. 매해 배당되는 교육지원금을 받으려면 나는 내 스스로 매니저 승인을 받을만한 교육프로그램이나 세미나를 찾아와야했고, 몸바쳐 일해봐야 이력서에 남는 건 자격증 뿐이다를 외치던 나는 내가 사는 테네시 주 로컬 대학교의 certification 프로그램을 알아보게 되었다. 이름도 생소한 Engineering Management  프로그램을 보았고 흥미가 생겼다. 프로그램 담당 교수님 성함을 찾아보니 한국분 이셨다. 실행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않는 나는 곧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냈다. 교수님은 친절하게 답장을 주셨고 나는 약속을 잡고 뵈러갔으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애시당초 하려던  certification 이 아니라 대학원을 지원하고 있었다.

MBA를 취득하고도 4년제 학사만 나온 나와 같은 레벨이거나 혹은 되려 낮은 연봉을 받는 동료들을 적잖게 봐온터라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을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동시에 대학원과 직장을 병행하다가 중도에 대학원을 포기한 친구들도 많이 봐왔기에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적잖게 있었다. 하지만 "질러놓고 후회 하는 일이 있더라도 안해봐서 후회하지 말자"가 내 오랜 신조인데다가 아이를 키우느라 몇년에 걸쳐 공부를 끝내고 교수님이 되신 지인분의 경험담에 용기를 내어 벌써 3학기째 수업을 듣고 있다. 물론 지금껏 한학기에 한과목,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두과목을 들어 속도는 뎌디지만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겨우 두과목가지고 엄살이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밤 9시에 출장에서 돌아와 노트북을 켜고 무거운 눈꺼풀과 싸우며 퀴즈를 치고, 주말 내내 대학 도서관에서스벅을 홀짝이며 과제를 하고, 정말 수도꼭지를 잠근듯 한 한글자도 더 나오지 않는 상황에 보고서를 5장을 채우느라 머리를 싸매고 보낸 날들은 정말 매번 체력과 인내심의 한계와의 싸움이었다. 남편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래서 공부도 때가 있는거라며 머리가 안 돌아간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매번 어려운 상황마다 포기하지 않도록 누군가가 도움을 주었다. 그 사람은 애 낳아도 공부는 할 수 있다며 격려해준 세무사 노부인이시기도 했고 마음을 달래준 친구 이기도 했으며 시험기간 내내 녹초가된 와이프를 위해 군말없이 빨래와 청소를 도맡은 우리 남편이기도 했다.

나는 꼭 대학원을 좋은 성적으로 졸업 할 것 이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경험들을 브런치에 기록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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