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뱅이 직장인 대학원 가다

나는 대학시절 참 공부를 안했다. 미국에 이민오고 영어도 못하는 상태에서 수학 점수만으로 나름 주에서도 인정받는 매그넷 고등학교를 들어갔고, 전과목을 C이상 받지못하면 전학시키는 학교에서 늘 긴장한 상태로 4년을 다녔던 것의 반작용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방탕하게 놀았던 것은 아니고 예쁜 캠퍼스에서 피크닉 다니고 친구들과 맛있는 밥 해먹고 시설 좋은 학교 도서관에 앉아 노닥거리며 지냈다. 대학교 3학년이 되어서는 작은 한국회사에서 파트 타임 사무직 알바를 했는데 당시 대학생인 나를 귀여워해준 회사원 언니오빠들과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너무 즐겁고 돈 버는 것도 좋아서 얼른 졸업하고 취직하고싶다는 생각으로 5년을 채우고 졸업을 했다. 그 후에는 10년의 시간을 2주이상 쉬지 못하고 지냈다. 3번의 이직 동안, 월요일에 퇴사하고 그주 목요일에 새 직장 출근하는 식으로 옮겼으며 매번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했기에 큰 아쉬움은 없다.

중간중간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나와는 관련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내겐 갚아야할 학자금이 남아있었고 만약 대학원을 가게된다면 회사돈으로 가겠다고 다짐했던 터라 큰 흥미가 없었다. 월급을 포기할 용기도 없었다. 다만 실무에 관련된 세미나 나 단기교육 등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갔다. 점심시간 이나 짧은 휴식시간에 전화받고 이메일 보내느라 밥이 코로 가는지 입으로 가는지 몰라도 그런 기회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활동을 지원해주는 매니저들을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만난 덕분이다. 교육가는 나를 보며 자기 매니저는 보내주지 않는다며 부러워했던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정말 좋은 교육이면 내 돈 내 휴가/주말를 들여서라도 갔고, 좋은 경험을 하면 회사 교육 담당자에게 정보를 공유해주며 후배들은 회사를 통해 그 교육을 지원 받을 수 있게 추천했다. 미국처럼 이직이 흔한 나라에서 내 레지메에 오피셜리 남길 수 있는 것은 자격증이 최고라고 친구들과 후배들에게도 여러번 얘기했지만 듣는 사람만 듣는다.

개인적으로나 일적으로나 힘든 일이 많았던 작년, 그 시간에 나는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왜 Engineering Management 로 전공을 선택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 전공에 내 업무와 많이 관련되어 실무에 즉각적인 도움이 되는데다 입학시 GRE 점수를 요구하지 않아서 였다. 만약 내가 대학원 GRE 를 준비해야했다면 아마 GRE시험 준비하다 포기했을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내 경력으로 대체할 수 있었어서 마음먹자마자 바로 지원하고 시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글로 적다보니 내가 되게 성실한 사람인 것처럼 들리는데 시험 공부하기 싫어서 동물의 숲 에서 진주를 얻으러 다니고, 청소, 빨래 같은 집안일은 시험기간에 몰아서 한 평범한 인간이다. 미루고 미루다 출장까지 다녀와서 마감기한이 11시 59분인데 저녁 9시에 컴퓨터를 키고 공부하기 시작한 경험은 정말 쫄깃했다. 이번 학기를 우다다다 보내고 느낀 건 정말 하루에 한시간만 시간내서 공부하면 나처럼 머리뜯을 일은 안 생길 듯한데 그 하루에 한시간 맘먹기가 그렇게 어렵다. 8시간 9시간 업무 후에 소파에서 노닥거리는 시간이 어찌나 달콤한지. 학교 도서관은 마치 Gym 같았다. 가면  보람차고 기분 좋은데 차에 시동걸기까지가 얼마나 힘든지.

그렇게 보낸 이번학기도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다가오는 여름학기에는 좋은 공부 습관을 들이고 독서량을 늘리는 것이 추가된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