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걸림돌이 되는 건 무얼까
나의 걸림돌은 감정기복.
신나는 마음으로 뭐든 하려다가도, 괜스레 기분이 축 처져가지고는
원래 하려던 100은커녕 10도 못 하는 하루를 보낸다.
원래 하려던 건 회사를 다녀와서, 요가도 하고, 독서 모임에도 나가는 거였다.
회사를 가기 싫어 오전 반차를 냈다.
뒹굴거리다 보니 오후에 갈 생각도 없어져 연차로 바꿨더니
그게 도미노가 되어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다. 자다 깨다 먹고 또 자다 깨다, 유튜브나 보다…
이런 무용한 시간을 보내는 내가 싫었다.
싫다면서 그 애는 계속 무용하게 시간을 보냈다.
아, 사전 투표는 해야 되는데… 6시까지랬지…
5시 반에 겨우 몸을 일으켜서 모자를 눌러쓰고 밖으로 나왔다.
나갔다가 내가 좋아하는 라떼를 먹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 유당분해효소까지 야무지게 챙겨서
또 카페에서 글도 쓰자 싶어서 아이패드와 충전기도 야무지게 챙겨서
투표를 하고,
그 와중에 또 밥 때는 맞춰 저녁을 먹어야 하니 식당을 찾는다.
여기는 너무 비싸고,
이 메뉴는 별로 안 땡기고,
이건 너무 살찔 것 같고,
여긴 너무 일찍 닫고… 툴툴툴 툴툴툴
그러다가 결국 온 곳은 스타벅스.
또 생돈 쓰기는 싫어서 부모님이 있는 단톡방에 기프티콘을 찾는다.
부모가 열심히 걸어서 모은 포인트를 뺏는 불효녀다.
기프티콘으로 샌드위치와 라떼를 시킨다.
그리고는 오늘 쓸 글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는 오늘 못 한 일에 대해 생각한다.
글까지 못한 일 리스트에 넣고 싶지는 않은데…
완벽한 글을 쓸 거란 기대를 말자.
그냥 머릿속에서 아무거나 꺼내보자 하며 쓰고 있다.
어차피 오늘은 공쳤으니까.
오늘 중 그나마 가장 훌륭한 업적이다. 이 글은.
요가도 안 가고, 독서 모임도 안 갈 거다.
오늘은 그냥 그런 날이다.