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윤지영 | 완전한 확신은 없다

공동창업자를 찾고 함께 일하는 법

by 장주인




세모스

근 한 달 사이에 공동창업 제안을 두 번 받았습니다. 늘 저를 팀원이라고만 정의하고 살았는데, 이런 제안들이 제가 꿈꾸는 세상을 넓혀줬어요. 한 분은 제가 대표가 되면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하셨고 다른 한 분은 COO 자리를 제안하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동창업'이라는 걸 곰곰이 고민해 봤죠.

스타트업 창업이 실제로 제 앞에 놓인 선택이 되니 달리 보이더라고요. 막연히 꿈꿔보는 것과 실제로 임원 레벨에서 사업을 운영한다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어요. 생각만 해도 불확실성 투성이였죠. 스타트업에서 초기 멤버로 오래 일하면서 대표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봤어요. 매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궁금했죠. '어떻게 저 큰 책임을 스스로 떠안기로 결심한 걸까?'

이럴 때 가장 좋은 건 이미 그 길을 걸어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거잖아요.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바로 옆에 있었네요. 이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제씨(윤지영 대표) 역시 공동창업자가 있거든요. 그것도 지인도 아닌, 앤틀러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창업했대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체 어떻게 생판 모르는 사람과 공동창업을 결심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그 관계를 잘 유지하며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을까요?




‘인텐스랩’ 윤지영 대표(이하 제씨)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제씨는 스타트업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에요. 대표들의 '안광'과 '열정'에 대해 열띠게 이야기하며,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원석 같은 대표들이 많다고 말했죠.

그리고 제씨 역시 ‘인텐스랩’이라는 스타트업을 운영 중이에요.


인텐스랩은 채용과 커리어 전환의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사람과 일의 연결 방식’을 바꾸는 회사입니다. ‘지원전에’, ‘Scailout’ 서비스를 통해 스타트업과 인재를 연결하며 팀과 인재 모두에게 더 나은 선택의 기회를 더 많이 열어주고 있어요.



Part 1. “10주는 짧지 않았다"


Q. 어쩌다 공동창업을 하게 된 건가요?


제가 이전에 창업했을 때, 마지막엔 혼자 남았고 한동안 혼자서 비즈니스를 진행했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저는 홀로 창업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게 맞는 사람이라는 걸요. 단순히 기술적인 이유가 아니라, 제가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확신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죠. 물론 상대의 전문성에서 오는 확신보다는 빠르게 부딪쳐보고 논의해 볼 사람이요.


저에게 확신이란 어려운 영역이에요. 창업자 모두 비즈니스를 할 때 스스로 믿는 신념이 있고 겉보기에는 누구보다 확실해 보여요. 하지만 그 누구도 “완전한” 확신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음 깊은 곳에서는 '정말 이게 맞는 걸까?' 하는 질문이 떠오르죠.


지금 저의 공동창업자인 현기 님도 마찬가지였어요. 이 사람이 세상의 모든 옵션 중에 가장 베스트인가에 대한 '확신'은 없었죠. 하지만 저는 앤틀러*라는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고, 그곳에서 공동창업자를 찾고 있었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몇 년 동안 한두 번 만나서 사람을 이해하기보다는, 10주 동안 아주 밀도 있게 함께 일하며 논의하는 게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이라고요.

*앤틀러 : 팀 구성 전 단계의 개인 예비 창업가를 선발해 팀 구성과 아이디어 검증을 지원하고 초기 투자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제너레이터' 프로그램


Q. 인생의 큰 부분을 함께할 사람을 10주 안에 찾는다는 게 잘 상상이 안 가요. 앤틀러 안에서 보내는 10주는 현실에서의 10주와 어떤 게 다른가요?


일반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앤틀러는 그 시간을 아주 짧고 강하게 응축한 느낌이었어요. 가까운 지인과도 커피챗 몇 번, 술 한두 번 먹으면 자주 보는 걸 텐데 이곳에서는 10주 내내 거의 24시간 붙어서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거든요. 그게 가능한 이유는 모두가 공동창업자를 찾기 위해 모였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공식 프로그램 외에도 저녁마다 미니 스프린트를 진행했는데요. 오전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남아서 논리 구조를 짜고, 시장 검증 아이디어를 테스트했어요. 그 과정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대화의 속도, 그리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맞는 분이 있더라고요. 다른 사람들과도 스프린트를 해봤지만, 퍼포먼스나 합의 속도가 확연히 달랐어요. 결국 ‘이 사람이면 밀도 있게 일할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던 분께 공식적으로 팀 빌딩을 제안했습니다.


