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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이유

삶의 방향성을 찾기 위한 탐구일지

by 장주인

바쁜 시간을 쪼개어 별도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면서까지 스타트업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가 무얼까.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싶었다. 내가 왜 계속해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방향성을 찾기 위해서. 평소에 나였다면 가까운 지인을 붙잡고 물어봤을 법도 한데, 이번에는 남의 의견 말고 오로지 내 의견만을 끌어내보고 싶었다.


GPT 5로 업데이트되어 더 똑똑해진 김에 챗지피티한테 나의 심연까지 파고들 수 있는 질문을 해달라고 해봤다. 그랬더니 총 다섯 가지의 테마로 질문을 해줬다.


1. 기원(Origin)을 묻는 질문

• 내가 처음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에 설렜던 순간은 언제였지?

• 그때 무엇이 나를 그렇게 끌어당겼을까? (사람, 분위기, 가능성, 인정욕구…?)

•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기 전에, 나는 누구를/무엇을 응원했었나?


2. 본질(Essence)을 묻는 질문

• 스타트업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나는 무엇을 잃게 될까?

•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행위에서 내가 ‘받는’ 건 무엇인가? (감정, 에너지, 자존감, 소속감, 성취감…)

• 스타트업을 응원하지 않는 나를 상상했을 때, 가장 아쉬운 건 무엇인가?


3. 가치(Value)를 묻는 질문

• 내가 ‘성장’이라고 믿는 것은 어떤 상태인가?

• 내 기준에서 ‘열심히 사는 것’은 무엇을 향해 가는 건가?

•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게, 그 방향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4. 한계와 대안(Limits & Alternatives)을 묻는 질문

• 만약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 NGO, 예술가 집단을 응원한다면, 나의 에너지는 달라질까? 왜?

• 내가 응원하는 대상이 ‘스타트업’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뭘까?

• 그 이유가 사라진다면, 나는 어디로 향할까?


5. 심연(Core Self) 질문

• 나는 어떤 순간에 ‘살아있다’고 느끼나?

• 그 순간이 스타트업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

• 결국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건, 세상을 바꾸고 싶은 나 때문인가, 아니면 나 자신을 바꾸고 싶은 나 때문인가?



한 주제당 질문이 세 개씩 있어 총 15개의 질문을 두고 곰곰이 생각했다. 답변을 써보면서 조금은 가닥이 잡혀 정리가 된 생각은 다음과 같다.



내가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진짜 이유?


1. '나를 알아봐 준 곳'에 대한 애정


나의 첫 직장이었던 교육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은 “내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첫 경험이었고, 그곳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좋았으며, 내 손으로 직접 결과를 만들어내는 재미를 느꼈던 곳이다.

입사할 때만 해도 내가 지금 입사하려는 이곳이 스타트업인지도 잘 모르고 들어갔기 때문에, 단순히 스타트업이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나를 쓰임 있게 만들어준 무대였기에 애정이 생겼다.


교육 스타트업에서 클래스 MD로 일하던 시절, 나는 내 손으로 누군가의 형편을 실제로 바꿔준 경험을 여러 번 했다. 날 믿고 맡겨준 강사들이 스스로를 믿고, 또 열심히 몰입한 만큼 성과를 내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봤다. 그리고 그분들이 “덕분에 가능했다”며 고마움을 전할 때, 피곤한 줄도 모르고 일했다. 그때 알게 된 것 같다.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 내게 얼마나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는지.



2. '진심으로 임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자기 일에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갖고 진심을 다하는 사람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다만, 스타트업 씬에서 유독 그런 사람들이 눈에 잘 띄었고, 또 그 진심이 종종 주변에서 폄하되는 모습을 직접 봤기 때문에, 그 진심을 '맞다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3. 내가 받고 싶은 응원을 먼저 주기


“네가 하는 일 의미 있어, 멋있어.”라는 말을 내가 듣고 싶었던 만큼, 똑같이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다.

단순한 칭찬에서 끝나지 않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서 그로 인해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응원이 목표다.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나만의 방향성


1. 완전히 나를 긍정할 수 있는 상태로 가는 여정


열심히 산다는 건, 지금의 나를 긍정하면서도 현재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은 분명 불안하고 두렵지만, 그 불안을 응원과 지지로 이겨낼 수 있다.


자기 긍정은 왜 필요할까?

이 바탕에는 몇 차례 겪어온 삶의 풍파들에서 얻은 깨달음이 있다. 나 자신이 나를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 내가 나를 완전히 믿지 않고서는 그 위에 아무것도 쌓을 수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의 시작은 자기 긍정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긍정'은 안주가 아니다.

-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다는 믿음
-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기준으로 삼고 나를 잃지 않아야 한다. 타인에게만 맞추다간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는 손해만 더 키울지 모른다. 하루빨리 나를 내가 긍정해야 한다.


2. 기여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기

내가 만든 무언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그 덕분에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 고마움이 단순한 말이 아니라 '증거'로 남을 때(자본주의 사회인만큼 금전적 가치, 성과, 숫자 등) 동력이 커진다.


3.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든든한 빽이 되기

혁신과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 뒤에서, 그들이 더 나아가도록 빛을 비추는 사람이고 싶다.

꼭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자기 일에 몰입해 끙끙대고 있는 누군가라면 대상이 될 수 있다.


나는 환경의 영향을 무척 많이 받는 사람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좋다.
내가 경험했던 스타트업에는 마냥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일에 진심인 비율이 높다 보니, 내가 열심히 일하는 것이 허무하지 않다. 나의 몰입이, 이 환경 안에서는 '이상한 예외'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 된다.



결국, 내가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이유는…


세상에 수없이 많을 '나 같은 사람'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다. 그리고 그 고마움이 나에게 돌아올 때, 나는 또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이 순환 속에서 나는 날 완전히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


이번에 내가 방향성을 찾는데 도움을 받은 질문들은, 그 안에 대상만 바꿔서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좋을 듯하다. 나는 이 대상에 왜 이리 집착하고 있는지, 그 속을 한번 파보시기를.


주의사항. 눈물이 찔끔 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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