앤틀러에서 발표 중인 제씨


Q. 수많은 다른 참여자 중 지금의 공동창업자는 무엇이 달랐나요?


제 기준은 명확했어요. 기술자이지만 동시에 너무 기술자는 아닌 사람. 그리고 말만 많지 않은 사람을 원했거든요. 현기 님은 말은 많지만(?) 그 말대로 실제 만들기까지 하는 사람이에요. 그는 스스로 ‘개발을 이해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저 역시 이 수식어가 맞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뢰는 쌓는 과정이고, 저 역시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아닌 사람과 창업을 한 거잖아요.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어요. 직설적으로 이야기해도 부담이 없고, 불필요하게 에둘러 말하지 않는 사람을 선호해요. 의견이 달라도 대화가 빠르게 정리되는 사람인지, 아니면 감정적으로 길어지는 사람인지가 기준이 되었습니다. 또한 나와 다른 스킬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이 사람이 창업을 인생의 중요한 챕터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가를 중요하게 보는데요. 이 두 가지 기준에서 어긋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되었던 것 같아요.



Part 2. “함께 일하는 원칙”


Q. 좋은 공동창업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다음이 진짜 시작이잖아요. 함께 사업을 잘 이끌어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신뢰와 존중이 전제된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명이 같은 목표를 공유해도 사고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룰과 약속이 필요한 거죠. 이 룰은 합의의 결과여야 하고요. 일방적인 강요로 만들어지면 오래가지 않습니다. 서로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태도가 달라지면 관계는 금방 무너지는 것 같아요. 문제가 생기더라도 대화로 회복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말씀하신 것 외에 실제로 함께 일하면서 중요하다고 느낀 게 또 있을까요?


추가로 말씀드리면, 실행력과 문제 해결 중심 사고가 중요해요. 실행하지 않는 아이디어는 의미가 없어요. 창업자는 불확실성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머뭇거리기보다 일단 부딪치고 검증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해요.


그다음으로는 책임감과 비전 공유가 아닐까 싶어요. 늘 느끼는 것 중 하나는 팀은 하나의 목표에 몰입할 때 가장 강해진다는 거예요. 각자 맡은 일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 같은 비전을 향해 함께 책임지는 태도가 중요해요. 좀 더 설명하면 단순히 일을 나누는 ‘동료’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책임지는 ‘동반자’여야 한다는 거죠!


Q. 이런 원칙들은 언제 생겨난 건가요?


작은 팀일수록 사소한 의사결정들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처음부터 룰을 세우고 시작했어요. 한 번은 기능 개발 방향을 두고 의견이 충돌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저는 빠른 실행을, 공동창업자는 안정성을 우선시했어요. 다행히 우리가 미리 세운 원칙 중 하나인 “누가 맞느냐 보다, 지금은 실험 단계이므로 속도를 우선한다.” 덕분에 논쟁이 길어지지 않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어요. 이후부터는 누가 옳은지 논쟁하는 대신, 빠르게 실행하고 결과로 검증하는 방식이 더 힘을 받았죠. 덕분에 의사결정 속도와 신뢰 모두 계속해서 개선되었다고 느껴요.


회의를 하고 있는 현기 님과 제씨



Part 3. “함께 만들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


Q. 미리 겪어본 사람으로서 공동창업을 고민 중인 분들에게 추천해 줄 딱 한 가지 행동이 있을까요?


이력서보다 훨씬 중요한 건 ‘일하는 호흡’이에요. MVP, 사이드 프로젝트 등 작게라도 함께 만들어보는 게 가장 빠른 판단 기준이 돼요. 대화나 아이디어 공유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실제 협업에서 드러납니다. 상대의 피드백 스타일, 결정 속도, 위기 상황에서의 태도를 충분히 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가능하면 다른 옵션이 없는 상태에서 짧은 기간 같이 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 짧은 경험이 장기적인 판단보다 훨씬 명확한 근거가 될 거예요. 그리고 꼭 어려운 상황을 함께 겪어봐야 합니다. 즐거울 땐 다 좋아요.


Q. 같이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 저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주 정도 실험해 본다고 가정할 때, '이건 꼭 조심해야 한다' 싶은 것 귀띰해 주세요!


가장 큰 어려움은 ‘몰입도 유지’일 거예요. 대부분은 초반에 의욕적으로 시작하지만, 일상 업무나 외부 변수로 인해 흐름이 끊기기 쉽거든요. “이번 주는 바쁘니까 다음 주에 하자”라는 말 한마디로 리듬이 무너질 수 있어요.


그래서 첫 번째 과제는 ‘2주 동안 다른 우선순위를 내려놓을 수 있는가’입니다. 신뢰와 관계를 다루는 일은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동시에 다른 프로젝트에 집중하면 금방 흐려져요. 두 번째는 ‘불편한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가’인데요. 신뢰를 쌓는 과정은 대체로 평온하지 않아요. 대화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감정이 튀어나오거나, 서로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릴 수 있거든요. 이럴 때 대부분은 회피하거나 말을 아끼는데, 오히려 그 순간을 통과해야 신뢰가 깊어져요.


결국 2주의 실험에서 중요한 건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을 회피하지 않고 버텨내는 경험을 만드는 거예요. 그걸 한 번이라도 통과하면, 이후의 모든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단단해집니다.


Q. 명심할게요! 작게라도 함께 부딪혀보는 경험이 중요하겠네요. 그렇다면 이미 공동창업을 한 분들을 위한 조언도 있을까요?


신뢰는 한 번 쌓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 순간의 선택이나 상황 하나로도 금세 흔들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유지하는 법’을 아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 공동창업자와의 신뢰는 내가 먼저 일방적으로 더 주는 방식으로 관리하려고 해요. 신뢰받기보다 먼저 주려는 노력이 관계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거든요. 이를 위해 협업에 영향을 줄 만한 저의 행동 패턴을 솔직하게 공유해요. 예를 들어, “소화할 일정이 많으면 했던 말을 까먹고 다시 물어볼 수 있다”라거나 “감정적으로 피로할 때는 말이 짧아질 수 있다” 같은 부분을 먼저 말하는 거죠. 상대가 내 반응을 오해하지 않도록 미리 열어두는 거랄까요.


또한 아주 작은 불편함이라도 생기면 바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때 그렇게 말하니까 이런 의미로 오해하게 된다.”, “이것보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더 맞지 않았을까?”처럼 즉각적으로 정리하고 공유합니다. 이런 대화는 감정이 쌓이지 않게 하고, 좀 더 솔직하게 공유하고 결과적으로 신뢰의 순환을 만들더라고요.


결국 신뢰란 ‘나의 불완전함을 보여주는 용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리더나 파트너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솔직하지 않은 리더가 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거든요.


Q. 누군가에게는 이런 솔직한 태도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첫 솔직함을 위한 팁이 있다면요?


먼저 본인과 파트너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먼저 인식해야 해요! 상대가 방어적으로 반응하지 않도록 대화의 구조를 설계하고, 대화의 목적이 ‘문제 해결’이 아니라 ‘관계 유지’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게 좋습니다. 2~3번 정도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신뢰의 패턴이 만들어질 거예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제씨




세모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생각이 정리됐어요. 공동창업은 완벽한 확신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작게 함께 일해보며 만들어가는 거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씨와 저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불편한 순간을 겪었어요. 제씨와 저 둘 다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 짬을 내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요. 저는 우리가 정한 마감 기한을 꼭 지키고 싶었고, 제씨는 마감 기한을 조정해서라도 결과물의 퀄리티를 높이고 싶어 했거든요. 제씨가 말한 "불편함을 통과하는 경험"을 우리도 하고 있는 셈이죠.


우리는 끝까지 잘할 수 있을까요? 확신은 없어요.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확신이 없어도 괜찮다는 것, 함께 부딪혀가며 밀도를 쌓아가면 된다는 것을요.


앞으로 더 많은 창업자를 더 만날 예정이에요. 이 프로젝트가, 그리고 제씨와 저의 협업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 주세요. 우리의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게는 작은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Interviewer 세모스

Editor 유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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